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의 여왕
“왔구나. 아까 각 클래스 최강자들이 왔었는데, 얼음 계열 몬스터가 약해진 틈을 타 얼음의 여왕을 잡으러 갈 모양이다. 최강자들의 원정이라는 컨셉 때문에 널 끼워 넣고 싶은 모양이다만…… 어떻게 할래?”
“약해져?”
“아까 공지 뜬 거 못 봤냐? 하긴, 제정신이 아니었으니 그냥 넘겼을 수도 있겠군. 아이스 랜드의 얼음이 녹고 있다나 뭐라나? 아무튼 전체적으로 얼음 계열 몬스터가 약해졌다니 할 만 할 거다. 그쪽의 일방적인 제안이니까 싫으면 안 가도 되고.”
느닷없이 얼음 계열 몬스터의 약화라…….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군. 좋아, 혼자 우울해 하기보단 뭐라도 몸을 움직이는 편이 낫겠지.
“어디로 가면 되지?”
“얼음의 동굴 입구. 10분 정도 남았으니까 빨리 가봐. 이거 받고.”
“그래, 다녀올게. 텔레포트.”
아론이 던져준 위치 저장 텔레포트 스크롤과 발열제 1통(10알). 발열제 한 개의 지속시간이 1시간이니 얼어 죽는 일은 없을 듯싶었다.
“아, 오셨군요.”
“예.”
“저…… 증표를 착용해 주시겠습니까? 동영상을 찍을 거라서요.”
“증표라뇨?”
그들은 난데없이 증표를 착용해 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증표는 또 뭐고, 착용하라니? 보통 증표라 하면 보여주는 게 아니던가?
“확인 안 해보셨습니까? 아이템 창에 최강자의 증표로 클래스에 맞는 아이템이 들어와 있을 텐데요. 효과는 전무한 아이템입니다만 단 하나뿐인데다 듀얼을 통해서만 타인에게 양도가 되는 특별한 물건이라서요.”
아이템 창을 열어보니 과연 못 보던 물건이 들어와 있었다. 샤이닝 로브라는…….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것 말고는 아무 능력도 없군요.”
“이봐, 다시 승부를 내자!! 아무래도 난 인정할 수 없어!!!”
갑자기 열을 내며 끼어든 건 개구리를 닮은 에크만이었다. 아웃까지 시켰는데 장외 패라 졌으니 억울할 만도 하겠지
“저, 에크만님. 증표는 획득한 지 한 달 후부터 빼앗을 수 있습니다. 재대결은 한 달 뒤로 미루셔야겠군요.”
“으으……. 젠장, 도망치지 말고 기다려. 한 달 뒤에 받으러 갈 테니까. 쳇.”
“대충 상황이 정리 된 것 같은데 못 들으신 분들을 위해서 다시 계획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이 얼음의 동굴은 총 6층으로 나뉘어져 있고 마지막 층인 6층엔 얼음 계열 최강 몬스터인 얼음의 여왕이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얼음의 여왕, 약해졌다고는 해도 한 속성의 최강 몬스터이니 마스터 한두 명 가지고는 어림도 없겠죠. 던전인 만큼 가는 길에 트랩도 있을 것이기에 로그 세 분을 모셨고, 몬스터의 공격과 시선 끌기를 위해 저 이외에 기사 두 분을 모셨습니다. 포션 소모를 줄이기 위해 고렙 프리스트 두 분을 모셨고 후방 공격과 대단위 몬스터 섬멸을 위해 마법사 세분을 모셨습니다. 그리고 각 클래스 최강자로 뽑히신 소환술사, 격투가, 궁수, 정령술사 한 분씩을 모셔서 인원은 총 14명. 많다 싶긴 하지만 아래로 내려 갈수록 나오는 몬스터도 강력해 질 테고 이 던전의 길은 넓은 편이니 괜찮을 것 같습니다.”
나를 제외하고는 전부 마스터이거나 그에 근접한 사람들이니 조금 많다 싶긴 했지만 한 속성의 최강 몬스터가 있는 곳이니 어떤 돌발 상황이 일어날지 알 수 없으므로 적당한 것 같기도 했다. 선두는 세 명의 로그, 그 뒤를 기사가 이었고 궁수, 프리스트, 마법사, 정령술사와 소환술사, 격투가 순이었다.
“이제 곧 1층의 끝에…… 앗, 차가.”
거의 몬스터를 찾아 볼 수 없던 1층, 거의 끝에 도달했음을 알리던 로그 중 하나가 바로 옆에 리젠된 고블린이 던진 눈덩이에 맞았다. 약간 차가울 뿐 데미지는 거의 없겠지만 그는 짜증내며 비도를 던져 막 태어난 고블린의 생명을 앗아갔다.
“이건 뱀인가?”
고블린의 등장에 주위를 살피던 알테어가 뱀 한 마리를 발견하고 흥미로운 듯 음흉한 미소를 흘렸다.
“아이스 스네이크는 독이 있으니 조심하세요!!”
쉭쉭-.
알테어는 그 소리를 듣고도 손가락으로 장난을 쳤고 아이스 스네이크는 경계하다가 손가락을 물기 위해 도약했다.
“파이어 애로우.”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달려드는 뱀의 입으로 파이어 애로우를 쏘아낸 알테어. 파이어 애로우는 정확히 입속으로 관통했고 아이스 스네이크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노릇노릇하게 익어버렸다.
“먹을 사람?”
“나, 나!!”
잘 익은 뱀을 집어 들고 반으로 나누더니 먹을 사람을 찾는 알테어나, 그걸 먹겠다고 덤비는 에크만이나…… 확실히 정상이 아니었다.
“그, 그럼 계속 이동하도록 하죠.”
안타깝게도 아이스 스네이크는 1층을 통과하는 동안 몇 마리 더 발견 됐고 알테어와 에크만의 간식거리가 되었다. 그렇게 2층에 도달하자 나타난 아이스 골렘. 하지만 뒤쪽 사람들에게 몫이 돌아갈 만큼 대단한 녀석은 아니었다.
“하얀걸 보니 하급이군요.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아이스 골렘의 등급을 나누는 방법. 그건 몸체의 투명도다. 투명할수록 등급이 높아지는데 지금처럼 하얗게 보이는 놈은 하급, 반절 정도가 하얀 녀석은 중급, 부분적으로 약간만 보이는 것은 상급으로 나눈다. 하지만 그 속도와 파워 등은 같은 등급이라도 천차만별이라고.
“자, 가시죠.”
역시 마스터가 나서자 처리는 순식간이었다. 원래 이런지는 알 수 없지만 나오는 몬스터의 수가 생각보다 적었는데, 그래도 마스터 그룹에 끼어서인지(사람 수가 많아 두 그룹으로 나눠 파티를 맺었다.)그런대로 경험치가 들어왔다. 본 클래스로 움직여줘서 그런 건가?
“오호, 이 석상 마음에 드는군. 가져 갈 수 있는지 확인해 볼까?”
“에크만님, 피하세요!! 그건…….”
괴수 모양의 얼음 조각이 보이자 취향 독특한 에크만은 눈을 빛내며 찰싹 붙어 요리조리 살펴봤다. 던전에 저런 게 있다면 뻔하잖아!!
“가고일!!”
들썩들썩 역시나, 얼음 조각은 들썩거리더니 공중으로 날아 올랐고 위에 올라타 있던 에크만도 딸려 올라갔다. 던전 안이라 그리 높이는 못 올라갔지만.
“조각이 아니었네? 에잉, 버닝 핸즈.”
아이스 가고일이 그를 떨어뜨리려 이리저리 날아다니는데도 그저 실망했다는 듯이 말하고 머리를 가격하는 에크만. 뒤통수를 얻어맞은 가고일은 머리의 상당부분이 박살나며 추락했고 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무사히 바닥에 착지했다.
“안 갈 건가?”
“가시죠.”
마법사가 한 짓치곤 조금 어이없는 일이긴 했지만 세컨드 클래스로 격투가 쯤을 택한 거라 생각하니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렇게 2층도 무사히 클리어, 3층에 도착하자 30m쯤 앞에 두 마리의 아이스 트롤이 마중 나와 있었다.
“불을 사용해서 회복력을 없애는 것도 힘들 테니 처음부터 목이나 심장을 노려야겠군요. 저희 기사들이 처리하겠습니다.”
마스터 기사 세 명이 나서자 다른 사람들은 구경밖에 할 것이 없었다. 프리스트는 그나마 보조 주문이라도 걸어줬지만.
“끄에에.”
1대1로도 가볍게 상대할 수 있는 자들이 수적인 우위까지 점했으니 결과는 말할 것도 없었다. 마냥 지켜봐야 한다는 게 지루하긴 했지만 공짜 경험치가 들어오니…… 참을 수밖에.
“정지.”
다시 길을 가던 중 제일 앞에 있던 로그 하나가 트랩을 발견했는지 정지하라 외치자 모두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단 한 명만 제외하고.
“음?”
“어? 어??”
“으악!!!!”
피슉-.
어디다 정신을 팔고 걷던 것인지 알테어가 멈추지 않고 기사에게 부딪쳐 버렸고 그 기사는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어 로그를 밀어 버렸다. 로그가 넘어지자 아래에서 솟구치는 창날들. 그렇게 알테어는 한 건 해냈다.
“아, 미안.”
“…….”
전혀 미안한 표정도 아닌 주제에 자긴 할 거 다했다는 듯 팔짱끼는 그를 보며 남은 두 로그는 이 파티와 계속 같이 가야하나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바닥이 미끄러워서 실수 하셨나 봅니다. 계속 가죠. 로그 분들은 함정 해제를 시작해 주십시오.”
그 말을 믿어줄 리 만무했지만 다행히 로그들은 떠나지 않고 함정을 제거했다. 주위를 경계해 가면서…….
“모두 제거했습니다. 그리고 저흰 좀 더 앞서 가도록 하지요.”
“제 생각에도 그러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방금 같이 어이없게 죽기는 싫었는지 로그들은 더 앞서 가겠다 말했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동의했다.
“쿠우우우우.”
어느 정도 걷는 동안 추가로 몇 마리의 아이스 트롤이 나왔고 그때마다 손 쓸 새도 없이 기사들이 달려가 해치워 버렸다. 그러던 중 뒤에서 갑자기 리젠 된 중급의 아이스 골렘. 심심했던 일행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멀티 샷.”
“아자자잣!!!”
나타나기 무섭게 궁수가 골렘의 몸에 화살을 박아 넣었고 격투가는 정확히 화살을 가격해 얼음으로 된 몸체를 박살냈다. 얼음 위에 바늘을 살짝 박고 망치로 쳐서 부술 때의 느낌이랄까?
“2층에서 하급 골렘, 3층은 중급, 그럼 설마 다음 층에…?!”
일단 몸은 풀어서 좋았지만 갑자기 생긴 몬스터 간의 격차에 기사들을 제외한 모두가 당황해 했다. 저들은 미리 조사해 본 건가?
“맞습니다. 제가 알아 본 바로는 4층에서 상급 아이스 골렘과 아이스 오우거가 나오죠. 그 다음 층은 확인해 보지 못했습니다만 마지막 층의 얼음의 여왕을 지키는 파수꾼 격인 존재나 4층과 비슷한 수준의 몹이 포진해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
아이스 오우거는 그렇다 쳐도 상급 골렘이라면 마스터나 되어야 겨우 잡을 수 있는 대단한 놈이다. 그 전까지의 골렘과는 다르게 속도도 느리지 않고 방어력도 뛰어나며 ‘재생’이라는 카드를 가지고 있으니까. 상황이 이쯤 되자 지루함에 하품까지 하던 일행의 얼굴은 굳어졌고 아이스 트롤이나 골렘이 나와도 최소한의 행동으로 처리하며 힘을 비축했다.
“소환, 아이스 골렘.”
4층에 도착하자마자 중급의 아이스 골렘을 소환하는 소환술사. 그러고 보니 여기 있는 사람들 중 두 명밖에 이름을 모르는 군. 뭐, 워낙 잘나신 분들이니 가만히 있어도 나중에 알게 되겠지.
“마법사와 정령술사 분들, 골렘에 물 좀 부어주세요.”
“그거야 어렵진 않지만…….”
“뭐가 재밌는 일을 할 것 같은데 도와주지, 아쿠아!!”
“아쿠아.”
“운디네.”
세 명의 마법사와 한 명의 정령술사가 일제히 물을 퍼붓자 골렘은 녹아 내렸다. 역시나…….
“어? 이게 아닌데….”
얼어붙어서 골렘의 방어력을 높여 줄 것이라 생각했던 물들이 도리어 골렘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하자 소환술사가 당황해했다. 할 수 없군, 나름대로 필요한 전력이니 돕는 수밖에.
“저번에 고렘한테 물이 플러스 효과를 낼 수 있던 건 매서운 바람이 불고 있어서였는데 이런 동굴 안에서, 그것도 약해진 골렘한테 물을 부으면 얼 리가 있나!! 프리즈.”
“그럼 직접 얼려줘야겠군. 프리즈.”
“프리즈.”
“실피르.”
바람의 중급 정령인 실피르의 보조 하에 골렘은 본래의 모습을 찾는 것은 물론 두꺼운 갑옷까지 걸치게 되었다. 속도야 떨어지겠지만 좁은 던전 안에서 방패막이 역할은 충분히 해주겠지.
“역시 사부님이셨군요!!”
“에…… 엑?”
“방금 ‘저번에’라고 하셨잖아요. 그리고 변함없는 그 복장!! 사부님이 틀림없어요!!!”
내가 이런 말실수를 할 줄이야……. 그리고 복장? 그러고 보니 이 장비에서 안 바꾼 지 꽤 됐군.
“그건, 그러니까…….”
“제자, 나키르. 사부님께 인사 올립니다.”
넙죽 절을 하는 소환술사, 아니 나키르. 또 도망가고 싶은 생각은 굴뚝같았지만 빠져나갈 수 있을만한 상황도 아니었고 절을 한번으로 끝내는 바람에 포기했다. 젠장, 혹하나 붙이게 생겼군.
“뭐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좀 서둘러 주시죠. 몹이 한 마리라도 더 리젠되기 전에 가야 할 것 같은데요.”
“알겠습니다. 아이스 골렘, 전진.”
나키르의 명령에 따라 골렘은 천천히 전진 했고 여유가 생긴 틈을 타 나키르는 내 옆에 붙어 가르침을 청한다느니 하는 온갖 쇼를 해댔다.
“빨리 몬스터라도 나왔으면…….”
몬스터가 나오면 녀석의 주의도 그 쪽으로 돌아갈 것이기에 내뱉은 말이었지만 다른 일행들은 내게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니들이 내 상황이면 이런 소리 안 나올 것 같냐?!
“말이 씨가 된다더니…….”
정말로 나타난 아이스 오우거. 다시 쏟아지는 눈총에 딴청을 피울 수밖에 없었다.
“힘으로 밀어 붙여!!”
나키르는 골렘에게 힘으로 맞상대 할 것을 명령했다. 아무리 골렘의 크기가 크다지만 급이 다른데…….
“우어어어.”
찍어 내리듯 무게로 오우거를 짓누르는 아이스 골렘, 하지만 그걸 받아내는 오우거의 힘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기사들이 놀고만 있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듯 힘의 균형이 깨지며 놈의 몸은 무너져 내렸다.
“다시 얼려주세요.”
오우거의 막강한 힘과 맞서느라 부서져 내린 몇 군데에 보수공사가 이루어졌고 곧 골렘은 제 모습을 찾았다.
“어때요, 사부님?”
“괜찮은 생각이긴 하지만…….”
“그쵸? 그쵸?”
이젠 자포자기 상태, 사부라 하든 뭐라 하든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저 방법에 문제점이 보이긴 하는데…… 벌써 말할 필요는 없겠지.
“나키르님, 계속 그렇게 부탁드립니다.”
“맡겨만 주시라니까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외치는 나키르. 강화시킨 골렘을 앞세워 아이스 오우거 몇을 상대하며 나가는 일행의 앞에 걱정했던 아이스 골렘이 나타났다.
“상급이 별거냐, 공격!!!”
지금까지와 같이 적을 향해 나아가는 골렘. 그러나 두 골렘의 손이 맞부딪쳤을 때 나키르의 골렘의 손은 산산이 부서져버렸다.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군.
“말도 안 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듯 나키르가 소리쳤지만 내가 보기에 이건 예정된 일이나 다름없었다.
“뭣들 해, 골렘은 얼마 못 버텨!!!”
너무 쉽게 부서지는 골렘의 모습에 넋 놓고 있던 일행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팔을 잃어 공격을 하지 못하는 강화 골렘은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상급 골렘의 주먹에 박살이 났고, 얼음조각을 사방으로 튀기며 무릎을 꿇었다.
“검강!!”
“마나 샷.”
“파워 너클.”
“파이어 랜스.”
“라이트닝 랜스.”
상대가 상대이니 만큼 상위 기술을 퍼부었다(마법사는 상위 마법중 대부분이 범위 공격이므로 제외). 질도 질이거니와 양으로까지 밀어 붙이자 상급 골렘은 그 자리에서 거의 움직이지 못한 채 쓰러졌고 기사 한 명이 달려가 심장 부근에 있던 코어에 검을 박아 넣었다. 그래야 재생하지 못하니까.
“쳇, 거지잖아? 덩치 값도 못하는군.”
상급 골렘에게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 아쉬워하는 일행들과 달리 나키르는 패닉상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당연한 결과였어, 실망하지 마. 그 정도 버틴 것 만해도 중급치곤 대단한 거야.”
“사부, 아무리 상급 골렘이라도 힘은 오우거와 비슷한 정도일 텐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거죠?”
“아무리 얼렸다곤 해도 골렘의 원래 강도를 따라갈 순 없지. 여기까지 오면서 몇 번이나 오우거에게 몸이 부서졌잖아? 그 상처를 덜 단단한 얼음으로 메웠고. 데미지가 쌓이고 쌓여 거의 인공적인 얼음으로만 만들어진 팔이 쉽게 부서진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거지.”
“네…….”
“그래도 그 큰 레벨차이를 좁혔었다는 건 대단한 거니까 힘내.”
“역시…… 그렇죠? 대단한 거 맞죠?”
“으, 으응…….”
조금 위로해 줬더니 금세 털고 일어났다. 참 회복이 빠른 녀석이로세.
“자, 갑시다. 아이스 골렘 소환.”
아이스 골렘만 몇 마리를 테이밍 해 둔 건지 또 한 마리를 꺼냈고 강화 작업에 들어갔다. 어차피 아이스 골렘과 아이스 오우거, 두 마리가 함께 설만한 넓이의 길이 아니어서 강화된 골렘은 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었고 부서져도 또 소환해 냈다. 드디어 대망의 5층!! 크기 때문에 골렘은 역소환 해야 하는지라 다시 기사들이 앞에 섰고 긴장된 마음으로 한 걸음씩 발을 옮겼다.
“넓다.”
“넓네?”
“넓잖아!”
5층에 내려온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이렇다 할 길도 없이 넓기만 한 곳 가운데엔 네모난 얼음 덩어리가 자리하고 있었고 그 뒤편으로 6층 입구가 보였다. 로그들이 앞서가며 트랩을 찾아봤지만 중간이 넘게 이동해도 아무런 장치를 발견 할 수 없었다.
“열쇠 구멍?”
6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두꺼운 쇠 판자로 막혀있고 열지 못하게 자물쇠까지 채워져 있는 것이다. 로그들이 한참을 고생해 봤지만 그들로도 무리인지 고개를 저으며 물러섰고 성질 급한 사람들이 나섰다.
“이딴 것쯤은 부숴 버리면 되잖아.”
쿠웅-!
자신의 오리하르콘 너클에 대한 믿음이 큰지 자신만만하게 나서며 문을 가격한 격투가 권혼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듯 한발 물러섰고 문은 흠집하나 없이 깨끗했다.
“오리하르콘 너클에 부딪히고도 멀쩡하단 것은 설마…… 이 문이 오리하르콘의 강도를 넘어 선다는 소리야?!”
쿵 쿵 쿠구궁-.
뭔가 무거운 것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니 중앙에 있던 얼음 덩어리가 부서지며 뒤쪽이 보일 정도로 깨끗한 골렘을 만들어지고 있었다.
“최상급 골렘?!”
“미친…….”
상급이 마스터와 싸워 밀리지 않는데 최상급은 어떠하랴? 최종 보스인 얼음의 여왕 앞에서 이런 무지막지한 놈을 내놓은 제작사를 원망하며 전투태세를 취했다.
“피해!!”
퍼억!
최상급 골렘, 이놈 역시 A.I인지 자신이 만들어지며 생긴 얼음덩이를 던져 원거리 공격을 시도했다. 결과는 성공, 미처 피하지 못한 알테어의 머리에 얼음이 부딪치며 즉사해 버렸다.
“또 온다.”
쿠웅-!
방금 전의 정확한 헤드 샷은 우연이었는지 실제 골렘의 컨트롤은 최악이었다. 하지만 엄청난 힘으로 던져대니 오히려 위험할 수 있었다.
“하이딩.”
“속, 관통.”
“폭강.”
주위에 던질만한 얼음덩이가 없자 달려드는 골렘에게 이쪽 역시 원거리로 맞이해 줬다. 궁수의 빠른 공격과 다소 느리긴 해도 강한 범위 공격인 기사들의 폭강. 골렘은 높은 자신의 방어력을 과시하듯 그대로 뚫고 들어왔다.
“뭐야?!”
퍼억-!
분명 팔꿈치까지 부서지는 게 보였는데 골렘은 팔을 휘둘러 기사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이건 아마도…….
“재생!!”
“재생 속도가 상급하고 너무 차이나잖아!!!”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재생 능력이지만 지금 투덜거려봤자 아무 소용도 없다. 일단은 가까이 접근한 골렘으로부터 떨어지는 게 최우선. 각자 필사적으로 움직였지만 안타깝게도 궁수가 사망했다.
“젠장, 불을 쓸 수도 없고 미치겠네.”
“불? 얼음이 녹는다? 얼음 속성 몬스터가 약해졌다? 그래!!”
이 섬의 얼음이 녹는 다는 것은, 얼음 속성의 몬스터가 약해졌다는 것. 반대로 불 속성이 강해졌다는 뜻이다. 그러니 눈보라가 몰아치는 밖도 아닌 여기에서 불을 쓰지 않을 이유는 없다는 소리!!
“멸망으로 이끄는 홍염의 불꽃, 그랜드 파이어.”
기사 둘을 혼자서 몰아붙이는 골렘의 등에 강한 불꽃이 강타하며 상당히 큰 데미지를 입혔다. 그 틈을 타 기사들은 검강을 뿌리며 몸을 빼냈고 검강에 골렘의 목이 달아났다.
“멍청한 놈들!!”
그제야 자신들의 실수를 깨닫고 재공격을 시도하는 기사들. 하지만 목을 잃고도 휘두르는 골렘의 팔에 맞아 멀찌감치 밀려날 뿐이었다. 잘려나간 머리는 금세 복구됐고 골렘은 나를 찾기 위해 뒤로 돌아섰다.
“멸망으로 이끄는 홍염의 불꽃, 그랜드 파이어.”
쿵 쿵 쿵-.
에크만의 기습적인 공격을 가볍게 피한 골렘은 타깃을 바꿔 달려왔다. 육중한 덩치와 안 맞게 마스터급 기사를 상회하는 놀라운 속도!!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거리는 반으로 좁혀졌다.
퍼엉-!
누가 특별히 공격한 것도 아닌데 골렘의 등이 큰 폭발과 함께 터져 나갔다. 곧 복구 됐지만.
“블링크.”
“블링크.”
휘청거리는 순간을 이용해 이동한 나와 에크만. 각각 이동한 장소는 그랜드 파이어가 떨어진 곳과 기사들의 옆이었다.
“이런 거였나?”
그랜드 파이어가 떨어졌을 곳을 확인해보니 골렘의 폭발이 이해됐다. 그곳은 다름 아닌 6층으로 가는 계단. 입구를 막은 철문에 떨어진 듯한데 폭발의 흔적 따윈 어디에도 없었다.
“실험해 보면 확실해지겠지. 파이어 볼, 파이어 볼.”
펑 펑-.
역시나, 철문에 쏘아낸 파이어 볼은 공간이동이라도 한 듯 사라졌고 폭발은 골렘의 등에서 일어났다. 기사들에게 가다가 돌아선 골렘은 괴성을 지르며 달려왔고 그 뒤로 끔찍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게 대항하는 자들은 모두 한줌의 재로 화할지니, 인페르노.”
“블링크!!”
후끈한 열기가 느껴질 즈음 다행히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고 골렘 역시 빗맞은 터라 범위 밖으로 뛰어나가 데미지를 줄였다. 그리고 아무도 없던 공간에 덩그러니 놓인 두 구의 회색 시체, 골렘이 나타나자 하이딩으로 숨어있던 로그들이었다.
“어라? 미안.”
이번에도 역시 그 한마디가 끝이었다. 아마도 그들은 파티 중이라 떴을 PK신고 창에 YES라 적어 넣을까 고민했으리라. 이쯤 되니 나도 방금 인페르노에 대해 따지길 포기했다.
“소환, 엑젝터.”
“소환, 봄 X 3.”
사마귀 인간이라 할만 한 형태를 지닌 불의 상급 정령 엑젝터와 바닥으로 쏘아지는 파이어 볼 같이 공 모양에 머리가 삐죽한 봄이 나타나 나름대로의 전투 자세를 취했다. 잠깐, 봄이라면……?!
“봄에게 보조를!!”
“블레스.”
“스피드 업, 아머 인챈트.”
툭 툭-.
나키르가 봄의 머리를(어차피 머리뿐이다.) 두어 대 쥐어박자 주먹만 하던 몸집이 사람 머리통만 하게 커졌다.
“가라!!”
나키르의 명령에 따라 골렘과 엑젝터의 격전장으로 향한 봄들은 골렘의 몸을 들이받고 더 커졌다.
“크워.”
특별히 큰 데미지를 주는 것도 아니면서 자꾸 덤비는 놈들이 귀찮았는지 팔을 휘둘러 쓸어버리는 골렘. 하지만 그것은 명백한 실수였다. 내가 아는 한 저 봄이란 놈들은……
“지금이다, 자폭!!”
……자폭 몬스터인 것이다. 커질 대로 커진 세 마리의 봄은 다시 한 번 골렘에게 뛰어들었고 골렘의 손이 닿기 전에 하얀빛을 내뿜으며 자폭해 버렸다.
“좋았어!!”
조금 떨어져 있던 엑젝터마저 크게 밀려날 정도니 그 위력은 짐작할 수 있으리라
“크워어어어어어!!!!”
죽지 않았음을 과시하듯 괴성을 지른 놈은 만신창이가 된 몸을 끊임없이 복구하며 달려왔다.
“마, 막아!!”
엑젝터가 앞을 막아서 보지만 봄의 자폭에 말려들었던지라 HP(hit point)의 대부분을 소모한 상태였고, 골렘의 주먹 한방에 나가떨어지며 소멸되었다
“블링크.”
“블링크.”
“폭강.”
“권풍 연타, 그 이름도 유명한 백보신권이시다!!!”
우리 마법사들이야 쉽게 도망쳤지만 기사와 격투가 등은 도망 자체도 쉽지 않을뿐더러 뒤에 다른 사람들까지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다.
“망할…….”
“크워!!”
폭강에 맞아도, 백보신권이라 명명된 권풍 연타를 맞아도 녀석은 꿋꿋이 달려갔고 자신을 가로막는 격투가를 저만치 날려버렸다. 누군가를 찾는 듯 헤집고 다니는 녀석에게 멍하니 서있던 프리스트 하나가 사망했고, 봄 때문에 미움을 산 건지 나키르도 큼지막한 주먹에 압사 당했다.
“모든 것을 불태우는 뜨거운 숨결, 브레스 오브 파이어.”
“내게 대항하는 자들은 모두 한줌의 재로 화할지니, 인페르노.”
뒤에서 지켜보자니 골렘과 일행들이 일직선상에 놓여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 틈을 타 에크만과 함께 범위 공격. 제대로 중심이 맞아 몸을 움직일 수도 없을 터였다. 등의 충격을 느꼈는지 재빠르게 돌아서 팔을 교차하는 골렘. 다행히 녀석의 재생 속도보다 녹는 속도가 빨라 재생 능력의 근원이 되는 마나가 담긴 코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코어에 근접에서일까? 약간을 남겨두고 녹는 속도와 재생 속도가 비등해졌고 에크만은 어떨지 모르지만 내 마나는 바닥을 보이려했다.
“검강!!”
뒤쪽에 서있던 기사가 검강을 끌어 올려 코어 부분을 향해 찔러 넣었다. 하지만 등은 아직도 얼음이 두껍게 버티고 있는 상태, 검은 코어에 닿지 못한 채 멈춰 서려했다.
“큭…….”
마나가 바닥났음을 알리듯 두통과 함께 몸에 힘이 쫙 빠졌고 골렘의 앞쪽의 두께도 조금씩 더해져갔다.
“하압.”
쾅!
갑자기 골렘의 등이 터져나가며 검이 자유로워졌다. 장애물이 사라진 검은 다시 한 번 힘을 내 코어를 찔렀고 반쯤 파고들 수 있었다.
“권혼님, 나이스!!”
조금 전 날아갔던 권혼이 6층 계단의 철문을 내려쳐 검을 자유롭게 만든 것이었다. 힘을 잃은 골렘은 실 끊어진 마리오네트처럼 제자리에 쓰러졌고 레벨 업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마나가 차올랐다.
“스테이터스 창 오픈.”
“스테이터스 창 오픈.”
마스터는 본래 직업으로 몬스터를 잡으면 전혀 경험치를 얻지 못하고 파티 했을 시 다른 파티 원들에게 분배되는 경험치를 약간 올려주기만 할 뿐이니 마스터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만 레벨 업을 확인했다. 확인된 내 레벨은 93, 무려 3레벨이나 오른 것이다. 도중에 많이 죽어나간 것도 있지만 마스터와 파티한 덕도 봤군.
“그냥 파수꾼 역이었는지 열쇠 하나만 나왔군요. 사람이 많이 줄었는데 계속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당연하지!! 여기까지 와 놓고 돌아갈 순 없어.”
“하지만 6층에 있는 얼음의 여왕은 더 강할 텐데요. 열쇠도 있고 골렘의 공략법도 알았으니 인원을 보충해서 다시 오는 것이 어떻습니까?”
“뭐? 공략 법을 알아?! 운 좋게 칼질 한번 성공하더니 기고만장해 졌구나!! 너, 다시 저놈하고 붙어서 이길 자신 있냐? 없지? 나중에 탓하지 않을 테니까 무서우면 열쇠만 내려놓고 가라, 겁쟁아.”
“뭐야!! 마스터나 돼서 마스터도 아닌 유저한테 진 주제에!!!”
에크만의 직설적인 발언에 기사가 응수함으로써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침묵이 흐르며 그의 손은 검으로 다가갔고 에크만도 마나 포션을 홀짝이며 오른 손을 들어 올렸다. 금방이라도 PK가 일어날 것 같은 상황. 싸움구경이 재밌다는 건 익히 알고 있지만 나 역시 내려가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말려야했다.
“그 말씀은 저를 깔보는 걸로 들리는군요.”
“아, 아니. 그런 뜻은…….”
확실히 그의 발언은 나를 포함해 전 마법사를 적으로 돌릴 수 있는 것이었다. 장외든 뭐든 일단은 최강자인데 그걸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이니까.
“뭐, 그런 걸 따지려는 건 아닙니다. 위험한 건 알지만 저도 내려가 보고 싶어졌거든요. 그냥 돌아간다고 해서 그 열쇠가 남아있을지도 의문이구요. 또, 파수꾼 역을 하는 몬스터 중 한번 죽을 때마다 더 강해져서 배치되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쳇, 그럼 전 전멸 당해도 모릅니다.”
결국 내려가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사람 수가 줄어든 만큼 자리 배치도 바뀌었는데 둘 남은 기사가 맨 앞, 정령술사와 프리스트가 중간, 그 옆으로 나와 에크만, 맨 뒤에 격투가와 카사 두 마리였다. 열쇠로 자물쇠를 따고 철문을 열자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왔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자 다른 놈들처럼 각지지 않고 성인 여성과 흡사하게 생긴 얼음의 여왕이 왕좌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참(charm)이라도 걸게 하려는 건가, 뭐가 저렇게 예뻐?”
“오셨군요, 인간 족의 용사들이여.”
“우린 용사고 나발이고 하는 게 아니니까 이거나 먹어라. 내게 대항하는 자들은 모두 한줌의 재로 화할지니, 인페르노.”
얼음의 여왕은 뭔가 할 말이 더 있는 것 같은데 에크만이 기습을 가해버렸다. 그의 주문에 살짝 얼굴을 찡그린 그녀는 손을 한번 쥐었다 펴더니 입 앞으로 가져갔다.
“전 싸우려는 게 아닙니다. 다이아몬드 더스트.”
손바닥에 생겨난 하얀 얼음 가루들이 그녀의 입김에 따라 앞으로 퍼져나가며 인페르노의 불꽃에 맞섰다. 힘은 호각, 계속 해봐야 의미가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에크만은 자신의 마나가 모두 소모될 때까지 계속해서 인페르노에 마나를 공급했다. 끝내 모든 마나를 써버린 에크만이 휘청거렸고 그에 맞춰 다이아몬드 더스트의 힘도 줄어갔다. 아니, 줄여준 건가?
“전 여러분과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몬스터와 인간이 싸우는 건 당연한 것인데 싸우고 싶지 않다는 이상한 말에 에크만을 돕는 걸 포기하긴 했는데 잘 한 일인지 모르겠다. 상당한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좋은 공격 기회였는데…….
“당신은 이 던전을 지키는 자, 그러니 우리와 싸우는 게 정상 아닙니까?”
“원래는 그렇지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특별하답니다.”
“특별?”
“예, 지금 새로 불의 최상급 정령이란 자리에 오른 이플리트가 마법 진을 설치해 불의 힘을 늘리고 있습니다. 불의 힘이 늘어감에 따라 자연히 얼음의 힘은 약해지고 있죠. 그의 이러한 행위는 음과 양의 균형을 깨뜨리는 무서운 일입니다. 결국엔 이 세계를 파멸로 몰고 갈 정도로……. 제가 나서서 막고 싶지만 전 이곳을 떠날 수 없습니다. 저까지 당하게 된다면 이곳의 아이들은 더욱 약해져 살아갈 수 없을 테니까요. 아니, 어쩌면 이 섬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약해지는 것까지는 좋은데 이 섬 자체가 붕괴되는 건 곤란하지. 이런 넓은 곳이 사라지면 다른 곳으로 사람이 몰릴 테고 그러면 레벨 업도 힘들어 지니까.
“그걸 왜 저희한테 말씀하시는 겁니까?”
“인간의 용사들이여, 나를 대신해 음과 양의 균형을 맞춰주세요. 화탑으로 가 그들을 응징하는 겁니다.”
“할 거지?”
가장 가까이에 있던 에크만이 뒤돌아서 물어보고는 대답을 듣기도 전에 다시 몸을 돌렸다. 어차피 마다할 사람은 없을 테지만.
“하지. 그런데 보수는?”
“특별히 드릴 건 없지만 제가 가진 마법서 몇 개와 무기들을 드리겠습니다.”
“그 마법서 라는 거, 지금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이번 일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아주 오래 전에 어느 마법사가 제게 맡긴 것들이라 얼음 속성이 아닙니다. 큰 도움이 되진 못할 것 같군요. 그리고 어디까지나 ‘보수’이니까요.”
[ 화탑 정벌 퀘스트를 얻으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