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금융재벌-163화 (163/220)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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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버블의 붕괴

요즈음 규태는 아침마다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기사를 야후코리아에서 찾아보는 게 일이었다. 나스닥은 진짜 미쳐 돌아갔다.

캐서린에게 추천한 퀄컴은 역사대로 슬슬 시동을 거는 지 주자가 20달러를 넘어섰다.

그렇게 기분 좋은 아침을 시작하고 있는 규태에게 갑작스런 소리가 들렸다.

“뭐보고 실실거려?”

“깜짝이야! 노크 좀 하고 들어와!”

짜증을 내는 규태를 보는 마크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았다.

“우리사이에 새삼스럽기는. 뭐 보면서 그렇게 좋아 죽으려고 그래?”

“내가 만든 펀드의 한국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보나마나 난리가 났겠구먼. 나 같아도 내가 가입한 펀드 수익률이 그 정도면 널 업어 모시려고 들것 같다.”

“말하면 입만 아프지. 그런데 이렇게 일찍부터 어쩐 일이야?”

아침마다 정례회의를 한답시고 한참을 뭉개고 가지만 지금은 시간이 일렀다.

뚱한 표정을 한 마크가 투덜거렸다.

“도망쳐왔다. 아니 난 힘이 없다고 해도 왜 날 괴롭히는 건지 모르겠다니까.”

“이번에는 어디냐?”

“리만. 어제까지 캐서린이 날 들들 볶더니 이젠 레온 회장이 직접 연락해서 난리다.”

“어휴. 너도 고생이 많다.”

규태는 가만히 마크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지금의 IPO시장은 말 그대로 해일이었다.

다들 눈이 벌게져서 쓸 만한 닷컴기업을 찾아서 투자하려고 눈이 벌겠다.

마크와 규태, 제리가 자금을 모아 만든 SSC는 눈이 제대로 달린 투자자라면 다들 투자하기를 바라는 회사였다.

이미 회사의 가치가 유니콘(10억 달러)은 가볍게 넘고 데카콘(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평가됐다.

상장 이후에도 공모금액은 가볍게 넘어가고 새로운 주도주로 떠오를 확률이 높은 기업이라 언제 기업을 상장 하냐고 안달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그냥 상장하면 안 되겠냐?”

“흐음, 회사를 상장한 다라?”

이미 왜 상장을 늦추는지에 대해서는 마크와 제리에게도 설명을 했었다. 버블이 꺼진 다음에 제대로 평가를 받겠다는 규태의 뜻을 두 사람도 받아들였었지만 생각보다 내외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너무 거셌다.

“그래 직원들의 사기도 생각해야해 다른 기업들은 다투어서 상장하는데 우리는 머뭇거리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불만이 크다고. 그래서 쓸 만한 경력직원을 받아들이는데 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

벤처기업 직원들의 가장 큰 희망은 다니는 회사가 상장해서 큰돈을 벌어들이는 것이다.

SSC의 직원들은 우리사주를 받았다.

“그렇게 심각하냐?”

“말도마라. 내가 찍어둔 직원들도 입사를 머뭇거리고 있다니까.”

이건 심각한 문제였다. 기술개발을 생명으로 하는 벤처기업에 유능한 직원이 몰리지 않는다면 속도전에서 밀리기 십상이다.

완강한 입장을 보이던 규태가 생각을 바꿀 것 같은 기미를 보이자 마크가 한참동안이나 직원모집의 어려움을 늘어놓았다.

그동안 쌓인 것이 많았던 듯 평소와 다르게 마크의 말이 길어졌다.

***

「퀄컴 주가 날개를 다나? 주가 수직상승」

「SSC IPO 공모가는 37달러로. 또 하나의 기술주 상장」

「마이크로 소프트,야후,AOL 쾌조의 주가상승. 나스닥 사상최고치 경신」

뜨거운 상승으로 겨울의 한기를 녹이던 나스닥의 주가상승 열기는 봄이 되도 식을 줄을 몰랐다.

1999년초 24달러에서 출발한 퀄컴의 주가는 순식간에 100달러를 넘었고 200달러도 한순간에 뛰어넘은 기세였다.

여름에도 나스닥의 주가상승은 거침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조정이 없이 오르기만 하는 시장을 염려했지만 투자자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 오늘 퀄컴의 주식은 어때?

골드만의 주식중개인인 자크는 오늘도 걸려오는 전화 세례에 몸살을 앓았다. 그래도 이 전화는 반드시 받아야 했다.

로버트 톨만은 그가 관리하는 고객가운데 가장 투자금액이 많은 큰손이었다.

“650달러까지 올랐습니다. 당분간은 상승세가 지속될 듯 하네요.”

모니터로 보이는 퀼컴의 주가는 사정최고의 호황이라는 나스닥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 좋구만. 앞으로 천 달러까지는 올라가겠지?

“계속해서 호재가 쏟아지고 있으니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겁니다. CDMA를 사용하는 핸드폰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조정을 받더라도 조만간에 천 달러는 가뿐하게 넘어갈 겁니다.”

망설이지 않고 대번에 답하는 자크의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로버트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긴 세상 누구라도 천이백만 달러가 넘는 투자이익을 기록했으면 로버트처럼 웃음을 터트릴 것이다.

“차분하게 기다리시다 보면 더 큰 이익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래 내가 자네를 믿지. 내게 퀄컴주식을 매입하라고 추천한 것도 자네고 말이야.

너무 급하게 주가가 오른다고 불안해하는 로버트에게 퀄컴을 억지로 강권하다 시피 사게 만든 게 자크였다.

3월에 120달러에 매입한 퀄컴주가는 어느덧 800달러를 넘어섰다.

대충계산해도 6배가 넘는 엄청난 수익이었다.

“주가가 1000달러가 넘어가면 한번 계좌를 정리하시죠. 수익을 손에 쥐고 조정을 기다리는 것도 투자의 방법입니다.”

너무 급하게 오른 퀄컴의 주식이 한번쯤은 조정에 들어갈 것은 분명했다.

자크는 그게 1000달러 부근에서 한번 닥칠 것이라 짐작하고 있었다.

-알겠네. 자네가 팔 때가 되면 연락해주게.

다른 동료들보다 빠르게 나스닥에 투자를 시작한 자크는 관리하는 고객계좌마다 엄청난 수익을 기록 중이었다.

덕분에 그의 계좌역시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다.

작년에 벌어들인 수입만 100만 달러가 넘었고 올해에는 그 세배인 300만 달러를 받을 것이었다.

주변의 동료들도 대부분 자크와 마찬가지. 나스닥의 급등으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다.

나스닥 시장의 활황은 투자자들만이 아니라 증권사 직원들까지 한없이 들뜨게 만들었다.

더불어 지갑까지도.

연말이 되면 받은 성과급으로 호화요트를 하나사서 카리브 해를 누비는 상상을 하며 자크는 시끄럽게 울어대는 전화기를 붙잡았다.

***

“나스닥 주가가 미쳤어. 벌써 퀼컴주가가 800달러를 넘었고 37달러에 상장한 SSC도 주가가 250달러야!”

오죽하면 벤처기업의 주가가 오르면 이익이 올라가는 경험 많은 벤처투자자들도 너무 빠른 주가상승에 두 손을 놓고 넋을 잃었다.

쉬지 않고 오르는 나스닥 주가에 걱정이 돼서 달려온 캐서린은 규태에게 한참동안이나 푸념을 늘어놓았다.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기 위해 팔로알토로 왔지만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나스닥의 주가상승으로 가득했다.

“내년 초까지는 계속 올라갈걸.”

“그렇게나?”

“그래 시장의 참가자들이 이성을 잃었으니까 여유자금이 계속 들어온다고 생각하면 앞으로도 나스닥을 계속 올라갈 거야.”

“이건 진짜 튤립 버블처럼 언제 거품이 터질 줄 몰라서 조마조마하단 말이야.”

미친 나스닥 광풍에 바가지로 욕을 먹는 사람이 있으니 그 이름은 워렌 버핏이었다.

이미 세계적으로 이름값이 올라가던 워렌은 전혀 나스닥에 투자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펀드의 수익률은 예전보다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지만 이미 사람들은 나스닥의 엄청난 주가상승에 다들 눈에 돌아간 상태였다.

나스닥에 투자를 하지 않는 워렌을 욕하는 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그가 한물갔다는 소리를 서슴없이 지껄였다.

그래도 워렌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스닥에 상장된 기술주의 거품이 꺼질 시기가 멀지않았다는 그의 생각은 여전했다.

캐서린도 점점 나스닥의 거품이 심해진다는 느낌을 받았는지 규태에게 불안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앞으로 점점 캐서린과 같은 마음을 가지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것이었다.

지금부터 뛰어드는 투자자들은 그야말로 묻지 마 투자.

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느 정도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지금 벌어들이는 이익이 얼마인지는 투자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냥 나스닥의 주가가 많이 오른다니까 묻지 마 투자를 하려고 달려드는 이들이었다.

“캐서린도 알지. 존 F 케네디의 아버지, 조지프가 어떻게 대공황시기를 벗어났는지 말이야.”

자신의 구두를 닦아주는 구두닦이도 주식이야기를 하는걸 보고 가지고 있는 주식을 전부 팔았다는 이야기는 꽤 유명한 이야기였다.

“상승장이 끝나고 대공황이 올 거란 말이야?”

화들짝 놀라는 캐서린을 규태가 진정시켰다.

“당장은 아니지만 급격한 상승 뒤엔 가파른 조정이 온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야.”

“.......”

말문이 막히는지 캐서린은 입만 벙긋거렸다. 대공황이라니!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그래서 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가지고 있는 주식들을 팔아 나갈 거야.”

규모가 워낙 커서 한꺼번에 주식을 정리하면 나스닥이 휘청거린다. 표시나지 않게 조용하게 정리를 해야 했다.

캐서린이 다급하게 말했다.

“나도 그러면 그때 보유주식들을 팔아야 하겠네.”

“천천히 조용하게 나스닥에 투자한 종목을 정리해. 지금 나스닥의 열기가 뜨거운 만큼 차가운 계절의 추위는 혹독할 테니까. 그렇지만 조용하게 알지? 우리가 판다는 사실이 외부에 드러나면 주가가 크게 흔들릴거야.”

다시 한 번 주의를 주는 규태의 행동에 캐서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규태의 말처럼 더많은 이익을 거두면서 주식을 처분하려면 비밀을 최대한 유지해야했다.

지금의 나스닥은 마치 잔뜩 부풀어 오른 풍선같았다.

작은 구멍이라도 하나나면 그대로 붕괴될지도 몰랐다.

규태는 일본으로 달려가 나스닥의 닷컴버블에 투자해서 막대한 자금을 벌어들인 사람과도 만남을 가졌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에게는 의리상이라도 미리 경고를 해주어야 했다.

“이제 나스닥은 정리를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기업의 주가가 가치보다 너무 많이 올랐어요.”

하지만 손정의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네. 아직 나스닥은 갈 길이 멀어 이제 10000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네. 조금 조정을 받더라도 상승세는 꺾이지 않을 거야. 닷컴의 시대는 아직 제대로 열리지 않았네.”

원 역사처럼 손정의는 규태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계속 공격적인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규태는 손정의의 태도에 말문을 닫았다.

워낙 버블의 크기가 커서 이번에는 진짜로 손정의가 파산할지도 몰랐다. 원 역사에서도 닷컴버블이 붕괴한 이후 손정의의 재산은 90%이상 날아가고 펀드의 환매 요구에 시달리면서 파산공포에 시달려야 했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혹독한 시련이 손정의를 찾아올 것이었다.

규태의 의견을 들은 오장우사장까지 일본으로 날아와서 손정의를 설득했지만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규태는 미리 정해둔 대로 10월이 되자 가지고 있는 주식들을 대거 처분해 나갔다.

경영권을 놓치지 말아야하는 종목들은 지분을 그대로 두었고 그렇지 않은 회사의 주식은 지분 보유량을 줄여나갔다.

가장 커다란 지분을 가진 규태가 지분정리를 시작했어도 워낙 거친 기세로 상승하는 나스닥의 기세는 조금도 줄지 않았다. 그리고 겨울이 오자 규태는 국민연금 펀드의 투자지분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99년의 연말이 다가올 때 바이 나스닥 펀드의 주식들을 매도했다.

마지막까지 규태가 주식을 전부 팔지 않고 가지고 있는 회사는 마이크로 소프트와 AOL이었다. 절반가까이 사들였던 애플의 지분도 10%까지 줄였다.

규태의 대규모 주식매도로 인해서인지 나스닥 주식의 올라가는 속도가 주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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