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사이코 플라나인
슬프다.
과연 내가 지금까지 한 게 도대체 뭐란 말인가?
영웅왕 길가메쉬에 대한 환상으로 그렇게 열심히 찾았지만, 막상 찾고 보니 정말 완전 실망이다.
그뿐 아니라 계약하는 방법이 미묘해서 케찹이에게 양보(?)하다 보니 내게 남은 건 하나도 없다.
정말 하나도 말이지.
"하아......."
나도 모르게 한숨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난 왜 이러는 걸까.
나와 히든 클래스라는 직업은 정말 어울리지 않는 걸까?
어떻게 이렇게 히든 클래스와 인연이 없는지 미스터리 수사대에 의뢰하고 싶을 정도다.
솔직히 누군가가 저주를 내리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일이.......
그런 생각이 들자, 왠지 모르게 정말 힘이 쭉 빠진다.
그냥 일반 직업으로 전직할까?
그래도 일단 이 초보자 능력 덕택에 웬만한 히든 클래스들은 압도할 텐데.......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2년이라는 시간이....... 흑!
다른 사람은 모른다. 2년간 히든 클래스를 찾기 위해 눈물을 흘리면서 싸돌아다니던 나의 비극을.......
그런데 지금 와서 포기하기는.......
"야!!"
"......."
그때 갑자기 피엘이 뜬금없이 나를 불렀다.
참고로, 난 다시 할 짓도 없다 보니 피엘에게 달라붙어 히든 클래스 찌꺼기 정보라도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아니, 이게 아니라.......
"왜 갑자기 난리야?"
무척이나 당황하는 피엘의 모습을 보니 약간 의아하다.
웬만해서는 당황하는 걸 보여 주지 않는 피엘이다 보니 저런 모습은 익숙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놀랍다.
한편 피엘은 그런 내 질문에 대뜸 말했다.
"데피린 알지?!"
"데피린?"
"어! 중요 정보 가끔 올려 주는!!"
"아......."
일명 '정보의 마법사'라고 불리는 데피린.
이분으로 말할 것 같으면 상당히 유명하다. 그 이유란 엄청나게 굵직굵직한 정보를 가끔 던져 주니까 말이다.
물론 아주 일부분이기는 하지만.......
어찌 됐든 데피린이 준 정보는 거의 100%에 달할 정도로 확실한 정보이기에, 그의 입에서 한마디만 흘러나오면 거의 개떼처럼 몰려드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그분이 왜?
그 순간 피엘은 숨이 멎을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히든 클래스에 대한 정보를 던졌어!!"
"......!!"
"그것도 S급 이상이라고 보장한다고!! 일명 초능력 계열 히든 클래스!! 그리고 무엇보다 기존의 직업이 있어도 변경이 가능한 히든 클래스라고!!"
"......!!"
난 그 말에 너무 놀라서 온몸이 굳어 버렸고, 잠시 후 난 느꼈다.
피의 냄새가 진동할 거라고.......
이건 확실하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내가 어떻게 피의 냄새가 진동할 거라는 사실을 알까?
그건 바로 방금 전 피엘이 말했다시피 기존의 직업에 상관없이 변경이 가능하다는 대목 때문이다.
그 말은 일반적인 직업을 가진 고렙 유저가 우르르 몰려드는 현상이 100%라는 소리다.
하지만 뭐 상관없다.
이 히든 클래스는 내 거다.
이제 세부적인 내용 따위는 필요 없고, 오직 히든 클래스라고만 하면 달려들 마음이다.
그리고 그분이 준 정보인 만큼 확실한 정보......!
난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진짜로.......
한편 그 모습을 본 피엘은 표정이 확 굳었다.
막 이글이글 타오르는 프레젠의 모습 때문에 말이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거의 죽어 가는 지렁이 예술을 하시던 분이 히든 클래스라는 이름 한마디에 순식간에 초 싸이언으로 변신했다.
이건 거의 신기함을 넘어서서 미스터리였다.
과연 저 프레젠의 히든 클래스에 대한 알 수 없는 집착이 얼마만큼이면 히든 클래스라는 한마디에 저렇게 변하는지.......
정말 개인적으로 궁금할 정도다.
세상에 달이 표면적으로 두 개가 움직이는 날.
영원의 문이 열린다.
그리고 그 영원의 문이 열리는 날, 광채의 빛이 그대를 밝힌다.
광채의 빛은 세상을 밝게 할 것이고, 은빛의 호수에서 문이 열릴 것이다.
지금 이게 그 데페린이라는 분이 주신 암호다.
사실 난 암호는 정말 싫어한다.
아니, 그냥 머리 쓰는 게 싫다. 그래서 이런 암호 같은 것을 주면 정말 눈물난다.
그나저나 일단 처음부터 되게 난감한 게.......
"세상의 달이 두 개가 움직이는...... 날이 언제지?"
달은 한 개다.
그뿐 아니라 표면적으로 보기에는 그냥 멈춰져 있다.
그런데 달이 두 개가 있고, 그 달이 표면적으로 보기에 움직이는 날이라.......
난 아무리 생각해 보지만, 그런 날은 없다(단순함).
아니면 혹시 하늘에 달을 하나 더 만들어야 되는 건가?
그리고 그 달을 누군가가 마구 밀면......?
잠시 브레인(?) 개그 해 봤다(저질 개그).
"허! 정말 수준 낮아서 못 봐주겠다."
"......."
그때 갑자기 케찹이가 나타나 내 모습을 보고 수준 타령을 했다.
그러고는 진지하게 말했다.
"암호라는 게 그 대상을 비유한 거지,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디 있어?"
"......."
"달을 비유하는 어떤 무언가를 표현한 거지, 진짜 달을 생각하는 바보 주인 탱구."
"......."
빠직.
난 '바보 주인 탱구'라는 말에 이마에 있는 혈관 자국이 굵어졌다.
하지만 왠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케찹이의 말이 맞는 것 같거든.
암호라는 게 그대로 듣는 게 아니라 어떤 걸 비유해서 말한다는 것, 정말 인정하기는 싫지만 케찹이 말대로다.
그나저나 저렇게 잘난 척하는 걸 봐서는 벌써...... 푼 걸까?
케찹이가?
말도 안 된다. 케찹이가 암호를 풀다니.......
차라리 지나가던 지렁이 한 마리가 암호 푼다는 게 더 신빙성이 있다.
그렇지만 저렇게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니...... 정말 풀었다는 소리?
그 순간 난 설마 하는 어조로 물었다.
"너 혹시 암호 푼 거냐?"
절대 암호 풀지 않으면 저런 자신만만한 모습이 안 나온다.
그러니 정말 풀......?
"당연히."
"당연히?"
"못 풀었지."
"......."
"난 머리 쓰는 건 질색이거든."
"......."
그렇군.
확실히 네놈은 나와 더불어 머리 쓰는 걸 죽도록 싫어하지.
그럼 방금 전 그 자신만만한 표정은 뭐지?
난 그게 궁금해서 케찹이에게 물었다.
"그럼, 방금 전의 그 표정은?"
"표정도 내 맘대로 못함?"
"......."
"웃기신 주인......."
퍼억!
"꺅!!"
나의 공중 킥이 작렬했다.
이 미친 요정아!!
내가 잠시지만 미친 생각을 했다.
케찹이가 암호를 풀었을 거라는 미친 생각.......
아니, 미쳤어도 해서는 안 될 금단의(?) 상상이었는데. 그걸 내가 하고 말다니 왠지 모르게 우울해진다.
어찌 됐든 케찹이에게 뭘 얻을 거라고는 죽어도 생각 안 하고, 사기꾼 길쉬 님에게도 뭘 얻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한다.
그래서 난 유저들이 모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접속해서 저 암호에 대한 걸 찾아보려고 했다.
그런데.......
"휴....... 장난이 아니네."
모든 게시글이 암호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것만으로 얼마나 많은 유저들이 지금 이곳에 관심을 집중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이다.
이렇게 되면 이곳에서 정보를 얻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아니, 알아내더라도 가르쳐 주지 않겠지. 다른 것도 아니라 히든 클래스에 대한 정보니까 말이다.
엄청 비싸다 못해 바가지 박박 긁혀서 팔릴 정보이다.
"휴우......."
난 인터넷을 종료한 뒤 그대로 침대로 다이빙했다.
제길, 왜 하필 이런 암호문인 게냐? 차라리 열심히 부수기 같은 거면 정말 잘하겠는데 말이다.
머리 쓰는 건 아무리 힘이 좋아 봤자 소용이 없으니, 이거야 원.......
물론 내 주변에 무척이나 똑똑한 분이 한 분 계신다.
그 이름 하여 연희.
하지만 그녀도 이 암호를 푸는 건 무리일 테다.
왜냐고?
그건 바로 게임의 세계관을 자세히 알지는 못하니까.
케찹이의 말대로 게임의 어떤 사물을 비유해서 만든 암호다.
그러니 아무리 머리가 좋아 봤자 게임에 대해서 완벽히 모른다면 풀 수가 없는 암호라는 것이다.
물론 난 게임에 대해서 전부 알고는 있지만, 머리가 다른 데서 놀고 있어서.......
휴, 정말 괴롭다.
"어이, 어이! 술 좀 사 와."
"네, 넵!"
"알지? 내가 먹는 거?"
"무, 물론입니다."
"당장 갔다 오도록."
"네!!"
누군 저 괴상한 암호 푼다고 머리 부서지겠는데, 누구는 한가롭게 술심부름이나 시키고 있다.
그리고 그 술심부름을 시키는 위대한(?) 분의 이름은 케찹이.
케찹이는 길쉬의 마스터가 된 이후 만날 심부름만 시킨다.
분명 길쉬는 전투적인 요소로 배치된 히든 클래스인데, 언제부터인지 케찹이의 꼬봉이로 낙찰되었다.
한편 그 모습이 참으로 보기 거슬렸던 난 한마디 했다.
"웬만하면 니가 가지?"
"어머나? 난 당연한 권리를 지킬 뿐이라고."
"......."
"마스터로서 말이지."
자기는 좋은 말로 하면 내 말 듣지도 않으면서, 자기 권리는 철저히 찾는다.
정말 저렇게 나쁜 요정, 처음이다.
그나저나 왠지 저렇게 한마디 하면 곧바로 말을 듣는 길쉬가 약간 부럽기는 하다.
난 케찹이 한 번 부려먹으려면 그날 얼마나 시끄러운데, 길쉬는 그냥 한마디 하면 바로 가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입맞춤을 할 수는 없지."
움찔!
나의 한마디에 케찹이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아마도 과거의 향수가(?) 떠올랐나 보다.
그래서 난 과거의 향수를 더 느끼게 해 주기 위해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근데 남자와의 입맞춤 어땠니?"
"지, 지금 그, 그런 걸 왜 물어!!"
"아니. 내 주변에 있는 존재들 중 남자와 키스를 한 건 케찹이 네가 최초잖아."
"......."
"호호호(?)."
부들부들.
케찹이가 떨고 있다.
그 당시의 기억이 얼마나 두렵고 힘들었으면 케찹이가 저렇게 몸을 떨까.
확실히 평생 지워지지 않을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기는 하다.
아 참, 이게 아니라, 내가 도대체 뭔 짓을 하는 걸까.
어서 암호를 풀어야 하는데 말이다.
하지만 솔직히 내 힘으로 암호를 푼다는 건 불가능하다.
난 인정할 줄 아는 남자니까 괜히 개소리는 안 한다.
"아, 선배!"
"아, 연희야!"
그 순간 어느새 접속한 연희가 나에게 다가오고, 난 그런 연희를 반갑게 맞이했다.
정말 이 순간은 지금 나에게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 시간인지 모른다.
그 순간이었다.
"어머나? 연희 님, 안녕하세요."
"케찹 님도 잘 지내셨어요?!"
"물론요. 호호호."
연희의 등장으로 케찹이가 확 달라졌다.
난 저놈의 변신 능력에 왠지 모르게 감탄이 나온다.
무슨 자기가 슈퍼맨도 아니고, 한 번 휙 돌면 변신한다.
그것도 과거의 악마 요정에서 천사 요정으로 말이다.
정말 역겨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거의 붙어 있는 이리엘은 이미 저 케찹이의 이중 모습을 눈치 챘지만, 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지 않는다.
케찹이의 본성을 보고 겁먹은 듯싶다.
내가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얼마나 충격이었으면 그저 케찹이만 보면 움찔거린다.
요정의 저런 모습, 충분히 무서울 수 있다.
그러니 내가 이해할 수밖에.......
그나저나 하루 빨리 저 가식 케찹이의 정체가 연희에게 공개되어야 할 텐데.......
사실 지금 내 입으로 당장 말하고 싶지만, 왠지 그러면 고자질하는 느낌이 강해서 참고 또 참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어떤 방식으로라도 케찹이 너의 그 가식적인 모습을 파괴해 주마.
"선배, 그거 들으셨어요?"
"......?"
그때 연희가 내게 다가오더니 대뜸 물었다.
뭘 들었다는 거지?
그 순간 연희는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히든 클래스에 대한 거요."
"아!"
난 그 말에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내가 히든 클래스에 대한 정보는 거의 귀신 수준으로 잡아낸다.
결론적으로 얻지를 못할 뿐이지만 말이다.
한편 연희는 그런 내 반응에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내가 알고 있을 거라고 미리 추측을 했나 보다.
그런데 왜 그런 질문을......?
그때 연희는 조심스럽게 다시 한 번 말문을 열었다.
"그럼 그 암호에 대한 것도 아셨어요?"
"......."
암호에 대한 것도 알아냈냐는 거다.
당연한 말이지만 난 못 알아냈다. 아니, 무슨 벼룩의 간만큼도 못 알아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겠지.
그래서 난 솔직히 말했다.
"못 알아냈어."
"저, 저기 그러면 선배......."
"......?"
갑자기 연희가 말을 더듬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는 엄청난 이야기를 내게 했다.
"암호를 알아냈는데 이상하게 저에게...... 가르쳐 주고 싶다는 분이 계시는데......."
"......!!"
암호를 알아내?
암호를 알아냈어?!
오오! 누군지는 몰라도 정말 왕 천재다.
이 자식! 기특한 영혼!!
그런데 여기서 잠깐, 왜 그는 연희에게 암호를 가르쳐 주려는 걸까?
일단 객관적으로 심리학적으로(?) 분석해 보자면.......
1번, 연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2번, 연희와 뭔가가 일어나기를 원해서.
3번, 연희와 만나기 위해서.
4번, 연희를 사랑해서.
이런 결론이 나온다(다 똑같은 말).
한마디로 지금 연희에게 정보를 준다는 그 남자는 절대 순수한 의도로 연희에게 주려는 마음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연희 팬클럽 중 한 명일 확률이 99.9%다.
그런데 연희는 그걸 모르고 그저 히든 클래스에 대한 단서를 알아내자마자 나를 생각해서 이렇게 말해 주는 거고.......
아! 연희 양, 너무 고마워요. 나를 이렇게 생각해 주다니!!
흑흑, 눈물이 마구 흘러내릴 것만 같다.
그래, 난 다 필요 없어. 연희와 이리엘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면!!
어찌 됐든 난 곧바로 연희를 향해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연희야, 고마워!!"
"아, 아뇨."
그러자 참으로 귀엽게도 연희는 쑥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후후, 귀여운데?
아 참, 이게 아니라, 이제 드디어 문은 열렸다. 히든 클래스의 1단계 문이 말이다.
난 연희를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너에게 유익한 정보를 주신다는 분 만나러 갈까?"
"아, 네."
갑자기 내가 튀어나와서 그 사람 입장으로서는 완전히 눈물 날 것이다.
연희와의 단둘의 만남을 원하면서 그런 엄청난 미끼를 던졌는데 갑자기 내가 등장하니 말이다.
하지만 뭐 내 알 바 아님!
"어라?"
길가메쉬는 당황했다.
분명 술 사 오라고 해서 사 왔는데, 아무도 없다.
한마디로 길가메쉬는 모두에게 잊혀진 비극의 영웅왕인 것일까?
"어라?"
"너, 넌!!"
"참으로 미묘한 만남이군."
"왜, 왜 네놈이!!"
우리가 만난 그분은 나와도 그럭저럭 친분이 있는 분이다.
연희의 팬클럽 부회장이자 2학년 전교 1등을 하고 계신 그분은 일명 '범생이 플러스 범생이 플러스'라는 약간은 독특한 별명을 지닌 분이다.
어찌 됐든 그분이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거다.
그 말은 즉.......
"당신께서 연희에게 정보를 주신다는 분이시군요."
"......."
"어머나, 참 고맙기도 하지요."
"으윽!!"
한편 나와 그의 이상 대화에 연희는 눈을 말똥말똥 떴다.
사실 연희는 약간 둔한 면이 있어서인지 그렇게 남자들에게 추앙을 받고 다니면서도 자신의 팬클럽이 있다는 것조차 제대로 자각을 하지 못한 상태다.
그렇다면 당연히 자신의 팬클럽 부회장이 저분인지도 모를 것이다.
그 순간 그는 갑자기 나를 보더니 물었다.
"도, 도대체 우리 연희에게 무슨 공갈 협박을!!"
아니,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다.
우리 연희라니? 왠지 모르게 기분 나빠진다.
그뿐 아니라 공갈 협박이라니? 난 그런 거 모르는 순수한 남자다.
그리고 사실 연희가 나를 위해서 가르쳐 준 거거든?
뭐 굳이 말할 필요는 없으니 목적만 말해야겠다.
"범생이 플러스 범생이 플러스 씨, 제가 듣기로는 그 암호를 풀었다고 들었는데요?"
흠칫!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놀라는 모습이다.
확실하다. 저분이 그 암호를 풀었다는 이야기 말이다.
한편 그분은 흠칫하더니 잠시 후 말했다.
"그, 그런데 어쩌라고!!"
딱 이쯤 되면 견적 나온다.
나에게 그 암호 풀이한 걸 가르쳐 줄 마음이 없다는 거 말이다.
물론 나도 예상했었기에 별로 충격적이지도 않고 말이다.
그럼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저기 잠시만 단둘이서......."
그냥 단지 보고 싶다는 거?
"이런......."
암호에서 '세상의 두 개의 달'이라고 표현한 부분.
그 범생이 플러스 범생이 플러스 씨의 친절한(?) 정보에 의하면.......
"문 스라먼."
문 스라먼일 확률이 88%다.
여기서 왜 88%인지는 묻지 말아 줬으면 한다.
어찌 됐든 그 '세상의 두 개의 달'이 가리키는 대상이 문 스라먼이라는 생물체일 가능성이 무척 높은 것이다.
여기서 문 스라먼이 무엇인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설명 들어가겠다.
아니, 내가 설명하는 것보다는 정보 창을 유심히 보는 게 더 나을 듯싶다.
―문 스라먼―
'달의 꽃'이라고 불리는 희귀한 요소가 가득한 식물.
이 꽃의 특성이라면 달이 뜰 때만 모습을 잠깐 드러내는 것이다.
그 이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신비의 식물.
추가로 문 스라먼이 아침에 있을 때는 각종 생물체로 변신(?)하기에 알 수 없다.
그리고 또 다른 특성이라면 문 스라먼은 동시에 두 쌍씩 한 번에 피는 독특한 습성을 가졌다.
문 스라먼이라는 분은 대략 이렇다.
일단은 식물 계열에 포함된 분이기는 한데, 약간 희한한 게 아침에는 어떤 모습인지 모른다는 거다.
어느 때는 돌멩이로 변신(?)할 수도 있고, 어느 때는 곤충으로 변신할 수도 있다는 신비의 식물.......
그뿐 아니다. 이분들은 찾기가 아주 고약해서 찾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추가로 일반적인 달빛에는 튀어나오지도 않는다. 달빛의 기운이 무척이나 강한 날에만 튀어나온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전 대륙을 뒤져 봐도 10마리(?)도 안 될 정도로 적고, 모습을 드러내는 날은 더욱 적은 꽃이다.
전문 용어로 '미친 꽃'이었다.
이런 꽃을 어떻게 찾으라고?
번쩍!
"아! 그분이라면......."
그래, 그분이라면 알 수도 있겠다.
갑작스럽게 내 머리를 지나가는 모 분이 있었으니.......
물론 일반적인 식물을 다루는 분은 아니시다. 하지만 일단은 '식물'이라는 주제에 몸을 담고 계신 분이니 알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