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5화 (5/200)

5화. 각성하다(2)

유성은 금세 마지막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자신이 정신을 잃기 전을 상기해 내었다.

‘그랬지. 마지막에 드라칸 놈들 때문에…….’

하지만 유성은, 금세 정신을 바짝 차릴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콜로니의 전 주민은 지금 즉시 ‘함선 메티스’로 대피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콜로니의 전 주민은 지금 즉시……!]

……대피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라피스.”

“응?”

“지금, 이거…… 어떻게 된 일이야?”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 했다.

콜로니 전체에 금이 가고 있었다.

하늘과 땅. 어디라고 할 것 없이, 모든 것들이.

마치.

마치 온 세상이 무너지고 있는 것처럼.

쿠구구궁-.

콜로니의 지형이 뒤틀리며 금이 갔다.

그들이 탄 스크래퍼가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꺄악!”

라피스 또한 새된 비명과 함께 몸을 비틀거렸다.

그 모습에 안 되겠다 싶었던 유성이 말했다.

“비켜, 라피스. 내가 조종할게.”

그 말에 라피스가 물었다.

“너, 몸은 괜찮아?”

“괜찮아. 오히려 방금 전보다 나아졌어.”

실제로 그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유성은 이미 바닥까지 치달았던 마나를 완전하게 회복했다.

아니, 오히려 이전보다도 훨씬 많은 양의 마나를 가지게 되었다.

마나 능력이라는 건, 사용하면 할수록 강해진다.

마치 사람이 근육을 혹사시킬수록 더욱 강해지듯이 말이다.

유성이 기절한 시간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정신을 차리기에는 충분했다.

라피스 대신, 다시금 유성이 기가스 스크래퍼를 움직였다.

진동은 점차 심해졌다.

유성은 기가스를 타고 전해지는 감각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쩌저적!

그가 발아래로 시야를 내리자, 지면에 금이 길게 가는 게 보였다.

끝도 보이지 않을 만큼 깊은 낭떠러지가 쩍 열리고 있었다.

“큭?!”

유성은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기가스를 가속해 낭떠러지를 뛰어넘었다.

새카만 심연이 발아래로 보였다.

유성은, 이를 악물었다.

‘하마터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뻔했다.’

지면만 그런 게 아니었다.

평소에는 고요하기 그지없었던 하늘에조차 균열이 가 있고, 콜로니 너머의 시커먼 우주 공간이 점처럼 보였다.

콜로니 너머가 눈에 보일 정도로 커다란 균열이었다.

유성은 직감했다.

지금, 이것은 이미 이곳 콜로니가 감당할 수준의 데미지를 넘어섰다고.

유성은 깊은 낭떠러지를 보며 얼굴을 굳혔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제 콜로니는 붕괴한다.’

분명.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말이다.

그 조짐이 너무나도 확실했다.

당장 시야에 보이는 콜로니 전체에 균열이 일어나 있었다.

대기가 금이 간 균열로 빨려 들어가며 거센 강풍이 휘몰아쳤다.

당장 스크래퍼에서 나가 맨몸으로 있다간, 순식간에 휩쓸려 날아가 버릴 정도로 강한 돌풍이었다.

“……유성. 괜찮을까?”

“글쎄.”

라피스의 물음에, 유성은 확답을 주지 않았다.

그는 라피스의 불안함을 해소시키지 못했다.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는 드라칸들을 바라보며 말을 흐렸다.

콜로니는 인공 행성이었다.

그 말인즉슨, 땅도 하늘도 바다도 아닌 우주 한가운데에 있다는 의미다.

이것이 붕괴되는 상황은, 어느 누구도 생각해 본 적 없을 것이었다.

애초에 크기부터가 인공 행성으로 불릴 정도로 거대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현실인 것은 분명했다.

대피령이 지금도 귀가 아플 정도로 울려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잉-! 위잉-!

[……콜로니의 전 주민은 지금 즉시 ‘함선 메티스’로 대피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콜로니의 전 주민은 지금 즉시……!]

아까 전부터 울려대던 대피령은.

지금도 계속해서 울리고 있었다.

문득, 유성은 대피령의 내용을 되새기며 생각했다.

‘그보다도 메티스 쪽은 괜찮을까?’

함선 메티스.

그도 알고 있는 이주형 함선이었다.

콜로니에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대규모 이주형 함선이 항구에 정착되게 되어 있었다.

작은 섬의 크기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우주함선이다.

유성과 라피스가 탑승한 기가스 스크래퍼가 움직이는 방향 또한 바로 그곳이었다.

함선이라고는 하지만, 쉽게 말해 배였다.

다만 우주를 장기간 항해하는 게 가능한 미래형 배라는 게 다를 뿐이다.

만일의 사태에는 콜로니의 시민들이 그곳으로 대피하는 규칙이 있기는 했지만.

설마 정말로 그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

‘하긴, 이럴 거라고는 그 누구도 몰랐겠지만.’

둘을 태운 스크래퍼가 움직이는 동안.

콜로니의 붕괴는 더더욱 가속화되고 있었다.

삐-. 삐-.

스크래퍼의 상태창이 빠르게 올라간다.

이곳의 기압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이 근방의 산소가 대부분 급격하게 유실되고 있다는 건가.’

유성은 그 의미를 알아차렸다.

콜로니 전체에 균열이 가고 있다면.

그 틈새를 통해 물건이고 산소고 할 것 없이 죄다 빨려 나갈 터다.

유성은 스크래퍼의 조작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언제 바닥이 무너져 내릴지 모르는 위험이 있는 만큼, 그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드라칸 놈들과 싸울 때 이상으로 긴장하고 있었다.

그때, 그런 그를 라피스가 불렀다.

“유성.”

“말해, 라피스.”

그 말에 잠시 머뭇거리던 라피스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이런 상황에 물어볼 말은 아니지만.”

라피스의 진지한 눈빛이 그를 응시했다.

“너. 언제부터 마나를 사용할 수 있었던 거야?”

라피스는 지금 당장 살았다는 생각보다도, 줄곧 그것이 더욱 궁금했다.

어떻게 유성이 기가스를 조종할 수 있었던 것인지.

그리고 언제부터 마나 사용자였던 것인지를 말이다.

유성은 마나 사용자가 아닌, 일반인이었다.

마나를 사용한다는 것은 오랜 시간과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알기로 유성은 이제껏 분명한 일반인이었다.

그런 유성이, 하루아침에 마나 사용자가 되다니.

그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그녀의 물음에, 유성이 대답했다.

“난 원래부터 마나를 사용할 수 있었어.”

“뭐……?”

그의 말이 이상하다는 듯, 라피스가 의문을 드러냈다.

“하지만 넌 평범한 일반인이었잖아?”

“그래.”

유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라고 할 것도 없었다.

라피스의 말은, 분명한 사실이었으니까.

“그럼. 이제껏 나한테 일반인인 척 거짓말을 한 거야?”

“거짓말이 아냐, 라피스.”

“뭐?”

“적어도 난 이제까지 마나 사용자가 아니었어. 그건 분명한 사실이야.”

그 말대로였다.

유성은 태어나 지금까지 줄곧.

단 한 번도 마나 사용자였던 적이 없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다만. 이번 생에서는 말이다.

“난 태어나서 오늘 처음으로 마나를 다뤄 보는 거야.”

“……거짓말.”

유성의 진지한 대답을 들으면서도, 라피스는 도무지 믿기가 어려웠다.

그것은 너무도 거짓말 같은 이야기였으므로.

“…….”

유성은 한동안 말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이동하는 데 집중하던 그는 곧 입을 열었다.

“나중에 때가 되면 말해 줄게.”

“……알겠어.”

라피스와는 줄곧 함께 지내온 사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성은 차마 말하지 못했다.

유성 그가 환생자라는 사실을.

설명한다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제껏 유성이 라피스를 속여온 것이나 다름없었다는 것.

그는 그것을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둘 사이로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들려오는 소리는, 기가스인 스크래퍼가 내딛는 발걸음 소리뿐이었다.

그들만이 함선을 향해 움직이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도 온 거리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다들 함선 메티스로 대피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십여 분쯤을 더 나아가자.

라피스가 손으로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보여, 유성!”

저 멀리. 함선 메티스가 보였다.

너무도 거대하기에, 시야에 모두 들어오지 않는 이주형 함선.

무려 20만의 인원이 탑승할 정도의 규모를 가진 배.

하지만 라피스는, 곧 천천히 손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어…….”

쿠웅-. 쿠구궁-.

도심 쪽보다도, 오히려 이곳의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연신 폭음과 폭발이 하늘 높이 치솟고 있었다.

저 멀리서 드라칸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 기가스들이 보였다.

다섯 기의 기가스들이, 함선 메티스를 호위하며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

[■■■!]

드라칸은 콜로니의 하늘을 새까맣게 물들일 정도로 많았다.

그 수는 척 보기에도 수십 단위를 뛰어넘을 정도였다.

족히 세 자릿수는 될 정도다.

그러한 반면 기가스의 수는 고작.

‘……다섯 대가 전부로군. 미치겠네.’

유성이 지켜보는 와중에도 기가스 하나가 당하는 게 보였다.

저항하는 기가스에 수적인 우세를 앞세운 드라칸들이 새까맣게 달라붙었다.

기가스는 필사적으로 맞섰지만 이미 온몸을 뒤덮을 정도로 많은 드라칸들은 기가스의 몸체를 물어뜯었다.

철저한 해체였다.

콰앙!

이윽고 버티다 못한 기가스가 하늘에서 폭발했다.

폭발에 휘말린 드라칸 수 마리와 기가스가 지면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런.’

유성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막막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쓰게 웃었다.

‘잘못하면 함선에 타지도 못하고 여기서 죽을지도 모르겠군.’

하늘에서 울려대는 전투음.

폭발음과 드라칸의 소리가 한데 뒤섞여 울렸다.

하지만 그는 눈앞에서 기가스의 추락을 목격했으면서도 어떠한 말도 내뱉지 않았다.

지금 그의 곁에는 유성 그보다도 더한 충격을 받은 라피스가 있었다.

“아…….”

라피스는 소리를 감추려는 듯 입을 틀어막았지만, 모두 숨기지는 못했다.

유성은 그런 그녀로부터 불안의 감정을 느꼈다.

오늘 낮까지만 하더라도, 그렇게나 활기찼던 라피스였다.

그는 애써 모른 척 눈앞의 상황에 집중했다.

그가 이 상황에 당황해서 굳어 버리면, 그뿐만이 아니라 라피스 또한 함께 위험에 처하고 만다.

“음? 저건?”

그때, 저 멀리 군인이 시민들을 인솔하는 게 보였다.

유성은 기가스 스크래퍼를 움직여 그쪽으로 다가섰다.

군인들이 스피커를 통해 소리쳤다.

[미등록 기가스! 정체를 밝혀라!]

그들은 총구를 겨누며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콜로니에는 기가스의 번호를 등록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야 막 제작이 다 되어가고 있던 유성의 기가스는 등록을 완료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군인들 입장에서는 경계할 수밖에 없는 게 당연했다.

가뜩이나 난생처음 보는 괴물, 드라칸이 머리 위에서 날아다니는 와중이었다.

유성이 군인들을 향해 말했다.

[저는 아카데미 생도 유성이라고 합니다. 대피령을 듣고 이곳으로 왔습니다.]

“뭐……? 생도?”

그 말에 잠시 움찔하던 군인들이 총구를 약간 아래로 내렸다.

유성은 기가스 스크래퍼의 해치를 열었다.

그러곤 자신의 모습을 보였다.

교복을 입고 있는 유성과 라피스의 모습을 본 군인들이 술렁거렸다.

“정말 어린애잖아?”

“설마 마나 사용자?”

유성은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저 또한 행렬에 합류하겠습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호위를 맡죠.”

“뭐……?”

그 말에 군인들은 갑자기 무슨 소리냐는 듯 눈을 치켜떴다.

제대로 이해를 못 한 것 같았는데 그들 중 소대장으로 보이는 이가 대신 대답했다.

“알겠다, 호위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소대장은 유성의 발언을 즉각 받아들였다. 상황 판단이 빠른 듯했다.

유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해치를 닫았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