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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163화 (163/200)

163화. 블레이드(4)

유성의 인자를 배양해내어 강제로 양성시켜낸 클론체.

신 연합의 주둔지 전역에 널리 퍼져 있던 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하지만 간만에 모두가 마주한 자리에서.

그들은 서로 형제들에게 반가움을 표하기보단 눈앞의 유성을 바라보며 인상을 굳힐 뿐이었다.

“저거, 뭐야?”

“못 보던 얼굴인데. 설마 새로운 클론체?”

“하하.”

그 말에 블레이드는 웃었다.

그는 놀라울 정도로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여 보이며 역으로 반문했다.

“글쎄. 어떤 것 같아?”

잠시간 주위 분위기를 살피던 그들이 하나둘 검을 빼 들었다.

“…설마 우리들을 배신한 건 아니겠지.”

“소장이 우리 전부를 죽이고 새로운 클론 시리즈라도 키워낼 셈인 것 같은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지금의 상황은 블레이드와 유성이 나란히 서 있고, 나머지는 반대편에서 척을 진 듯이 선 상황이었다.

고오오-.

푸른 안광을 빛내며, 경계심 어린 기색으로 노려보는 이들 중의 하나가 말했다.

“우리를 한 자리에 모았다는 건 이유가 둘 중 하나지. 하나는 예전의 계획대로 소장을 죽이기 위해서라거나.”

“다른 하나는 블레이드가 우리를 배신하고 전부 다 한꺼번에 일망타진하려 하고 있거나.”

하지만 지금의 대치는 놀라울 정도로 양측으로 갈린 상태였다.

기류는 금세 팽팽하게 가라앉았다.

당장에라도 칼부림이라도 일어날 듯했다.

가볍거나 반갑다기보단, 오히려 사나웠다. 서리 어린 한기가 철철 흐른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지쳐서 한쪽에서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아서를 제외하면.

유성과 블레이드, 그리고 나머지 일곱이 서로를 팽팽히 마주 선 채로 응시했다.

“하하.”

하지만 그러한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블레이드는 뭐가 그리도 재밌는지 큭큭거릴 뿐이었다.

그는 옆의 나란히 선 유성을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물었다.

“그렇다는데? 난 제아무리 강해도 한 번에 두 녀석 이상은 감당하지 못하는데, 넌 어때?”

“못할 것도 없지.”

유성은 태연했다.

각성자를 상대로도 얼마든지 대척이 가능한 신 연합의 주 전력을 앞에 두고도 그는 여전했다.

그는 별 것 아닌 물건이라도 대하듯 눈앞의 블레이드 시리즈들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결국 그래봐야 진짜를 흉내 낸 ‘모조품’ 따위잖아? 성능이나 출력도 그저 그런 수준이고.”

“이 새끼가!”

그 즉시, 그의 도발을 흘려넘기지 못한 한 녀석이 달려들었다.

허리에까지 머리칼이 내려오는 푸른 머리의 여자였다.

턱.

하지만 유성은 달려드는 그녀의 팔목을 붙잡더니, 공격을 너무도 손쉽게 틀어막았다.

오히려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피식 웃어 보였다.

“지금 뭐하자는 거지? 이게 끝인가?”

그 순간.

쩌억.

뒤편의 공간이 찢어지는 듯이 벌어지더니, 균열의 너머에서부터 완전히 똑같은 외형과 기운을 한 여자가 달려들었다.

대번에 달려드는 여인의 수가 거짓말처럼 둘로 불어났다.

유성의 눈이 일순간 이채를 발했다.

‘각성기로군.’

그 정체를 그가 모를 리가 없다.

왜냐하면 저 속성기야말로 그가 가진 가장 뛰어난 각성기 중의 하나였으니까.

이 유난히 머리 긴 여자가 사용한 능력은, 다름 아닌 각성기인 차원분신이었다.

‘알파와 같은 시간 속성 타입의 개체인가.’

퍽!

하지만 하등 상관이 없는 일이다.

그가 천천히 한쪽 다리를 들더니, 그대로 달려들던 여자의 분신체를 퍽 걷어찼다.

“컥!”

피를 토하며 한쪽으로 나가떨어진 분신체가 그대로 폭발하듯 살점이 터져나갔다.

누가 뭐라할 것조차 없는, 완벽한 폭사(爆死)였다.

다른 한 명도 마찬가지였다.

그보다 세기가 약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자비는 없었다.

쩌억.

공간을 뚫고서 푹 튀어나온 유성의 팔목이 대번에 그녀의 목덜미를 낚아채더니 바닥에 쿵 내려찍었다.

“컥…!”

여자는 피를 울컥 토해냈다.

육체를 진동하는 강한 충격에 제대로 비명을 내지르지도 못했다.

“…저건?”

대번에 상황을 주시하던 모두의 인상이 바싹 굳었다.

지금 유성이 보인 능력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이는 이 자리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설마 아서의 고유기?”

그건 다름 아닌 아서만의 고유 능력이었다.

공간을 가르고 대번에 먼 거리를 도약하는.

클론체, 블레이드 시리즈들 중에서도 특별한 능력.

그것을 목격한 순간 아서마저 순간적으로 놀라서 눈을 부릅떴을 정도다.

“아니지.”

“끄윽!”

유성은 붙들린 한 녀석을 붙든 채로 말을 이었다.

“이건 저 아서라는 녀석만이 사용하는 고유 능력이 아니거든.”

“뭐, 뭐?”

“지금 이 시대엔 나 이외에도 한 녀석이 이걸 더 사용할 줄 알고 있어서 말이야.”

본래 대전쟁의 시대에서는 오로지 그를 포함하여 단 두 명만이 사용했던 능력이다.

그랬던 능력이 이제는 이 클론을 포함하여 이제는 세 명으로까지 늘어났다.

문득 유성은 이 능력이 언제부터 이렇게까지 흔해진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뿌득.

유성이 틀어쥐고 있던 여자의 목에 심상찮은 소리가 들렸다.

강한 힘을 주어 부여쥔 탓이었다.

그는 여자를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이 새끼가!”

그것을 참아내지 못한 다른 클론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한둘이 아니다. 무려 여섯이라는, 사실상 블레이드와 아서를 제외한 전원이었다.

“…….”

유성의 눈이, 일순간 광채를 번뜩이는가 싶더니 찬란한 금빛을 터뜨리며 뒤편의 허공에 균열을 자아냈다.

그곳에서부터 튀어나온 것은 또 다른 유성이었다.

다만, 그 수가 무려 둘이었다.

대번에 모두의 눈이 커졌다.

“무슨?!”

“공간기에 이어서 이번에는 시간 속성기까지 사용한다고?!”

“이 괴물 새끼가!”

누구 하나 제대로 유성에게 닿지 못했다.

투박한 일개 박투술 따위에, 허무할 정도로 손쉽게 제압당하더니 하나둘 땅에 처박혔다.

“크윽! 놔라!”

목덜미를 붙잡힌 채로 흙바닥에 단단히 처박힌 그들의 모습에.

“워우.”

블레이드는 혀를 내둘렀다.

눈앞에서 벌어진, 이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볼품없는 현실에 그가 생각했다.

‘형제들 전원이 한자리에 모여도 이 모양인 건가. 역시 저 녀석을 힘으로 이기는 것 따윈 불가능하겠군.’

그들 사이의 무력차가 말 그대로 ‘압도적’이다.

심지어 가장 먼저 유성에 의해 무력화되었던 엘리자만이 사용하던 시간 속성기마저 고스란히 사용해내기까지 했다.

유성의 분신들은 하나같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다.

본체가 직접 손을 쓸 필요조차도 없이 철저하게 클론들을 무력화시킨 것이었다.

블레이드 또한 나름대로 시간 속성기를 사용할 수는 있다고는 하지만.

엘리자만큼은 되지 않는다.

목숨을 위협할만한 위기의 순간에서 시간을 일순간 느리게 목격하는, 그 간단한 수준의 정도로밖에 지나지 않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우리들은 결국 모조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거지.’

유성 그의 말처럼 말이다.

진짜 각성자가 아닌, 한낱 능력의 일부를 억지로 하나의 인체에 극히 적은 수준으로나마 재현시킨 반푼이들.

물론 그들은 처음부터 그러한 유성의 일부분씩을 기반으로 하나씩 만들어진 인공 분체였다.

그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정말 괴물 같은 능력이 한데 죄다 몰려있는 녀석이 바로 유성이라는 인간이었다.

블레이드는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진짜와는 이 정도로까지 성능 차이가 난다는 건가. 정말 괴물 같은 녀석이로군.’

그들의 전력은 나름대로 상당한 수준이었다.

한자리에 모인다면, 유리를 제외한 구 연합의 나머지 각성자 전원과도 능히 맞먹을 정도였다.

‘…라고 블레이드는 지금쯤 생각하고 있을 테지만.’

유성은 힐끗 블레이드를 향해 눈길만을 돌려 그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녀석, 블레이드는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그의 생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의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적당히 굳어 있는 얼굴과, 혼란해하는 듯한 기색들. 그것들이 희미하게나마 얼굴 위로 떠올라 있었다.

아마 그들은 모르겠지만.

사실 나름대로 성장을 걸친 유성은 지금에 와서도 그리 대단한 수준의 마력량을 보유한 편이 아니었다.

그는 압도적인 출력과 기세로 적을 몰아붙이는 타입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순수한 기량과 순간적인 센스만으로 적을 상대하는 인간이었으니까 말이다.

유성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각성자 두셋을 상대하는 편이 훨씬 어려울 터였다.

지금의 그가 이토록 압도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단지 이들의 출력이 그리 대단치 않아서다.

쉽게 말해 상성 상의 문제였다.

스윽.

고개를 돌린 유성이 블레이드를 직시하며 물었다.

“이 정도면 대충 테스트는 된 것 같은데.”

“하하, 들켰나?”

“너무 뻔하게 싸움을 붙이려고 하는데 모를 수가 없는 일이지.”

처음부터 블레이드의 목적이 이것임은 진작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녀석은 유성을 시험하려 했다.

아마도 그가 지금의 접전으로 휩쓸릴 정도로 유약했다면.

그 결과는 뻔했을 터다.

블레이드는 틀림없이 그를 죽이려 했을 것이다.

그는 그러한 성향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직접 마주한 시간은 짧았으나 블레이드라는 인간의 유형을 파악하기에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블레이드는 철저한 기회주의자였다.

‘녀석은 나와 비슷한 성질과 능력을 지녔지만, 성향은 완전히 다르다. 목적에 조금이라도 방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 주저 없이 등 뒤를 찌르고도 남을 녀석이지.’

하지만 유성은 눈을 감았다.

그에게도 또한 이 열 명의 전력은 필요했다.

“나보다 약하기는 해도 명색이 각성자들을 상대로 싸울 정도의 전력인 너희들이 한낱 연구소장 하나 죽이지 못할 리가 없지.”

스윽.

그는 붙잡고 있던 이들을 풀어주며, 자리에서부터 일어났다.

그가 풀어주자 클론들이 하나둘 목을 부여잡은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누구 하나 몸이 성치만은 않은 듯, 인상을 찌푸린 채였다.

“세기는 정말로 세군.”

“역시 정말로 우리들의 원종이기는 한 모양인데.”

그들에게서부터 고개를 돌린 유성이 뒤편에 팔짱을 끼고 서 있던 블레이드를 타는 듯한 시선으로 응시했다.

“결국 날 통해 뭔가를 이루려 하는 모양인 듯한데, 그 꿍꿍이도 받아 넘겨주마.”

“이런. 그것도 눈치챈 건가.”

“바보가 아닌 이상에는 말이지.”

“하하하. 내가 졌다, 유성.”

블레이드는 항복의 표시로 양손을 들어 보였다.

“자. 이해했으면 움직이자고.”

딱!

블레이드가 손을 튕기며 입을 열었다.

“이제. 소장을 죽이러 갈 시간이다.”

그의 말과 동시에.

예정된 시각이 도래했다.

* * *

구 연합 소속의 연구소.

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튕겨 나간 군인 하나가, 뒤편의 벽면에 처박혔다.

거기에 실려있던 힘이 어찌나 셌던지.

군인의 육체는 벽면에 부딪히자마자 폭탄이라도 되는 것처럼 터져나갔다.

잔혹한 광경이었다. 피와 살이 비산했다.

주륵, 하고 진득한 핏자국과 함께 뭉개진 군인의 사체가 벽면에서부터 떨어져 내린다.

그 모습에서부터 고개를 돌린 나머지 이들이.

정면에 선 일단의 무리를 향해 물었다.

“너, 너희들 뭐야?”

곧바로 움찔하며 총을 꺼내 드는 군인들의 모습에, 유성이 턱짓했다.

그는 클론, 블레이드 시리즈들에게 익숙하게 지시를 내렸다.

“움직여.”

하지만 오히려 클론들은 미간을 찌푸리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명령하지 마라. 우리의 리더는 어디까지나 블레이드다. 네가 아니라.”

“쯧, 까탈스럽기는.”

혀를 찬 유성이 옆의 블레이드를 향해 턱짓했다.

“블레이드. 너보고 대신 명령을 해달라고 하는데?”

“알고 있다, 나도 바보가 아니야. 다들 움직여.”

블레이드, 그의 지시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나머지 인원들이 화살처럼 앞을 가로막은 군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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