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권
제1장 사실
"아아악! 이 자식이!!"
"씹뽕구(?)!!"
"이놈이 감히!!"
"네놈이 감히!!"
"아아악!!"
"으악!!"
여기서 참고로 두 명이서 이야기를 나누는 걸로 착각할까 봐 미리 말한다.
지금 혼자 말한다. 일명 한 분의 입에서 두 개의 목소리가 나와서 싸우는데, 왠지 모르게 엽기적인 느낌이 마구 든다.
케찹이는 욕하고 케찹이를 먹으려고 하던 블랙 뭔가 하는 놈은 극도로 흥분해 있고, 참으로 흥미진진하다.
"으아악!!"
"으아악!!"
"......!"
그때 처음에는 그 이상한 목소리가 울리고, 연속으로 케찹이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리고 갑자기 그 이상하게 변했던 케찹이가 원래의 깜찍했던 건 아니고 끔찍했던 요정으로 되돌아오더니 그대로 픽 쓰러진다.
역시 케찹이!
너 같은 대악당이 고작 그런 허접한 악당한테 질 리가 없었던 것이다(칭찬임)!
하지만 이렇게 나이스를 외치고 있는 나와는 다르게 방금 전 엄청난 무력을 보여 주었던 남자는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블랙 페리안은 멀쩡합니다."
"......!"
내게 충격적인 말을 던진다.
그, 그럴 리가!
방금 전 케찹이가 마구 욕하면서 싸워서 이긴 게 아니란 말인가?!
난 그런 줄 알았는데!
"물론 이미 블랙 페리안이 탄생되었더라면 숙주가 이렇게 견뎠다는 사실은 저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래 봤자 시간이 늦춰졌을 뿐 머지않아 완전히 흡수당할 것입니다."
"......."
"차라리 이 기회에 목숨을 끊어 놓는 게 최고로 현명한 방법입니다."
"......."
기각이었다.
미안하지만 그쪽에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같은 케찹이가 거슬리기야 하겠지만, 난 믿고 있다.
대악당 케찹이는 고작 그런 허접 악당에게 지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그나저나 난 그것보다 아까 하던 이야기가 듣고 싶다.
뭔가 상당히 복잡하고 난해하고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이 직업에 대해서.......
"......."
난 그 남자의 설명을 모두 듣고 할 말을 잃었다.
보통 복잡한 게 아니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건 상상 초월이다.
간단하게 말해 듣고도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절대 내가 머리가 나빠서 그런 건 아니고, 오직 너무 복잡해서 그런 것이라고 알아두면 감사하겠다.
참, 이게 아니라 다시 요점을 정리하자면.......
물론 난 친절한 모모 씨보다 더욱 친절하다는 성민 씨이므로 정말 1세부터 100세까지 모두 알아들을 수 있도록 친절한 설명을.......
어찌 됐든 잡소리는 여기서 끝내고, 그 남자의 말은 이랬다.
신이 있었다.
당연하게 여기서 등장하는 신은 모든 것을 창조한 최초의 신이다. 그리고 세계 평화(?)를 위해 여섯 명의 조율자를 탄생시킨 신이다.
물론 저번에 메라가 언급했을 때는 조율자 수가 다섯이었다.
하지만 왜 저 남자는 여섯 명이라고 했을까?
그새 조율자가 뻥튀기가 됐을 리는 없고 말이다.
한마디로 메라는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감춰진 여섯 번째 조율자를 모르고 있었기에.
그리고 그 여섯 번째 남자의 정체는 여기 모든 핵심의 근원이신 블랙 군(?)과 연관되어 있다.
모든 조율자, 아니 정확히는 플레이지 나이트를 제외하고 나머지 네 명의 조율자를 원 샷 원 킬 때리신 그 엄청난 힘의 소유자 블랙 군, 아니 정확히는 블랙 젠더라고 불리는 조율자 말이다.
그가 어떤 의미로 그런 짓을 했는지는 모른다. 왜 자신의 동료였던 존재들을 죽였는지 말이다.
어찌 됐든 상황이 이렇게 되니, 그 존재를 창조했던 신도 당황했다.
세계 평화를 지키라고 했더니 삽질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원인의 핵심자인 블랙 잰더에게 벌을 주러 가신다.
하지만 벌을 주러 갔다가 벌을 당했다.
뭔 말이냐고?
블랙 젠더의 힘이 이미 창조주의 힘을 넘은 개판 오 분 전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한마디로 갔다가 오히려 봉인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쯤 되면 거의 블랙 젠더는 최강이었다. 신을 이겨 버렸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그런 그에게 최고의 라이벌이 붙었으니, 그 이름 하여 플레이지 사마.
그는 엄청난 힘으로 블랙 젠더와 싸웠다.
역시나 다른 조율자와 격이 달랐던 그.
신조차도 봉인시켜 버린 블랙 젠더와 그렇게 싸우다니!
하지만 블랙 젠더는 마지막에 치사한 방법으로 플레이지 나이트를 소멸시키지만, 플레이지 나이트는 가는 순간까지 블랙 젠더를 봉인하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블랙 젠더는 그냥 가고 싶지 않았는지 자기의 씨앗을 퍼트렸고, 그 씨앗이 강해져서 자신이 부활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는 이야기다.
한마디로 지금 그 씨앗의 주인공 중 한 명이 케찹이.
아니, 그러고 보면!!
"설마, 그 씨앗 때문에 성격이 저 지랄?!"
"......."
혹시 본성은 무척이나 맑고 깨끗하다 못해 청순하지만, 그 씨앗 때문에 케찹이 성격이 저 지랄이 된 게 아닐까?
"숙주의 성격과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
"그저 숙주의 몸에서 자라날 뿐, 그 어떤 영향도 끼치지 않습니다."
"......."
자신을 루얀이라고 밝힌 그분의 설명이었다.
그걸로 난 알았다.
케찹이 성격은 원래 지랄 맞았다고, 숙주가 없어도 원래 저 개 같은 성격이었다고 말이다.
어찌 됐든 루얀은 일단은 도와주는 게 자신의 임무라고 한다.
하지만 저 살벌한 눈빛으로 케찹이를 바라보는데, 그 말을 곧이 믿어야 할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쟤 뭐야?! 왜 나를 저런 눈빛으로?!"
"글쎄다."
"헉?!"
"......."
그때 제정신 차린 케찹이가 자신을 묵묵히 뜨겁게 바라보는 루얀을 보고 기겁한다.
내가 보기에는 네놈이 또 이상해지나 안 이상해지나 해서 보는 것 같은데, 아마도 너도 그쯤은.......
"서, 설마 나한테 반한 건가?!"
"......."
모르는군, 잡생각을 하는 걸 보면.
아니, 그런데 네놈의 눈에는 저게 그런 눈빛하고 연관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이 미친 요정!
난 나도 모르게 속으로 생각하면서 웃어 버렸다.
미친 요정, 그래! 네놈한테는 이런 별명이 제일 잘 어울린다.
블랙 페리안인가 뭔가 하는 허접한 이름보다는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