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210화 (210/224)

210

* * *

신재욱은 침착함을 유지했다.

골을 넣었지만 기뻐하지 않았다.

물론 기뻤다.

하지만 일부러 티를 내지 않았다.

팀의 좋은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흥분해서 날뛰면 괜히 나사가 풀려버릴 수도 있어.’

골을 넣은 뒤에 방심하다가 곧바로 실점을 허용하는 것.

프로 무대에서 종종 발생하는 일이다.

어찌어찌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지만, 한 번 넘어지면 일어날 힘조차 남지 않은 게 지금의 한국 대표팀이었다. 조심해야 했다.

더 나아가 연기까지 펼쳤다.

동료들을 모아놓고 말을 하며 일부러 다리를 떨고,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액션이 제일 잘 먹힐 타이밍이거든.’

신재욱의 연기력은 뛰어난 편이라서 동료들을 전부 속이는 것에 성공했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표정에서부터 엄청난 동기부여가 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이들 모두 웃지 않고 있었다.

이글거리는 눈빛을 한 채로 엄청난 승부욕을 드러내고 있었다.

‘다행이야. 제대로 먹혀들었어.’

신재욱은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으며, 자신의 자리를 향해 걸었다.

도중에 한 번 더 휘청거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이때, 웃음을 참기 힘든 일이 생겨버렸다.

[슈팅이 1 올랐습니다!]

슈팅 능력치가 올랐다는 메시지 때문이었다.

‘슈팅 능력치가 벌써 93이 됐어!’

너무 기쁜 나머지 신재욱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웃음도 터져 나올 것 같아서 재빨리 고개를 푹 숙였다.

지금 웃는 모습을 보여 주면 팀의 분위기를 깨버릴 수도 있다. 더구나 열심히 해온 연기도 의미가 없어진다.

“참자.”

신재욱은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아냈다.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동시에 몸을 살짝 휘청거렸다.

마치 어지러워서 고개를 숙였었던 것처럼.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연기였다.

“재욱아! 괜찮아?”

“괜찮은 거야? 뛸 수 있겠어?”

“쉬어야 하는 거 아니야? 너 너무 무리한 거 같은데?”

“어지러운 거 맞지?”

깜짝 놀란 동료들이 달려왔고.

신재욱은 옅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저었다.

“저는 괜찮아요. 더 뛸 수 있어요.”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지만, 신재욱은 곧 경기가 재개되니 빨리 자리로 돌아가 달라고 말하며 상황을 무마시켰다.

― 한국이 5 대 4로 앞서갑니다! 이제는 정말 월드컵 4강이 아주 가까운 곳까지 다가온 것 같습니다! 오늘도 기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 특히 신재욱 선수는 대단합니다! 월드클래스 선수 한 명이 팀에 있는 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너무나도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가장 호흡이 잘 맞는 이택현 선수도 있고요!

경기가 재개됐다.

아르헨티나의 선수들은 연장전에 실점하게 됐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대로라면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이거 큰일인데…? 이러다가 질 수도 있겠어…….’

‘이 시간에 실점한 건 좀 큰데…….’

‘젠장! 우리가 넣었어야 했는데…….’

‘빨리 따라가지 않으면 위험하겠어.’

당연하게도 마음이 급해졌고, 움직임에서 드러나던 여유도 사라졌다.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나오던 안정감도 이제는 보이지 않았다.

―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너무 급한데요? 자꾸만 실수가 나오고 있습니다!

― 만회 골을 빨리 넣고 싶은 것 같은데요? 그런데 우리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너무 잘해주네요!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집중력까지 떨어진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실수를 남발했다.

다만 한국은 쉽게 역습을 시도하지 못했다.

신재욱도 다르지 않았다.

체력에 여유가 있었지만 신중했다.

‘허술하지만, 그래도 아르헨티나야. 언제 날카로운 공격을 할지 몰라. 내가 같이 막아줘야 해.’

신재욱의 눈엔 보였으니까.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체력을 아껴두고 있는 한 선수가.

‘리오넬 메시가 안 뛰고 있어. 쟤는 분명히 한 번쯤을 힘을 낼 거야. 그때를 조심해야 해.’

아르헨티나의 에이스이자 세계 최고의 선수인 리오넬 메시.

그는 연장전에 들어선 이후로 거의 뛰지 않았다.

정말 산책을 하듯 걸어 다니고 있었다.

체력을 아꼈다가 기회가 났을 때 힘을 폭발시키려는 전략이었다.

물론 저런 전략은 동료들을 힘들게 한다.

한 명이 안 뛰면 나머지 동료들이 그만큼 더 뛰어줘야 했으니까.

그리고 아르헨티나는 그게 가능한 팀이었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메시의 플레이를 받쳐줄 수 있지.’

신재욱은 리오넬 메시를 경계하고 있었다.

냉정하게 한국 대표팀엔 리오넬 메시를 막을 선수는 없다. 체력이 쌩쌩할 때도 못 막았는데, 지친 지금은 어떻게 막겠는가.

‘내가 해야 해.’

그래서 자신이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만 확신은 없었다.

3번 중 1번 막으면 대박이었다.

리오넬 메시는 그만큼 막기 힘든 선수였으니까.

‘그래도 해야지.’

신재욱은 집중력을 유지했다.

언제든지 반응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그때였다.

허술해졌던 아르헨티나의 공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다.

리오넬 메시가 공을 잡았기 때문이었다.

툭! 툭!

매우 짧게 공을 치며 드리블하는 리오넬 메시.

경기장 내에서 체구가 가장 작은 선수였지만, 공을 몰고 다가오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도 커 보였다.

지금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눈엔 리오넬 메시가 거인처럼 보였다.

― 리오넬 메시가 속도를 냅니다!

리오넬 메시는 아껴뒀던 힘을 폭발시켰다.

빠르게 드리블하며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려고 했다.

그 순간 신재욱이 움직였다.

‘끊어줘야 해.’

반칙을 각오했다.

리오넬 메시를 막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

깔끔한 태클로 막으려고 하다간 역으로 당할 수 있다.

휘익!

리오넬 메시가 바디페인팅과 동시에 방향을 틀며 전진했따.

앞을 가로막은 신재욱을 단숨에 제쳐내려는 움직임이었다.

‘역시 메시의 이런 움직임은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겠어.’

신재욱은 감탄했다.

리오넬 메시의 돌파는 막는 게 너무 어려웠다. 그냥 바디페인팅을 하며 움직이는 것이지만, 그 움직임이 너무 정교했다. 더군다나 리오넬 메시는 신재욱의 움직임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주시하면서 이동했다.

세계 최고라는 말이 어울리는, 대단한 드리블 실력이었다.

그러나 신재욱은 당해줄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

‘차라리 프리킥을 내주는 게 나아.’

신재욱은 리오넬 메시에게 달라붙었다.

바디페인팅에 속지 않고 어깨싸움을 펼치며 전진을 늦췄다. 발은 뻗지 못했다.

발을 뻗는 순간 리오넬 메시에게 당해버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렵네.’

그때였다.

리오넬 메시는 동료를 이용했다.

주변에 있던 곤살로 이과인과 짧은 2 대 1 패스를 주고받으며 신재욱을 떨어뜨리려고 했다.

그러나 신재욱은 그것도 놓치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그건 내가 제일 잘하는 거야.’

동료를 이용하는 플레이에는 도가 튼 신재욱이었다.

상대의 의도를 정확히 꿰뚫고, 곤살로 이과인에겐 시선도 안 줬다.

오로지 리오넬 메시에게만 집중했다.

‘이럴 줄 알았어.’

생각과는 다르게 신재욱이 떨어지지 않자, 리오넬 메시의 표정이 굳었다.

“좀 떨어지는 게 어때?”

경기 중에 웬만해선 말을 하지 않는 리오넬 메시가 감정적인 말을 뱉어냈다.

그만큼 짜증이 난 것이다.

이에 신재욱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축구의 신을 어떻게 혼자 놔둬? 어떻게든 막아야지.”

리오넬 메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감정적으로 격해진 그는 신재욱을 도발했다.

“네가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하지만 전혀 통하지 않았다.

신재욱은 웃음을 터트리며 다리를 쭉 뻗었다.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으면 덤비지도 않았지.”

기습적인 태클은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리오넬 메시의 움직임이 흔들린 것을 보고 들어간 것이다.

웬만한 선수는 잡아내지 못하는 아주아주 작은 빈틈.

신재욱은 그 틈을 향해 슬라이딩 태클을 했다.

촤아아악!

잔디를 쓸고 들어가는 발.

발끝을 정교하게 움직이며 리오넬 메시의 공을 건드렸다.

축구의 신이라고 불리는 남자답게 리오넬 메시는 그 짧은 순간에도 공을 빼내려고 했다.

신재욱의 태클을 피해내려고 했다.

실제로 피할 뻔했다.

하지만 신재욱의 발끝이 공에 닿는 것이 아주 조금 더 빨랐다.

툭!

리오넬 메시와 공의 거리가 벌어졌다.

주인을 잃은 공.

그 공을 향해 한 선수가 달려들었다.

신재욱이라면 리오넬 메시를 막아낼 것이라고 100% 믿었던 선수였다.

― 이택현 선수가 공을 잡고 달려나갑니다! 대한민국의 역습입니다!

― 바이에른 뮌헨 듀오가 또다시 좋은 장면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신재욱 선수가 리오넬 메시를 막아냈고, 이택현이 그 공을 몰고 전진하고 있습니다!

― 이택현 선수의 체력도 대단하네요! 연장전인데도 불구하고 꽤나 빠른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아직도 이런 힘이 남아있었나요?!

이택현은 빨랐다.

수비가담에 집중하며 잠시 회복됐던 체력을 전부 쏟아내며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고 있었다.

물론 지쳐있는 상태였기에 평소의 속도는 내지 못했지만.

양 팀 선수들 모두 지친 상태에선 충분히 빠른 스피드였다.

툭! 타다닷!

스피드를 내면서도 공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드리블하는 것.

지칠수록 더 어려운 플레이였지만, 이택현은 자연스럽게 펼치고 있었다.

이때, 한 선수가 덤벼들었다.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였다.

그는 이택현을 중심으로 한 역습을 빨리 끊어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했다.

“어딜 가려고!”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는 계획했다.

신재욱이 리오넬 메시를 막았던 것처럼, 자신도 깔끔한 태클로 이택현을 막아 보이겠다고.

그러나 그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안 통하지.”

이택현은 예상한 채로 기다리고 있었다.

하비에르 마스체라노가 슬라이딩 태클을 하는 타이밍을.

그래서 빠르게 반응할 수 있었다.

툭! 타닷!

이택현은 민첩한 움직임으로 대각선으로 길게 드리블했다. 이 움직임으로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의 슬라이딩 태클을 피해냈다.

미리 준비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회피였다.

만약 예상하지 않았다면 피하지 못했을 태클이었다.

‘세계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다운 태클이야.’

피해내긴 했지만, 이택현은 마스체라노의 태클에 감탄했다.

동시에 다른 선수를 떠올렸다.

‘근데 재욱이의 태클이 더 좋은 것 같은데? 걔 거는 미리 알고도 피하기가 어렵잖아.’

신재욱의 슬라이딩 태클이 떠올랐다.

단둘이 일대일 훈련을 할 때마다 예상을 한 채로 대비해도 당할 때가 더 많았다.

그래서일까?

이택현은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보다 신재욱의 슬라이딩 태클 실력이 더 뛰어나다고 느꼈다.

‘집중하자.’

이택현은 잡생각을 날려버렸다.

현 상황에 집중했다.

그는 덤벼드는 아르헨티나 선수를 또 한 번 제쳐냈다. 이번엔 상대의 측면 수비수였다.

현재 맨체스터 시티 FC에서 활약하고 있는 파블로 사발레타.

클래스가 있는 선수였지만, 지쳐버린 지금은 스피드 완급조절을 이용해서 드리블하는 이택현을 막아내지 못했다.

‘거의 다 왔어!’

이택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좋은 기회를 거의 다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때.

잘 나가던 이택현은 드리블을 멈췄다.

그는 가깝게 따라붙은 동료에게 공을 넘기며 전방을 향해 뛰어나갔다.

‘이번에도 올 줄 알았어. 재욱아.’

툭!

연장전 전반 13분.

신재욱이 공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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