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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35화 (35/200)

35화. 베자리우스 콜로니(2)

유성은 때를 안다.

그는 객관적으로 자신의 상태와 주변 상황을 파악할 줄 아는 인물이다.

물러서려면 지금이 유일한 기회임을 알았다.

완전체는 유성이 둘, 아니, 셋이 있다고 해도 대적할 수 있을지가 의문인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

아니. 대적은커녕 상대조차 불가능한 압도적 강자라고 할 수 있겠지.

기교만으로 상대가 가능한 상위체까지라면 모를까, 출력이라는 스펙상의 완전한 우위를 가진 완전체는 상대조차 불가능하다.

‘놈들을 자극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스럽게 물러선다.’

유성의 EF-05는 뒤로 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그 순간.

날 선 듯 칼처럼 고개를 돌린 완전체와 시선이 마주쳤다.

푸른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싸늘한 안광.

유성은 직감했다. 놈이, 이 순간 자신을 노릴 것임을 말이다.

그의 얼굴이 형편없이 구겨졌다.

‘이런. 빌어먹을.’

완전체. 놈은 유성이 예상한 것처럼 즉각 행동했다.

양쪽에서 달려드는 두 상위체의 공격 따위는 죄다 무시하며 일직선으로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녀석의 생각이 빤히 전해진다.

아무래도, 놈은 이 자리에서 도망치는 것 따윌 허용할 생각 자체가 없는 듯했다.

어느 누구도 말이다.

‘이……!’

유성은 황급히 초진동검을 전력으로 전개했다.

전력이었다. 마력의 분배 따위를 신경 쓸 여유 따윈 없었다.

남아 있는 마력을 몽땅 끌어모았다.

붉은 안광과 함께 순식간에 달려드는 놈을 향해, 휘둘렀다.

하지만 놀랍게도.

캉! 그의 일격은 가볍게 흘려 나갔다.

놈이 내지르는 손날에,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부드럽게.

“이 자식!”

[■■■.]

놈은 건방지게도, 인간의 것과도 비슷한 무투술(武鬪術)을 사용하고 있었다.

착각이 아니다.

인간의 기술, 무술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것.

흡사 잘 단련된 한 명의 무인의 그것처럼, 철저한 권(拳)에 의한 격(擊)을 날렸다.

한낱 괴물답게 진짜 인간의 것처럼 세련되지는 못했으나 오히려 그렇기에 위협적이었다.

투박하고, 거칠며 그리고 그저 강하다.

우습지만, 그건 농담 수준이 아니었다.

오히려 유성의 쪽에서 막기도 급급했을 정도다.

기술의 예리함과 지성에 의한 경험이라는 것이 뒤섞여 있다.

그것은.

오로지 지성을 가졌기에만 비로소 쌓는 경험이 있기에 가능한 요소.

놈의 지르기에 초진동검이 형편없이 밀려났다.

공격 하나하나가 가벼워 보이는데 실상은 몰아치는 기세가 묵직하다 못해 EF-05의 기체가 부르르 떨릴 정도의 압박을 주었다.

기가스의 그 단단한 몸체조차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드라칸이 술을 사용한다고?

이해가 가지 않는 광경이지만, 그다지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다.

애초에 드라칸이란 건 인간의 이해로는 통용이 불가능한 존재들이다.

놈들은 어떠한 형태로도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었다.

인간형, 곤충형, 야수형.

그리고 심지어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완전한 무생물형이나 정신적 형태까지도.

어떠한 형태로도 존재하는 것이 가능하다.

지상을 비롯해 우주와 심해, 그 밖의 어떤 극한의 환경에서조차 살 수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진화하고 적응하며. 또한, 위협이 되는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것조차도 가능한 상승(上昇)과 적응의 괴물들.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방식으로의 학습조차 가능하며,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한 방향으로의 진화마저 얼마든지 가능한 불가해(不可解)의 존재다.

완전체란, 그러한 드라칸의 결정체이자 완성형이었다.

[■■■!]

[■■■!]

유성과 놈이 힘 싸움을 하는 사이.

뒤편에서 두 상위체가 일제히 달려들었다.

[■■?]

그것을 알아차린 놈이 혼자 뭐라 뭐라 중얼거린다.

유성을 걷어차 거리를 벌린 놈이 뒤편의 놈들을 맞상대했다.

검과 권이 서로를 노리고 휘몰아쳤다.

드라칸 셋이 서로 맞붙는다.

거기에, 유성이 가세했다.

“이-!! 망할 괴물 새끼가!”

놈은 놀랍게도, 유성과 두 상위체 모두를 상대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세 마리의 드라칸과 하나의 인간.

놈들은 서로를 노려보며 치열한 접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공기가 끈적하고 농밀하게 느껴져 왔다.

서로가 서로에게 보내는 그 진득한 적의와 살의가, 유성에게마저 느껴질 정도로 확연했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치직-.

함선 메티스가 천장의 위로 모습을 드러냄과 함께, 통신이 연결되었다.

유성의 근처에까지 접근한 것이다.

[……유성, 생, 도. 무사합니까?!]

중간중간 끊겨오는 통신음.

하지만 오히려 유성은 표정이 굳었다.

함선 메티스로부터의 음성이 들려옴과 동시에, 놈의 고개가 위쪽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놈의 고개가 정확하게 함선 메티스가 있는 방향을 향했다.

그곳에, 함선 메티스가 멀리서부터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거리는 멀었으나 워낙에 함선 자체의 크기가 거대한 탓에 모를 수가 없다.

[■■■■?]

놈이 입을 벌리며 의문을 드러낸다.

‘큭, 제길?! 설마 통신마저!’

유성의 안색이 삽시간에 창백해졌다.

놈이 알아차렸다.

녀석의 인지 감각 능력은 비정상적으로 뛰어난 수준에 달했다.

최악이 아닐 수 없었다.

유성은 녀석의 시선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불안감을 직감한 그가 다급히 소리쳤다.

“지금 당장 여길 벗어나세요! 접근하지 마십쇼!”

[벗어나라니, 그게 무슨 소…….]

“이런 젠장, 물러서라고!”

아직 채 완전체 드라칸의 등장을 파악하지 못한 듯 되묻는 함선 메티스의 물음에, 그가 격하게 외친 그 순간.

마치 답변을 하기라도 하듯 고개를 치켜든 놈은-.

쾅!

푹 쏘아지듯 유성과 드라칸의 사이를 벗어났다.

완전체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함선 메티스를 향해 쏘아졌다.

흡사 화살과도 같은 기세.

당황한 통제실 인원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저, 저놈은 또 뭐야!]

[새, 새로운 드라칸?]

유성은 그들에게 비명을 내지르듯 소리쳤다.

“이놈은 완전체입니다! 당장 이 자리를 벗어나지 않으면 당신들 모두 당할 겁……!!”

그 순간이었다.

번-쩍!!

“큭?!?!”

아득히 먼 곳의 우주 공간, 그 너머에서부터 빛의 파동이 쏘아져 왔다.

마치 해일처럼 거대한 기세의 파동은, 순식간에 완전체 드라칸을 덮쳤다.

쿠구구구-!

그 몰아쳐오며 덮치는 에너지의 밀도가 어찌나 높은지, 마치 우주가 비명을 내지르듯 떨려오는 게 느껴졌다.

[설마!]

유성은 이 익숙한 빛의 파동을 잘 알고 있었다.

분명 지금도 여전한 게 맞다면, 이것은 ‘군함’ 의 포격이었다.

그런 그의 생각에 확신이라도 얹어주려는 듯, 멀리서부터 수십 개가 넘는 빛의 파동이 일제히 쏘아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유성은 확신했다.

확실했다.

이것은 군함의 포격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이 근방에서. 군함이 직접 출동할 정도의 위치라면, 오로지 한 군데밖에 없었다.

바로 베자리우스 E.X 콜로니 말이다.

그가 그 사실을 인지함과 동시에-.

누군가가 유성이 탑승한 EF-05의 통신 채널을 강제로 열어젖히고 껴들었다.

군복을 입은 누군가의 모습이 모니터 화면에 보였다.

중후한 인상의, 가라앉은 눈매가 인상적인 남자였다.

[……일럿.]

유성은 그것이 누구인가를 단번에 파악했다.

이 통신의 정체는 군함이 틀림없었다.

저 멀리서부터 완전체를 향한 포격을 날리고 있을 베자리우스 E.X 콜로니 소속의 군함 말이다.

[파일럿, 듣고 있나?]

“네, 듣고 있습니다.”

[좋아. 놈을 자극하지 말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함선 메티스로 복귀해라. 우리 쪽의 지원사격은 놈을 오래 묶을 수 없으니, 놈이 묶여있을 때 최대한 빠르게 발을 뺄 거다.]

“알겠습니다.”

뜻과 의지가 서로 일치했다.

유성은 군더더기 없이 즉각 긍정하며,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 * *

다행히도 놈은 군함이 쏘아대는 포격에 묶여 있었다.

그에게 시선을 돌릴 틈은 없을 터였다.

쿠아아아-!!

[■■■■■-!!]

완전체.

놈은 무수한 빛의 포격에 휩싸인 채 그 자리에서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제아무리 놈이라도 명색이 군함이다.

녀석이 채 움직일 수조차 없도록 무지막지한 기세의 에너지를 담은 포격이 쉴 틈조차 없이 끊임없이 쏘아지고 있었다.

그 빛의 세기가 어찌나 강렬한지.

흡사 광선, 혹은 빛줄기처럼 보일 정도로 무수한 공격들이었다.

빛에 휩싸인 녀석이, 양팔을 앞으로 내민 채 몸을 최대한 방어하는 게 보였다.

비록 갑각질의 재질인 녀석의 표면이 타들어 가는 것이 보이지만.

그럼에도 놈은 저 무시무시한 기세의 포격에서조차 멀쩡하게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과 함께.

그 강렬했던 포격의 기세는 점차 가라앉기 시작하는 게 보였다.

저 아득히 멀리서 지원사격을 하던 군함들이, 조금씩 거리를 벌리며 멀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적정한 거리에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후퇴를 하는 모습이라니.

저것은 틀림없다.

유성은 눈을 가늘게 뜨고 군함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저건…… 대응이 익숙하군. 이미 겪어보기라도 했다는 듯한 태도다. 틀림없어.’

대응 자체가 더없이 익숙하다.

어느 정도 대처법을 아는 듯한 저 모습.

유성은 그러한 태도로 인해서, 확신할 수 있었다.

이미 저 베자리우스 E.X 콜로니 소속의 군함들은.

저 적색의 드라칸. 완전체 녀석을 겪어보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확신할 수 있었다.

약자가 결코 이기지 못할, 압도적인 강자를 단지 시간을 끌기 위한 목적으로 상대하는 듯한 태도인 것으로 보아선 확실했다.

포격으로 놈을 묶고 조심스럽게 거리를 점차 벌리는 저런 전법은, 과거부터 줄곧 써먹던 방식이었다.

지금이야말로 유일한 기회였다.

유성은 이 순간이 자리를 빠져나갈 유일한 기회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 순간.

쿠구구구-!

군함이 쏟아붓는 새하얀 빛의 포격에서부터, 놈이 서서히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손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빠져나오며, 놈이 입을 벌렸다.

[■,■■,■!]

녀석, 완전체가 유성을 노려보며 뭐라 뭐라 소리쳤다.

의지가, 생각이, 말은 통하지 않아도 분명하게 전해져 왔다.

놈에게서부터 순수한 살의와 악의가 느껴진다.

유성 그를 이 자리에서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여기서 빠져나가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겠단 의미다.

마침내 포격에서부터 빠져나온 놈이 주변의 상위체들을 무시하고서 유성 그에게 일직선으로 달려들었다.

그 공격적인 기세란 마치 이 자리에서 빠져나가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놈의 손톱이 유성의 초진동검과 맞붙었다.

마찰로 인해 새파란 불꽃이 피어올랐다.

“이 괴물 새끼가-!”

놈에게 발이 묶인 유성 그에게.

베자리우스 E.X 군함 쪽의 재촉하는 음성이 들려왔다.

[파일럿! 서둘러 자리에서 이탈하라! 더 이상은 이쪽도 무리다!]

유성도 그러고 싶기는 마찬가지다.

당장 이 자리에서 빠져나가야 하는 것을 잘 알았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놈은 끈질기게도 따라붙었다.

군함에서부터 쏘아지는 포격을 죄다 몸으로 받아 내며 오로지 그만을 노렸다.

무차별적인 연격을 날리며 몰아붙이는 탓에, 유성은 정신없이 뒤쪽으로 밀려났다.

마침내 벽에까지 내몰려 더 이상 피할 곳이 없어졌을 때.

놈의 공격이 정확하게 EF-05에 틀어박히며 일격을 허용했다.

기가스는 물론이고 조종석에까지 그 충격이 전달되었다.

기체가 비명을 지르듯 삐거덕거렸다.

“컥!”

짧은 단말마. 그와 함께 피를 토해냈다.

침투한 충격이 기체를 넘어 유성의 신체 내부에까지 전달되었다.

삑-!

그와 동시에 조종석 화면에는 긴급한 경고음과 함께 적색의 화면으로 새빨갛게 물들었다.

[경고! 기체 파손율 위험 수치에 도달! 시스템에 이상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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