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209화 (209/224)

209

* * *

연장전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신재욱 덕에 동기부여를 했던 한국대표팀의 정신력이 더욱 강해졌다.

기세도 더 강해졌다.

― 우리 선수들의 움직임이 더욱 좋아진 것 같은데요? 정말…말이 안 될 정도로 대단한 정신력입니다!

― 어떻게 이렇게까지 뛰어줄 수 있죠? 연장전까지 오느라 분명히 힘들 텐데 말이죠!

― 그만큼 이 경기에서 이기고 싶은 것 같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4강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신재욱 때문이었다.

다리가 풀려버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팀의 막내이자 에이스가.

연장전이 시작되자마자 이를 악물고 가장 활발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여줬으니까.

― 우리 선수들 모두 놀라울 정도로 많이 뛰어주고 있는데, 특히 신재욱 선수는……엄청나게 뛰어다니네요……!

― 이제는 걱정이 될 정도입니다. 신재욱 선수는 오늘 경기장에 있는 선수 중 가장 많이 뛰고 있는 선수거든요? 그런데 연장전에서도 지친 모습을 보이지 않고 뛰고 있습니다! 혹시 신재욱 선수는 힘든 걸 느끼지 못하는 걸까요?

― 분명 힘들 겁니다. 현역으로 뛰는 선수들이 했던 말 중에 그런 말이 있습니다. 90분 풀타임을 뛰면 힘들어서 죽을 것 같고, 연장전을 뛰면 이미 죽은 상태로 뛰는 것이라고요. 그만큼 힘들다는 겁니다. 신재욱 선수는 워낙 정신력이 뛰어나기에 참고 뛰는 것 같습니다.

해설들과 경기장에 있는 선수들, 그리고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까지.

너무 많이 뛰는 신재욱을 걱정했다.

└ 신재욱 괜찮은 건가……? 너무 많이 뛰는 것 같은데?

└ 거의 쉬질 않고 뛰고 있어. 오늘 경기 내내 혼자 2인분 이상은 계속 해주고 있는데? 저게 가능한 거구나……?

└ 2인분은 무슨ㅋㅋㅋ 축알못이냐? 최전방에서 공 따주지, 공 지켜주지, 내려와서 연계해주지, 수비 가담해주지, 공 잡으면 상대 선수들 2~3명이 달라붙지. 이건 그냥 최소 3인분은 해주고 있는 거야.

└ 위에 말이 맞아. 신재욱이 3인분 정도는 해주고 있어. 그러니까 연장까지 왔지. 근데 그건 그렇고, 신재욱 체력이 왜 저렇게 좋아?;;;; 예전엔 저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 노력파 천재잖아. 아직도 팀에서 가장 열심히 훈련한다더라.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그렇고, 국가대표팀에 와서도 똑같다던데? 기석용이 한 인터뷰 못 봤어? 기석용이 대표팀에서 신재욱을 처음 봤을 때 너무 놀랐다잖아. 훈련을 너무 열심히 한대. 훈련하는 시간 자체가 긴데, 그 시간 내내 집중해서 필사적으로 한다더라.

└ ㄷㄷㄷ미쳤네……근데 오늘은 좀 걱정되는데? 저러다가 쓰러지는 거 아님?

└ 그러게. 오늘은 과하게 뛰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처럼 모두가 걱정하고 있을 때.

한국의 경기력은 점점 좋아졌다.

그리고 연장전 전반 3분 40초가 되었을 때는.

― 좋습니다! 기석용 선수가 아르헨티나의 패스를 끊어냈습니다!

기석용은 좋은 컷팅이었다.

공을 가로챈 그는 곧바로 전방을 향해 낮고 빠른 패스를 뿌렸다.

지친 상태였지만, 강한 정신력을 발휘하고 있는 상태였기에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툭!

공이 연결됐다.

신재욱에게로.

― 신재욱 선수가 공을 받습니다! 패스가 조금은 강해 보였는데, 예술적인 트래핑 실력으로 받아내네요!

― 신재욱 선수의 순두부 터치는 이미 유명하죠! 이 선수는 웬만한 패스는 다 안정적으로 받아냅니다!

조금은 밑으로 내려와서 공을 받은 상황.

신재욱은 몸을 돌리는 것과 동시에 패스를 뿌렸다.

다른 선수였다면 주변의 시야를 확인한 다음에 패스를 시도했겠지만, 신재욱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주변의 시야는 공을 받기 전에 이미 확인해둔 상태였으니까.

퍼어엉!

기습적으로 뿌려낸 패스.

아르헨티나의 반응은 느렸다.

지쳤기 때문이었다.

반면 공을 받으러 가는 이택현의 반응은 빨랐다.

신재욱과 함께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해온 그는 거친 숨을 내쉬면서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상대의 뒷공간을 침투하면서도 날아오는 공을 발등으로 부드럽게 떨어뜨렸다.

달리던 속도도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

투욱!

좋은 퍼스트터치였다.

상대의 뒷공간으로 침투했고, 공도 잘 받아낸 상황.

평소의 이택현이라면 골대 근처까지 달려가서 직접 골을 만들어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지금은 연장전이었다.

전속력으로 스프린트하고 공을 받아내는 움직임만으로도 이택현은 힘들어했다.

‘죽을 것 같네.’

이택현은 거친 숨을 내쉬며 주변을 둘러봤다.

이미 상대 선수 하나가 근처까지 쫓아오고 있었다.

교체되어 들어왔기 때문에 아직 체력에 여유가 있는 선수였다.

평소엔 유럽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빠른 이택현이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빠른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따라잡힐 것만 같았다.

자연스레 동료를 찾게 됐다.

‘아무나 도와줘!’

입 밖으로 도와달라는 말을 외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입을 여는 순간, 말이 아니라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으니까.

그만큼 모든 부분에서 한계치였다.

그때였다.

이택현의 눈엔 보였다.

그를 앞질러 달려가는 선수가.

“……?”

너무 놀라서 그 선수의 얼굴도 확인하지 못했지만, 이택현은 본능적으로 공을 툭― 밀어줬다.

예상되는 선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재욱?”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뒷모습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신재욱이라는 것을.

그는 너무나도 멀쩡하게, 마치 갓 경기에 출전한 것처럼 공을 몰고 전진했다.

이어서 달려드는 골키퍼까지 제쳐낸 뒤, 골대 안을 향해 가볍게 공을 밀어 넣었다.

긴장감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모습.

연장전에 골을 넣었으면서도 전혀 흥분하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 손가락 4개를 들어 올리는 모습.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이택현은 작게 중얼거렸다.

“……따라가려면 멀었네.”

* * *

우와아아아아!

함성이 쏟아졌다.

관중석에 있던 한국팬들은 ‘대한민국’을 외치며 열광했다.

―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올! 골입니다! 신재욱 선수가 해냈습니다! 한국의 천재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4개의 골을 터트립니다!

― 이번에도 바이에른 뮌헨 듀오네요! 이 두 선수가 또다시 귀중한 골을 선물했습니다!

― 경이롭네요! 신재욱 선수가 정말 경이로운 플레이를 보여줬습니다! 이택현 선수에게 패스한 뒤에 필사적으로 달려가더니 결국엔 골까지 만들어냈습니다! 마지막엔 침착하게 골키퍼까지 제쳐냈고요!

― 이제 스코어는 5 대 4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추가 실점 없이 버텨낸다면 4강에 올라갈 수 있게 됐습니다!

연장전에 나온 신재욱의 골은 아르헨티나를 제외한 모두를 흥분시켰다.

한국팬들과 독일팬들, 더 나아가 전 세계축구팬들이 열광했다.

신재욱을 아는 축구팬들은 전부 자리에서 일어나 놀라움을 드러냈다.

“저 천재 스트라이커가 월드컵에서도 놀라운 장면을 만들어내는구나!”

“흐흐! 아르헨티나가 불쌍하군! 하필이면 분데스리가 최강의 스트라이커를 만났어!”

“신재욱은 아르헨티나의 수비수들이 막을 수 없는 선수지.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미쳐 날뛰던 녀석을 어떻게 막겠어?”

“리오넬 메시의 굴욕이군. 축구의 신이라고 불리는 리오넬 메시는 지쳐서 뛰지도 못하고 있는데, 신재욱은 멀쩡하게 뛰어다니고 골까지 넣었잖아?”

“벌써 몇 골째야? 3골인가? 아니지! 방금 넣은 골까지 합치면 4골을 넣었네? 신재욱 이 녀석, 진짜 괴물이군!”

그만큼 중요한 타이밍에 나온 골이었다.

더군다나 한국이라는 약팀 소속으로 해낸 일이라는 게 전 세계축구팬들을 더욱 놀라게 했다.

└ 이걸로 충분히 증명된 것 같네. 신재욱은 바이에른 뮌헨 소속이 아니어도 잘할 거야.

└ 오늘 경기를 보니까 알겠어. 신재욱은 어떤 팀을 가도 득점왕이 될걸?

└ 이렇게 대단한 녀석이 18살이라고? 차원이 다른 재능을 지닌 선수군. 오늘 보여준 신재욱의 플레이는 월드클래스 그 이상이야. 오늘 경기만 보면 리오넬 메시보다 훨씬 더 위협적으로 보여.

└ 일단 골 기회를 안 놓치니까. 오프더볼 움직임도 좋고, 수비가담도 잘해주는 스트라이커인데 골 결정력이 엄청나. 이 정도 능력이면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라고 말해도 되는 거 아니야?

└ 내 생각엔 신재욱이 다음 시즌에도 잘해주면 이견 없이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라고 인정받을 것 같아.

└ 다음 시즌까지 갈 것도 없어. 월드컵 우승하면 그냥 신재욱이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야.

└ 우승은 무리지. 한국대표팀 소속으로 어떻게 우승을 해?

└ 혹시 모르지! 우승 후보인 아르헨티나를 상대로도 잘 싸우고 있잖아?

└ 너무 잘한다! 난 이번 월드컵을 보면서 신재욱의 팬이 됐어! 이 미친 천재 때문에 다른 경기는 놓치더라도, 한국의 경기는 절대 안 놓치고 보는 중이야!

모두가 흥분하고 있을 때.

신재욱은 차분했다.

주변에 모인 동료들 역시 흥분하지 않고 신재욱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들 너무 잘해주고 있어요. 고마워요. 이제 거의 다 왔어요. 연장 후반전까지 20분 정도 남았는데, 한번 불태워봅시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신재욱의 말.

그 말을 들은 한국대표팀 선수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귀중한 골을 넣으며 5 대 4로 앞서가게 되었지만, 그 누구도 좋아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의 눈엔 신재욱이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위태로워 보였으니까.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이는데……? 방금도 말하다가 휘청거렸던 것 같은데…….’

‘대단한 정신력이야……다리가 다 풀린 상태로도 끝까지 달려가서 골을 넣었어. 이젠 재욱이한테 미안할 정도야……휴……나도 힘들지만, 그래도 재욱이를 위해서라도 더 뛰어봐야겠어.’

‘많이 힘들어 보여.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고 있잖아?’

‘재욱아……괜찮은 거냐……?’

세레머니는 없었다.

그 누구도 세레머니를 하자는 말을 내뱉지 못했다.

한국대표팀 선수들은 그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신재욱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신재욱은 자신의 자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걸음은 매우 느렸고, 중간에 비틀대기도 했지만 쉬지 않고 움직였다.

계속 뛸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런 신재욱의 행동은 한국대표팀들의 마음에 또다시 불을 지폈다.

귀중한 골을 넣으며 풀어지려던 마음을 다시 한번 다잡게 됐다.

‘풀어지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

‘재욱이가 저렇게까지 해주는데, 내가 안 뛸 수는 없지. 어떻게든 뛰어서 동점 골 절대 안 먹히게 할 거야.’

‘해보자! 신재욱은 저런 상태로도 뛰는데, 나라고 못 할 게 뭐야? 나이 더 먹은 형답게 책임감 있는 모습 보여주마!’

‘방심하지 말자! 집중하자!’

그런데 이때.

자리로 돌아가던 신재욱이 걸음을 멈췄다.

경기장 위에 우뚝 선 그는 고개를 푹 숙였다.

갑작스러운 신재욱의 행동.

그 행동을 본 한국대표팀 선수들의 눈이 커졌다.

“엇…?”

“왜 저러지?!”

“뭐야…?!”

신재욱이 혹시나 과로로 쓰러지는 게 아닐까? 라는 불안한 생각이 이들의 머릿속에 파고들었다.

당연하게도 한국대표팀 선수들은 알지 못했다.

고개를 숙인 신재욱이 웃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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