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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36화 (36/200)

36화. 베자리우스 콜로니(3)

[경고! 기체 파손율 위험 수치에 도달! 시스템에 이상 발생!]

단 일격. 놈의 공격을 단 일 회 허용한 결과는 처참했다.

기가스의 파편으로 보이는 것들이 박살이 나서 우주로 튕겨 나가고, 관절들에 이상이 생겨났다.

당연하게도 온전하게도 막아내지 못한 놈의 공격은, 기체를 파고들어 조종석까지도 닿았다.

“크, 으아아!!”

피부가 산채로 타들어 가듯이 벗겨져 시뻘건 근육이 드러나고, 시야가 휘청거렸다.

유성은 막대한 충격에 피를 토하면서도, 차마 멈출 수 없었다.

재차 파고드는 녀석이 결정타를 날리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놈의 공격을 막아내려던 순간.

유성의 EF-05가 삐거덕거리며 멈췄다.

한계 이상의 데미지를 받아버린 탓에 완전히 기가스의 시스템이 먹통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큭?!’

당황으로 얼룩진 유성의 표정이 잔뜩 굳어 버렸다.

그대로 놈의 공격에 적중당하기 직전.

[■■■■!]

유성과 놈의 뒤편에서 두 상위체가 달려들었다.

녀석은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양 두 놈의 합공을 받아 냈다.

가볍게 흘리더니 화이트 레이븐의 머리통을 붙잡아, 마치 둔기처럼 옆의 다크 레이븐을 후려쳤다.

다크 레이븐이 반대편으로 튕겨 나갔다. 무슨 볼링공이라도 되는 듯 형편없는 모습이었다.

녀석은 혼자 남은 화이트 레이븐을 붙잡더니.

뿌드-득.

그 막대한 근력으로. 화이트 레이븐의 하체를 강제로 뜯어내기 시작했다.

[■■■!]

화이트 레이븐이 고통에 비명을 내지른다.

산 채로 몸이 뜯어지고 있었다.

하반신이 두두둑, 거리는 소음과 함께 서서히 벌어지고. 내부를 가득 채운 푸른빛의 살점들과 근육들이 점점 벌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한계에 달한, 몸체가 뜯어져 나갔다.

쾅!

녀석은 고통에 꿈틀거리는 화이트 레이븐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

처박힌 화이트 레이븐이 바닥에서 꿈틀거렸다.

하체가 뜯겨 나간 탓에, 조금도 일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저 경련할 뿐이었다.

그렇게나 유성을 애먹였던 녀석이었다.

그런데 그 녀석은 지금 철저하게 박살이 나서 바닥을 굴렀다.

완전체. 놈은 역시 괴물이었다.

[■■■■!!!]

동료의 처참한 광경에 분노한 듯, 다크 레이븐의 전신에서 새파란 마력이 일제히 방출되었다.

강력한 에너지가 파동처럼 발산되었다.

다크 레이븐은 이제껏 없던 재빨라진 움직임과 함께 녀석의 허리춤을 붙잡았다.

그러고는 날카로운 고함과 함께 둥지의 천장을 깨부수며 자리를 이탈했다.

쿠궁! 쿠구궁!

무너져 내린 둥지의 천장 너머.

굉음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다크 레이븐과 완전체, 둘이 맞붙기 시작한 것이었다.

“콜록. 콜록.”

유성은 거친 숨을 내뱉었다.

그 또한 온몸이 만신창이였기는 마찬가지였다.

상위체들과의 전투도 모자라, 완전체와도 싸워야 했으니 그의 부상은 필연적인 결과였다.

다행히도 위기의 순간 다크 레이븐이 놈을 상대하며 시간을 끌고는 있었지만, 오래가지는 못할 터였다.

이 자리에서 최대한 빨리 떠야만 했다.

몸을 돌리려는 유성을 향해서.

부욱. 부욱,

하반신이 뜯겨 나간 화이트 레이븐.

녀석은 유성을 향해 양팔을 뻗어 바닥을 기어오고 있었다.

오로지 상체만 남은 상태에서 말이다.

‘설마?’

유성은 안색을 굳혔다.

화이트 레이븐, 놈은 이 상태에서도 침입자인 유성 그를 적대라도 하려는 것인가?

그는 반사적으로 초진동검을 들었다.

하지만 그 직후.

놈이 취하는 행동은 유성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스윽.

놈이 떨리는 손을 들어 그에게 ‘내밀’었다.

“……뭐?”

그 모습에 유성은 순간적으로 마나 컨트롤조차 잊어버렸다.

새파랗게 빛났었던 안광이 가라앉았다.

녀석의 손에는 예의 ‘그것’이 쥐어져 있었다.

드라칸의 알.

이 전투의 상황에서조차 녀석이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전투에 휩쓸리지 않도록 지키면서 말이다.

유성은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그는 믿을 수가 없었다.

믿을 수가 없는 일이지만.

정말로 당황스러운 일이었지만.

그는 이 상황을 이해했다.

‘설마. 지금 녀석은 내게 ‘알’을 넘기려고 하고 있는 건가?’

죽어가는 녀석이, 드라칸이.

인간인 그에게 자신들의 유일한 보물을 넘기려 하는 것이다.

[■■■.]

녀석은 유성을 향해 무언가를 말했다.

하지만 인간인 그로서는 알 수가 없다. 알 리도 없었다.

하지만 유성 그는.

지금 놈의 이 행위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모를 수가 없었다.

아니, 그가 아닌 어느 누구라고 할지라도.

놈의 이 행위는 그 이유에 대하여 알 수밖에 없는 것이었으므로.

‘알을 받아라.’

라고 말하는 듯했다.

대신. 그 대가라고 하는 것일까.

푸욱!

화이트 레이븐은 잠시간 짙은 숨을 내쉬더니, 자신의 가슴을 푹 찔렀다.

그러고는 강제로 자신의 몸에 박혀있는 핵을 뽑아 들었다.

새파란 형광빛을 뿜어내는 핵을, 산채로 뜯어낸 놈이 그것을 함께 내밀었다.

놈이 양손을 내밀고 있다.

한 손에는 자신들의 여왕의 후대가 담겨 있을 드라칸의 알을.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자신의 심장이나 마찬가지인 핵을 내밀면서 말이다.

[■■■.]

받아라. 알을 받아라. 이 핵은 그에 대한 대가다.

말은 통하지 않았으나 의미는 전달되었다.

놈의 말이 유성 그에게 그대로 해석되어 전달되는 듯했다.

녀석에게 선택권은 없을 터였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으면 지금 저 멀리서 혼자서 완전체를 상대하고 있을 다크 레이븐 또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곳에 살아있을 생존자는 오로지 유성이 전부였다.

이 알과 핵은 그렇기에 넘기려는 것이겠지.

자신들에게는 가망이 없을 테니까.

[…….]

화이트 레이븐. 녀석의 시선이 유성 그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놈은 이제 얼마 가지 않아 숨을 멈출 것이다.

가뜩이나 하반신이 잘려나가 천천히 죽어가고 있었다.

그러한 녀석이 핵까지 제 손으로 스스로 뽑아내었으니, 불과 수십 초를 버티지 못하고 죽을 터다.

유성은 원한다면 언제고 놈의 보물인 알과 핵을 탈취할 수 있었다.

둘의 사이는 명백한 적이었다.

그가 그러한들 욕할 자는 어디에도 없었으며 그것이 오히려 정상적인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놈의 뚜렷한 의지를 담은 그 시선에 유성은 잠시간 눈을 감았다.

그러고는 곧, 긴 숨을 토하듯 말문을 열었다.

“그래. 그렇게까지 이것에 대한 안전을 원한다면.”

[…….]

“알았다. 받아주지.”

대답과 함께, 그는 녀석의 핵을 받아들었다.

유성의 기가스가 놈에게 손을 내밀자, 녀석이 알을 건네어 주었다.

그러자 할 일을 마친 듯 녀석의 상체가 천천히 기울기 시작하고는-.

곧.

지면에 푹 처박히듯 쓰러졌다.

유성은 마지막으로 저 멀리서부터 싸우고 있는 완전체와 다크 레이븐, 둘을 바라보고는.

곧 몸을 돌려 함선 메티스에 올라탔다.

그가 탑승함과 동시에, 함선 메티스는 즉각 행동에 나섰다.

함선이 발휘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급가속하여 전장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까지도.

다크 레이븐은 완전체인 녀석을 끝까지 상대했다.

마지막까지.

마치 필사적으로 발을 묶기라도 하려는 듯이 말이다.

* * *

[기가스 EF-05 복귀합니다! 격납고 해치 오픈!]

유성이 탄 EF-05가 복귀함과 함께.

이제껏 개폐되었던 거대한 격납고 문이 열렸다.

그의 기가스가 내부로 들어섰다.

쿠웅-.

한 차례의 진동과 함께, 기가스 EF-05가 격납고 바닥에 내려섰다.

다수의 기가스 엔지니어들이 파일럿의 상태부터 확인하기 위해 그 앞에 섰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뭐, 뭐야.”

“왜 내리질 않지?”

격납고의 엔지니어들은 침묵하는 유성의 모습에 웅성거렸다.

EF-05의 안광이 여전히 새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그 말은, 아직까지 파일럿이 마력을 풀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 * *

기가스 EF-05, 조종석의 안쪽.

유성은 낮은 숨을 들이마시고는.

이내 마력을 담아 소리쳤다.

“치프!!”

유성의 포효와도 같은 고함.

그에 격납고의 대기가 쩌렁쩌렁하게 울려댔다.

가뜩이나 철로 된 데다, 함선의 다른 공간과는 완벽하게 개폐문으로 차단되어 있는 장소였다.

그의 고함은 사람의 고막조차 찢을 기세로 날카롭게 진동했다.

“크, 크윽?!”

“갑자기 이게 무슨!”

그의 돌발 행동에 엔지니어들이 귀를 틀어막았다.

놀란 치프 또한 유성에게 곧장 응답을 보냈다.

[어, 엉? 왜 그러냐!]

“지금 바로, 이곳 격납고와 기가스의 모든 녹화 기기들을 꺼주십쇼!”

[뭐, 뭐라고?]

“당장!!”

의지가 서린 유성의 어투는 명백한 의지를 담고 있었다.

마력이란 사람을 완전하게 조종하는 효과를 가진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것은. 유성 그의 의지를 담아 선명하게 투영하는 것이었다.

무의식적으로 가벼운 행동 정도의 제약, 혹은 지시가 가능하게 만드는.

[유성, 모든 녹화 기기들을 껐다!]

“알겠습니다.”

그제야 즉각 유성은 행동했다.

그는 대답이 들려오기가 무섭게 곧장 EF-05에서부터 내렸다.

기가스에서 내린 유성이 영문을 몰라 하는 주변의 모든 엔지니어들에게 말했다.

“엔지니어분들. 다들 나가 주십시오.”

유성의 눈은 형형한 안광을 뿜어내고 있었다.

피를 흘리면서 마치 위협이라도 하는 듯한 그 눈빛은 사납기 그지없었다.

모두가 그의 기세에 질렸다.

저도 모르게 조금씩 물러서던 엔지니어들은 이내 도망치듯 격납고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유성의 돌발 행동은 지극히 사나웠고 또한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

유일하게 남아 있던 치프가 그의 무례함에 가까운 행동에 대한 이유를 물었다.

“이봐, 유성. 무슨 이유로 그러는 거냐? 격납고는 내 영역이다!”

치프는 유성의 눈을 마주하고서도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적대심을 드러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유성은 눈을 감고는 나직하게 말했다.

“부탁드립니다. 치프. 이번만이에요.”

“……알겠다.”

“그걸로 충분합니다.”

치프는 길게 묻지 않았다.

그는 오랜 시간 만난 것이 아님에도, 유성과 같은 부류의 성격을 잘 알았다.

신중하며, 또한 지극히 말을 아끼는 성정을 지닌 유성이었다.

그런 이들이 저지르는 갑작스러운 행동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었다.

결코 허튼 행위를 할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치프는 순순히 자신의 영역이라 할 수도 있는 격납고.

그 장소를 오로지 유성에게 양보하는 것을 허락했다.

“하지만 이번만이다. 다음에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간 내가 직접 널 여기서 내쫓을 거야.”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쏘아보듯 유성을 노려본 치프는.

그 말을 끝으로 순순히 격납고를 나섰다.

그때까지 그것을 서늘한 눈으로 응시하던 유성은.

곧, 그들이 나가자마자 행동을 개시했다.

콰득!

다시금 기가스에 탑승한 유성은 조종석의 내부에 설치되어 있던 카메라를 스스로 짓밟아 부쉈다.

내부에 저장된 파일이 절대로 수복 불가능하게끔 철저하게.

저장되어 있던 드라칸의 알을 받는 장면만큼은 그 흔적이 절대로 남으면 안 되었다.

그 이후에서야-.

유성은 그것을 조심스럽게 받아들었다.

드라칸의 알.

그것은 고작해야 손바닥만 할 정도로 상당히 작은 축에 속했다.

숨기는 데에 별다른 어려움은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유성이 한낱 드라칸 따위와의 약속을 중시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유성은 그것을 철저하게 ‘숨겼다’.

이것이 결코 타인에게 발각되면 안 됨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유성은 그 나름대로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직접 가지고 있어야 해. 아직까지 이 함선 내에서는 누구도 믿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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