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금융재벌-70화 (70/220)

#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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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타 인수

‘잘 쏜다.’

어김없이 텔레비전에선 이라크군을 향해 쏟아지는 미군의 공세가 여과 없이 비췄다.

비행기가 뜨고 미사일이 적을 행해 발사되는 장면을 보면서 규태는 속으로 저게 도대체 얼마나 되는 군사비를 소모하는 것인지를 계산하다가 머리를 흔들었다. 돈을 물쓰듯이 쏟아붓고 있었다.

베트남전의 교훈이 전해준 것은 인명피해가 나면 미국내부에서 반전여론이 거세진다는 것이다. 인명피해를 피하기 위해 미군의 작전은 철저하게 공군과 해군을 동원해 진행되었다.

“어이구, 이젠 전쟁도 생중계로 보는 세상이로구나.”

어머니가 규태의 옆에 앉아서 혀를 찼다. 동생과 함께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쇼핑에 열중하더니 그것도 잠시였다. 이젠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모여앉아 사소한 대화를 나누는 걸 더 좋아하셨다.

“돈으로 전쟁을 하는 거죠.”

이라크 전에 군사비로 미국의 재정이 휘청거릴 정도로 쏟아 붓는다. 그리고 나중에 다른 나라에 전쟁비용을 청구하는 양아치 같은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또 쏘네? 저게 전쟁이 끝나려면 얼마나 오래 걸릴 것 같으냐?”

“얼마 걸리지 않을걸요. 이미 이라크 군은 전력이 박살났다고 봐야 하거든요.”

얼마나 집요하게 전략요충지를 미사일로 강타하는지 나중에 미 육군이 이라크 내에 진격을 할 때 저항이 거의 없었다.

“내가 듣기로는 이라크도 중동에서는 엄청나게 힘이 센 나라라고 하던데 역시 미국이로구나.”

이라크전은 말로만 듣던 미군의 힘을 유감없이 전 세계에 그것도 TV로 생중계로 최초로 자랑한 전쟁이다.

“아버지하고 할머니는요? 그리고 보니 미려랑 태진이도 안보이네? 다들 어디 갔나요?”

“네 아버지는 테니스장에 있고 할머니는 피곤하신지 낮잠을 주무신다. 둘은 대학교로 구경 간다고 나갔다. 거기가 태진이가 다닐 학교라면서. 그런데 거기가 그렇게 명문대학이라면서?”

이미 태진의 자랑을 들은 모친이 은근하게 물었다.

벨에어에서 UCLA까지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다. 아마 스탠포드이야기는 쏙 빼고 자랑을 한 모양. 진실을 이야기했다면 태진이의 등짝이 남아나질 않을 것이다.

이럴 때는 집안이 시끄러워지지 않게 모르는 척 하는 게 정답이다.

미국대학을 잘모르는 어머니는 막내에게 입학하는 대학이 명문이란 자랑을 들었지만 그래도 보다 신뢰하는 큰아들의 입에서 명문대학이란 소리를 듣고 싶은 모양이었다.

“UCLA가 아주 좋은 대학이에요. 노벨상 수상자도 많이 나왔고 사실 태진이의 수준에선 입학허가가 난다면 기적이라고 봐야죠.”

학업성적도 나름 쓸 만했지만 진짜는 형의 이름을 팔아서 들어가는 대학이었다. 진실은 저 멀리에 있지만 큰아들의 말에 모친의 얼굴이 한결 화사해졌다. 돌아가서 외가 식구들에게 어지간히도 자랑을 할 모양이었다.

“서재에 틀어박혀서 일만 하더니 요즘은 바쁘지 않니?”

“바쁜 일은 대충 처리했어요.”

“그렇다니 다행이다. 우리가 너 바쁠 때 와서 일 하는걸 방해 하는 게 아닌가 했거든.”

“아이고, 어머니 그런 말씀 마세요. 가족들하고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데요.”

“그러면 다행이고. “

걱정하던 어머니가 규태의 말에 한결 마음을 놓았다. 이렇게 추운 겨울동안 로스앤젤레스에 머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날씨도 마음에 들었고 큰 집도 좋지만 무엇보다 오랜만에 보는 큰아들의 얼굴이 더없이 반가웠다.

한국에 있을 때도 일 때문에 바쁜 아들의 얼굴을 보기가 쉽지가 않았다. 규태도 오랜만에 어머니의 곁에 앉아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나쁘지 않았다.

아버지와 상대가 되어 테니스를 치고 할머니와 정원에 앉아서 차를 마시면서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나 소중했다.

보디가드의 제작준비가 끝났다는 소리에 들린 MGM의 스튜디오였다. 감독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규태는 뒷맛이 개운하지가 않았다.

‘나나나나 ~ 제기랄 왜 이영화가 생각나지?’

보디가드의 대본을 다시 보니 자꾸만 예전 어린 시절에 보았던 나자리노란 영화가 떠올랐다. 늑대인간 어쩌고 하는 아르헨티나 영화였는데 영화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고 영화음악만 유명해진 케이스였다.

이것도 비슷하잖아!

보디가드는 사실 영화내용은 지루할 정도로 진부하고 재미없다. 그저 스타 두 명이 나와서 이렇고 저렀고 하는 단순한 스토리에 불과했다.

그럼 영화음악이 끝내줘야 하는데 제작진이 들고 온 영화주제가가 규태가 기억하는 노래가 아니었다.

지미 러핀의 노래라고? 규태가 가만히 앉아서 기억을 더듬었다.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고민을 하다 보니 그 노래가 가슴 큰 걸로 유명한 달리 파튼 이란 가수가 불렀던 노래라는 걸 기억해 냈다.

“이상한 게 있습니까?”

규태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걸 느낀 감독과 제작진이 불안한 눈빛을 보냈다.

“휘트니가 부를 노래가 말이에요. 이게 최선입니까? 느낌이 딱하고 오지 않잖아요.”

주제가를 몇 번이고 들어도 그다지 맘에 들지 않는 규태였다. 함께 자리를 한 케빈을 보았다.

JFK라는 존 F 케네디의 암살사건을 다룬 영화를 찍고 온 케빈도 무척이나 피곤해 보였다.

이시기가 케빈 커리어의 정점인 시절이었다. 늑대와 춤을, 로빈 훗, JFK까지 하나같이 흥행에 성공한다.

“케빈은 어떻게 생각해요?”

“노래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건가?”

“이상하게 끌리지가 않는대요? 뭐랄까 울림 같은 게 없어요.”

“흐음, 그런가? 하긴 이번에 개봉하는 로빈훗도 브라이언 애덤스의 노래를 주제가로 쓰면서 확실히 느낌이 살아났지.”

“케빈, 혹시 돌리 파튼의 노래라면 기억나는 게 없어요?”

“오! 내가 그녀의 노래를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았나? 사실 돌리 파튼은 컨트리 가수로 아주 유명하지. 지금까지 낸 앨범만 해도 열 개를 훌쩍 넘는다고.”

돌리 파튼에 대해 나인 투 파이브(Nine to Five)와 같이 소위 뜬 몇 개 노래만 기억하는 빈약한 정보를 가진 규태와 달리 케빈은 아주 해박한 지식을 자랑했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규태가 케빈을 채근했다.

“그래서 어떤 노래가 기억나느냐고요. 이 영화에 어울릴 것 같은 노래가 없어요?”

“흐음, 이 영화에 어울릴 것 같은 노래라?”

잠깐 동안 고심하던 그가 말했다.

“딱 맞지는 않지만 돌리 파튼의 노래 중에 I will always loving you 라는 노래가 있거든. 그 노래가 영화와 맞는 것 같은데.”

“그래요 한번 들어볼까요?”

주변사람들을 시켜서 앨범을 가져와 들어본 노래는 확실히 규태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그 노래가 맞았지만 컨트리풍의 노래라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았다.

“이거 아주 좋은데요. 이번 영화하고 아주 딱 맞아떨어지네요. 이 노래를 팝으로 편곡해서 불러야겠네요. 그럼 흥행에 크게 성공할 것 같아요.”

확신에 찬 규태의 말에 주변에서 다들 안도했다.

제작비 2,500만 달러의 보디가드는 전적으로 규태가 밀어붙여서 MGM에서 제작하는 영화다. 모든 제작비를 규태가 충당했고 남녀주연인 케빈 코스트너와 휘트니까지 섭외했다.

실질적인 제작책임자인 규태가 OK사인을 보내자 모든 준비를 마친 영화는 촬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리스타 레코드의 사장인 클라이브 데이비스는 느닷없이 나타나 회사매각을 제안하는 규태의 모습에 이마를 찌푸렸다.

“내가 회사를 왜 팝니까? 지금 아리스타는 아주 잘나가고 있어요.”

85년부터 휘트니의 앨범이 나오는 족족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휘트니의 앨범을 찍어내면 돈을 찍어내는 것처럼 갈퀴로 거둬들이고 있는데 미쳤다고 회사를 팔겠는가.

“휘트니가 지금 잘나가고 있지만 아리스타에는 다른 스타도 없잖아요. 거기에 회사의 돈줄인 휘트니한테 문제가 많지 않나요? 지금이 제일 가격이 높은 시점이에요. 잘 생각해 보세요.”

규태의 말은 클라이브의 고민을 정확하게 짚었다. 아리스타에서는 다른 가수들도 준비를 했지만 휘트니만큼의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거기에 휘트니가 사귀는 남자는 마약에 폭력에 아주 평이 좋지 못했다.

회사에서 반대를 했지만 가수의 사적인 영역을 계속 거론하는 것은 앞으로 계약을 지속하지 말자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가뜩이나 말썽 많은 휘트니의 가족들을 떠올리자 만약 휘트니가 잘못된다면? 생각만 해도 클라이브는 몸이 떨렸다. 휘트니 한사람에 의존하는 구조라 휘트니가 삐끗하는 순간 매출이 급락한다.

“회사를 인수해도 지금처럼 경영권은 보장할겁니다.”

의외의 소리에 클라이브가 다시 물었다.

“그럼 왜 회사를 인수하려는 겁니까?”

“그건 지금 말해줄 수 없고. 하여간 시간을 줄 테니까 차분하게 생각해봐요.”

규태는 자주 쓰는 회사의 가치보다 훨씬 비싼 돈을 내지르기 수법에 당한 클라이브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규태의 입장에서 아리스타의 인수는 시작에 불과했다. 영화제작사와 함께 콘탠츠의 양대산맥이라면 역시 음반사의 소유였다.

살만한 음반사를 둘러보았지만 지금은 음반산업의 전성기였다. 기다리면 가격은 점차 떨어진다. MP3의 개발로 음반이 팔리지 않는 시절이 오면 저절로 가격이 떨어진다.

비싼값을 주고 음반사를 사느니 아직 유명하지 않은 음반사제작사들을 모아서 키우는 것도 즐거운 재미였다.

휘트니의 소속사인 아리스타의 인수작업을 하면서 떠오른 이름이 있었다. 셀린 디온.

원래 캐나다에서 태어난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가정에서 자란 셀린은 프랑스에서 먼저 성공해서 유명해진다. 프랑스어 시장의 크기에 한계를 느껴 영어앨범을 발매, 빌보드 차트에 올리면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는데 이상하게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급하게 해롤드의 정보팀을 동원해서 알아보니 에픽 레코드와 계약을 눈앞에 뒀다고 들었다.

펄쩍 뛴 규태는 얼른 셀린의 거처를 알아내고는 달려갔다.

규태는 셀린의 매니저인 르네 안젤릴과 마주하고 협상을 시작했다.

“셀린이 에픽과 계약했습니까?”

“아직이요. 하지만 조만간 계약할 예정입니다.”

계약하지 않았다는 소리에 규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달려오는 비행기 안에서 얼마나 노심초사를 했는지 모른다.

“에픽이랑 말고 저희랑 하시죠.”

“그건 곤란합니다. 이미 대략적인 이야기가 끝나서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됩니다.”

“에픽이 어떤 조건을 제시했는지 모르지만 그 이상의 최고의 조건을 보장하겠습니다.”

“.......최고의 조건이라면? 어떤 종류의 조건입니까?”

“원하는 것은 다 들어드리겠습니다. 제시하는 계약금부터 저쪽의 조건과는 전적으로 다를 겁니다.”

르네 안젤린도 약속을 잡고서야 규태의 정보를 알아보았다. 눈앞의 상대는 돈 많기로 유명한 월가에서 소문난 부자였다. 그의 입에서 나온 소리를 결코 허투루 들을 수 없었다.

협상에 들어가서 규태가 내민 조건을 본 르네 안젤린이 입을 떡 벌렸다.

셀린을 위한 자체적인 레코드사의 설립과 안젤린의 사장 취임, 5장의 앨범 취입, 거기에 프랑스어 앨범의 발매는 전적으로 안젤린과 셀린의 입장을 존중하고 계약금으로 2,000만 달러를 지급한다는 조건이었다. 완전히 셀린을 대스타로 대접하는 계약조건이었다.

셀린의 계약에 대한 전권은 눈앞의 매니저인 르네 안젤린이 가지고 있다. 그만큼 르네 안젤린을 셀린이 믿고 따랐다.

규태는 르네를 계속 설득했다.

“이미 셀린은 프랑스어권에선 대스타가 아닙니까? 어설픈 신인처럼 대우한다는 건 말도 안 됩니다. 또 하나 덧붙이자면 신생 레코드사라 앨범을 만들고 광고가 부족할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내가 여기저기 방송에도 아는 사람이 많아요. 안되면 CBS에 특별 쇼라도 만들어 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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