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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89화 (89/200)

90화. 빌객스(1)

라프티리아 함장이 물어왔다.

“유성 군. 상황이 급박하다고는 해도 우리에게 자네는 유일한 패나 마찬가지야. 몸 상태는 최악일 텐데? 여기서는 함선이 놈을 뿌리치길 바라는 게 낫다.”

“그럼에도 나가야 합니다.”

유성의 눈은 분명한 빛을 띠고 있었다.

그는 타는 듯한 시선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찰나였지만 놈의 말도 안 되는 비행 속도를 봐서 안다.

저런 놈이 전함 메타트론을 놓친다는 건 애당초 희망사항에 가깝다.

전함이 녀석을 뿌리치기 전에, 그보다도 먼저 에너지 실드가 바닥나고 함 내가 불바다가 될 것이다.

“…….”

라프티리아 함장은, 잠시간 유성을 응시했다.

유성의 그 조금의 흔들림조차 없는 무언의 시선 속에서 그녀가 발견한 것은 단 하나뿐일 것이다.

곧 그녀는 눈을 감았다.

“알겠네, 유성. 그렇다면, 가도록.”

허락이 떨어졌다.

“하, 하지만 그래도 넌-.”

“라피스.”

텁.

그럼에도 그를 붙잡으려 하는 라피스의 손목을 유성은 천천히 내려놓으며 말했다.

“상황을 피할 수 없고 반드시 맞이할 수밖에 없다면, 그 상황을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이 직접 맞이하는 게 최선의 방식이야.”

그 뒷말은 덧붙이지 않았음에도, 직접 말로 하기라도 한 것처럼 선하다.

‘그리고 이곳에서 나설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우리뿐이지.’

유성은 옅은 미소를 내보였다.

그로서는 보기 드문 표정의 변화였다.

이들이 비록 어떤 생각에서 그 자신을 구하였든 간에 상관없다.

결국 이들은 결과적으로 유성을 구해 냈다.

이미 유성과 라피스, 그리고 이곳의 모두는 한 몸이나 다름없었다.

어느 한쪽만 살고 죽을 순 없다. 살아남기 위해선 모두가 합심해야 했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더 생존의 가능성이 있는 이가 나간다.

당연하고도 당연한 상식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놈을 상대할 만한 파일럿은 오로지 유성 그뿐이었다.

‘라피스 혼자서는 턱없이 부족해. 결국 뭘 해 볼 수도 없이 금방 당하고 말겠지.’

쿵-! 쿠구궁!

“꺄악!”

“에너지 실드 손상! 더 이상, 방어 불가능합니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사람들의 비명과 외침들.

그 혼란들 속에서, 유성은 라피스를 마주했다.

세상 모든 것에 무심한 듯 보이면서도 단단한 의지가 담겨있는 그의 시선이, 그녀를 응시했다.

결국, 라피스는 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궜다.

“하아, 그래. 하지만 나도 나갈 거야. 이번만큼은 말리지 마. 널 잃었다간 분명 너희 부모님한테 한 말씀 들을 거라구.”

그 말에 유성은 옅게 웃었다.

“그래. 고마워.”

“대충 이야기는 끝난 건가?”

그런 그들의 사이로 껴드는 아스트라 부함장의 음성에, 유성은 고개를 돌려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그것은 단단한 의지가 서린 대답.

유성의 말에, 아스트라 부함장이 말했다.

“치프에게 이미 내용은 전달해 뒀네. 바로 기가스에 탑승하면 될 거야.”

“알겠습니다. 가자, 라피스.”

“알았어.”

유성은 먼저 몸을 돌려 복도로 향했다.

뚜벅뚜벅 걷는, 그의 단호한 걸음 소리를 뒤따라서 라피스가 그를 따라 움직였다.

그녀는 순간 아무것도 없을 허공을 응시하며 작게 속삭였다.

“리브, 거기 있지?”

[응, 엄마!]

“가자.”

[알았어!]

속삭임과 함께 어딘가에서부터 나타나는 것은 희뿌연 형체를 한 리브가 나타났다.

리브는 라피스의 어깨에 자연스럽게 안착했다.

고오오오-.

유성의 눈이 새파란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곳의 모두가 오로지 내 손에 달려 있다.’

유성은 목숨을 빚졌다.

그리고 그로 인해서 이곳의 모두가 위험에 빠졌다.

유성 그가 원했든. 아니면 원치 않은 결과였든 간에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이것은 전적으로 유성 그 하나로 인한 결과였다.

그가 나서지 않으면 모두가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들을 죽게 놔둘 수는 없어. 라피스도 마찬가지다. 녀석의 안위는 더더욱 그러해. 그녀가 죽는다면, 나는 그녀의 부모님을 마주할 면목이 없으니.’

지금 전함 메타트론의 인원들은, 오로지 유성이라는 생도 하나에 의해 목숨을 쥐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다면, 응당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한 전개였다.

유성은 과거의 삶을 완전히 잊고 새로운 삶을 살기로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생의 이시혁 그가 지녔던 삶의 방식마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군인으로서 살아왔고, 군인으로 죽었다.

유성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한다고 한들 그러한 삶의 태도에서부터 기인한 그의 사고방식이란 분명 여전했다.

‘그게 군인이다. 그리고 이시혁이었던, 내가 살아온 삶의 방식이야.’

유성이 이제껏 군부에게서 배워온 것은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어리석음’으로 점철된 방식이었다.

군은 언제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물자와 돈을 아끼기 위해 갖은 수단을 사용한다.

유성은 과거를 잊기로 하였으나 세상은 다시 군인이었던 그를 필요로 하기 시작했다.

그가 과거의 군에서부터 배운 단 하나의 쓸 만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바로-.

‘싸울 수 있는 자는 나가서 싸운다. 바로 그것이었지.’

고오오오-!

유성의 두 눈이 시리도록 푸른빛을 발하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현재의 삶을 살 수 없고.

오로지 과거의 방식만을 세상이 다시금 강제하려 한다면.

이시혁, 그는 그것을 얼마든지 감내할 것이다.

그의 주위를 지키기 위해선 얼마든지.

* * *

털썩.

유성은 익숙하게 조종석에 안착했다.

조종석의 낮은 진동이 익숙하고 친밀하다.

언제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것과도 동일했다.

유성은 고개를 돌렸다.

그가 바라보는 방향에는 라피스가 탄 기가스, 스크래퍼가 보였다.

때마침 스크래퍼의 두 안광에 푸른 불이 번뜩이며 들어왔다.

통신 채널을 연결한 유성이 그녀에게 말했다.

“긴장은 하되 적당한 수준으로. 그리고 제때에 지원 부탁해.”

[물론이야.]

들려오는 대답이 자신만만하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라피스의 얼굴은 약간 경직되어 있음을, 유성은 한눈에 꿰뚫었다.

애써 자신 있는 척하는 건가.

그러한 그녀의 얼굴을 마주하며, 유성이 피식 웃었다.

적기는 해도, 이제는 꽤나 전투에 나서본 티가 나기 시작했다.

스윽.

헬멧을 착용한 유성이 통신 채널을 통해서 말했다.

“파일럿, 유성. 준비 완료다. 기가스 제로 브레이커 대기 중.”

오퍼레이터의 음성이 시끄럽게 격납고를 울려댔다.

[기가스 제로 브레이커. 사출 준비. 이상 무.]

[사출로 레디. 셋.]

[진로 이상 무. 클리어.]

[기가스 제로 브레이커 사출 셋팅 올 클리어(All Clear).]

위잉! 위잉!

시끄러운 소음이 그를 괴롭혔다.

그 속에서, 유성은 조종간을 붙잡은 채 긴 한숨을 토해 내었다.

“후-.”

꽈악.

그는 조종간을 붙잡으며, 마력을 불어넣었다.

번-쩍!

두 눈의 안광이 새파랗게 번뜩였다.

타오를 듯한 맹렬한 마력이, 그의 안광에서 이글거리며 뿜어져 나왔다.

유성이 정면의 사출로를 노려보듯 응시했다.

지상으로부터 수백여 미터를 떠 있는 상공인 탓에, 사출로의 너머는 온통 새파란 하늘이었다.

그 푸른빛의 하늘을 응시하며 그는 낮게 중얼거렸다.

“그럼. 가볼까.”

콰앙-!

유성이 채 말을 끝마치기도 전, 그의 제로 브레이커가 굉음을 터뜨리며 사출로에서 쏘아졌다.

기가스를 대포처럼 쏘아 날리는 그 막대한 압박감.

순간적으로 온몸을 짓누를 듯한 어마어마한 압력.

그것을 전신으로 느끼며 유성은 이를 악물고 사출로를 통해 번개처럼 쏘아졌다.

쿠아아!

시야가 순식간에 급변한다.

급가속하며 그의 제로 브레이커가 사출로를 타고 하늘을 향해 사출되었다.

‘크……!’

상당한 압력이다.

유성은 이를 악물었다.

전신을 내리누르는 압력과 저항감이 상당했다.

그조차도 버텨내기 어려울 정도로, 중력이 작용하는 행성 테라 내에서의 사출은 우주 공간에서보다 더욱 힘겨웠다.

전신이 거대한 중량의 무언가에 짓눌리는 듯한 강렬한 압박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버겁다는 정도이지,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었다.

마력을 통해 강화한 신체로 버텨내며, 그는 사출로의 가속을 기가스와 함께 받아 내었다.

순식간에 푸른 하늘로 쏘아지듯 나아간 유성의 눈에 무언가가 보였다.

[■■■■!]

‘저 자식!’

유성 그가 사출되는 정면에 놈이 있었다.

여섯 장의 속 날개를 펼친, 거대한 풍뎅이의 형태를 한 상위체의 드라칸.

마치, 과거 지구 시절에나 볼 수 있을 법했던 그것들, 곤충류의 형태를 한 생명체였다.

이 행성 테라에 드라칸이 출몰하기 시작한 지는 채 한 달 남짓했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 만에, 대체 뭘 먹고 성장한 괴물인지는 몰라도 무려 유성이 탑승한 기체 제로 브레이커보다도 두 배는 훌쩍 넘는 크기까지 자란 상대였다.

그 거체의 괴물과 제로 브레이커가, 드높은 하늘의 한 가운데에서 서로를 노려볼 듯 마주했다.

[■■■?]

‘쉽지 않겠군. 덩치가 보통이 아니야. 못해도 40미터? 어쩌면 50미터도 되겠어.’

잔뜩 커진 그의 두 동공이 드라칸의 모습을 분명하게 확인했다.

기가스의 높이는 불과 20미터를 채 넘지 않는다.

하지만 놈은, 말 그대로 압도적인 거구였다. 그러한 제로 브레이커를 가볍게 찍어 누르고도 남는 괴물이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결코 쉽지 않은 상대다.

‘하지만 가능하다. 와라!’

유성의 기가스, 제로 브레이커가 쏘아지는 자세 그대로 팔을 뒤로 내뻗었다.

등 뒤로 거대한 거검, 로켓 대검이 붙잡혔다.

가속해 쏘아진 속도를 이용해 그대로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느새인가 뽑혀 든 로켓 대검의 검날에, 선명한 푸른빛의 마력이 맺혀 있었다.

놈과 유성, 둘이 격돌했다.

쩌엉-!

둘을 중심으로, 강력한 충격파가 터져 나온다.

마치 대기를 찢어발길 듯한 날카로운 기세였다.

손끝에서부터 느껴지는 감각이 막힌 것처럼 저릿하게 느껴져 왔다.

퍼버벙!

저 상위체의 드라칸을 노리고 쏟아진 미사일들이 충격파에 가로막혀 상공 한가운데에서 폭발했다.

파지직!

힘과 힘이 격돌하는 상태에서부터 제로 브레이커의 푸른 안광이 놈을 노려보았다.

마찬가지로, 놈의 몇 개씩이나 되는 푸른 눈동자가 제로 브레이커를 응시했다.

[■■■!]

‘큭, 이걸 막아?!’

유성의 미간이 구겨졌다.

당황스럽게도, 놈은 그 두터운 양팔로 유성의 공격을 틀어막았다.

단단했다.

마치 생물체의 그것이 아니라 압도적인 강도를 지닌 무언가를 마주한 듯했다.

자세히 보니, 녀석의 양 앞다리에서부터 육안으로 흐릿하게나마 마력의 기운이 감도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유성의 눈이 잔뜩 커졌다.

‘이 자식!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할 줄 아는 놈이다!’

놈은, 무려 마력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상대였다.

오싹함을 느낌과 동시에.

놈의 다른 네 개의 다리들이 그를 향해 쏘아졌다.

유성은 다급히 놈에게서부터 거리를 벌리며 떨어졌다.

“라피스!”

[알았어!]

그 즉시, 지상의 다른 드라칸들을 요격하고 있던 라피스의 지원 공격이 날아들었다.

콰앙-!

리브의 마력 지원을 받고 있는 라피스의 기세는, 이전보다도 한층 강렬해져 있었다.

포격의 두께 자체가 차원이 달랐다.

전함의 주포가 연상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

의문을 표한 상위체의 드라칸.

놈은 이것만큼은 받아낼 수 없다고 여겼던지 그대로 물러섰다.

그 거대한 동체가, 거짓말처럼 푸른 하늘을 자유자재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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