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인간-14화 (14/217)

제4장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 (2)

테헤란로에 위치한 20층짜리 고람빌딩.

120억 원에 매물로 나와 있는 빌딩이다.

지하 5층에 지상 20층이며 옆 빌딩들보다 부지가 넓었다.

마음만 먹으면 10층을 더 증축도 가능했다.

부동산 중개인과 미팅 약속을 하고 현수는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 고람빌딩을 방문했다.

이번에 고람상사가 IMF에 자금 압박을 심하게 받아서 휘청거렸다.

유동성 자금이 부족하게 되어서 어쩔 수 없이 고람빌딩을 매물로 내어놓았다.

1997년 12월에 대한민국이 국가부도 위기에 처해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국가부도 사태를 면하려고 했다.

IMF 관리 체제 끝에 18억 달러를 상환하면서 외환 위기로부터 벗어났다.

2001년 8월에 IMF 관리 체제가 종료된다.

그렇지만 현재는 2000년 6월 중순이기에 IMF 관리 체제가 종료되려면 시간이 많아 남았다.

각층의 사무실들이 많이 비어 있었다.

테헤란로는 강남구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간선도로이다.

역삼동의 강남역 사거리부터 삼성동의 삼성교까지 사이를 잇는 도로인데 총길이는 3.7킬로미터이며 왕복 10차선이다.

이런 위치가 좋은 곳은 앞으로 투자 가치가 높았다.

지금 매물로 나온 20층짜리 고람빌딩을 매입해놓으면 아주 좋은 투자를 하는 거였다.

IMF 관리 체제가 아니라면 절대 이런 가격으로 매물이 나오지 않는다.

“아버지와 어머니, 어떻습니까? 저는 마음에 드는데 말입니다.”

“나도 괜찮아 보인다.”

“아들, 나도 좋아 보여.”

현수가 씨익 웃으면서 고개를 돌려 부동산 중개인을 쳐다보았다.

“계약을 하죠.”

“으음, 알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부동산 중개소로 이동을 하여 변호사 입회하에 부동산매매계약서를 작성했다.

보통은 은행 대출을 받고 매입을 한다.

그렇지만 현수는 아니었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굳이 담보대출 이자를 지불할 생각이 없었다.

임대를 받아서 입주해 있는 사무실들의 현황도 파악을 했다.

변호사를 수임해서 처리를 하였기에 실수 없이 아주 깔끔하게 정리를 해주었다.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도 차질 없이 이루어졌다.

은행에 근저당권설정이 되어 있는 것도 해제시켰다.

며칠 후면 공식적으로 고람빌딩은 현수의 소유가 된다.

법적인 절차를 진행하면서 고람빌딩의 이름을 카오스 빌딩으로 바꾸었다.

앞으로 카오스 빌딩은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의 사옥으로 사용될 거였다.

지금 당장은 회사를 설립해야 하고, 입주해 있는 사무실의 계약기간이 만기가 되면 재계약을 하지 않고 내보낼 거였다.

그럼 자연스럽게 내년의 하반기가 되면 사무실들이 다 나가기에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의 사옥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서초구 양재동 외곽의 한적한 곳에 부지를 마련하고 연구소와 생산 공장을 신축할 예정이다.

아직은 IMF 관리 체제이기에 부동산이 폭락하여 매입을 해두면 투자 가치로 좋다.

내년인 2001년 8월에 IMF 관리 체제가 종료되기에 그쯤이면 부동산이 폭등을 한다.

앞으로 계속 부동산 가치가 상승한다.

문제는 현수에게 당장 여유 자금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물론 두 달 후에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매도하면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

‘후후후, 당장 이번 주에 럭키복권 1등에 당첨되면 150억 원 정도가 들어오니 여유 자금이 다시 늘어나지.’

벌써 두 번이나 럭키복권에 당첨이 되어 당첨금을 수령했었다.

이번에 또 럭키복권 1등에 당첨이 되면 3번이었다.

다만 몇 개월 만에 당첨이 되는 거라서 조금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운이 좋아서 당첨되었다고 생각할 거였다.

미래를 알고 있는 현수이기에 손쉽게 럭키복권 1등에 당첨이 되는 거였다.

일반인들은 엄청난 행운이 아니라면 당첨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주 운이 좋은 사람이 행운으로 럭키복권 1등에 당첨된다.

다음날 오전에 변호사를 만나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의 설립에 관한 것들을 의논했다.

테헤란로의 고람빌딩 즉, 카오스 빌딩으로 바뀐 곳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현수가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되었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각각 등기 이사로 등록되게 되었다.

변호사와 함께 인근에 있는 해송 초밥 집으로 가서 주방장 특선 요리로 주문하여 먹었다.

“김 변호사님, 잘 좀 처리해 주십시오.”

“예, 걱정하지 마십시오.”

현수가 차를 운전해야 하기에 술은 마시지 않았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운전을 하지 않기에 술을 마셔도 되지만 마시지 않았다.

고급 생선회와 생선초밥, 그리고 다양한 일식 요리를 배불리 먹었다.

김 변호사와 헤어지고 현수는 검은색 에스유브이 랜드로버 디스커버리에 부모님을 태워서 함께 경기도 성남시 판교의 과수원집으로 내려갔다.

이틀을 푹 쉬고 다음날 오전에 서울로 올라왔다.

대륙은행 본점.

현수가 2층에서 내려왔다.

1층의 한쪽에 설치되어 있는 냉온정수기에서 시원한 물을 종이컵에 한잔 뽑아서 마셨다.

조금 전에 당첨된 럭키복권을 담당자에게 제시를 하고 확인 절차를 거쳐 당첨금을 수령했다.

이번에는 저번 당첨과는 다르게 5게임씩 2장을 구입했었다.

각각 1등 당첨번호와 나머지 4게임씩은 의도적으로 다른 번호로 적었었다.

그랬기에 이번에는 1등에 2장만 당첨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금 33%를 제하고 168억 3800만 원이나 되었다.

IMF 관리 체제라서 그런지 시민들이 너도나도 럭키복권을 구입하다보니 당첨금이 높아진 거였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아졌다.

럭키복권 1등에 당첨되어 인생역전을 해보려는 거였다.

이 밖에도 주식시장이 달아오르고 있었다.

조만간 과열이 되면서 거품이 생겨나기 시작할 거였다.

물론 그전에 현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주식까지 다 매도하여 막대한 수익을 올릴 예정이었다.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를 자본금 100억 원에 설립하고 고람빌딩도 매입하면서 120억 원이 들어갔다.

은행 담보대출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굳이 이자를 부담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현수에게 여유 자금이 많지 않았는데 조금 전에 럭키복권 1등에 당첨이 되어 세금 33%를 제하고 168억 3800만 원을 수령했다.

일시에 여유 자금이 풍족해졌다.

그리고 두 달 정도 있으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폭등을 하여 엄청난 수익을 올릴 것이니 마음이 든든해졌다.

‘벌써 3번이나 럭키복권 1등에 당첨이 되어 당첨금을 수령했어. 그러다보니 마치 현금을 맡겨놓은 것 같은 기분이야.’

이제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럭키복권을 구입하지는 않을 거였다.

인생역전을 간절히 원하는 그런 사람들에게 행운이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현수가 중간에서 무려 3번이나 럭키복권 1등 당첨금을 가로챈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물론 양심을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럭키복권 1등에 당첨을 할 수도 있다.

당첨번호를 다 알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더 이상 럭키복권에 관심을 두지 않을 거야. 사업을 통하여 수익을 올리고 재벌이 될 것이니 말이야.’

얼마든지 현수에게는 가능한 일이었다.

이 밖에도 지금보다 힘과 능력을 더 키워서 복수를 할 계획이다.

전생에서 현수를 지독하게 괴롭히고 고통을 주고 나락으로 떨어뜨린 자들이었다.

그게 한이 되어 가슴 깊이 남아 있었기에 반드시 복수로 해결을 해야 했다.

회귀한 지금은 원수들과 마주친 적도 없고, 전혀 현수에게 해를 입히지 않았지만 말이다.

교통사고로 인하여 장애로 절망에 빠진 것이 아니기에 원수들과 인연이 안 생길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전생의 일들을 절대 잊지 못하기에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복수를 하려는 거였다.

종이컵을 휴지통에 버리고 대륙은행 본점을 나와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주차되어 있는 검은색 에스유브이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를 타고 유유히 떠났다.

은색의 포르쉐 911과 검은색 벤츠 S280도 보유하고 있었지만 가끔씩 탄다.

요즘은 대부분 검은색 에스유브이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를 타고 다니고 고향집에도 내려간다.

평일 낮 시간이기에 차들이 생각보다는 많이 밀리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청담동 제우스 빌라에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다.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서 펜트하우스 전용 자리에 주차를 하고 내렸다.

10대를 주차할 수 있으며 현수가 보유하고 있는 84평형은 3대를 주차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전혀 주차 걱정은 하지 않았다.

차문을 닫고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려고 뒤돌아서는데 마침 엘리베이터에서 이지연이 내렸다.

파란색 블라우스에 흰색 미니스커트를 입고 하이힐을 신었다.

각선미까지 돋보였으며 명품 핸드백을 어깨에 메고 패션모델이 워킹을 하는 것처럼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아 예, 안녕하세요.”

“어디 다녀오시는가 봐요?”

“예, 볼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오는 길입니다.”

이제는 서로 안면을 익혔기에 몇 마디 대화도 했다.

몸매 좋은 엄청난 미녀가 먼저 말을 걸어주니 나쁘지 않았다.

이지연이 머리를 까딱거리면서 인사하고는 걸어가더니 주차되어 있는 흰색의 포르쉐 911의 차문을 열었다.

하이힐을 신고 운전하기는 위험하고 불편하기에 준비해놓은 흰색 운동화를 꺼내어 갈아 신었다.

“역시 현명하군. 아, 참.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현수가 머리를 옆으로 흔들면서 정신을 차리고는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대기하고 있었기에 문이 열렸고 바로 그것을 타고 올라갔다.

“아직 20대로 보이는데 펜트하우스에 살다니 뭐하는 사람일까?”

현수가 상당한 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게 아니라면 펜트하우스에 살기 어려웠다.

이지연은 나름 인맥이 빵빵해서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요즘은 IMF 관리 체제였기에 잘 나갔었던 기업들이 픽픽 쓰러졌다.

대기업들조차 부도가 나는 세상이다.

알고 지내던 친구들 중에 일부는 아버지의 회사가 부도가 나서 상류층에서 서민으로 추락했다.

그렇지만 이지연은 전혀 지장이 없었다.

이지연도 집안이 좋아 이렇게 고급 스포츠카 포르쉐 911과 다른 승용차들을 보유하고 타고 다니고 있었다.

부모님과 할아버지가 재력이 엄청나기에 혜택을 보는 것이지만 현수는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다.

“자꾸 호기심이 생기는 것을 보니 뒷조사를 한번 해봐야겠어.”

흰색 운동화로 갈아 신은 이지연이 운전석에 앉더니 시동을 걸고 부드럽게 출발했다.

펜트하우스로 들어온 현수는 곧장 드레스 실로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이것저것 준비를 하여 수련실로 들어갔다.

특별히 수련실이라고 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신약을 복용하고 편안하게 지낼 그런 룸이었다.

펜트하우스는 168평형으로 아주 넓고 럭셔리하며 사용하지 않는 룸들도 많았다.

그랬기에 그중에 룸 하나를 선택하여 수련실로 사용하고 있는 거였다.

최근에는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하여 신약을 복용하지 못했었다.

신약을 복용하면 무기력해지며 일주일 동안 침대에 누워 지내야 하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주식 투자한 것들을 매도해야 하고 카오스 제약회사도 설립되면 경영을 해야 했다.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고 그것들을 처리하려면 지금보다 더 바쁠 거였다.

시간이 나지 않을 것을 알기에 지금 두 번째 신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을 거 같았다.

오늘 당장 준비하여 신약을 복용할 생각이다.

먼저 가족들에게 전화를 하여 당분간 연락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해두었다.

그런 다음에 핸드폰을 껐다.

핸드폰이 울리고 하면 곤란하기 때문이었다.

룸으로 들어와 한 번 더 점검을 해보고 나서 침대에 앉더니 생수를 마시면서 신약을 복용했다.

곧 나른해지면서 무기력에 빠질 것이기에 침대에 누웠다.

“나중에는 무기력해지는 기간이 짧아지겠지만 지금은 어쩔 수가 없어.”

얼마 지나지 않아 무기력해졌다.

멍하게 천장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는 책들을 꺼내어 파노라마처럼 펼쳤다.

아주 광범위하고 다양한 책들이었다.

현수가 전생에서 아카식 레코드에서 입수한 책들이 무려 4억 9530만권이나 되었다.

그러나 이것도 사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아카식 레코드에 설치되어 있는 책장들의 일부였다.

현수가 주변만 둘러보면서 입수한 것이 1650개의 책장이었다.

다 살펴보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장담할 수도 없었다.

“흐음, 저번에 우연히 찾아내었던 마법총요와 마법이론에 관한 보고서를 읽었는데 어쩌면 마법서도 있을 수 있어.”

현수는 책의 내용을 살펴보지 않고 목록만 보는 식으로 빠르게 넘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법서로 보이는 책을 발견했다.

“이건가?”

장담할 수 없었기에 펼쳐서 내용을 들여다보았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마법서였다.

마치 법전처럼 아주 두꺼운 책이었는데 첫 장을 보고 마법서가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지구에는 아직 마법을 익힌 마법사가 없다.

어쩌면 숨기고 생활하는지도 모른다.

미래에서도 마법에 관한 것이 없고 소문이 나지 않은 것을 보면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랬기에 현수가 제대로 마법을 익혀서 마법사가 된다면 앞으로 아주 유용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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