소설리스트

회색인간-16화 (16/217)

제4장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 (4)

“아이고, 오셨습니까?”

“예, 이곳은 활력이 넘치는군요.”

“그럼요. 이틀 후에는 땅을 고르는 정지 작업이 마무리 될 겁니다.”

“호오, 예상보다 10일이나 단축하겠군요.”

“현금 결제를 해주시는데 최선을 다해야지요.”

망고 건설회사의 박 사장 말에 현수가 머리를 끄떡였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카오스 제약회사의 카오스 연구소와 카오스 생산 공장과 창고 공사를 맡아서 해보시겠습니까?”

“허엇, 그게 정말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카오스 연구소 건물은 50억 원이고, 카오스 생산 공장과 창고 등의 공사는 200억 원해서 전부 250억 원의 공사입니다. 부지를 매입하는 비용과 각종 비용을 제외한 순수한 공사비만 그렇습니다.”

“으음, 생각보다 공사비가 많군요.”

“다른 회사들과는 다르게 부실 공사가 되지 않도록 제대로 신축하려는 겁니다. 물론 결제는 전부 현금으로 해드립니다.”

“아이고, 그렇게 해주신다면 저희야 좋지요.”

“며칠 내로 은하수 설계사무소에 의뢰를 해놓은 건축 설계가 나올 겁니다. 그럼 바로 공사에 착수할 수 있습니다. 완공일도 지켜야 하고 부실 공사도 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계약금으로 50억 원을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허엇, 50억 원이나 말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이번 총 공사비가 250억 원인데 완공하면 100억 원 정도는 남을 겁니다.”

현수의 말에 박 사장이 머리를 끄떡였다.

대충 계산을 해봐도 그 정도는 충분히 남을 거 같았다.

겨우 20대에 불과한 젊은 사장인데 수십 년 경력의 건설회사 중역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250억 원짜리 공사이지만 사실 부지를 매입한 것까지 포함한다면 600억 원 이상의 공사였다.

어지간한 공사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IMF 관리 체제로 인하여 부동산이 폭락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현수가 부지를 아주 싸게 매입할 수 없었을 거였다.

내년 8월에 IMF 관리 체제가 종료된다면 부동산이 폭등할 거였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앞으로 이 양재동 부지만 그대로 보유하고 있어도 몇 배나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공사를 하면 100억 원 정도 남는다니 놀라웠다.

현금 결제에 공사를 완료하면 100억 원 정도 수익이 되기에 망고 건설회사도 여유 자금이 생기는 일이었다.

공사를 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불쑥 이야기를 꺼내어 공사를 맡기니 너무 고마웠다.

제대로 입찰을 하면 망고 건설회사는 명함도 내밀지 못했을 거였다.

현수의 특별 배려라는 것이 느껴졌다.

‘진짜 돈 냄새가 나는 사람이야. 무조건 곁에 붙어 있기만 해도 부자가 될 수 있어.’

땅을 고르는 정지 작업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행하자 그것을 보고 인정을 하여 250억 원짜리 공사를 맡겼다.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를 최근에 설립하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앞으로 크게 성장하면 덩달아 망고 건설회사도 맡아야 하는 공사들이 생길 거였다.

“내가 박 사장님의 망고 건설회사를 믿고 입찰 공고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특혜를 주면서까지 밀어 드리니까 부실 공사와 사고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 감독을 잘해서 멋지고 완공을 시켜 주십시오.”

“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내일 테헤란로에 위치한 카오스 빌딩의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 사무실에 오셔서 계약서를 작성하시죠. 그럼 바로 계좌로 50억 원을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며칠 내로 은하수 설계사무소의 건축 설계가 나오면 바로 공사를 착수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주세요.”

“물론입니다.”

이렇게 현수는 과감하게 망고 건설회사의 박 사장과 함께 구두로 계약을 했다.

내일 사무실로 찾아오면 계약서를 작성하고 50억 원의 계약금을 입금해 주면 되었다.

현수가 공사 현장을 좀 더 둘러보고는 뒤돌아 주차되어 있는 검은색 벤츠 S280으로 걸어갔다.

박 사장이 뒤따라와서 감사하다고 했다.

머리를 끄덕인 현수가 차문을 열고 타더니 시동을 걸고 청담동으로 향했다.

테헤란로 카오스 빌딩의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 사무실로 망고 건설회사의 박 사장과 간부 4명, 그리고 실무자 5명이 함께 찾아왔다.

빈손으로 오기가 그랬는지 축하 화분 5개와 30개가 들어 있는 롤 화장실 5개, 세탁세제 10개, 과일바구니 2개를 각각 가져왔다.

제법 많았지만 공사를 맡았기에 이 정도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다.

성의를 보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을 하여 좀 많이 구입하여 가져온 거였다.

설립한지 며칠 되지 않았고 직원을 모집하고 사무실을 준비하고 하는 일 등으로 인하여 아직 어수선했다.

그렇지만 넓고 좋아 보이기는 했다.

사장인 현수의 사장실은 집무책상과 의자, 그리고 티 테이블과 소파가 설치되어 있었다.

다른 회사의 사장실이나 중역실과 비교할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

필요한 것만 갖추어 놓은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현수는 망고 건설회사의 박 사장과 간부들, 그리고 실무자들과 커피를 한잔씩 마시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20분 정도 지나자 본론을 꺼내었고 김일수 고문 변호사가 계약서를 작성하고 검토한 후에야 현수와 박 사장이 각각 사인을 했다.

짝짝짝짝!

지켜보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면서 계약을 축하했다.

“오늘 오후에 바로 50억 원을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며칠 내로 은하수 설계사무소의 건축 설계가 나오면 바로 공사를 착수할 수 있도록 해주시면 됩니다.”

“예, 차질 없이 준비를 해놓겠습니다.”

현수가 머리를 끄덕이고는 박 사장과 악수를 했다.

망고 건설회사의 박 사장과 일행들이 사장실을 나갔다.

“김 변호사님도 수고 하셨습니다.”

“이런 일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신경을 써서 봐주셨으니 감사합니다. 바쁘시지 않다면 제가 점심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데 어떻습니까?”

“좋습니다.”

“일식이나 한우 고기 집, 이탈리안 레스토랑 등 다양해서 그러는데 어떤 것이 좋겠습니까?”

“일식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예약을 하고 출발하면 될 것 같습니다.”

현수가 핸드폰으로 서초동에서 유명한 대성 초밥 집에 전화하여 주방장 특선 2인으로 특실예약을 했다.

그런 다음에 김 변호사와 함께 현수가 사장실을 나왔다.

김 변호사 자신의 차를 가져오지 않고 택시를 타고 왔기에 현수의 차 즉, 검은색 벤츠 S280을 타고 서초동으로 달려갔다.

이미 예약을 해놓았기에 특실로 안내를 받았다.

가장 비싼 주방장 특선 요리로 해놓았기에 역시나 푸짐하면서 고급스러운 일식 요리들이 많이 나왔다.

일식 요리를 즐기면서 현수와 김 변호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으음, 23살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대담하면서도 능숙한 거지?’

마치 현수는 대기업 중역보다 더 많은 경력을 가진 사람처럼 느껴졌다.

상식적으로는 말이 안 되었다.

나름 머리가 좋은 김 변호사였지만 대화를 나누어 보니 현수도 엄청 많은 지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전공 분야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었다.

23살로 보기에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수준 높은 학식이었다.

주방장이 직접 특실로 들어와서 보조 요리사와 함께 직접 일식 요리를 만들어 주었다.

그랬기에 더욱 일식 요리가 멋지고 맛있었다.

김 변호사도 나름 미식가라서 여러 곳에서 일식 요리를 먹어보았었다.

그렇지만 주방장이 직접 나서서 해주는 일식 요리는 처음이었다.

보통의 요리보다 몇 배나 비싸다고 알고 있었기에 선뜻 예약하지 못했었다.

오늘은 운이 좋아서 주방장 특선 요리를 맛보았는데 대만족이었다.

“앞으로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가 본격적으로 신약을 개발하여 출시를 하게 되면 세계 특허도 염두에 두어야 하니 그때에는 법률적으로 적극 도와주십시오.”

“물론입니다. 그런데 바로 신약을 개발할 수 있겠습니까?”

“그럼요. 위암 치료제를 개발해 놓았습니다. 생산 시설이 갖추어지기 전에 서둘러서 임상시험부터 시행하여 식약청의 승인을 받을 계획입니다.”

“흐음, 놀랍군요.”

“이것은 겨우 시작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놀랄 일들이 많을 겁니다.”

자신감에 찬 현수의 말에 김 변호사가 머리를 끄떡였다.

테헤란로에 위치한 20층짜리 고람빌딩을 매입하여 카오스 빌딩으로 이름을 바꾸고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를 설립해 사옥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지금은 임대받아서 사용하고 있는 사무실들이 있어서 완전히 나가려면 1년 정도는 거릴 거였다.

김 변호사 자신이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를 설립하는데 도와주었기에 모를 수가 없었다.

양재동에 부지를 매입하여 카오스 연구소와 카오스 생산 공장과 창고도 신축하려고 준비 중에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IMF 관리 체제인데 어떻게 저런 재력을 보유한 것인지 의문이었다.

아직 뒷조사를 해보지는 않았는데 조사를 해볼 필요가 있어 보였다.

사기꾼이나 이상한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23살의 나이에 추진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이상한 점들이 많았다.

‘한번 뒷조사를 해보는 것도 좋겠어.’

“술도 한잔 대접을 해드려야 했는데 오후에 사업 미팅이 있어서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이렇게 식사 대접을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이렇게 하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수가 계산을 하고 함께 밖으로 나왔다.

법률사무실까지 태워주려고 하였지만 택시를 타고 가면 된다고 해서 택시를 잡아 주었다.

택시를 타고 떠나는 김 변호사를 바라보다가 뒤돌아 주차를 해두었던 곳으로 걸어갔다.

검은색 벤츠 S280을 타고 시동을 걸더니 부드럽게 출발했다.

IMF 관리 체제에 있었고 아직은 한국에 이런 고급 차가 생각보다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도로를 달리면 다른 차들이 피하거나 거리를 두었다.

접촉사고라도 난다면 곤란하기 때문이었다.

“후후후, 이런 맛에 외제 차를 타는 건가?”

지금 이 시대의 벤츠는 세계적인 명차로 이름나 있었다.

그랬기에 아무나 타고 다닐 수 없는 그런 차였다.

은하수 설계사무소의 박 설계사가 완성한 건물 설계도를 전달받은 망고 건설회사는 박 사장이 직접 공사 현장에 나와서 작업을 지시했다.

그만큼 중요한 공사이기 때문이었다.

다른 곳에 다세대주택 5곳의 공사를 하고 있었지만 아들인 박 상무에게 맡겨놓았다.

현수가 계약하고 바로 그날 오후에 50억 원을 입금해 주었다.

그랬기에 망고 건설회사의 박 사장과 간부들이 흥분했었다.

요즘 같은 시기에 보기 어려운 250억 원짜리 대공사였다.

“김 부장, 실수 없이 해야 해.”

“예, 사장님.”

“절대 부실 공사를 하면 안 돼. 알지?”

“예, 그럼요.”

“이번 공사를 잘해야 다음에도 공사를 맡을 수 있으니 멋진 작품을 만들어 봐.”

“예, 믿고 맡겨 주십시오.”

“좋아, 믿어 보겠어.”

한편, 테헤란로의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의 사무실에서도 직원들이 각자 맡은 일들을 하고 있었다.

사장실에서는 현수가 소파에 앉아 느긋하게 원두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현수가 신약을 두 번 복용하면서 초능력, 즉 염력과 순간이동 능력이 대폭 향상되었다.

그렇지만 이 능력들은 사람들에게 함부로 보여줄 것이 아니었다.

요즘은 시간이 날 때면 조용히 원두커피를 마시면서 혼자만의 사색에 많이 빠진다.

겉으로는 그렇지만 실상은 머릿속에 각종 책들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놓고 들여다보면서 새로운 지식들을 각인하고 있었다.

전생에서 아카식 레코드에 가서 입수한 방대한 지식들이었다.

머릿속에 저장은 되어 있었지만 완전히 자신의 것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회귀한 이후 최근에는 조금씩 꺼내어 펼쳐놓고 들여다보면서 각인 작업을 하고 있었다.

살펴보고 각인이 되어야 진정한 현수 자신의 것이 되는 거였다.

요즘에는 마법에 관한 것들을 많이 떠올리고 밤에는 펜트하우스의 룸들 중에 하나를 수련실로 생각하고 그곳에서 마법을 수련하고 있었다.

아직은 크게 진전이 없었다.

그렇지만 공기 중에 분포되어 있는 마나라는 것을 감지하고 인식을 하였다.

마나심법이라는 것을 펼쳐서 호흡을 통하여 몸속으로 끌어당겨서 마력으로 가공하여 심장 옆으로 보내었다.

아직은 워낙 미흡한 양이라서 좀 더 끌어 모아봐야 마법을 펼칠 수 있었다.

“마법을 제대로 익힌다면 아주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어.”

밀레니엄으로 회귀한 지 어느새 반년이 넘어갔다.

돌이켜보면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간 거 같았다.

그만큼 현수 자신이 나름 계획대로 바쁘게 살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불과 반년 정도 만에 많은 것들을 가지게 되었다.

밀레니엄 회귀를 하였을 때만 하더라도 사실 노량진에서 12평형 원룸을 얻어 생활하면서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진짜 문제는 고교 동창 병규가 불러서 신촌으로 나갔다가 결국 교통사고를 당하여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하는 비참한 삶이었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회귀한 지금은 절대 같은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약속하고 신촌으로 나가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나갔었다.

자연스럽게 모임에 참석하였지만 병규를 따라 2차 노래연습장에는 약속이 있다고 하면서 가지 않았었다.

결국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가 나서 병규와 다른 동창까지 죽었다.

전생과는 다른 상황이 되었다.

럭키복권에 연속 당첨이 되어 그 자금을 이용하여 청담동 제우스 빌라의 84평형과 168평형의 펜트하우스도 구입할 수 있었다.

사업을 하기 위하여 자본금 100억 원의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양재동에 카오스 연구소와 카오스 생산 공장과 창고를 신축 공사 중이었다.

이 모든 것들이 반년 정도 만에 이룩한 것이었기에 대단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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