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장 습격
"......."
"......."
"......."
"......."
모두 말이 없다.
그리고 그 이유란 저 아저씨가 한 어이없는 행동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누가 일을 시작도 하기 전에 이렇게 뒤통수를 칠 줄 알았는가?
물론 그 덕택에 지금 이 어색한 분위기도 만들어졌고 말이다.
"저 나머지 한 사람은 저놈하고 같은 생각일까?"
"흐음......."
한편 레루는 저번 독 사건 이후 저쪽 두 분에 대해서 심각하게 경계한다.
당연하게도 그 두 분이란 그 독 암살을 시도한 남자 한 명과 전혀 파악이 안 된 한 남자.
그런데 그분이 좀 경악할 만하다.
웬만해서는 나 별로 '경악'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다.
근데 저건 경악이라는 말조차도 약간 쑥스러울(?) 정도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대경악?
어찌 됐든 그런 표현을 하고 싶을 정도로 저 남자는 진짜의 행동은 무섭기까지 하다.
자신에게 일부러 상처를 내서 나는 피를 혀로 핥아먹는...... 행동, 절대 정상인으로서는 불가능하다.
"같이 즐길래?"
"......."
"소문 들었어."
"......."
"난 내 피가 좋은데, 넌 다른 사람의 피를 좋아한다며?"
"......."
그 순간 갑자기 그 남자가 내게 기어오더니(?) 한마디 하신다.
흠, 걸어오는 것도 아니고 기어왔다.
"자, 먹어."
"사, 사양하죠."
그때 그분은 자신이 상처 내서 피가 줄줄 흐르는 팔 한쪽을 나에게 권했다.
당연하지만 난 거부한다. 난 진짜 피를 즐기는 변태가 아니어서 말이다.
물론 실제로 굳이 먹을 수밖에 없다면, 죽어도 남자의 피는 안 먹는다. 그저 미소녀 피만...... 아니, 이게 아니라 어찌 됐든 절대 거부다.
"괜찮아. 처음에는 쑥스럽지만 한 번 먹으면 주변 시선 따위는 신경 쓰이지 않아."
"아니, 그게 아니고......."
"음, 좋아. 특수 부위를 줄까?"
"......."
"오케이! 동지를 만난 기념으로 특수 부위인 허벅지 피를 줄게."
"......."
"다가와, 다가와!"
"......."
난 다가오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떨어졌다.
무, 무서워. 이토록 미친놈은 처음 봐.
진짜 내가 낸 헛소문의 주인공을 실제로 보자, 이건 진짜 감당 안 된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라면 저분은 그저 미쳤을 뿐 이상한 꿍꿍이 따위는 없다는 걸 확인했다.
저기서 이상한 액체(독으로 추정)를 만지작거리면서 언제 같은 편을 죽일까 생각하는 분보다는 훨씬 낫다는 거다.
"근데 주인, 이번 의뢰에서 메테오 떨어진다면서? 막 지진도 나고."
"......."
한편 케찹이가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 가지고 이번 의뢰에 대해서 한마디 했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 난 어처구니가 없다.
넌 지금 그 말을 믿어? 뭐? 메테오가 떨어져?
물론 피엘이 그런 말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그만큼 위험하다는 걸 빗대서 말한 거지, 그걸 실제로 믿는 바보가 어디 있냐(처음에는 자신도 믿었음)?
저 물건이 정말 엄청나다는 건 짐작이 가지만, 그렇다고 진짜 메테오가 떨어질 리는 없지 않은가?
풋, 순진한 자식!
"저기 근데, 주인."
"......?"
"뭐 한 가지만 물어봐도 돼?"
"뭐?"
그 순간 갑자기 케찹이가 뜬금없는 소리를 한다.
갑자기 메테오 이야기하다가 뭘 물어보겠다는 게냐?
한편 케찹이는 내 허락에 허공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저게 뭘까?"
"......?"
저게 뭐냐고?
난 케찹이가 도대체 뭘 말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그래서 지금 케찹이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거기에는 뭔 운석 같은 게 떨어지고 있는 풍경이 내 눈에 들어온다.
물론 그걸 본 난 케찹이를 향해 한심한 듯 말했다.
"이 바보야, 운석이잖아!"
"......."
이 등신, 운석도 못 알아봐서 내게 그걸 물어봐?
쯧! 정말 수준......!
운석?!
난 케찹이의 바보스러움을 탓하다가 내 입으로 말한 '운석'이라는 단어에 순간적으로 지금 무슨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다.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진다.
그 말은 바로 운석=메테오라는 공식이다.
한마디로 진짜 피엘이 농담(?) 삼아 이야기한 게 실제로 일어난 건가? 아악!!
"메테오?!"
"말도 안 돼!!"
"운석 떨어진다!!"
"......."
한편 떨어지는 운석 님(?)을 보고 모두 순식간에 당황하면서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진짜 메테오가 떨어질 줄은 아무도 상상 못한 상황이다.
전쟁 중일 때도 보기 힘들다는 메테오가 단지 택배(?) 업무 중에 떨어지니 이게 말이 되냐!!
아니, 그리고 피엘 자식! 그딴 불길한 헛소리를 해 대니 진짜 일어나고 난리잖아! 아악!
난 평생 살면서 처음 보는 메테오라는 마법에 그대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대로 있다가는 저 운석에 맞아서 아주 제대로 뒤질 건 자명한 일이다.
나보고 어쩌라는 거냐?
"운석을 부숴 버리는 거야!"
"......."
바로 그 순간 모두 어쩔 줄 몰라 하는 상황에서 케찹이가 나름대로 현명한(?) 방법을 제시했다.
난 그 말에 눈이 번쩍거렸다.
그래! 케찹이 말대로 부숴 버리면 되는 거 아닌가?
운석이든 나발이든 일단 없애 버리면 세이 굿바이.
물론 운석을 상대로 이런 개소리가 가능한 이유는 플레이지 나이트의 측정 불가능한 힘 덕택이다.
만약에 플레이지 나이트의 그 화려한 힘을 느껴 보지 못했다면 운석을 부순다거나 하는 정말 웃기지도 않는 소리는 못한다.
하지만 난 느껴 봤기에 충분히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말도 가능하다.
그만큼 이 사기성 짙은 힘은 위대하니까.
"모두 물러나요!"
"......?!"
"......?!"
"......?!"
그때 운석을 반갑게(?) 맞이하기 일보 직전 나의 뜬금없는 소리에 다들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고 물음표를 동동 띄웠다.
솔직히 말해서 어차피 저 운석이 충돌하는 순간 물러나든 안 물러나든 그냥 죽어 버리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물러나라니 이해가 안 되는 게 사실일 터.
그렇지만 내가 물러나라는 이유는 저 운석을 피하라는 의미가 아닌, 내가 변신할 때 일어나는 충격파를 피하라는 의미다.
한데 그런 설명을 자세히 하기는 그래서 일단 줄여서 외치기는 했지만, 모두 그저 이해 못하고 멍 때리고 있을 뿐이다.
이미 메테오 님이 다가오고 있으니 모두 공황 상태인가 보다.
젠장, 자세하게 설명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한데.......
에라! 모두 엄청난 실력자인 만큼 충격파 정도는 피할 수 있겠지?
난 그런 생각과 함께 그대로 봉인을 풀어 버렸다.
파지직!
파지지직!!
"으악!!"
"이, 이게 뭐야?!"
"이 힘은?!"
"프레젠!"
"......."
그 순간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과 더불어 엄청난 충격파에 다들 주르륵 나가떨어지면서 소리치고, 난 그 모습에 내 생각이 틀렸음을 알았다.
엄청난 실력자임에도 불구하고 역시 이 무지막지한 충격파를 개기는 건 무리였다는 걸.
어찌 됐든 이야기는 후에 하고 일단은 저기서 내려오고(?) 있는 메테오 님을 부수는 게 우선순위다.
아니, 부수면 또 운석 파편이 날아다니니까 아예 소멸을 시켜야 하는 건가?
운석 소멸이라, 약간 부담되기는 하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니!
나는 그런 생각과 함께 그대로 소환한 창에 힘을 밀어 넣었다.
그러고는 순식간에 단순히 발의 힘만을 이용해 수십 미터를 고공 상승했다.
이어 열심히(?) 떨어지고 있는 메테오와 급격히 만남을 가졌다.
콰앙!!
바로 그때 내 힘이 잔뜩 실린 창과 운석이 허공에서 충돌했다.
그리고 잠시 후였다.
파지짓!!
운석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부서지는 게 아니라 사라지는 거다.
한마디로 완전 소멸하는 것!
휴우, 상쾌하군(?)!
난 운석 하나를 없애 버린 뒤 느끼는 상쾌함에 한숨을 내쉬었다.
오랜만에 힘을 잔뜩 썼더니 약간 뻐근하기는 하지만, 상쾌하기는 정말 상쾌하다.
그런데.......
"......."
"......."
"......."
왜 저분들은 갑자기 표정들이 모두 찐 호빵이 되어 버린 걸까?
특히 아까 전에 조심하라고 내게 경고를 주신 그 독을 다루는 분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움찔거리면서 뒤로 물러선다.
아니, 그뿐 아니라 더듬거리며 말하고 있다.
"저, 저는 이만 이 일에 손 떼겠습니다. 그리고 프레젠 님, 아, 아까 전에 무례를 용서하시길."
아예 손까지 떼어 버린단다.
어? 난 뭐라 하지도 않았는데 왜 자진해서 그러지?
아니, 그리고 아까 저 피 빨던 분도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다들 갑자기 어디로 간 거지?
설마 방금 전 보여 준 살짝(?) 야만적인 모습에 긴급한 오해를 하고 도망을?
아니, 그게 확실하다.
그들은 지금 나를 아주 악마 같은 이미지로 착각(?)을 하고 머지않아 자신들을 죽일 거라는 상상을 하고.......
젠장, 난 절대로 그런 상상을 한 적이 없거늘.
다들 나만 그냥 나쁜 놈 만든다. 한 것도 없는 나만!
하아, 난 도대체 이미지가 왜 이 꼴인지.......
뭐, 어차피 받는 돈의 액수는 늘어나서 나쁠 건 없다지만 그래도 씁쓸한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너 도대체 어떻게......."
그때 유일하게 도망가지 않은 레루와 란루 중 레루가 나의 미친 힘에 대해서 경악을 금치 못한 말투로 물었다.
한편 난 그런 레루의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말했잖아. 히든 클래스 얻었다고."
"......."
"이게 히든 클래스라는 거지."
"이런 미친! 내가 바보인 줄 알아?! 무슨 히든 클래스가 운석 파괴가 가능할 리가 없잖아!!"
"히든 클래스 맞아. 전설의 히든 클래스."
"전설이라도 말도 안 돼! 그게 인간의 힘이냐? 신의 힘이지!!"
"......."
그건 그렇다.
저분 말대로 도무지 밸런스랑은 전혀 맞지 않은 힘이다.
그리고 인간의 힘이라기보다는 신의 힘이라는 것도.
정말 엄청난 힘을 얻었지, 상상 초월의 힘을.......
단지 거기에 붙어 있는 미묘한 옵션들이 문제여서 그렇지.
강력한 힘을 얻었지만, 그와 더불어 별 잡다한 것들하고 다 엮이다 못해 심지어는 이상한 기생충에게 먹혀 있는 상태다.
마냥 엄청난 힘에 감동을 먹기만은 그렇다.
어찌 됐든 그렇게 자세한 내용을 말하기에는 너무 길고 하니 패스하고, 이제는 어서 다시 일을 진행시켜서 무사히 택배(?)를 마치고 택배비만 받으면 게임 오버다.
"저, 저기 지금 무사히 도착해 봤자 수고비는...... 받지 못하십니다."
"엥?!"
그 순간이었다.
아까부터 뭔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난 물건으로 추정되는 '그것'을 들고 있던 남자가 공포에 떤 어조로 말을 연 것이다.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택배가 무사히 끝나도 돈이 지급이 안 된다?
분명 내 귀가 잘못되지 않았으면 그게 분명하다.
빠직.
그리고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이마에 생기는 혈관 자국들.
한편 그걸 본 그분은 더욱 공포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
"이, 일단 진정하시고......."
진정하라고 한다.
근데 지금 진정할 상황이냐?
액수가 적은 것도 아니고, 엄청난 액수다.
그뿐 아니라 메테오까지 만나 줬는데(?) 돈이 지급이 안 된다는데. 앙?!
"그, 그러니 그게......."
"......."
그 순간 내 구겨진 인상을 본 그 남자는 더듬더듬 입을 열더니 모든 진실을 말하기 시작했다.
허허허허!
허허허허!
이럴 수가, 그럼 우리 낚인 거야?!
난 그 남자의 모든 이야기를 듣고 허탈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완전히 낚이다 못해 삶아진(?) 기분이다.
진짜 어이없다.
지금 저분의 말에 따르면, 처음부터 우리에게 돈 따위는 지급될 생각이 없었다.
한마디로 우리가 모두 죽을 거라고 확신을 했다고 해야 하나?
수고비를 받는 조건이 생존해서 배송을 마치는 게 수고비를 받는 조건이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아무도 살아남지 못하면 아무에게도 돈은 지급되지 않는다(물론 저 운송하는 아저씨도 돈을 받고 목숨을 내놓은 상태란다).
그 말은 즉 이번 의뢰자는 메테오가 떨어질 걸 알고 그런 파격적인 계약을 한 것이다.
물론 물건은 비밀리에 다른 쪽으로 돌리고, 우리에게 있다는 소문으로 우리를 미끼로 사용한 것이다.
먹이로 말이지.
"감히 순진하게 살려는 사람 건들다니. 후훗."
"어쩌려고?!"
그때 미묘한 웃음을 짓는 나를 향해 레루가 물었다.
난 그 말에 맑고 깨끗하고 자신 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털어야지."
"......?!"
"의뢰자 집을 한바탕 털면 나오겠지. 돈이 말이야."
"......."
이렇게 정당하게(?) 단순히 돈을 벌다니, 너무나도 행복하다.
"진짜 너란 놈은......."
"......?"
"너 진짜 모르는 거냐?"
"뭘."
"......."
그때 내 이런 행복한 기분과는 달리 피엘은 뭐가 못마땅한지 영 이상한 말투로 물었다.
나란 놈이 어때서?
피엘의 말이 이어졌다.
"아니, 아무리 그쪽에서 잘못을 했다지만, 그렇다고 그 의뢰자 집 전체를 다 날려 버리는 무식한 자식이 어디 있냐?!"
"다 안 날렸는데."
"......."
"절반만 날렸거든?"
"자랑이다."
지금 저분이 크나큰 착각을 하는데, 내가 의뢰자 집 다 날린 줄 안다.
난 절반밖에 안 날렸는데 말이다.
그나저나 내가 처음부터 그분의 집을 날리고 싶어서 날린 건 절대 아니다.
그러니 무슨 말인고 하니, 내가 처음에 살아서 돌아가자 그분은 상당히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난 그런 그분에게 한마디 했다, 돈 내놓으라고.
하지만 진짜 성공할 줄 몰랐던 그 아저씨는 당연하게도 돈이 없었고, 심지어는 반갑게 맞이해 주지는 못할망정 자기 병사들을 이용해서 우리를 없애 버리려는 시도까지 했다.
난 그런 처사에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살짝(?) 손 좀 봐 주었고, 덤으로 집도 다 실수로(?) 부숴 버렸다.
그렇게 약 절반 이상이 실수로(?) 부서지자 그제야 돈을 준다고 했고, 난 실수로(?) 부수는 행위를 멈출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