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금융재벌-103화 (103/220)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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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태풍

유니콘기업이란 스타트업기업이 상장 전에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하는 기업을 말한다.

상대적으로 기업의 가치가 낮은 93년에는 이런 스타트업을 찾기란 마이크로 소프트나 애플 같은 기업들만 가능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찾기가 힘이 들었지만 IT기업의 성장이 폭발적으로 두드러지면서 하나 둘 꽤 많은 숫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10월 상장을 앞둔 야후는 유니콘을 넘어서 데카콘의 가능성을 보이며 공모주를 받으려는 투자자들이 물밀 듯이 밀려들었다.

처음 25%의 지분을 공모로 판매하는 계획은 기관 투자자들의 지분이 부족하다는 아우성 때문에 5%가 늘었지만 이것도 부족하다며 징징거렸다.

그만큼 인기가 높았지만 추가로 지분을 판매할 계획은 하지 않았다.

“예, 이것도 많이 양보한 거라니까요. 사실 20%가 처음 목표였어요. 가지고 있으면 돈이 되는 게 보이니까 아우성을 치는 건데 우리가 응해줄 이유가 없잖아요.”

리만의 주식공개 담당자의 사정사정이 통하지 않으니까 리만의 회장 레온까지 나서서 공모물량을 늘려줄 것을 부탁했지만 규태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데카콘을 넘어서 조만간 헥토콘으로 등극할 주식을 헐값에 팔수는 없는 노릇이다.

데카콘은 뿔이 열 개 달린 짐승을, 헥토는 뿔이 백 개 달린 짐승을 의미하는 용어로 뿔 하나 달린 유니콘이 10억짜리 기업을 의미하게 되면서 각각 상장전 평가금액이 100억과 1,000억이 넘는 기업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 그런데 내가 월스트리트에서 받는 압박이 보통 심한 게 아니라서 말입니다.

“무시하라니까요. 그 사람들이 지금까지 리만에 도움이 된 사람들인가요? 돈이 된다 싶으니까 달려들지만 언제라도 등을 돌리고 나갈 사람들이잖아요.”

규태가 리만을 인수한 다음부터 리만은 월스트리트의 주류에서 빠져나와 독자행보를 걸었다. 하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밀려 난 것이다.

- 하지만 연기금의 압박을 마냥 무시하기엔 너무 힘이 듭니다. 사업적으로 도움을 받아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 그러니 제발 10%만 늘려주시죠.

“휴우, 리만 회장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싶은 건가요?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야후 상장을 취소해버릴 겁니다.”

짜증이 난 규태의 반응에 사정하던 레온도 찔끔했는지 말이 없었다.

30% 야후 지분의 매각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규태였다.

리만이 자신이 인수한 후에 IPO에서 밀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움을 주기 위해서 벌인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굳이 주당가격 67달러에 30%의 지분을 넘길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레온회장의 행동도 규태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앞으로 줄줄이 상장을 기다리는 자회사들이 많았는데 이럴 때마다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굳이 레온회장이 자리를 지키게 할 필요가 없었다.

연기금과 관계를 좋게 해서 영업에 도움을 받겠다는 의도는 알겠지만 야후의 주가가 어느 정도까지 올라갈지가 대충 짐작이 되는 규태에게는 너무 무리한 요구인 탓이었다.

대주주의 입에서 자신의 자리까지 심각하게 생각해보겠다는 말까지 나오자 레온 회장도 더 이상 조르지는 않았지만 규태는 심각하게 새로운 리만의 회장을 선임해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했다.

레온회장을 대체할 마땅한 인물이 없다면 최악의 경우 리만의 매각도 고려해볼 생각이었다.

“리만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나요?”

- 그게 기존주주들의 압박이 심합니다.

규태가 35%의 주식으로 리만의 경영권을 인수햇다고 해도 나머지 65%의 주식은 여전히 다른 이들의 손에 있다.

기습적인 규태의 리만인수시도에 전회장이 물러났지만 기존 주주들도 힘을 모으면 언제라도 반격을 시도할 수 있었다.

“레온회장이 리만의 경영권을 유지하는 힘들다면 그냥 가지고 있는 지분을 매각해 버릴 마음도 있습니다.”

규태의 단호한 말에 전화를 한 레온회장이 화들짝 놀랐다. 아무리 그래도 한번 손에 쥔 대형투자은행을 이렇게 쉽게 포기한단 말인가.

- 예? 그럴 필요까지 있겠습니까? 리만정도의 투자은행을 사는 일은 쉽지가 않습니다.”

93년 기준으로 리만은 전 세계 투자은행가운데 4번째 규모였다.

“아니 이렇게 사사건건 사소한 문제까지 신경을 쓰게 만든다면 가지고 있는 게 별 이득이 아닐 수도 있어요.”

사실 리만의 인수는 잘 계획된 인수가 아니라 순간적인 충동이었다. 자신을 얕보지 말라는 월가에 대한 경고를 겸해서 벌인 일이기에 인수하고도 조금은 후회하는 마음이었다.

차라리 나중에 사들인다면 헐값에 살수도 있는 기업이었다.

그 유명한 리만 사태의 주역이 아니던가.

파산하는 리만을 조각내서 인수한다면 훨씬 싼 가격에 살수도 있었다. 그런데 인수를 하게 되면서 책임자로 앉혀둔 리만의 레온회장이 이렇게 다른 이들에게 휘둘린다면 굳이 가지고 있을 마음도 크게 들지 않았다.

리만을 판다면 좋다고 달려들 이들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규태가 인수한 다음 리만의 수익이 크게 늘어서 전년도에 이어 올해도 백억 달러가 넘는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커다란 투자가 성골할 내년이면 리만의 가치는 더욱 올라갈것이다.

“그러니까 제가 후회하지 않게 내부단속을 잘하도록 하세요. 굳이 리만을 가지고갈 마음이 들지않게 되면 정말 팔아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회장자리에 오른뒤 처음으로 듣는 규태의 질책에 레온회장의 기가 약해졌다. 이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나 싶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규태에게 가해지는 압박이 더욱 강해졌다.

***

10월이 되자 야후상장을 앞두고 나스닥이 미쳐 돌아갔다.

이전에는 95년이 되어서야 달성햇던 마이크로 소프트의 시가총액 1,000억 돌파가 이미 이루어졌고 오라클이나 델의 주가상승세도 폭발적이었다.

신문들마다 나스닥의 폭발적인 성장을 다투어 기사로 올렸고 방송들도 연이어 상장이 임박한 야후의 상장후 주가예측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오죽했으면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압박에 견디지 못한 케서린이 팔로알토의 규태사무실로 도망와서 하소연을 늘어놓았을까.

“천하의 케서린이 이곳으로 피신을 올 정도로 심각한가요?”

규태의 말에 옆에 있던 오선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레온회장이 보스에게 야후 공모지분 추가를 원했던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그만큼 주변에서 압박이 심했다는 말이겠죠. 나스닥에 상장된 마이크로 소프트는 주가는 상승세가 미쳤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랠리가 시작되기 전에 35달러짜리가 이젠 100달러를 넘었습니다.”

총투자금액 48억 달러에 마이크로 소프트의 주식 25%를 사들인 규태였다. 이미 시총이 1,000억달러를 넘었으니 규태의 마이크로 소프트 지분가치만 해도 250억이다.

이전 생보다 1년은 빠른 나스닥의 성장은 규태에게 고민이었다. 어느 정도의 변화는 용납할 수 있지만 이건 전과 너무 다른 변화였다.

“연기금과 투자은행들이 나스닥 투자에 적극적으로 달려들고 있답니다. 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은행들도 마찬가지고요.”

전통적인 투자기법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PER이나 EPS를 이용한 투자로는 기술주는 이미 과도한 주가상승을 보이는 상태다.

이전 생에는 이시기에 연기금과 같은 대형투자자들은 가파르게 주가가 상승하는 기술주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주식 그래프만 보면 아찔한 주가 움직임을 보이는 델과 오라클같은 종목에도 큰손들은 거침없이 투자했다.

극도로 보수적인 투자를 유지하던 증시의 큰손들이 적극적으로 달려드니 그렇지 않아도 가파르게 오르는 기술주가 더욱 힘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공모주관사인 리만을 압박해도 답이 나오지 않자 이젠 방향을 바꾸어서 타이거 펀드와 타이거 벤처까지 압박했다.

그만큼 그들도 절실하단 이야기였다. 크게 기관들과 엮이지 않을 것 같은 타이거 벤처까지도 기관담당자들로 문전성시였다.

“우리가 가진 야후지분을 노리는 건 고사하고 아예 블록딜로 우리가 투자한 벤처 회사들의 지분을 넘겨달라는 곳도 있어요. 나하고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달려드니까 이건 막무가내로 거절하기도 힘들 다고요. 그 사람들도 다 위에서 시키니까 하는 거지만.”

제아무리 케서린의 친인들이 달려든다고 해도 당연히 대답은 NO였다.

케서린이 경영하는 타이거벤처는 가지고 있으면 크게 오를 것이 분명한 스타트업기업들만 엄선해서 투자를 했다. 열 개중 하나, 백 개중의 하나가 성공한다는 벤처업계의 통상적인 투자성공확률은 타이거 벤처에겐 통용되지 않는 말이었다.

타이거 벤처가 추자한 스타트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회사들이 성공해서 자리를 잡았다.

그러니 팔고 싶어도 팔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타이거벤처펀드가 가진 지분을 블록딜로 사겠다고 한다고요?”

“우리가 원하는 가격은 전부 지불한다는데 응하면 내가 미친X이죠. 가지고 있으면 언제라도 그 이상으로 올라갈 주식들이니까요.”

자신만만한 케서린의 말에 규태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타이거 벤처의 투자내력을 살펴본 규태가 탄식을 내지를 정도로 미래에 상장되어 히트를 치는 종목들이 다소 포함되어 있었다.

미래의 주도종목이 어떤 것인지를 아는 규태의 입에서 흘러나온 소리를 절대 허투루 듣지 않고 업종을 선정했기에 케서린은 IT부분의 투자에 힘을 기울였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녀가 발굴하고 키운 전자결재 시스템회사인 컨피니티는 벌써부터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정말 놀라운 일인게 이 회사는 페이팔의 전신으로 98년에 설립되는 회사였다. 이걸 93년에 설립해서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타이거 벤처에는 이런 기업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내부적으로 35억 달러가 투자된 벤처펀드의 평가금액이 780억이었다. 평가금액은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들의 주가가 오르는 폭을 보면 앞으로 늘어날 것이 확실하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성공하려면 타이거 벤처의 투자를 받아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실리콘 벨리에서 성가가 높았다.

케서린 그린을 힘들게 영입해서 벤처펀드의 경영자로 영입한 효과였다.

블록딜을 하겠다고 나서는 투자자들은 한마디로 케서린의 피와 땀이 어린 포트폴리오를 날로 먹겠다고 덤비는 자들이었다.

심지어는 타이거 벤처의 지분까지도 욕심을 내며 지분투자를 원했다.

“도대체가 이렇게까지 타이거벤처의 투자에 안달을 하는 이유가 뭐랍니까? 다른 벤처펀드들도 많잖아요?”

케서린은 대답대신 멀뚱하게 규태를 보았다.

“왜 저를 그렇게 보는 겁니까?”

“얄미워서요. 지금 저한테 그런걸 질문이라고 하는 건가요? 대표님이 얼마나 커다란 성공을 거두고 있는지 모른단 말이에요. 가득이나 월가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사람이 스타트업 기업을 만들어서 대박을 치고 있으니까 벤처투자에 관심이 전혀 없었던 사람들도 이쪽으로 관심을 둘 밖에요. 거기에 야후의 성공이 치명타예요. 이건 뭐 돈을 들고 주식을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하고 아우성들이잖아요. 그러니까 나한테 까지도 이런 난리를 치는 거고요. 오죽하면 벤처기업에는 1인치의 관심도 없는 아빠가 퇴직금을 들고 투자해 달라고 돈을 가져왔더라고요.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올린 벤처태풍이란 기사를 읽었다나요.”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사는 규태도 읽었다. ‘미국증시에 불고 있는 벤처의 바람’이란 기사로 규태뿐만이 아니라 다른 벤처기업 경영자들의 성공담을 다룬 기획기사였다.

규태만이 아니라 제리나 마크도 기사에 나왔지만 규태 단독으로 나온 기사도 아니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기사의 여파가 막강한 모양이었다.

“아빠가 딸이 하는 벤처펀드에 투자하는 게 뭐가 큰일이라고요. ‘

케서린이 검지를 흔들었다.

“NO, 그게 아니라고요. 아빠는 주식이라면 평생 쳐다보지도 않던 사람이라고요. 그런데 딸이 하는 벤처펀드라고 크게 관심을 뒀겠어요. 워낙 신문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대니까 관심을 가진 거예요. 보스가 투자한 회사에 투자만 하면 엄청난 부자가 되는 것처럼 써놨으니까 아빠 같은 사람들도 투자를 하겠다고 달려들지요. 다 보스가 사람들의 예상보다 너무 크게 성공한 탓이라고요.”

케서린의 말에 저절로 규태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나왔다.

“끄응, 모두 다 제 잘못이 맞습니다.”

투자한 돈이 불어나는 건 좋지만 너무 예상보다 빠른 것은 문제였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가 좀처럼 판단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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