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
* * *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
스트라이커로선 승리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긴장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신재욱에겐 여유가 흘렀다.
얼마나 여유가 있으면 그의 시야엔 관중석에 있는 아스널 FC 팬들의 놀란 표정까지 보였다.
‘놀라기엔 아직 이른데.’
신재욱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상대인 아스널의 팬들을 더욱 놀라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다만 그전에 할 일이 있었다.
‘일단 이것부터 넣고.’
신재욱이 다리를 휘둘렀다.
발을 정교하게 휘두르며 아스널의 골대 구석을 향해 공을 차 냈다.
― 해트트릭입니다! 신재욱 선수가 챔피언스리그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습니다!
― 뒷공간 침투부터 퍼스트 터치와 수비수를 제치고 골을 넣는 것까지 모두 완벽했습니다! 신재욱 선수! 분데스리가 최고의 스트라이커답네요! 아스널을 상대로 어렵지 않게 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 이러면 아스널에겐 최악의 전반전일 것 같은데요?
― 맞습니다. 이대로 전반전이 끝나면 아스널은 2차전에서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어떻게든 한 골이라도 넣을 필요가 있습니다!
해설의 말처럼 아스널의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선수들과 팬들 모두 전반전에만 3골을 허용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아스널의 팬들은 그들의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믿기 힘들어했다.
“말도 안 돼……!”
“아스널이……이렇게 당한다고?”
“바이에른 뮌헨이랑 실력 차이가 이렇게나 클 줄이야…….”
“바이에른 뮌헨의 스트라이커를 전혀 못 막고 있잖아……?”
“뮌헨의 스트라이커가 너무 잘해……!”
같은 시각.
분데스리가를 거의 보지 않고, 프리미어리그만을 즐겨보던 전 세계 축구팬들도 신재욱의 실력에 큰 충격을 받았다.
└ 대박! 바이에른 뮌헨의 공격수 뭐야? 왜 저렇게 잘해?
└ 분데스리가의 득점왕이래. 나도 오늘 경기는 처음 봤는데, 되게 잘한다. 아스널의 수비수들이 전혀 막질 못하고 있잖아?
└ 저 한국인 공격수는 이번 경기가 끝나고 나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게 될 거야.
└ 내가 분데스리가를 챙겨보진 않지만, 신재욱이 이미 전 세계적으로 관심받고 있던 선수라는 건 알고 있어. 쟨 이미 여러 빅클럽의 러브콜을 받는 선수야.
└ 신재욱 너무 잘하는데? 알아보니까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득점왕이고, 이번 시즌도 득점왕이 유력한 선수네!
└ 놀라운 건 이 선수의 나이가 18세라는 거야!!! 다들 믿어져? 얘 겨우 18살이라고!!
└ 아스널 수비가 이렇게나 약했나? 이번 시즌엔 꽤 단단하지 않았어?
└ 바이에른 뮌헨이 아스널의 수비를 약해 보이게 만들고 있는 거야. 그만큼 바이에른 뮌헨의 공격이 날카롭다는 거지.
└ 신재욱 쟤가 18살이라고? 움직임이 어떻게 저렇게나 좋을 수가 있지? 오프더볼 움직임과 온더볼 움직임이 모두 환상적이야! 그리고 몸싸움도 꽤 강해 보여!
└ 공중볼 경합에서도 잘 안 밀리고, 공을 잘 따내고 있어! 아스널의 수비수들이 신재욱보다 키가 더 큰데도 말이야!
└ 바이에른 뮌헨에 저런 스트라이커가 있었다니……!
이처럼 모두가 충격에 빠진 상황에서.
전반전이 종료됐다.
이후, 후반전의 흐름도 바이에른 뮌헨이 끌고 갔다.
3점 차로 앞서가고 있기에,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의 플레이엔 자신감이 흘러나왔다.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은 방심도 하지 않았다.
완벽주의자인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이 차가운 눈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 바이에른 뮌헨이 후반전에도 아스널을 강하게 압박하는 전술을 펼치네요! 이러면 체력이 많이 소모될 텐데, 그만큼 스쿼드에 여유가 있다는 거겠죠! 언제든지 새로운 카드를 꺼낼 수 있는 바이에른 뮌헨입니다!
― 그에 비해서 현재 아스널은 스쿼드가 탄탄한 편은 아니라서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순위경쟁을 하느라 주전선수들 위주로 경기를 치러왔지 않습니까? 주전선수들의 체력이 정상일 수가 없습니다.
― 1차전에서 아스널이 이렇게 무너지나요? 프리미어리그를 즐겨보시는 팬분들에겐 너무나도 충격적인 경기 내용일 것 같네요!
아스널은 골을 넣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3 대 0으로 밀리고 있었으니까.
이대로라면 2차전이 힘들어질 테니까.
그러나 이들은 적극적으로 공격하지 못했다.
― 오우! 아스널의 슈체스니 골키퍼가 토니 크로스의 슈팅을 막아냈습니다! 이야~! 정말 잘 때린 슈팅이었는데, 이게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네요!
― 아스널이 마음은 급한데, 바이에른 뮌헨의 공격을 막느라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간은 자꾸 흐르고, 아스널 선수들의 마음은 점점 더 급해질 것 같습니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팀은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의 컨디션이 굉장히 좋아 보이네요! 교체 카드를 아끼지 않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판단도 효과적이고요!
그래서일까?
후반 30분, 골을 넣은 팀은 아스널이 아닌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 토마스 뮐러입니다! 슈체스니 골키퍼가 튕겨낸 공을 그대로 골로 연결했습니다! 위치선정이 대단히 좋았기에 나온 골이네요!
― 토마스 뮐러 선수는 이런 골을 굉장히 잘 넣는 선수죠!
바이에른 뮌헨의 공세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아스널은 골을 노리긴커녕 수비에만 급급한 채, 시간을 보냈다.
삐이이이익!
― 경기 종료됩니다! 바이에른 뮌헨이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아스널을 상대로 4 대 0 대승을 거뒀습니다!
* * *
아스널과의 경기가 끝난 이후.
신재욱의 이름은 더욱 유명해졌다.
분데스리가를 챙겨보는 팬이 아니라면 잘 알지 못했었는데, 이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가 됐다.
좋은 활약도 계속 이어졌다.
「신재욱, 샬케와의 경기에서 해트트릭! 현재 리그 3위인 샬케의 수비도 천재 스트라이커를 막는 건 역부족!」
「압도적 리그 득점 1위 달리는 신재욱, 이번 시즌 몇 골이나 넣을까?」
「신재욱, 리그 50골 노리나?」
매 경기 선발로 출전해서 활약하는 신재욱을 중심으로 바이에른 뮌헨은 연승을 이어갔다.
신재욱은 그런 상황에서 한국대표팀 경기까지 치르며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그리고 2014년 3월 중순이 됐을 때.
바이에른 뮌헨은 다시 아스널을 만났다.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이었다.
아스널은 지난 1차전에서 겪은 굴욕적인 패배를 갚아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리그에서도 연승을 이어가며 기세가 오를 대로 오른 바이에른 뮌헨을 꺾어내진 못했다.
「바이에른 뮌헨,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 16강 2차전에서도 아스널 꺾었다!」
「챔피언스리그의 유력한 우승 후보 바이에른 뮌헨, 8강에선 어떤 경기력 보여줄까?」
강력한 경기력으로 8강에 오른 바이에른 뮌헨.
지지 않을 것만 같은 기세를 내뿜는 이 팀은 분데스리가에서도 계속 연승을 이어갔다.
리그 27연승을 이어가며 독일 최고의 팀다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28라운드 경기에선 위기를 맞았다.
며칠 뒤에 있을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을 위해서 핵심 선수를 출전시키지 않은 바이에른 뮌헨은 호펜하임을 상대로 좋지 못한 경기력을 보였다.
― 바이에른 뮌헨이 리그에서 이렇게까지 밀렸던 경기가 있었나요? 적어도 이번 시즌엔 없었던 것 같은데요?
― 이번 시즌의 바이에른 뮌헨은 27연승을 할 때까지 별다른 위기가 없었죠!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이 챔피언스리그에 너무 신경을 많이 쓴 것일까요? 주전선수가 대거 빠진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력은 너무 아쉽네요!
― 특히 티아고 알칸타라 선수와 마리오 괴체 선수의 실전 감각이 떨어진 게 큰 것 같습니다. 오늘 바이에른 뮌헨의 전술은 이들이 잘해줘야만 하거든요? 하지만 토니 크로스 선수의 빈자리가 너무도 크게 느껴집니다.
― 공격진도 마찬가지입니다. 피사로 선수가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고 골도 기록했지만, 신재욱 선수가 뛸 때에 비하면 확실히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후반 17분.
바이에른 뮌헨은 호펜하임에게 2 대 3으로 밀리고 있었다.
이때, 호셉 과르디올라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교체 카드 2장을 한 번에 사용하며 아르연 로번과 신재욱을 동시에 투입하는 판단을 내렸다.
그 모습을 보며 바이에른 뮌헨의 팬들은 불만을 드러냈다.
“망할 과르디올라! 신재욱을 왜 이제야 투입하는 거야? 더 빨리 넣었어야지!”
“신재욱을 선발로 출전시켰으면 이런 상황이 만들어지지도 않았을 거야.”
“챔피언스리그를 위해서 선수들 체력을 아끼는 건 좋은데, 이건 너무 심하잖아! 주전선수들을 너무 많이 빼서 경기력이 쓰레기가 됐다고!”
“참 빨리도 넣는다! 로번은 몰라도 신재욱은 더 빨리 넣었어야지!”
신재욱을 너무 늦게 투입했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그러나 경기장에 들어온 당사자는 아무런 불만이 없었다.
‘후반 17분이네? 이 정도 시간이면 충분히 역전할 수 있어.’
신재욱은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에겐 부족하게 느껴지는 시간이겠지만, 그에겐 아니었다.
컨디션도 좋았고 상대인 호펜하임에 대한 분석도 달달 외울 정도로 해놓은 상태였기에, 언제든지 골을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때였다.
“재욱! 우린 너만 믿고 있어! 네가 골을 넣을 거라고 믿어!”
“시이이이이인! 째욱! 팀을 구해줘!”
“재우우욱! 분데스리가 최고의 스트라이커의 실력을 호펜하임에게 보여줘!”
“제발 이겨줘! 재욱! 믿을 건 너밖에 없어!”
관중석에 있는 팬들의 간절한 목소리가 들렸다.
‘당연히 이겨드려야지.’
신재욱은 그런 팬들을 향해 엄지를 들어 올렸다.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를 담은 행동이었다.
그 즉시 경기장에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아아!
신재욱을 향한 함성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의 팬들은 신재욱의 이름을 부르며 경기장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 신재욱 선수가 들어오면서부터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오오오! 바이에른 뮌헨의 팬들이 신재욱 선수의 이름을 외치고 있습니다!
팬들의 기대를 받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신재욱이 움직였다.
공이 없을 땐 최전방에선 압박을 펼쳤고, 공을 잡으면 그 누구보다도 위협적인 플레이로 기회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결과.
신재욱은 팬들이 미친 듯 흥분할 수밖에 없는 일을 해냈다.
― 동점 골입니다! 신재욱이 동점 골을 기록했습니다! 이제 스코어는 3 대 3이 됐습니다!
― 정말 놀랍네요! 신재욱 선수!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골을 넣나요?! 경기장에 있는 바이에른 뮌헨의 팬들이 흥분하고 있습니다!
후반 34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헤더로 동점 골을 기록했고.
― 우와아아아아! 고오오오오올! 신재욱의 골입니다! 역전입니다! 바이에른 뮌헨의 스트라이커 신재욱이 역전 골을 터트리며 4 대 3 스코어를 만들어냈습니다!
― 이게 말이 되나요? 신재욱 선수가 후반전 조커로 들어와서 팀을 구해냈습니다!
후반 45분, 신재욱이 또다시 골을 터트리며 스코어를 4 대 3으로 만들었다.
이후 추가시간이 빠르게 흘렀고, 경기는 바이에른 뮌헨의 역전승으로 끝이 났다.
그리고 며칠 뒤.
바이에른 뮌헨이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만나게 될 상대가 결정됐다.
「바이에른 뮌헨 vs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