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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샐리 누나 (97/100)

제12장 샐리 누나

"한동안 잠잠하더니 또 시작이군."

난 저번 치료의 온천 이후 한동안 조용한 뒤 또 요새 난리를 피우고 있는 내 안의 그분을 생각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다행히 아직까지 피가 역류하지는 않고 있다.

그렇지만 머지않아 또 피가 역류하겠지?

젠장, 도대체 치료의 왕발인가 족발은 어디 있는 게냐?

"표정이 왜 그래?"

"......?"

그때 치료의 왕발을 찾지 못해 꿀꿀해하고 있던 내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분명 이 익숙하고도 반가운 목소리는!

"샐리 누나?!"

"하이!"

"......!"

그렇다. 저번에 꽃집에서 재회한 샐리 누나였던 것이다.

그리고 참고로 그날 모든 오해는 풀렸고, 우리는 다시 사이가 좋아졌다.

물론 그녀는 하고 있던 일이 있어서 그 일을 끝내고 다시 나를 찾아오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킨 것이다.

"헉! 그대는 나의 베이비?"

"......."

"......."

그 순간 어느새 정말 대단하게도 샐리 누나의 냄새를 맡았는지 저 멀리서 케찹이가 큰 소리를 치면서 달려왔다.

저 자식은 진짜 이럴 때마다 섬뜩하다.

분명 보이지도 않던 놈이 여자만 나타나면 저렇게 들이대니.......

한편 오랜만에 보는 케찹이를 보고 샐리 누나는 싱긋 웃었다.

근데 내가 보기에는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에, 뭐라고 해야 하나? 웃음 속에 엄청 복잡한 의미가.......

"플레임 스트라이크."

콰앙!

"아아악!!"

"......."

그때 순간적으로 누나의 입이 열렸고, 그와 더불어 날아오던 케찹이의 발밑으로 거대한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참고로 케찹이는 그거 맞고 저 하늘로 비상 중이다.

이제야 알겠다, 방금 전 그 미소의 의미를.......

그런데 역시 붉은 마녀라고 불리는 샐리 누나, 가차 없다.

항상 케찹이가 달려들면 연희나 은애, 그리고 이리엘까지 그저 당황하기만 하는데, 이분은 그저 한마디로 케찹이를 저 멀리 날려 버린다.

역시 평범한 여자랑은 다르시군.

"에, 그러니까 치료의 왕발을 찾고 있다고?"

"네, 개인적으로 볼일이 있어서."

"나 아는데."

"네?!"

"치료의 왕발하고 조금 안면이 있어."

"헉!"

그때 난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를 하는 도중 엄청난 정보를 습득했다.

그리고 그건 바로 샐리 누나가 치료의 왕발을 안다는 기막힌 사실이다.

이게 바로 대박인 게냐?

아, 그런데 저런 아리따운 분이 어떻게 치료의 왕발을 아는 거지?

"......!"

그 순간 난 나도 모르게 위험한 상상을 해 버렸다.

혹시 누나도 그 치료의 왕발이라는 존재에게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건가?!

정확히는 치료의 왕발의 발 냄새에?

저 아름다운 누님이 발 냄새 치료를......?

아악! 생각만으로도 오한이 드는 위험한 상상이다.

아, 아닐 거야. 그래! 아무리 그래도 저 누나와 발 냄새는 어울리지가 않아.

어찌 됐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래, 중요하지 않아!

그리고 아프면 어쩔 수 있나, 발 냄새라도 맡아서 치료가 된다면.......

하지만 저 아름다운 얼굴에 발을 들이댔을 거라고 생각하니. 아아악!!

물론 치료를 받았다고 확신은 없지만 받았다고 가정한다면 진짜 슬프다.

왜 슬프냐고?

나도 모른다. 그저 슬플 뿐!

샐리 누나를 일행들에게 소개하기 위해서 데리고 갔다.

그런데 모두 표정이 약간 이상하다.

연희와 이리엘은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이고, 마요네즈와 버스틴, 그리고 길쉬는 '또 여자 데리고 왔어?'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이다.

그리고 추가로 은애와 사렌은 약간 혐오스러운 듯 나를 바라보고 있다.

잠시만!

지금 모두 큰 오해를 하고 있다.

그저 아는 누나일 뿐인데, 내가 여자만 데려오면 뭔가 이상한 상상을 하신다.

도대체 내 이미지는 왜 이런 게냐!

어찌 됐든 지금은 오해가 더욱 깊어지기 전에 말을 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난 입을 열었다.

"여기는 샐리 누나라고, 옛날에 만났던 그냥 순수하게 정상으로 만난 아는 누나."

"......."

난 '아는'이라는 말을 특히 강조하면서 절대 불건전하거나 이상한 만남(예를 들어서 납치를 통해서)이 아닌 정식으로 안 사이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내 설명에도 일행들은 뭔가 이상한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왜 그저 아는 누나일 뿐인데 모두 그렇게 보는 거야?

"그럼, 그럼! 그저 아는 누나일 뿐이지."

"케찹이!"

그때 샐리 누나의 플레임 스트라이크를 맞고 저 하늘로 관광 갔던 케찹이가 언제 왔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뿐 아니라 심하게 미친 말을 한다. 갑자기 나의 편을 들어주는 한마디를 말이다.

내가 아는 케찹이는 세상이 무너지기 1초 전에도 남을 도와주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 요정이다. 그런데, 그런데 방금 전 케찹이는 나의 억울함을 도와주려는 듯 내가 한 말을 거들어 주었다.

도대체 이건 무슨 일인 게냐?!

왜, 세상이 무너져도 남 도와주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장담하는 네놈이 왜!!

솔직하게 말해 불안하다. 남이 도와주면 고맙지만, 케찹이가 도와주면 그저 불안한 마음뿐이다.

"그저 목욕 장면을 훔쳐본 아는 누나이지. 암!"

"......."

"......."

"......."

"......."

"너 임마!!"

그때 갑자기 케찹이는 앞뒤 다 생략하고 그저 내가 목욕 장면을 훔쳐본 변태라고 말하고 있다.

저번에도 언급한 적 있지만, 그 사건은 케찹이라는 짐승 요정을 저지하려다가 '실수'로 봤을 뿐이다(그래도 나란 놈은 정말 고의가 아니었지만, 은근슬쩍 흐뭇(?)한 광경을 참으로도 많이 겪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절대 의도한 건 아니다. 오직 사고였을 뿐!).

그런데 저놈은 전후 사정 다 빼먹고 오해할 만한 얘기만 한다.

"에? 요새는 그저 아는 누나면 목욕 장면을 훔쳐보는구나."

"잠시! 은애 씨!"

"새로운 사실을 알았어! 아는 누나는 목욕 장면을 훔쳐봐야 한다는 걸!"

"......."

그 순간 은애가 케찹이의 말을 듣고 내게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드디어 그것이 왔다, 은애 양의 해맑게 웃으면서 말하기.

이 스킬이 작동되면 일단 그녀의 미소가 너무나도 해맑아서 쳐다보지를 못하고 한마디 한마디가 마구 비수 아니, 왕 비수가 돼서 심장을 관통한다.

심지어 어느 때는 대못이 심장에 강하게 찍히는 느낌도 들 정도이다.

악! 이제는 끝났다.

분명 케찹이로 인해서 실수로 봤다고 해도 은애는 그냥 안 넘어간다.

다른 분들은 고개를 끄덕이지만, 은애는 내가 어떻게 본 이유보다도 결과에 치중하는 성격이다.

그러니까 내가 누나의 목욕 장면을 본 것에만 집중한다는?

겉으로는 실수였으니 고개를 끄덕여 준다. 하지만 가끔 톡톡 이런 말을 던진다.

'샐리 누나 몸매는 어때? 내 몸매랑 비교해 줘!' 이런 말.

특히 내가 은애의 누드 장면을 본 경험이 있기에 100% 이런 말 나온다.

100%!

샐리 누나의 친절한 설명으로 인해 모든 오해는 풀렸다.

단! 은애는 결과에 치중한다고 미리 말했으니.......

"샐리 누나 몸매는 어때? 내 몸매랑 비교해 줘."

"......."

그때 참으로 나의 예상 답안을 그대로 읊어 주는 은애 양.

카! 나도 이제 점집 차려도 되겠다. 이렇게 잘 때려 맞히다니!

흠.......

"왜 말이 없나요? 누가 더 성민 님의 마음에 들었어요?"

"......."

한편 은애는 스스로에게 감탄해서 나도 모르게 입을 다문 나를 재촉했다.

어떤 몸매가 더 좋았냐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난 둘 다 좋았다.

일단 샐리 누나는 초특급 글래머였고, 은애는 글래머에다가 완벽한 몸매를....... 컥!

줄줄.

"짐승."

"......."

과거를 상상하다 그만 나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코피.

그것도 한 개도 아니고 그 전설의 쌍코피다.

이런 젠장! 고작 그런 거에 이렇게 무너지는 거냐!

남자가 고작 그런 거에?!

하지만 솔직히 말해 샐리 누나와 은애는 보통 여성들의 누드와 절대적으로 다른 절대 누드이다 보니 어쩔 수 없다.

아, 근데 왜 점점 뭔가 변태가 되어 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게냐?

그리고 은애 양! 같이 가요!

난 어느새 씩씩거리면서 가는 은애 양을 향해 쫓아갔다.

이제는 경력 18년, 그녀의 화도 잘 풀어 줄 수 있는 나다.

그러고 보니 왠지 은애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네?

그뿐 아니라 왠지 그녀가 화나면 내가 더 찜찜하니, 이거 왜 이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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