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요리
원래는 그 자식을 오늘 만날까 했지만, 꽤나 늦은 시간이고 해서 미뤘다.
그리고 요새 너무 무리하게 다녀서 휴식을 취해야 할 것도 같아서 말이다.
"벌써 9시인가?"
난 무심코 주변에 있는 시계를 보고 중얼거렸다.
오늘은 정말 그냥 쉬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는 것 말이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간단히 샤워라도 하고 취침에 들어가려고 욕실로 향했다.
그런데.......
"......."
난 가다가 멈춰 버렸다.
정확히는 욕실에서 나오는 한 여성을 보고 말이다.
마치 하늘에서 방금 내려온 천사와도 같은 외모, 그리고 찬란하게 흔들리는 검은 머리카락은 보기만 해도 심장이 벌떡거린다.
그뿐 아니다. 수건 한 장만으로 몸을 가리고 계신다(한마디로 엄청 자극적이다).
또 그분에게 강한.......
"꺄아!!"
하지만 나머지 평가는 나중에.......
"은......애 씨."
"변태."
"벼, 변태라니?"
"그럼 왕 변태."
"......."
"정말 변태, 변태, 변태!"
"아악!"
난 어느새 옷을 다 입은 채 나를 변태라고 부르는 은애를 보고 절망했다.
진짜 변태가 뭐야!!
아니, 그것보다 내가 원한 건 절대 아니었다. 은애의 야릇한 모습을 본 건 말이다.
오직 난 순수하게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목욕하러 가려다 일어난 비극의 사태인 것이다.
물론 남자로서 행복하기......가 아니라.......
"여기는...... 내 집인데?"
아니, 내 집에서 내가 목욕하러 가려다가 갑자기 은애 씨가 있는 걸 보고 만 건데, 나보고 어쩌라고!!
이건 변태가 아니라, 진짜 억울한 것이다.
한편 그런 내 말에 은애는 말했다.
"다 봤어."
"......?"
"너의 변태적인 시선을."
"......."
자, 잠시! 변태적인 시선이라니.
난 그런 적이...... 있군.
잠시 동안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좀 보기는 했다.
그래, 진짜 조금 봤음.
하지만 그건 당연한 거라고! 은애 같은 미소녀가 갑작스럽게 수건 하나만으로 있으면 그 어떤 남자라도 집중의 시간을 가지는 건 정말 당연하다.
그러니 절대 난 정상적이다.
"무, 물론 나도 좀(?) 잘못하기는 했지만, 갑자기 나타난 너, 너도 잘못한 거잖아."
"......."
"그리고 이런 야밤에 남자 혼자 있는 집에 오, 온다는 것 자체가......."
난 최대한 변태성을 줄이기 위해 살짝 은애에게 책임 전가를 했다.
한편 그 모습에 은애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왠지 모르게 몸이 움찔거려진다.
그 순간 은애는 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난 우리 집 물이 안 나와서 온 것뿐이라고."
"그, 그런 거야?"
"응."
"......."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금세 수긍이 간다.
뭔가 참 나도 단순한 것 같다.
그때 은애는 다시 나를 약간 새침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말했다.
"나, 한 가지만 물어봐도 돼?"
"......?"
갑자기 질문 모드로 변신(?)하신다.
무슨 질문을 한다는 거지?
뜬금없이 그런 말을 하자 난 조금 당황스럽다.
하지만 그렇다고 질문한다는 사람에게 하지 말라는 건 진짜 안 되니까, 난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
"뭐, 해도 되는데 뭔 질문이야?"
그러자 은애는 살짝 쑥스러운 얼굴을 하더니 물었다.
"내 몸매 어땠어?"
"헉!"
무척이나 놀랍고 당황스러운 질문을 하신다.
자기 몸매가 어떻냐니? 그, 그런 고급 질문(?)은 부담된다고!!
그렇지만 그녀가 물었는데 모른다고 하면 상처 받을까 봐 난 살짝 잠시 전의 상황을 상기해 냈다.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가슴 떨리게 만들었던 예술적인 자태.......
완벽한 글래머, 완벽한 몸매.......
그저 듣기 좋은 말이 아닌 그냥 사실대로 말하면 될 듯싶다.
그런데 그때였다.
"변태."
"......."
"왕 변태."
"자, 잠시......!"
갑자기 은애가 나보고 변태라고 말한 것이다.
그건 또 무슨 뜬금없는 소리야? 왜 내가 갑자기 변태가 되어야 하는 건데?!
한편 은애는 그런 내 의문을 너무나도 금세 풀어 주었다.
"방금 전 표정, 완전 변태 같았어."
"......."
"나 변태 아니라니까."
"농담이라니까 그러네."
"지, 진짜야?"
"진. 짜. 야."
"나 정말 그런 놈 아닌 거 알지?"
난 계속 쫓아다니면서 장난이었다고, 나의 변태성을 부인했다.
절대 난 변태가 아니고 그냥 한 남자일 뿐이다.
남자로서의 체면(?)을 지켰을 뿐이라고!!
한편 은애는 내 이런 심정은 전혀 신경 안 쓰고 유유자적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잠시 후 나를 향해 물었다.
"밥은 먹었어?"
"밥?"
"응."
난 그 말에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아니, 곰곰이 생각에 잠길 필요도 없겠다.
지금 막 게임 접속 끝냈는데, 밥 먹을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 당연히.......
"안 먹었는데."
"그렇구나. 그럼 내가 밥 좀 해 줘야겠네."
"......!!"
그 순간 난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한마디 던지는 은애를 너무 놀라서 쳐다보았다.
여기서 잠시, 나의 이런 모습을 보면 다들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아니, 궁극의 미소녀가 밥을 차려 줘?!'
하지만 지금 이런 나의 모습은 지금의 생각과 일절 관계가 없음을 미리 언급한다.
정확히는 그 반대의 상황인 것이다.
"뭐야, 그 표정은?"
"아, 아니."
그때 너무나도 놀란 얼굴을 본 은애가 새침하게 한마디 했고, 난 순간적인 대응으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은애의 저 새침한 표정이 사라진 건 아니다.
그래서 난 더듬거리며 말했다.
"너, 너무 기대가 돼서......."
"진짜?"
"지, 진짜지."
"근데 말은 왜 떨어?"
글쎄, 왜 떨까요? 나도 알고 싶어요.
왜 제가 이러는지 알고 싶어요.
......전혀 모르겠는걸요.
"......."
인간이 브레스를 쏘는 방법이 있을까, 없을까?
뭐 당연한 말이지만 없다.
하지만 브레스와 유사한(?) 무언가를 만들 수는 있다.
그럼 여기서 그 방법을 우리 모두 알아볼까요?
첫 번째, 은애 님이 계셔야 한다.
두 번째, 은애 님이 요리를 해 주셔야 한다.
세 번째, 은애 님이 만든 요리를 먹어야 한다.
자, 3분 만에 완성된다.
이게 바로 가짜 브레스를 만드는 방법이다.
뭔 말인지 이해가 안 되는가?
그럼 간단히 은애의 음식 한번 드셔 보면 알게 될 것이다. 나의 모든 말을.......
"오늘은 낙지볶음."
"그, 그래?"
"응."
"맛있......겠군."
참으로 맛있겠다는 말이 내 입에서 안 나온다.
이 한 단어 나오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아니, 사실 맛있기는 하다.
은애 요리는 정말 미치도록 맛있다. 어느 요리보다 진짜 맛있다.
한 번 먹으면 다들 뿅 갈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 엄청난 맛에도 불구하고, 난 은애가 만든 음식을 먹기가 두렵다.
그리고 그 주된 원인은 방금 내가 언급한 가짜 브레스 만드는 방법 때문이다.
요약해서 말하자면, 음식이 무척이나 맵다.
아니, 맵다는 말은 귀여운 표현이랄까?
그럼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한마디로 그냥 안드로메다 성으로 이사 가고 남을 정도의 매운맛이라고 하면, 조금은 설명이 될 듯싶다.
그런데 여기서 더욱 문제는.......
"낙지볶음!"
음식 중에서 매운 것으로 분리되는 음식이라는 것이다.
안 그래도 어떤 음식이라도 안드로메다로 관광 보내는 매운 음식으로 변신시키는 은애 양 이다.
그런데 낙지볶음이라니....... 으악!
"완성!"
"......."
그 순간 은애 표 낙지볶음이 내 앞에 등장했다.
난 이상하게 그 낙지볶음을 보자, 낙지 씨가 무척 불쌍하게 느껴졌다.
왜냐고?
죽어서도 저 시뻘건 양념 속에서 얼마나 매울까 하는 생각에 말이다.
그리고 추가로 아무리 봐도 낙지보다는 붉은색의 진한 양념만이 가득하다.
"어서 먹어."
"으응."
"......."
난 은애의 친절한 재촉에 속으로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그날 저녁.
"아아악!!"
하아, 하아.......
내 입에서 화염 브레스가 뿜어져 나온다.
이런 소리하면 거짓말 하지 말라고 할 텐데, 정말로 화염 브레스다.
물론 성분은 다르지만 말이다.
난 어찌 됐든 또다시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이미 먹은 물만 해도 10리터는 되겠다.
그 요리를 먹은 지 4시간이 지났건만 어떻게 아직도 입에서 불이 나는 게냐!!
난 참으로 은애 양에게 묻고 싶다.
어떻게 하면 이런 슈퍼 하이 스페셜 안드로메다의 매운맛이 완성되는지 말이다.
하지만 물어봐도 비밀이라고 하니.......
하아,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