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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142화 (142/200)

142화. 실마리 (5)

“후-.”

마나 포션을 마시자마자, 그의 체내에선 변화가 일어났다.

끓는 듯한 에너지의 율동과 함께 대번에 위에까지 삼켜진 마력이 맥동하듯 그의 의지를 따라 전신으로 빠르게 흡수되었다.

키이잉-!

유성의 팔다리가 순간적으로 그 근육의 형틀이 드러날 만큼이나 크게 부풀어 오르고 그가 섬광처럼 도약했다.

단숨에 지면을 박찬 그가 드라칸의 측면으로 쇄도했다.

힘껏 휘두르는 쇠 지렛대에는, 선명할 정도로 강한 마력이 머금어져 있었다.

콰직!

살을 파고드는 소리와 함께, 총탄마저 튕겨내던 드라칸의 갑각질을 문제없이 꿰뚫으며 놈의 체액이 터졌다.

살과 갑각질이 형광 물질처럼 터져 나오며 비산했다.

[■■■?!]

군인들을 노리던 양산체의 드라칸.

놈은 난데없는 습격자, 유성의 섬전같은 기습에 비명을 내질렀다.

녀석은 비록 곤충 종의 형태를 하고 있을지라도 결국 곤충은 아니다.

명백히 피와 살점으로 이루어진 탓에 통각만은 분명히 살아 있어서, 인간과 마찬가지로 고통을 느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놈의 갑각질에, 유성은 더욱 세게 그의 무기를 힘을 주어 박아 넣었다.

뿌각하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쇠 지렛대가 푹 뽑아내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깊숙이 박혔다.

놈의 단단한 두개골을 꿰뚫고서 안쪽에까지 닿은 것이다.

[■……!]

일말의 단말마.

그것을 끝으로, 놈은 입을 쩍 벌린 상태 그대로 지면에 힘없이 머리를 처박으며 쓰러졌다.

단 일격만으로 숨통을 끊어낸 것이다.

“뭐, 뭐, 뭐……!”

그 난데없는 습격자 유성의 등장과 드라칸의 즉사에.

놀란 군인들이 당황으로 인해 그대로 몸이 굳으려는 찰나, 유성이 음성에 마력을 담아 터뜨리듯 소리쳤다.

“멈추지 마! 쏴라!”

유성의 소리는 분명하게 닿았다.

그의 외침은 몸이 굳은 군인들에게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주었다.

군인들은 본능이 가리키는 대로, 또한 유성이 외친 대로 총구를 마지막 남은 드라칸 한 놈을 향해 무작정 퍼부었다.

“으아아아아!”

그들의 포화가 집중되었다.

들소처럼 내달려오던 양산체 드라칸은 갑각질을 강하게 두들기는 그들의 집중 사격에 멈춰 서서 몸체를 웅크렸다.

제아무리 드라칸의 갑각질이 단단하여 총알이 꿰뚫지 못하더라도 그것과 통각은 전혀 다른 별개의 것이다.

사람도 고통이 느껴지면 순간적으로 움직임이 굳고 둔화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드라칸 또한 그것은 여지없이 동일했다.

[■■■■!]

결국 쏟아지는 총알 세계를 버티다 못한 드라칸이 지면을 향해 고개를 처박았다.

하지만 그것은 자해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녀석은 그대로 땅을 파헤치고, 그 속으로 파고들었다.

아스팔트 지면을 뚫고, 그 내부를 휘저으며 금세 그 거대한 동체를 가지고서 자취를 감췄다.

“놈이 땅속으로 숨었다!”

금세 그 거체가 도심의 아스팔트 지면 안으로 파고들어 숨어버리는 광경에, 군인들이 총격을 멈췄다.

놈에게는 지성조차 미약하였으나 효율적으로 공격을 회피하는 방법 정도는 본능적으로 깨우치고 있었다.

한낱 양산체 드라칸의 무리조차 인간들에게 있어 결코 쉽지 않은 이유였다.

콰드드득!

하지만 놈이 그들을 노리고 있음은 분명했다.

군인들의 발아래에 강렬한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한 진동이 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들 흩어져!”

발아래에서 느껴지는 놈의 접근에 혼비백산한 군인들이 사방으로 흩어진 순간.

유성이 그들 중의 하나에게로 다가가 소리쳤다.

“칼 줘!”

그의 말에 누군가 냅다 던지듯이 허리춤에 걸려 있던 기다란 장도, 마체테를 날렸다.

민첩하게 그것을 건네어 받은 유성이, 그대로 놈이 솟구쳐 튀어나오는 지점을 향해 힘껏 도약하며 내려찍었다.

콰지직!

그의 검이 지상으로 모습을 드러내려 하고 있던 놈의 머리를 일직선으로 주욱 갈랐다.

단숨에 살이 쩍 반으로 나뉘고, 놈의 살이 동강 났다.

[…….]

그것으로 끝이었다.

놈은 지면에서부터 튀어나와 사람들을 덮치려던 자세 그대로 숨통이 끊어져 죽었다.

즉사였다.

“허억, 허억.”

유성은 턱 끝에까지 차오른 숨을 거칠게 내뱉었다.

그의 가슴팍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며 연신 산소를 갈구했다.

“끄, 끝난 건가?”

“이걸, 이걸 잡았다고?”

군인들은 지면에 쓰러질 듯 엎드린 채로 숨만을 내쉬는 유성을 바라보며 당혹스러운 소리를 내뱉었다.

눈앞에서 벌어진 터무니없는 광경에, 당장의 위기에서부터 살았다는 안도감보다도 당혹감이 먼저 치켜들었다.

우습게도 군인들의 손에 쥐어진 총보다도.

유성, 그가 들고 있던 단순한 병기가 드라칸에게 더 강렬한 위력으로 작용했다.

단지 들고 휘두른 것뿐임에도 유성의 공격력은 총알보다도 압도적이었다.

군인들은 눈앞의 상대가 결코 평범한 이가 아님을 알아차렸다.

드라칸을 맨몸으로 상대할 수 있다면, 그 대상은 둘 중의 하나였다.

강화 시술을 받은 전쟁용 양산 병기인 강화 인간이거나, 혹은 마나 사용자 말이다.

어느 쪽이든 한낱 총을 들었을 뿐인 게 전부인 평범한 그들과는 거리가 먼 초인이었다.

군인들은 유성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정말로 고맙다. 덕분에 살았어.”

군인들이 내민 손길을 잠시간 올려다보며 숨을 가다듬던 유성이 곧 그 손을 맞잡고는 몸을 일으켰다.

* * *

“제 이름은 유성입니다.”

유성의 통성명에 군인들 또한 서로 자기 이름을 밝히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나는 한신, 이쪽의 동료들은 각각 수현과 주혁이다. 덕분에 살았어, 정말로 고맙다.”

“아닙니다.”

그들은 몇 번이고 유성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지금의 세상은 인간조차 같은 인간을 지극히 경계하는 시대였었지만, 유성은 목숨을 걸고서 그들을 구해 주었다.

어깨에 소총을 걸쳐 맨 군인 주혁이 그의 곁에 다가와 물었다.

“그나저나 방금 움직임이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기민하던데, 혹시 강화 인간인가?”

“강화 시술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단순히 조금 오래 버텨왔을 뿐인 마나 사용자이죠.”

순간의 접전과 가공할 움직임을 보여준 유성의 초인적인 움직임은 경계하기에 마땅했다.

하지만 군인들에게는 유성을 경계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유성은 그들을 구해준 은인이나 다름없었다.

어떤 식으로든 적대감보다는 호의감이 먼저 드는 게 당연했다.

유성은 대답을 하는 동시에 차분히 가라앉은 눈으로 그들을 살폈다.

그들과 대면한 것은 극히 짧은 시간 동안이었으나 그는 그동안 많은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다.

군인들의 수는 고작 세 명에 불과할 정도로 적었으나, 그들은 잘 통일된 복장과 무장을 하고 있었다.

또한 한신이라는 남자가 소대장으로 있었는데, 그 말인즉슨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계급 집단으로서 행동하는 무장 집단 소속임을 암시해 주었다.

어떤 식으로든 적어도 폐허의 물품들을 노획하는 일개 생존자 무리는 아니었다.

꿀꺽. 꿀꺽.

그들은 단숨에 물을 들이켰다.

전투는 길지 않았으나 그 짧은 시간 동안 소모된 에너지는 지극히 커다란 수준이었다.

어떤 식으로든 심력을 소모하기 마련이었다.

“자, 유성. 자네도 목이 마를 텐데 좀 들게.”

“감사합니다.”

유성은 그들의 호의를 사양치 않았다.

그들은 한 자리에 모여 잠시간의 휴식을 취한 후, 몸을 일으켰다.

“움직이도록 하지.”

폐허를 나아가며, 그들은 대열을 맞추어 움직였다.

군인들은 오로지 전방을 주시하며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은 채로 그에게 물었다.

“자네는 혼자인 건가? 동료는?”

“동료는 없습니다. 이제껏 혼자서 움직여왔으니까요.”

“그런가. 무언가 사정이라도 있는 모양이로군. 하긴 자네의 옷차림새나 실력으로 보나 어딘가에 소속되기라도 했나 보지?”

군인들은 유성이 유난히도 눈에 띄는 검은색 슈트를 입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의 옷차림새는 마치 기가스 파일럿과도 다소 비슷한 부분들이 보였다.

어떤 식으로든 일개 생존자로 보이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유성과 같은 이들은 심심찮게 목격되곤 했다.

혼자서 이 폐허를 헤맬 정도로 실력은 있으나 동료는 없는 혼자인 자.

지금은 전쟁이 한창이었다.

무너진 폐허를 돌아다니는 이들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저마다의 사정은 있기 마련이었다.

개중의 몇몇은 가족을 찾기 위함일 터고, 몇몇은 임무를 가지고서 움직였다.

군인들은 유성 또한 그런 이들 중의 하나일 거라 내심 짐작했다.

“함께 움직이도록 하지. 자네도 그편이 낫겠지?”

“알겠습니다.”

유성의 대답에, 그들의 안색은 다소 밝아졌다.

어떤 식으로든 그는 혼자만의 무력으로 드라칸 둘을 거뜬히 쓰러트린 초인 중의 초인이었다.

군인들은 사실 있으나 마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단한 무력을 지닌 이였다.

함께 다닌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그들에게도 상당한 메리트가 있었다.

* * *

그들은 황량한 도심을 지났다.

도저히 과거의 한국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모래가 휘날리는 사막과 같은 형상을 띈 대지를 오래도록 건너자.

이내 황무지 영역이 끝나고 유난히도 거대한 규모의 지하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유성의 눈이 일순간 차게 빛났다.

‘규모가 거대하다. 이곳이 이들의 본진인가.’

이들을 따라온 것이 정답이었다.

본진은 바깥에서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도록 교묘하게 숨겨져 있었다.

그 혼자서였다면 찾아내기가 어려웠을 터였다.

“한신 소대장이로군. 정찰은 어떻게 됐지?”

“실패야. 저쪽은 물자가 이미 죄다 바닥이 나버렸더군.”

지하 통로의 입구에는 총을 든 몇몇 군인들이 망을 보고 있었다.

그들은 유성과 함께 했던 일행들을 보고선 아는 체를 했다.

그때, 그들이 유성을 힐끗 바라보며 물었다.

“저 남자는 뭐지?”

“우리를 구해 주었다. 아무래도 어딘가에 소속된 강화 인간인 모양이야. 혼자서 드라칸 둘을 거뜬히 처치하더군.”

“그렇군. 안으로 들어가라. 보고, 잊지 말고.”

“알겠다.”

잠시간 그들에게 이런저런 보고를 받던 그들은 흔쾌히 안쪽으로 들여보내 주었다.

유성이 다른 집단이라고 해서 크게 경계하는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그가 드라칸을 처리했다는 말에 강한 흥미를 드러내기까지 했을 정도다.

이 시절의 행성 지구는 어떤 식으로든 뚜렷한 힘을 가진 이들이 가장 선호 받던 시대였다.

강하다면 무조건적으로 일단 유유히 손을 내밀려 하고 보는 세상.

어떤 식으로든 이들에게 전투 인원이 하나라도 더 많다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었다.

이제 세상에는 드라칸은 많고 반대로 인간은 적었다.

종말의 시대가 코앞에까지 목전한 인류는 이제 힘을 가진 인간이라고 한다면 무조건적으로 수용부터 했다.

쿠르르릉.

내부는 기나긴 터널과 수많은 군인, 그리고 일반인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욱 거대한 시설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많은 트럭과 빼곡한 물자, 그리고 기가스들마저 정렬되어 있는 게 보였다.

이곳은 거대한 쉘터를 개조해 만든 군사 시설이었다.

“이제 한국에는 이곳만이 유일하게 남은 군사 시설이지. 물론 자네도 그 정도쯤은 알겠지만.”

소대장, 한신이 손을 들어 전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의 옆을 지켰던 다른 군인들은 어딘가로 따로 빠진 상태였다.

오로지 그만이 자리를 지켰다.

그의 안내를 받던 유성이 물었다.

“이 도시의 지휘부는 누구입니까? 그들을 만나는 게 가능합니까?”

“지휘부를?”

턱을 쓸며 잠시간 고심하던 소대장 한신은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정도라면 그들도 만나줄 만하겠지. 무엇보다 자네는 강하니까 말이야.”

어떤 식으로든 유성은 분명 지휘부를 만나기에도 자격 요건이라면 충분했다.

지금 이곳은 다른 집단에 소속되었다고 해서 무작정 경계를 할 만큼이나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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