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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이리엘 효과 (11/100)

제10장 이리엘 효과

수색은 장기 침체(?)로 들어섰다.

그 이유는 나까지 동원해서 이리저리 찾아다니는데 유령을 잡는 유령 따위는 보이지가 않는다.

아니, 케찹이 말대로 유령에게 쫓기는 유령은 보이더라.

그리고 이제는.

"어라, 안녕하세요."

"네."

우리는 인사하는 사이가 되었다.

워낙 자주 보다 보니 말이다.

하루에 한 번 하루에 네다섯 번은 기본적으로 본다.

도대체 저분은 왜 쫓겨 다니면서 이곳에서 얼쩡거리는지 정말 모를 정도로 항상 여기에 계신다.

"그럼 나중에 봐요!"

"그러죠."

그때 그 말과 함께 다시 쫓기던 유령에게 쫓기는 그분.

정말 도망은 잘 다닌다.

그나저나.......

"이대로 가다가는......."

언제 길가메쉬를 찾을지 궁금증이 생긴다.

분명 전에는 이렇게 초조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점점 가까워질수록 초조해져 간다.

히든 클래스에 말이다.

"저, 저기 주인님......."

"왜 그래요?"

그때 나에게 조심스럽게 말하는 이리엘.

그리고 잠시 후 그녀는 말했다.

"클란 님 정도 되는 실력자라면 강력한 영과 상대를......."

"......!!"

난 그 말에 당장 중요한 걸 잊어버린 걸 잡아낸다.

그렇다!

내가 도대체 지금까지 뭐 하고 있었단 말인가?!

한마디로 삽질하고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몰라도 일단 그분의 전적을 봐라.

이런 하급 애들하고 놀 분이 아니다.

그렇다면?

일명 보스라고 불리는 최고로 강한 상대와 노실 분이다.

그 말은 즉 이 성에서 보스 역할을 담당하고(?) 계신 이렌인가 뭔가 하는 피의 아줌마를 찾아가면?

"이리엘, 고마워요!"

"......."

난 나도 모르게 이리엘에게 활짝 웃으면서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

"......."

완전 경직되어 버리신다.

그저 난 한 번 웃었을 뿐인데, 저렇게 굳어 버리면.......

웃는 게 안 된다면 울어야 하는 건가?

뭐 이리엘에 대해서 그럭저럭 적응이 된 상태여서 이제는 그냥 그저 그렇다.

바로 그 순간, 여전히 나를 글썽거리는 사슴 눈을 한 채 바라보는 이리엘.

그리고 난 나도 모르게.......

'덮쳐 버리고...... 헉!!'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한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덮쳐 버리고 싶다니!!

내가 무슨 그런 저질적인 발언을 아악!

젠장.

이리엘이 진짜 저런 눈빛을 할 때마다 나 완전 미치겠다.

이게 분명 유혹의 기술인 것 같기는 한데 이리엘은 자각도 못하고 계시고, 그리고 무엇보다 일단 공주님 포스라고 다른 서큐버스보다도 훨씬 강력한 유혹을 하고 계신다.

그뿐 아니라 뭔가 저 순수함이 자극적이 돼서 플러스가.......

우어억!!

난 더 이상 상상하면 위험 단계로 돌입할 것을 예상.

곧바로 내가 특수 준비한 주문을 외운다.

"만달곤달가단다고라되미나다너아."

뭔 의미인지는 묻지 말아 주기를.......

나도 모른다. 그저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만든 나만의 주문이다.

그렇게 한참 동안 그 주문을 외우자 조금씩 마음이 안정 되어 가기 시작한다.

휴우.

위험했다.

지금 연희가 아직 접속하지 않은 상태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가 이리엘의 유혹에 넘어가 그녀를 덮치는 순간 난 나쁜 놈이 된다.

그것도 정말 나쁜 놈!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꺄악!!"

"......?!"

갑작스럽게 이리엘의 비명이 들려온다.

난 혹시나 근처에 있던 사령들에게 급습이라도 당한 줄 알고 황급히 눈을 뜨고 그녀에게 달려가려고 했지만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광경은 사령들이 급습한 게 아니었다.

요정 한 마리가 급습했다.

전문 용어로 덮쳤다(?).

아니 손바닥만 하니, 저게 덮친 건가?

참으로 설명하기 난감한 그 자체다.

지지직.

"꺄아악!!"

"......."

그때 이리엘에게 얹혀 있던 케찹이 갑자기 미쳐 버리더니 이리엘의 옷을 물어뜯는다.

그리고 난 저 장면을 보고 그대로 굳어 버린다.

요정이 여자 옷 물어뜯는 광경이라, 이 광경은 도대체 무슨 광경인가?

한편 케찹이에 의해 살결이 드러난 이리엘.

난 당장 저 미친 케찹이를 분리하려고 움직이는데.......

두근두근.

"으억?!"

그 하얀 살결과 이리엘의 이상한 비명이 막 뒤섞여 또 발작지수가 올라간다.

으아악!!

제, 제발 나 좀 어떻게 해 줘요!!

진짜 남들이 보면 내가 완전 변태여서 그럴지 모른다고 오해하는데 진짜 이건 장난 아니다.

이리엘의 저 자체 유혹 기술은 정말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엄청나다.

그 공자인가 맹장인가 삼장인가 하는 분들도 당장 넘어갈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특히 혈기 왕성하다 못해 날아가고 있는 내 나이에 이런 고통은!

제발 나, 나 좀 살려줘!!

"만달곤달가단다고라되미나다너아."

난 다시 재탕으로 그 주문을 외운다.

하지만 아까보다 강해졌는지 영 신통치 않는 반응.

제길, 이럴 때 나무라도 한 그루 있으면 나를 구원해 줄 텐데 미안하지만 여기는 성안이다.

스륵스륵.

스륵스륵.

"......."

"......."

"......."

"......."

"......."

그 순간 무언가가 기어 나오는 음성이 흘러나오고(?) 난 그 음성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한마디로 저분들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는 거.

그런데 저분들 반응이 이상하다.

"......."

심각하게 말이다.

뭔가 맛이 간 눈빛?

일명 사랑에 미친 눈빛 같은 거?

물론 죽은 자들에게 그런 감정적인 눈빛이 있을 리는 없다.

하지만 내 눈이 이상하지 않는 거라면 분명 그런 눈빛인데.

그리고 무엇보다 희한한 건 이리엘한테만 가고 있다는 거.

옆에서 뻘쭘하게 서 있는 난 생 까고 오직 이리엘을 향해 어기적어기적 다가간다.

보통 이때쯤 되면 견적 나온다.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러니 즉.......

"저분들도 가신 건가?"

이리엘의 유혹 미사일(?)에 말이다.

정말 이리엘 본인은 모르고 있었지만 그 유혹 파워란 정말 엄청나다.

만약에 서큐버스에 본모습으로 자각했으면 남자라는 종족과 전체 맞장 뜨셔도 승리를 장담할 것 같은 엄청난 분.

그게 바로 이리엘이다.

"꺄악!!"

털썩.

그때 이리엘은 케찹의 변태 행각과 자신에게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다가오는 사령들을 보고 완전히 질색하더니 기절하는 이리엘.

진짜 저분이 서큐버스인가?

이건 변종 요정 케찹을 넘어서는 포스인데 말이다.

일단 사랑에 빠진(?) 사령들과 케찹이를 정리한 후 난 이리엘이 깨어나기만 기다린다.

물론 놀라서 깨어날까 봐 이리엘 옷은 내가 완전히 꽁꽁 드레스로 대충 막아 주었고 말이다.

새근새근.

한편 난 곤히 잠들어 있는 이리엘을 나도 모르게 쳐다본다.

너무나도 아름답다.

일단 얼굴이 돼서 그런 탓도 있겠지만 무언가 자는 모습이 색다르다고 해야 하나?

연희도 분명 이런 얼굴로 자고 있겠지 아마.

"으음......."

그때 이리엘이 깨어나려지는 짧게나마 소리를 냈고 난 그런 이리엘을 향해 다정한 목소리와 함께 말을 건넨다.

"깨어났어요?"

"......."

한편 나의 이런 질문에도 잠시 멍하니 있는 그녀.

아무래도 아까 전 상황이 쇼크가 컸던 것이다.

나라고 해도 정말 미쳐 버릴 것 같은 충격적인 상황이었으니까.

요정이 옷 물어뜯고 사령이 사랑에 빠져서 달려오는 상황.

정말 멋졌다.

어찌 됐든 난 충격을 받은 이리엘이 안정을 취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그런데.......

덥석.

"......."

난 상상치도 못하다 못해 꿈에도 안 꾼 그런 기이한 체험을 한다.

그건 바로 이리엘이 갑자기 나를 안아 버린 것이다.

내가 다른 여자라면 이렇게 굳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리엘이다.

남자라면 너무 무서워서 보기만 해도 우는 서큐버스 공주님이시다.

그런 공주님이 남자를 안아 버리다니.......

이건 너무나도 큰 충격이다 못해 빅 충격이다.

그 순간 이리엘은 훌쩍거리며 말했다.

"무, 무서웠어요. 흐흑."

"......."

그래, 무서웠겠지.

웬 요정 한 마리가 옷 뜯어먹고 있고 유령들이 달라붙는 그런 기이한 사태였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지금 이런 이리엘의 반응이 이해가 되는 건 아니다.

고작(?) 그것 가지고 이런 고난이도를!!

그 순간 이리엘은 감동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주인님은 저를 지켜 주셨어요. 이번뿐만 아니라 항상요. 그리고 주인님은 너무나도 순수하세요!"

"......."

순수하다는 말에 뭔가 가슴에 비수 곱빼기가 꽂히는 이유는 뭘까?

그, 그래. 난 순수한 거야.

내가 순수하다고 한 게 아니잖아?

이리엘이 그런 거라고.

절대 자아도취해서 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인정했다는 거다.

그리고 이리엘의 말이 이어졌다.

"그래서 주인님이라면 모든 걸 믿어도 될 것 같아요!!"

"......."

난 이리엘의 발언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 말은 즉 지금처럼 막 달라붙는다는 소리?

물론 저런 초미소녀가 나를 믿고 따라준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그녀의 특성을 아는 나로서는 차마 좋아할 수만은 없다.

그녀는 내가 순수하다고 착각, 아니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순수해 봤자 뭐 하냐?

그녀의 커다란 유혹은 그 누구도 견디지 못한다.

요정이라든가 심지어는 죽은 자들까지도.......

그런데 고작 순수(?)한 걸로 그녀를 견뎌 내기는 절대 무리다.

그렇다고 나를 믿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아아악! 미쳐 버리겠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향긋.

"......."

"왜 그러세요? 주인님."

지금은 아직 어색한지 금세 전보다는 안 심하지만 약간 거리를 두고 내게 묻는 이리엘.

난 그런 이리엘의 질문에 답변을 할 수가 없었다.

왜냐고?

답변하면 변태 같아 보이니까.

솔직히 말해 당신의 향기에 움찔했다고 말하기는 정말 그러니까.

두근두근.

악!

그때 또다시 뛰는 심장 소리.

이리엘의 자극적인 스킨쉽과 향기, 그리고 저 순진무구한 눈망울이 겹쳐서 또 일어났다.

이리엘 효과, 전문 용어로 유혹 모드.

이, 이리엘! 제발 자각이라도 해서 컨트롤이라도 해 주면 말도 안 하는데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이러면 옆에 있는 난 어찌하란 말이오!!

이건 어떤 고문보다 지독하다 못해 악몽적이다.

"주인님?"

그때 평소였으면 다가오지 못할 이리엘이었지만, 진짜 나를 완전히 믿었는지 조심스럽게 한 발자국씩 다가온다.

하지만 그게 난 더 고통스럽다.

차라리 평소처럼 다가오지 않았으면 괜찮은데, 이렇게 다가오면.......

"으악!!"

"주, 주인님?!"

그때 난 마구 비명을 지르면서 성안을 헤집고 다녔다.

아악! 진짜 미치겠어!!

나보고 어쩌라고!!

제발 누가 나 좀 살려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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