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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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투자
손정의는 전생에서도 공격적인 투자 특히 IT분야에서 선구적인 투자가로 유명했다. 야후에 대한 투자 성공과 알리바바투자까지, 파산지경에 몰리는 극도의 침체기를 거쳐서 다시 크게 성공을 이룬 투자들까지, 극과 극을 달리는 경험을 했지만 아직까지는 성공가도만을 달려온 실패를 모르는 젊은 투자가다.
그가 유명한 것들중 하나는 투자결정의 속도다.
직원들의 반대를 뿌리치고 야후에 투자한 것이나 알리바바의 투자를 마윈과의 식사자리에서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될 사업을 빠르게 잡아낸다는 소리였다.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로 달려드는 손정의의 기세에 천하의 규태도 주춤거렸다.
“아이고 진짜 너무하시네요. 이미 투자한 회사폐쇄형펀드에 자금을 추가로 투자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펀드의 종류는 개방형과 폐쇄형으로 나뉜다. 중간에 추가투자가 가능하면 개방형, 불가능하면 폐쇄형이다.
상해 인터내셔널 컨소시엄에서 만든 펀드는 폐쇄형. 추가 투자가 불가능하다. 그러기에 손정의의 고집에 규태가 한사코 난색을 표시하는 것이다.
규태의 말에 손정의의 눈이 반짝였다.
“그럼 대체투자를 할 곳을 일러주십시오.”
“이게 진짜였군요. 어쩐지 처음부터 이상하다 싶었어요.”
폐쇄형 펀드인걸 알면서도 박박 우기는 모습이 이상하다 싶더니만 진짜 목적은 규태에게서 유망한 투자처를 발굴하기 위해서였다.
“중국시장은 불안정성이 큽니다. 수익은 크게 나겠지만 차후에 자금을 뺄 때가 문제겠지요. 혼자 들어가는 부담스럽습니다. 중국투자를 당분간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상해 인터내셔널 펀드를 보고는 무릎을 쳤습니다.”
손정의도 걱정하는 것이 중국정치문제였다. 지금이야 자금투자를 두 손 벌려 환영하지만 정치적인 문제가 걸리게 되면 상황이 휙 바뀌어버린다.
특히 일본자금으로 분류되는 손정의의 투자는 더 조심스러운 수밖에 없다.
규태와 함께 들어가는 투자라면 안정성이 높아지는 것이 당연했다. 거기에 예언자수준이라는 규태의 주가예측능력도 함께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일이고.
“개혁개방을 하면서 중국의 기업들이 큰 폭으로 성장을 했지만 대다수가 겉만 멀쩡한 쭉정이들이지요.”
“맞습니다. 몇 기업이 투자를 요청해서 실사를 해본 결과 하나같이 내실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대다수가 국영기업이리서 그런지 매출을 과다하게 높이려고 판매 되지도 않는 상품들을 생산하고 창고에 쌓여두었더군요. 매출을 속이기 위해서요.”
“투자할만한 기업은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처럼 어려울 겁니다.”
‘그래서 포기했습니다. 소중한 투자금을 쓰레기통에 처박을 수는 없으니까요. “
“쓸 만한 기업이 몇 개 눈에 들어오기는 했습니다.”
“그게 어디입니까?”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추천하고 싶은 기업으로 하이얼과 TCL, 콘카가 있습니다.”
“콘카는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잇는 회사가 아닙니까? 가전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알고 있습니다만?”
“하이얼도 백색가전 그중에서도 냉장고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입니다. TCL은 칼라TV를 전문으로 만드는 회사고요.”
“추천하는 회사들이 하나같이 가전회사로군요?”
“가전제품은 중국의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면 사람들이 제일먼저 찾게 되는 제품이니까요.”
가전제품들은 후진적인 경제상황으로 억눌렸던 소비욕구가 폭발하면 제일먼저 찾게 되는 제품들이었다.
실제로 2,000년까지 전자제품을 만드는 중국회사들은 폭발적으로 규모가 성장한다. 이후에도 성장세는 지속되지만 새롭게 나타나는 화웨이나 샤오미 같은 후발주자들의 급속한 성장에 주역의 자리에서 밀려나게 되지만 말이다. 그래도 하이얼은 세계제일의 전자제품 회사까지 성장한다.
“가전제품생산기업이라? 확실히 일리가 있는 의견입니다. 그렇다면 최대한 관련기업들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앞으로 크게 성장하는 중국 전자회사들은 대부분 일본이나 대만의 전자 기업들의 투자와 기술공여를 받은 기업들이다. 일본 쪽에 정보망이 있는 손정의가 나서면 쭉정이는 빼고 알맹이가 찬 기업들을 찾기도 쉬웠다.
전자산업의 특성상 성장기에는 대대적인 시설투자자금이 필요한 기업이었다. 투자자금을 구하기 위해 목말라있는 기업이라 그만큼 투자하기도 쉬웠다.
“그럼 함께 투자펀드를 만들지요. 제가 50억 달러를 투자하겠습니다.”
생각보다 큰 배팅이었다. 그만큼 손정의는 중국에서 커다란 기회를 보고 있었다.
“그럼 저도 비슷하게 투자를 하겠습니다. 아마 한국의 오사장도 그만큼은 투자하고 싶어 할 겁니다.”
기륭증권의 미국지사에서 가지고 있는 현금자금이 120억 달러였다. 교묘하게 역외펀드에 숨겨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만드느라 재무팀이 엄청나게 고생했다.
“그럼 소프트뱅크와 타이거 펀드, 기룡증권 세 곳이 투자해서 펀드를 만드는 게 되는군요.”
“예, 운영은 손사장님이 맡아주시죠.”
기룡증권도 이제는 규모를 밖으로 서서히 드러낼 대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비상장으로 증권업계에서 10대증권사의 하나정도로만 알려져 있지만 중국투자가 본격적으로 알려지면 실제 실력이 드러날 것이다.
“이거 기대가 되는데요.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손정의가 생수를 거듭 비웠다.
“중국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시고 야후 재펜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아! 그이야기를 하지 않았군요. 본사만큼 잘 굴러가고 있습니다. 야후 게임의 이익을 가장 많이 본 곳이 일본이지요. 덕분에 도쿄증시 상장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럴 법도 했다. 일본하면 역시 다양한 게임을 만들어 내는 나라가 아닌가.
철지난 게임들의 판권을 사다가 짭짤한 재미를 봤다는 소리였다.
“야후 일본의 지분을 더 늘릴 것 잘못했네요.”
“어이쿠, 왜 그러십니까? 제가 오히려 야후 본사의 주식을 사들여야죠.”
”상장하면 매입하시려고요? ‘
“당연한 일 아닙니까? 제가 중국에 50억 달러만 투자하겠습니까. 중국보다는 미국 쪽이 더 구미에 당기는걸요.”
“그럼 실리콘 벨리로 가시는 게 투자 때문입니까?”
“타이거 벤처의 케서린 사장과도 이야기가 되어 있습니다. 제게 쓸 만한 벤처 쪽의 정보를 주기로 했습니다.”
정말 발 빠른 움직임이었다. 자금을 확보하기 무섭게 투자를 하려고 덤벼드는 게 손정의답기도 하고.
“벤처쪽 말고 상장된 주식의 투자는 어떻습니까?”
“어디를 말하는 겁니까?”
“마이크로소프트나 델 같은 회사 말입니다.”
규태의 말에 손정의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미 너무 많이 오르지 않았습니까? 주식가격이 처음 상장했을 때에 비하면 턱없이 올랐습니다만.”
”마이크로 소프트나 델이나 전부 상장가격보다야 한참 올랐지만 앞으로도 올라갈 일이 많이 남지 않았습니까. 마이크로 소프트의 회사정보라면 저보다 더 잘 아실 것 아닙니까. ‘
마이크로 소프트의 일본 독점권을 가진 회사가 소프트뱅크다.
“글쎄요 한번 고려해 보겠습니다.”
손정의의 입에서 나온 고려해 보겠다는 말은 완곡한 거절이었다.
규태는 지끈하고 골치가 아파옴을 느껴야 했다.
아직은 설익은 투자가인 손정의였다. 공격적인 투자란 건 한마디로 투자대비 막대한 수익을 거두는 투자를 말한다.
그만큼 망할 위험도 컸다.
위험성 높은 투자를 하면서 안정적인 투자에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모야이다.
이렇게 공격적인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으니 IT버블 붕괴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소프트뱅크의 자산이 IT버블 붕괴로 90% 넘게 날아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손정의를 설득하려던 규태는 눈을 질근 감았다. 이미 자신의 투자 철학이 정립된 투자자에게 이래라 저래라 간섭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설픈 충고를 늘어놓아다가 사이가 나빠질 수도 있다.
대충 마음을 정한 규태는 다른 가벼운 이야기로 주제를 옮겼다.
“요즘도 늦게 가지 일을 하는 겁니까?”
손정의는 전형적인 일 중독자였다. 일에 몰두해서 퇴근시간이 대단히 불규칙했다.
특우의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손정의가 쑥스러워했다.
“조심은 하고 있습니다. 아내도 크게 걱정을 하더군요.”
간경화 때문에 죽음선고까지 받았던 처지이면서도 일중독을 벗어던지지 못하는걸 보면 언제나 한결 같은 사람이었다.
“조심해야 합니다. 그 병은 완치가 되기도 어렵고 언제든지 재발 위험서도 높지 않습니까.”
어떻게 관리를 했는지 이전에는 80넘게 살고는 죽었지만 그래도 모르는 일이니 새삼 당부했다.
“투자자께서 말씀을 하시니 더욱 조심을 하겠습니다.”
보나마나 지금의 패턴을 지키겠다는 소리.
역시 고집으로 유명한 사람답게 자신의 태도를 쉽게 바꾸지 않았다.
두 손을 든 규태였다. 이렇게 비행기 안에서 대화를 나눈 두 사람은 공항에서 헤어졌다. 일 중독자답게 손정의는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자신의 일은 되도록 부하들에게 미루는 규태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지만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 다르니 그러려니 했다.
팔로알토로 돌아온 규태는 사무실로 들어서기 무섭게 찾아온 손님을 맞았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는 오장우였다.
그전까지는 같은 건물에 있어서 밤낮으로 자주 만났지만 이젠 뉴욕에서 팔로알토로 사업기반을 옮겨오면서 석 달 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는지 반가운 얼굴들을 자꾸 보네요.”
“저 말고 또 누구를 만나셨습니까?”
“손사장님하고 같이 비행기를 타고 왔습니다.”
“사장님 비행기는 자가용 아닙니까? 아! 그 친구가 비행기를 얻어 타고 왔군요.”
“그렇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어쩐 일이십니까? 정기보고는 이미 유선으로 하시지 않았습니까?”
“산호세에 들릴 일이 있어서 왔다가 겸사겸사 이곳에도 들렸습니다.”
“산호세라면 타이거 벤처펀드에 말인가요?”
“예, 투자할만한 회사가 나왔다기에 달려왔습니다.”
“진짜 케서린이 요즘 인기네요. 손정의사장도 타이거 벤처로 간다고 해서 공항에서 헤어졌는데요.”
오장우가 정말 아쉽다는 표정으로 무릎을 쳤다.
“아이쿠! 이거 길이 어긋났네요. 저도 그 친구 본지가 오래돼서 한번 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잘 지내신다고 하더군요. 중국투자 때문에 제게 따지러 왔더군요.”
“그건 저도 섭섭했습니다.”
퉁명스럽게 대꾸하는 오장우사장의 모습에 규태가 쓴웃음을 웃었다.
“어째 반응도 두 분이 비슷하십니다.”
“사주님, 기륭증권도 사주님 회사입니다. 그걸 잊으신 건 아니시겠지요?”
“어떻게 잊겠습니까? 다만 조심스러운 거지요. 아직 한국에서 해외투자를 하다가 걸리면······. 아시지 않습니까? 독재정권이 물러났다고는 하지만 아직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있는걸요. 문민정부가 들어섰다고 해도 설치는 자들이 있습니다.”
“그걸 제가 모르겠습니까만 아쉬운 건 아쉬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