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175화 (175/224)

175

* * *

이택현이 슈팅한 순간.

신재욱은 예상했다.

‘막힐 수도 있겠는데?’

세계 최고의 골키퍼 중 하나인 이케르 카시야스라면 막아낼지도 모르겠다고.

아주 잘 때린 슈팅이라면 모르겠지만.

‘너무 뻔한 슈팅이야.’

이택현의 슈팅엔 아쉬움이 있었다.

세계적인 수준의 골키퍼라면 충분히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무난한 슈팅이었으니까.

그래서 신재욱이 움직였다.

‘카시야스의 위치상 저 슈팅을 잡아내는 건 무리야. 막긴 막을 것 같은데, 손끝에 걸리겠지.’

이케르 카시야스의 손끝에 걸릴 공의 위치를 예상하며 발을 뻗었다.

반쯤은 도박이었다.

자칫 쓸데없는 행동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았다.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거지 뭐.’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 어어? 어?!

― 오오!

해설들이 깜짝 놀랐다.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들도 눈을 부릅뜨며 비명을 질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신재욱의 움직임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

신재욱은 발을 뻗으며 미소를 지었다.

‘된 것 같은데?’

예상했던 그대로의 상황이 나왔다.

아주 조금의 오차는 있지만,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는 정도였다.

스윽!

신재욱이 발끝을 움직였다.

이케르 카시야스의 손끝에 걸리며 튕겨 나오려는 공을 다시 골대 안으로 밀어 넣었다.

퉁! 투웅!

공은 바닥에 두 번 튕기며 레알 마드리드의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 우와아아아아아아! 고오오오오오올! 골입니다! 들어갔습니다! 이게 뭔가요?! 이런 골이 나오네요!

― 우오오오오! 신재욱 선수! 믿을 수 없는 골입니다! 이케르 카시야스의 슈퍼세이브라는 말을 외치려던 때, 신재욱 선수가 그걸 또 골로 연결하네요! 이건 뭐죠? 무슨 움직임이죠? 카시야스 골키퍼의 움직임을 예상이라도 한 걸까요?

― 그… 게 아니라면 설명이 되질 않네요! 신재욱 선수가 이제는 미래를 내다보는 걸까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가 조용해졌다.

관중들 모두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실시간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전 세계 축구팬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 오우…… 이건 말이 안 되는데…….

└ 신재욱은 미래를 볼 수 있는 거야? 어떻게 이런 골을 만들어낼 수가 있지?

└ 지금 이케르 카시야스가 막아낼 방향을 예측해서 발을 뻗은 거 맞지? 난 살면서 저렇게 골을 넣는 선수를 본 적이 없어.

└ 바이에른 뮌헨의 스트라이커는 마법사야? 매번 하이라이트 영상만 보다가 경기하는 건 오늘 처음 봤는데, 움직임의 수준이 너무 높은데?

└ 신재욱은 팬들을 자주 놀라게 하는 선수야. 근데 이번 골은 그중에서도 특별하네. 나 아직도 입이 안 닫혀.

└ 이케르 카시야스가 가장 놀라고 있을걸? 저기 카시야스의 표정 좀 봐봐. 이게 현실인지 아닌지도 판단이 안 된다는 표정이잖아.

└ 미래를 보는 선수가 있을 줄이야. 하하! 물론 말이 안 되지만, 신재욱이 방금 넣은 골은 미래를 본다고 해도 믿어질 정도였어!

└ 난 늘 말하지만, 신재욱은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가 될 남자야.

모두 놀라움을 넘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경기장에 있던 선수들도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신재욱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런 시선이 쏟아지는 가운데.

신재욱은 공을 옆구리에 낀 채, 덤덤한 얼굴로 경기장 중앙을 향해 달렸다.

― 신재욱 선수가 평소처럼 경기장 중앙으로 공을 옮기고 있습니다! 이야…… 모두를 놀라게 한 골을 터트려놓고 이렇게나 덤덤할 수가 있나요?

― 허허……! 신재욱 선수에겐 그렇게 놀라운 일이 아닌 모양입니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의 분위기가 바뀐 것처럼.

양 팀 선수들의 기세도 바뀌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기세가 한풀 꺾인 게 겉으로 드러났고.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은 더욱 기세가 올랐다.

― 바이에른 뮌헨이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2 대 0으로 앞서가는 상황이어서 그런지, 선수들의 움직임에서 여유가 느껴지네요.

― 전반전은 바이에른 뮌헨이 완전히 가져가는 분위기입니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신재욱 선수의 골 이후로 위축되어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네요.

―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을 겁니다. 전반전 내내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재욱 선수를 경계했거든요? 그런데도 신재욱 선수에게 골을 허용했으니,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죠.

레알 마드리드는 수비하는 것에 급급했다.

앞으로 나가며 빌드업의 중심이 되어주어야 할 루카 모드리치와 사비 알론소조차 바이에른 뮌헨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에 바빴다.

최전방에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답답하다는 듯 소리를 질러봤지만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전반전의 시간이 흘러가는 내내, 바이에른 뮌헨의 분위기였다.

― 오오! 이케르 카시야스의 선방입니다!

― 신재욱 선수의 과감한 슈팅이었습니다! 굉장히 위협적이었는데, 이케르 카시야스 골키퍼가 이걸 막아내네요!

― 이번엔 알라바의 슈팅이었습니다!

― 다비드 알라바 선수도 수비수지만 킥 능력이 굉장히 좋은 선수거든요? 비록 골대를 살짝 벗어났지만, 충분히 슈팅을 시도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좋은 시도였죠!

바이에른 뮌헨은 계속해서 레알 마드리드를 밀어붙였다.

가능하면 전반전에 추가 골을 넣어서 점수 차이를 더욱 벌리려고 했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는 레알 마드리드였다.

멘탈이 흔들린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바이에른 뮌헨의 공격을 필사적으로 막아냈다.

― 전반전이 종료됩니다. 바이에른 뮌헨에게 좋은 기회가 많았는데, 레알 마드리드가 잘 막아내며 2 대 0에서 추가 실점은 없었습니다.

―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의 투지도 대단하네요. 그런데 후반전엔 지금처럼 플레이하면 경기에서 이기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후반전엔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잠시 후.

후반전이 시작됐다.

양 팀 선수들의 구성엔 변화가 없었다.

모두 전반전을 뛰었던 선수들이었다.

이처럼 선수들은 같았지만, 경기력엔 변화가 생긴 팀이 있었다.

― 레알 마드리드의 전술이 조금 바뀐 것 같죠?

― 예. 전반전보다 훨씬 더 공격적으로 바뀌었습니다. 효과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지금 보시면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이 당황하고 있거든요?

공격에 많은 무게를 실은 레알 마드리드는 위협적이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림 벤제마, 가레스 베일이라는 공격진은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진을 긴장시켰다.

―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전반전이 끝난 이후에 동기부여를 확실히 하고 온 것처럼 보입니다! 전반전과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되었거든요?

― 정말 그러네요! 전반전에 밀리던 레알 마드리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제야 팬들이 원하던 레알 마드리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네요!

당황한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은 잠시 웅크렸다.

날카로운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서였다.

신재욱도 지금은 밑으로 내려와서 동료들의 수비를 도왔다.

스트라이커였지만, 그의 수비 가담은 팀에 큰 도움을 주고 있었다.

지금도 그랬다.

휘익! 휙!

탈압박 능력이 워낙 뛰어나서 어지간해선 공을 뺏기지 않는 선수인 루카 모드리치.

그는 공을 소유한 상태로 자신감 있게 전진했다.

토니 크로스가 가까이에 붙은 채로 압박을 하고 있었지만, 루카 모드리치는 너무나도 편안해 보였다.

그런데 이때.

루카 모드리치의 시야 밖에서 은밀하게 접근한 신재욱이 몸을 날렸다.

타이밍이 완벽한 슬라이딩 태클.

제아무리 루카 모드리치라고 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갑자기 들어온 태클을 피해내진 못했다.

더구나 신재욱은 공을 먼저 건드렸다.

반칙이 아닌, 정당한 태클이었다.

― 신재욱이 끊어냈습니다! 스트라이커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태클 능력을 지닌 선수다운 플레이입니다!

― 루카 모드리치 선수는 정말 공을 뺏기지 않는 걸로 유명한 선수인데, 신재욱 선수의 태클엔 어쩔 수가 없네요! 이러면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 흐름이 완전히 끊겼죠!

신재욱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 순간에 공을 뺏긴 루카 모드리치가 덤벼들었지만, 신재욱은 몸을 빙글 돌리며 탈압박을 해냈다.

― 루카 모드리치를 탈압박해내는 신재욱! 직접 공을 몰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신재욱이 공을 끊어냈을 때부터.

바이에른 뮌헨의 공격진은 앞으로 튀어 나가고 있었다.

미리 약속된 움직임이기도 했지만, 신재욱을 믿기에 나온 판단이었다.

신재욱이라면 공을 뺏기지 않고 어떻게든 전방으로 연결해줄 거라는 믿음.

― 바이에른 뮌헨의 역습입니다!

공을 몰고 전진하는 신재욱의 앞을 사비 알론소가 가로막으려고 했다.

이때 신재욱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몸을 대각선으로 틀었다. 그러자 사비 알론소가 어깨를 부딪쳐왔다.

퍼억!

신재욱은 밀리지 않았다.

사비 알론소와 몸싸움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 순간 신재욱의 시야엔 보였다.

전방에서 공을 받을 준비가 된 이택현의 모습이.

투욱!

신재욱은 이택현을 향해 공을 강하게 차 냈다.

동시에 전방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며 소리쳤다.

“다시!”

그 말을 들은 이택현이 오른발의 안쪽으로 공을 툭 밀었다.

달려오는 신재욱의 앞쪽 공간에 밀어준 센스있는 패스였다.

‘좋은 패스야.’

신재욱은 공에 집중했다.

아주 좋은 슈팅 타이밍이었다.

순간적으로 이택현에게 시선이 쏠린 상황이었기에, 방해도 없었다.

퍼엉!

신재욱이 발등이 공을 때려냈다.

강하게 때리기보다는 제대로 맞추는 것에 집중한 슈팅이었다.

의도는 성공했다.

공은 발등에 제대로 걸렸고, 강하게 차려고 하지 않았음에도 엄청난 속도로 쏘아졌다.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때려낸 슈팅이었는데, 공은 순식간에 레알 마드리드의 골대 안을 파고들었다.

철렁!

그 대단한 이케르 카시야스 골키퍼조차 지금은 반응도 하지 못한 채 제자리에 서 있었다.

― 우와아아아아아! 들어갔습니다! 신재욱 선수의 원더골이 나왔습니다! 정말 환상적인 골이네요!

― 엄청난 슈팅이었습니다! 이케르 카시야스 골키퍼가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로 강력한 슈팅이었죠! 신재욱 선수와 이택현 선수의 호흡은 정말 경이롭습니다……!

― 신재욱 선수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를 다시 한번 침묵하게 합니다! 그 열정적인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이 지금은 응원조차 하지 못하며 허탈해하고 있습니다!

― 양 팀의 스코어는 이제 3 대 0이 됩니다! 치열할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바이에른 뮌헨이 3점이나 앞서나갑니다!

해설들의 말처럼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은 침묵했다.

너무 강한 충격을 받은 것일까?

침묵은 공을 든 신재욱이 경기장 중앙에 도착할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신재욱은 덤덤했다.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2개의 골을 넣었음에도 별것 아니라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지금.

신재욱의 입꼬리가 꿈틀거렸다.

표정에 변화가 생겼다.

골을 넣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허공에 떠오른 몇 개의 메시지 때문이었다.

[민첩이 1 올랐습니다!]

[몸싸움이 1 올랐습니다!]

[태클이 1 올랐습니다!]

[체력이 1 올랐습니다!]

[대인방어가 1 올랐습니다!]

“이게 얼마 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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