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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46화 (46/200)

46화. 여왕체, 리브(4)

통신실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아들! 몸 상태는 어떠니?]

[정말 괜찮은 것이냐?!]

저들 모두가 행성 테라에 있을 가족들과의 통신을 하기 위한 이들이었다.

모니터 화면 너머로 비치는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안도하는 이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라피스 또한 다른 사람들의 뒤편에 줄을 서서 한참 동안 순서를 기다렸다.

아직 에너지 폭발의 영향에서부터 완전하게 벗어나지 못한 탓에, 통신은 불안정했으나 군사 콜로니에서의 도움을 받은 덕분에 어느 정도의 통신까지라면 가능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수십 분을 기다린 끝에야.

마침내 그녀의 순번이 돌아왔다.

한참이나 기다려 왔던 순간이다.

두근거리는 기대감과 함께, 그녀는 즉각 통신을 연결했다.

뚜-, 뚜-.

몇 차례의 연결음.

그러길 한참 만에 반대편에서 통신을 수락했다.

모니터 화면 저편에 나타난 것은 라피스와 동년배로 보이는 듯한 외모의 어느 미인이었다.

마치 진한 푸른빛을 한 라피스의 머리칼을 그대로 따라한 듯 보이는, 여성.

그녀는 라피스를 보더니 눈을 치켜떴다.

[라피스? 설마 라피스인 거냐?]

“하, 하하. 됐다.”

통신이 연결되자, 라피스는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라피스는 쓴웃음과 함께 여성을 바라보며 말문을 열었다.

“저예요, 가주님. 아니, 할머님.”

그 말에.

늘어진 듯 푹신한 소파에 몸을 묻은 채로 잠겨 있던 여성은, 감탄하며.

[라피스!]

누가 봐도 분명한 진한 웃음기를 얼굴 위로 드리웠다.

어찌나 그 반응이 대단했던지, 여성의 두 눈에 푸른 빛이 감돌았다.

유리 엘 바이어스.

그녀는 한껏 라피스의 등장을 반겼다.

[정말 다행이야! 콜로니가 폭발했다는 그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듣고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고는 있는 것이냐?]

“하하하.”

이제껏 가라앉아 있던 차분해 보이는 인상과 어울리지 않는 소란스러운 걱정이었다.

확실히 그녀의 할머니였던 유리는 가벼운 경향이 있었다.

그것이 자신의 손녀딸인 라피스라고 한다면, 더더욱 그러한 것이 당연할 터였다.

그녀는 손녀에게 있어 아주 자비로운 가족이었다. 가주인 것은 일단 뒤로 물리고서라도, 여느 가족들이 그러하듯이.

가족을 오랜만에 보고서 반가워하지 않을 이는 없다.

하물며 그것이 힘든 격정과 여정의 끝에 마주했다면 더더욱.

라피스는 여러 생각들로 한참 복잡한 와중에도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일단 말해야 할 것은 말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지금 그들의 상황은 그리 좋지만은 않았으므로.

“그…… 할머님?”

[말해라, 라피스.]

“사실은 제가 있던 A.D 콜로니가 폭발했던 게 드라칸의 습격으로 인해서…….”

[아아. 걱정은 마라. 이미 상황은 알고 있다. 이미 놈의 모습은 포착했어. 무려 콜로니의 30분의 1에 달하는 크기라니, 정말로 어마어마하더구나.]

라피스의 눈이 커졌다.

“알고 계셨어요?”

[그래. 통신만 안 된다뿐이지 관측 정도는 가능하니까 말이야. 다른 것도 아니고, 그만한 크기의 괴물을 관측하지 못할 리가 없지 않느냐. 물론 그마저도 콜로니가 붕괴하며 발생한 공간의 일그러짐 현상 때문에 제대로 보인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지.]

그녀, 유리 엘 바이어스는 손가락을 까딱이며 책상을 두들겼다.

그녀의 말은 타당했다.

콜로니는 ‘인공행성’이라 부를 정도의 크기를 가졌다.

그만한 크기를 유지하기 위해서, 콜로니는 내부에 무지막지한 에너지를 품은 중력장을 펼치는 핵을 지니고 있다.

만약 방대한 중력장의 핵이 없다면 콜로니는 원형의 형태를 가진 행성의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흩어져 버릴 터였다.

그만큼 막대한 수준의 에너지를 품은 것이 콜로니의 핵이다.

당연하지만, 그러한 것이 일으키는 폭발의 수준이 결코 단순할 리가 없다.

넓은 우주에 막대한 영향을 주면서 동시에 공간의 뒤틀림 현상마저 발생한다.

심각할 정도의 왜곡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인해서.

이제껏 함선 메티스는 고향인 행성 테라(Tera)와의 통신이 불가능했다.

[혹시나 위험한 짓은 하고 있지 않겠지?]

“그, 그럴 리가요.”

라피스는 순간적으로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녀가 함선 메티스의 기갑 파일럿이라는 걸 대체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하지만 그런 그녀의 기색을 차마 눈치채지는 못한 듯, 그저 유리는 웃고만 있었다.

라피스의 할머니는 가문의 오롯한 가주다.

하지만 그녀는 그저 손녀딸이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이상 좋을 수가 없는지 다른 데에 정신이 팔릴 겨를이 없어 보였다.

[아. 맞지.]

잠시 화제를 돌릴 겸인지, 유리가 물어왔다.

[혹시 유성 군은 안전하게 잘 있니?]

“아. 음…….”

그 말에 라피스는 잠시간 말을 흐렸다.

유성이 구속되어 베자리우스 E.X 콜로니의 어딘가로 끌려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라피스의 기색을 잘못 알아들었는지.

유리 엘 바이어스는 순간 표정이 굳었다.

[……설마, 유성 그 아이는 그 혼란에 휩쓸려버린 게-.]

오해의 소지가 분명한 대화 내용으로 흘러가는 듯하자 라피스는 황급히 양손을 저었다.

“아! 그, 그런 게 아니라요! 잘 있기는 해요! 조금 움직이는 게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요.”

[흠, 그래. 조금 다친 듯하구나. 그 혼란 속에 작은 부상이야 가벼운 축에 속하겠지.]

“하, 하하.”

라피스는 그저 어색하게 웃음 지었다.

유리가 오해를 가진 듯하였지만 해명을 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구태여 설명하려면, 여러모로 어려운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령, 유성이 터무니없는 수준의 파일럿이 되었다던가 하는 것과 같은 내용들 말이다.

곧 유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유성 군이 옆에 있으면 적어도 막 나가는 행동은 하지 않겠지.]

“아니, 할머님? 무슨 말을 그렇게 하세요?”

라피스의 추궁에 유리는 미간을 옅게 꿈틀거렸다.

곧 그녀는 턱을 쓰다듬으며 씩 웃고는 말문을 열었다.

[사실이 그러하지 않겠느냐. 솔직하게 말하면 유성 군의 판단은 너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이성적-.]

“하, 할머님!”

라피스와 유리.

둘이 한창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고 있기가 한창인 그때에.

쿠구궁-!!

돌연, 이변이 일어났다.

지진이 일어난 듯한 굉음과 함께, 함선 전체가 뒤흔들리며 통신이 중간 중간 끊기기 시작했다.

화면이 지직거리며 흐트러졌다.

“어, 어? 뭐지?”

놀란 라피스가 고개를 들어 함선을 둘러보았다.

통신의 불안정에 유리 또한 깊게 묻고 있던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라피스? 왜 그러냐, 라피스!]

“할머님?”

심상찮은 변화.

그에 라피스는 물론이고 유리 또한 다급하게 소리쳤다.

[아무래도 통신이 다시금 끊길 모양인 것 같다. 라피스! 상황이 여의치 않…… 만, 잘 들어라! 들어야 한다! 현재 행성 테라에는 드…… 칸이! 나타났……!]

당황스러움 속에서.

통신은 그렇게 끊겼다.

심상치 않은.

혼란의 시작과 함께.

* * *

기잉-.

통신을 끝마친 라피스는 황급히 자신의 숙소로 달려갔다.

복도가 진동하며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콜로니 전체가 혼란스러웠다.

우주를 유영하는 콜로니 행성인 이곳에 지진이 날 리도 없고, 아무런 전조도 없이 갑작스러운 우주 폭풍이 치달았을 리도 없었다.

그 이유는 감조차도 잡히지 않았다.

복도의 스피커를 타고서 누군가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전원, 제자리에 안착하여 대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전원, 하던 행동을 멈추고 원래의 자리로 복귀하여 대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치직-.

그때 통신이 연결되었다.

함선의 통신병에게서부터였다.

[라, 피스 생도? 라피스 생도 거기 있습니까?]

“아, 아?”

한창 달려가던 라피스가 그 자리에 비틀거리며 멈춰서더니 다급히 통신 단말을 꺼내들었다.

그리곤 단말을 키고는 다급한 어조로 소리쳤다.

“아, 네! 여기 있습니다!”

[네, 다행이군요. 라피스 생도 또한 즉시 숙소로 돌아가셔서 대기하시기 바랍니다.]

“잠시만요! 혹시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 수 있을……!”

삑.

그녀가 채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통신은 그것으로 끊겼다.

일방통행이었다.

약간의 설명을 덧붙일 여유조차 없기라도 했던 것일까.

어째서인지, 통신병은 많은 것을 설명해주지 않았다.

결국 라피스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하나뿐이었다.

통신병에게서부터 지시받았던 대로, 일단 자리로 돌아가서 대기하는 것.

하지만 그러한 혼란이 벌어진 와중에도, 라피스는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맡겨진 것부터 확인하려 했다. 그것의 상태가 가장 중요했다.

기잉-.

라피스의 숙소.

숙소로 달려온 그녀가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유성이 맡겼던 드라칸의 알이었다.

“어. 어…….”

라피스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그녀는 당황했다.

“어. 없어. 없다고!”

알은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내용물’이었다.

깨진 알의 껍질과 함께, 분명 들어 있어야 마땅할 내용물이 사라져 있었다.

강한 전류가 흐르는 용기였을 텐데 어떻게 빠져나왔는가 하는 생각은 잠깐에 불과했다.

라피스는 황급히 옆에 세워져 있던 목검을 붙잡았다.

목검을 붙잡은 그녀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그녀의 짙푸른 눈동자가 빛이 켜지듯 광채를 발하기 시작했다.

마력을 끌어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누군가 안에 들어온 흔적도 없었으니, 알이 깨지고 그 내용물이 사라졌다면 그 이유는 하나뿐이다.

‘설마…… 부화, 했다? 태어나기라도 한 건가?’

잔뜩 동공이 커진 라피스의 시선이 주변을 살폈다.

그녀는 잔뜩 긴장해서 마른침을 삼켰다.

기가스로 직접 드라칸을 상대한 적은 있어도 맨몸으로 마주한 적은 없었다.

‘어, 어디 있지?’

당황과 긴장으로 굳은 와중에도 라피스는 알에 마땅히 들어 있어야 할 내용물을 찾기 시작했다.

그녀의 목검에 새파란 마력이 일었다.

그 상태에서 그녀는 조심스럽게 잔쯤 열려있던 방문을 열었다.

언제고 목검을 휘두를 수 있도록 팽팽하게 긴장감을 끌어 올린 채로 말이다.

욕실과 문 뒤편, 숨을 만한 곳이라면 모두 뒤져 보았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

남은 것은, 오로지 침대 아래뿐이었다.

라피스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침대 밑에서 그녀를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는 그것은. 놀랍게도-.

“어. 어…….”

라피스는 입만 벌렸다.

하지만 그 직후.

침대 밑에 기어들어 몸을 숨기고 있던 ‘그것’의 목소리는.

더더욱 그녀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엄마? 왜 그래?”

라피스는 이 이상으로 더 놀랄 것이 없다는 만큼이나 입을 벌렸다.

그것은. 말을 하고 있었다.

너무도 명백한.

인간의 언어와 함께 그 짙푸른 안광을 빛내며.

* * *

유성이 한창 눈을 감고 제 자신을 관조할 무렵.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쿠웅-!!

베자리우스 E.X 콜로니가 크게 지진이라도 난 듯 진동했다.

진동은 한 번이 아니었다.

몇 번이나 반복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으며 콜로니 전체가 웅-, 떨려왔다.

“뭐, 뭐야?”

“무슨 일이지?”

감옥의 군인들이 웅성거린다.

그들조차 놀라 웅성일 정도로 콜로니 전체에 심한 진동이 울렸다.

“…….”

유성은 천천히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시작됐군.’

이 콜로니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이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정도 수준의 충격이라면, 떠오르는 것은 오로지 단 하나밖에는 없었다.

완전체. 바로 그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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