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174화 (174/224)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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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하다 보면 유난히 호흡이 잘 맞는 동료가 있다.

프로 무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실력이 비슷하든 다르든 상관없이 이상할 정도로 손발이 잘 맞는 동료가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이런 점은 신재욱에게도 적용되는 것이었다.

환생 전에도 그랬고, 환생 후인 지금도 유난히 호흡이 잘 맞는 선수가 존재했다.

“프랑크!”

팀의 왼쪽 윙어 프랑크 리베리도 그런 선수 중 하나였다.

‘알지?’

프랑크 리베리의 이름을 크게 불렀을 뿐, 신재욱은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한쪽 손을 높이 들어 올린 게 끝이었다.

신호는 그걸로 끝이었다.

그 행동과 동시에 신재욱은 레알 마드리드의 페널티박스 깊숙한 곳까지 침투했다.

그 순간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수 페페와 세르히오 라모스의 시선이 신재욱에게로 향했다.

가뜩이나 신재욱을 경계하던 중이었는데, 이제는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까지 하니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손을 들며 프랑크 리베리를 부르기까지 한다.

이때, 프랑크 리베리가 크로스를 올렸다.

퍼엉!

― 프랑크 리베리! 크로스!

공이 페널티박스 안으로 휘어져 들어왔다.

세르히오 라모스와 페페는 본능적으로 신재욱에게로 향했다.

두 명의 수비수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

신재욱이 헤딩을 하지 못하게 방해하겠다는 생각이었다.

― 어어? 크로스가 깁니다?!

그런데 날아간 공은 신재욱의 키를 넘겼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신재욱의 머리를 노린 크로스가 아니었으니까.

반대편에서 빠른 속도로 들어오는 이택현의 머리를 노린 크로스였으니까.

― 공이 이택현에게로 향합니다!

이택현은 달려오는 힘을 이용해 높게 점프했다.

몸을 공중에 띄운 상태에서도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머리로 공을 찍어 내렸다.

터엉!

공은 골대 안쪽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레알 마드리드의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가 몸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 역시 신재욱과 프랑크 리베리에게 완전히 속아버렸기에 반응하지 못한 것이었다.

철썩!

레알 마드리드의 골망이 시원하게 흔들렸다.

이택현의 선제골이었다.

― 고오오오오오올! 들어갔습니다! 이택현입니다! 이택현 선수가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선제골을 터트렸습니다!

― 엄청난 골이 나왔습니다! 프랑크 리베리 선수와 신재욱 선수가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진을 완전히 속였어요! 누가 보더라도 신재욱 선수에게 크로스할 것처럼 보였는데,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이택현 선수를 노렸거든요? 이야……이 골은 신재욱 선수의 연기력이 워낙 뛰어나서 속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 이택현 선수의 마무리도 훌륭했죠?

― 당연합니다. 공을 가지지 않았을 때의 이택현 선수의 움직임은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거든요? 결정력도 마찬가지고요! 방금도 이 모든 게 충족되는 골이었습니다.

경기장의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에 가득한 홈팬들이 허탈한 얼굴로 이택현을 바라봤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관중석을 메운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은 골을 넣은 이택현을 향해 야유를 퍼붓기 시작했다.

― 이택현 선수가 특유의 세리머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하! 벌써 백덤블링을 몇 번이나 하는 거죠? 이 정도면 서커스 선수라고 해도 믿겠네요!

― 관중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오고 있는데, 이택현 선수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네요! 하하! 이 선수의 배짱은 정말 대단합니다!

얄미울 정도로 여러 번의 백덤블링 세리머니를 펼치는 이택현의 모습.

그 모습에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은 약이 바짝 오를 수밖에 없었다.

우우우우우우우!

야유는 더욱 커졌다.

“으하핫! 다들 내 헤더 봤죠? 다들 기대해도 좋아요. 저 오늘 컨디션 미치게 좋으니까요!”

세리머니를 마친 이택현은 여전히 야유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신재욱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많이 성장했네 이택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이 정도 야유를 받으면서도 괜찮아 보이고.’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의 광기는 엄청나기로 유명하다.

특히 홈에서 보여주는 팬들의 광기는 상대 팀 선수들을 위축되게 만들곤 한다.

그런데 이택현은 영향을 받지 않고 있었다.

정신력이 강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이제 스코어는 1 대 0입니다! 이러면 레알 마드리드가 급해질 수밖에 없죠?

― 그렇습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어떻게든 골을 넣고, 이기려고 할 겁니다. 홈경기이기 때문에 자존심이 걸려있거든요.

경기가 재개된 이후, 레알 마드리드의 분위기가 변했다.

선제골을 허용하기 전까진 아직 경기에 집중하지 못한 모습이었다면, 이제는 긴장이 풀린 모습이었다.

움직임도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

그래서일까?

레알 마드리드는 빠르게 경기의 분위기를 잡아나갔다.

― 루카 모드리치, 좋은 탈압박입니다! 루카 모드리치가 사비 알론소에게 공을 연결합니다.

사비 알론소는 레알 마드리드 내에서 패스가 가장 좋은 선수 중 한 명이었고.

지금도 그는 측면으로 달리는 디 마리아를 향해 정확한 롱패스를 뿌려냈다.

― 예리한 패스입니다! 디 마리아가 공을 받아냅니다! 디 마리아 선수! 볼 터치가 정말 좋네요!

디 마리아는 피지컬이 좋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윙어와 미드필더로서의 다른 능력 대부분이 뛰어난 월드클래스 선수였다.

지금도 그의 능력은 빛났다.

― 돌파했습니다! 디 마리아 선수가 바이에른 뮌헨의 측면 수비를 뚫어냈습니다!

디 마리아는 좋은 드리블을 보여주며 측면을 파고들었다.

더 나아가 바이에른 뮌헨의 위험지역으로 깊숙이 침투했다.

바이에른 뮌헨의 페널티박스 안엔 어느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림 벤제마, 가레스 베일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바이에른 뮌헨 수비수들로선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때, 디 마리아가 왼발로 공을 툭― 밀어냈다.

페널티박스 바깥에 있던 루카 모드리치를 향한 패스였다.

골을 잘 넣는 호날두, 베일, 벤제마를 두고 루카 모드리치에게 패스했다는 것.

앙헬 디 마리아는 그 선택으로 바이에른 뮌헨 수비수들의 허를 찔렀다.

그리고 루카 모드리치는 기다렸다는 듯 강력한 슈팅을 때려냈다.

퍼어엉!

발등에 제대로 걸린 슈팅이었다.

워낙 잘 맞아서 루카 모드리치는 골을 확신했다.

그러나 그의 확신과는 다르게, 슈팅은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 우오오오! 보아텡이 루카 모드리치의 슈팅을 몸을 던져서 막아냈습니다!

― 방금은 바이에른 뮌헨이 굉장한 위기를 맞았었죠! 루카 모드리치 선수의 슈팅이 보아텡 선수의 몸에 맞지 않았다면, 그래도 빨려 들어갔을 것 같았거든요?

― 루카 모드리치 선수도 아쉬워하네요.

루카 모드리치의 슈팅 궤적에 마침 보아텡이 서 있었다는 것.

바이에른 뮌헨에겐 행운이었다.

실점할 수도 있었던 위기를 벗어났지만,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은 기뻐하지 못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이 매섭다는 걸 확실하게 느꼈기 때문이었다.

― 비록 골이 되진 않았지만, 레알 마드리드가 명성에 걸맞은 공격을 보여주네요!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이 긴장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이런 공격력이라면 바이에른 뮌헨 수비진이 경기 내내 고생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 경기가 더욱 재밌어지고 있습니다! 양 팀 모두 서로의 수비를 위협할 수 있는 공격력을 지녔기 때문에 긴장감이 넘치네요!

레알 마드리드와 바이에른 뮌헨.

양 팀 모두 공격적인 운영을 펼쳤다.

서로의 중앙과 측면을 골고루 노리며 기회를 만들려고 했다.

툭!

최전방에 있던 신재욱이 공을 받았다.

곧바로 등 뒤에서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 세르히오 라모스의 압박이었다.

‘라모스. 경기장에서의 존재감이 대단한 사람이야.’

세르히오 라모스는 손과 발, 무릎을 적절히 써가며 신재욱을 압박했다.

신재욱이 몸을 돌리는 걸 철저하게 방해했다.

‘내가 가려는 길을 미리 알고 막아버리는 느낌이야. 역시 최고 수준의 수비수라는 건가?’

그러나 세르히오 라모스가 모르는 게 있었다.

상대인 신재욱이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였던 선수라는 것을.

세계 최고의 수비수들과 여러 번 상대해봤고 수없이 많이 이겨봤던 선수라는 것을.

휘익!

신재욱은 세르히오 라모스를 등진 채로 왼쪽으로 상체를 돌렸다. 영락없이 턴을 할 것 같은 페인팅이었다. 이에 세르히오 라모스는 속지 않았다.

그러자 신재욱은 정말로 몸을 돌리며 어깨를 집어넣었다. 그 순간 세르히오 라모스가 방해했다. 강력한 힘과 순발력을 이용해 신재욱이 몸을 돌리는 걸 다시 한번 막아내려고 했다.

그 순간 신재욱이 반대 방향으로 몸을 회전했다.

매우 빠른 순간에 나온 움직이었다.

‘이러면 최고 수준의 수비수도 당할 수밖에 없지.’

세르히오 라모스의 수비를 뚫어낸 상황.

그러나 신재욱은 더 전진하지 못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또 다른 중앙수비수 페페가 덤벼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신재욱은 전진하지 않았을 뿐, 가만히 있진 않았다.

발바닥을 이용해 공을 옆으로 굴렸다.

어느새 레알 마드리드의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한 이택현을 향한 패스였다.

툭!

이택현은 달려오는 속도를 줄이며 오른발 안쪽으로 공을 받아냈다. 그러곤 양발잡이 선수답게 왼발로 공을 툭 밀었다. 슈팅할 각도를 잡는 과정이었다.

다음으로 오른발을 휘둘러 공을 때려냈다.

골대와 가까운 곳에서 시도한 슈팅이었다.

퍼엉!

공은 구석으로 향했다.

현시점에서 세계 최고의 골키퍼 중 하나인 이케르 카시야스가 몸을 날렸다.

첫 번째 골을 허용했을 때와는 다르게, 이번엔 이택현의 슈팅에 반응한 것이다.

게다가 그 짧은 순간에 슈팅의 방향까지 맞춰냈다.

휘익!

이케르 카시야스가 팔을 쭉 뻗었다.

공의 궤적이 조금만 더 골대의 구석으로 향했다면 카시야스의 손에 닿지 않았겠지만.

이택현이 때려낸 슈팅은 구석보다 조금 더 안쪽으로 향했다.

틱!

휘어져 들어가던 공이 이케르 카시야스의 손끝에 걸렸다.

축구에서 흔히 핑거팁이라고 불리는 골키퍼의 슈퍼세이브가 나온 것이다.

그 순간 이곳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 있던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은 함성을 터트렸다.

아니, 터트리려고 했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은 터져 나오려는 함성을 참아내야만 했다.

“헙……!”

“세입……흡!”

“어어?!”

“어…?”

이케르 카시야스의 손끝에 걸리며 튕겨 나가는 공.

그 공을 향해 발을 뻗은 선수 때문이었다.

툭!

신재욱은 발끝을 정교하게 움직였다.

튕겨 나가려던 공을 다시 레알 마드리드의 골대 안으로 넣기 위함이었다.

‘이럴 것 같았어.’

공이 골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며, 신재욱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자신이 했음에도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사람들이 많이 놀라겠는데?’

이케르 카시야스 골키퍼가 이택현의 슈팅을 막아낼 것을 예상하고, 카시야스가 공을 튕겨낼 위치까지 예상해서 미리 발을 뻗는 것.

그 행동으로 골을 만들어낸 것.

직접 보지 않고서는 믿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물론 직접 봤음에도 믿기 힘든 장면이었다.

그래서일까?

신재욱의 골이 터진 지금.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가 놀라울 정도로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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