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96화 (96/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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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6강전을 이틀 앞둔 저녁.

아침부터 휴식을 취한 신재욱은 숙소에서 나와서 훈련장을 걷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엔 다크서클이 길게 내려온 진 바그너가 함께 걷고 있었다.

“진, 바빠 보이시던데 괜찮으세요?”

“흐흐흐! 별로 안 괜찮아요. 전화가 웬만큼 많이 오면 괜찮은데, 너무 많이 오거든요. 이게 다 신재욱 선수 때문인 건 알죠? 적당히 잘하셨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U―20 월드컵에서 날아다니고 계시는 바람에 수십 개의 팀한테서 연락이 오잖아요.”

“하하…… 어차피 다 거절하고 계시긴 하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일이 많아지겠네요.”

“그렇죠. 거절은 하더라도 비즈니스적인 끈을 완전히 놓아버릴 순 없는 거니까요. 미래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계속 연락을 이어가긴 해야 해요. 그나저나 어떻게 된 거예요?”

“뭐가요?”

“신재욱 선수 실력이요. 원래 잘하는 건 알지만, 이번 U―20 월드컵에서 보여주는 모습만 보면 실력이 더 느신 것 같던데요? 설마 그새 또 성장하신 거예요?”

“조금 성장하긴 했죠.”

“와우…… 역시 천재는 다르네요. 신재욱 선수의 성장 속도는…… 정말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은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예요.”

진 바그너는 놀랍다는 얼굴로 말했지만.

신재욱은 씨익 웃으며 반박했다.

“예? 진이 왜 평범한 사람이에요? 천재 에이전트잖아요.”

“천재 에이전트라뇨? 에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는데요?”

“모르긴 뭘 몰라요? 다 아시잖아요. 최근 진이 업계에서 떠오르는 천재 에이전트로 평가받고 있다는 소문 다 들었어요.”

“헙! U―20 월드컵에 참여하느라 바쁘신 분이 그런 소문은 또 언제 어디서 들으셨어요?”

“택현이가 친절하게 전화로 알려주던데요?”

“아…… 이택현 선수가 소문을 냈군요! 부끄러우니까 소문내지 말라고 그렇게 부탁을 드렸건만!”

“입꼬리라도 내리고 말씀하시면 조금이나마 믿음이 갔을 텐데, 보아하니 진이 엄청 얘기하고 다니신 것 같은데요?”

“흐흐흐! 그걸 알아차리시다니 역시 눈치가 빠르시네요.”

“느린 편은 아니죠.”

신재욱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진 바그너는 고맙게도 이번 U―20 월드컵 내내 신재욱과 함께 콜롬비아에 머물기로 했다.

때문에, 저녁이면 항상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에이전트이자 편한 친구인 진 바그너와의 시간은 늘 즐거웠다.

단, 여전히 말이 너무 많기는 했다.

“신재욱 선수! 오늘 저녁밥 엄청 맛있지 않았어요? 저는 특히 LA갈비가 맛있더라고요. 손으로 뼈를 잡고 뜯었는데, 너무너무 부드럽게 뜯어지고 양념도 제 입맛에 딱 맞더라고요. 그리고 된장찌개도 셰프님들이 진하게 끓여주셔서 완벽한 맛이 나더라고요. 하… 이러다가 독일에 가면 한국 음식만 찾아다니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근데 또 여기서 먹는 맛이 안 날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제가 아까 여기 셰프님한테 레시피에 대해서…….”

다행인 건 신재욱이 진 바그너와의 대화를 끝내는 것에 익숙하다는 것이었다.

“진, 이제 시간이 늦었어요. 슬슬 졸리기도 하니까, 전 먼저 들어가 볼게요.”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얼른 들어가세요. 내일부터 컨디셔닝 훈련하셔야 하니까 가능하면 일찍 주무시고요.”

“그래야죠. 진도 푹 쉬시고 내일 봐요.”

진 바그너와의 대화를 끝내 이후, 신재욱은 숙소에 들어가 어젯밤과 마찬가지로 종이 뭉치를 들었다.

16강에서 만날 상대에 대해서 정리되어있는 분석 자료였다.

이때, 옆 침대에 누워있던 이찬호가 질문해왔다.

“또 분석하려고?”

“예.”

“이야…… 넌 재능도 뛰어난 애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냐? 너의 이런 모습을 사람들이 알면 정말 깜짝 놀랄 텐데…… 근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거야? 널 보면 하루를 전부 축구에만 쏟는 것 같은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그냥 이렇게 살아와서 그런 것 같아요. 저한텐 그냥 당연한 거죠. 형도 이럴 때 상대 팀 자료 조금이라도 더 봐요.”

“…이미 너무 많이 봐서 지겹다고 말하고 싶은데, 나보다 몇 배는 더 열심히 하는 애라서 할 말이 없네.”

“더 보세요. 이런 작은 차이가 결과를 바꿀 때도 있으니까요.”

그 말을 끝으로 신재욱은 이찬호와의 대화를 끊었다.

이제는 오롯이 분석 자료에만 집중할 시간이었다.

* * *

지금 한국 축구팬들은 긴장하고 있었다.

「U―20 월드컵 16강에 오른 한국, 강팀 코스타리카 상대로 승리할 수 있을까?」

「축구천재 신재욱, 코스타리카전에서도 좋은 활약 보여줄까? 팬들의 기대감 높아져.」

곧 16강전이 시작되기 때문이었다.

└어우!!!!! 떨려서 뒤지겠다 진짜!!!!! 축잘알 애들아 코스타리카 잘하냐?

└ㅈㄴ잘함…… 코스타리카 이름만 들으면 ㅈ밥 같은데, 경기력 개좋아.

└아 진짜? 코스타리카가 강한 부분이 뭐야? 뭘 그렇게 잘하는데?

└선수들 개인기가 좋고, 조직력도 좋음. 그리고 가장 무서운 게 공격 전개가 엄청 빠르다는 거야. 어쩌면 속도만 보면 콜롬비아보다 더 빠를 수도 있어.

└아…… 확실한 건 우리 수비수들은 탈탈 털리겠구만…….

└근데 그래도 우리 수비 콜롬비아전엔 꽤 잘했잖아? 투지 하나만큼은 지리던데?

└운도 많이 따랐어. 신재욱이 워낙 전방에서 조져주니까 콜롬비아 애들이 쉽게 라인을 못 올린 것도 있었고. 그리고 사실 우리 수비수들을 칭찬하기엔 신재욱이 직접 내려와서 수비 커버해준 게 너무 많아.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신재욱이 수비 가담까지 빡세게 해줘야 하는데, 잘한다고 하긴 어렵잖아?

└그냥 누가 더 많은 골을 넣느냐 싸움이 될 듯. 근데 난 신재욱이 있는 우리가 이길 거라고 봐. 신재욱은 괴물이잖어ㅋㅋㅋ 솔직한 말로다가 U―20 월드컵에 출전할만한 클래스가 아닌 것 같아. 얘는 나이만 찼으면 이미 분데스리가에 데뷔했을 거 같음.

└위에 말 인정ㅋㅋㅋ 나이가 한 살만 더 많고, 팀이 바이에른 뮌헨이 아니라 분데스리가 중위권 팀만 됐어도 데뷔했을 듯ㅋㅋㅋ

└난 좀 불안하긴 해. 신재욱 체력이 괜찮을까? U―20 월드컵 와서 너무 많이 뛰던데?

└맞아…… 신재욱이 베테랑도 아니고 신인이라서 몸 상태 생각 안 하고 죽어라 뛰고 있는 걸 수도 있잖아? 막상 코스타리카전엔 체력 딸려서 아무것도 못 할 수도 있다고 봐.

16강에서 코스타리카와 맞붙는다는 사실은 한국 축구팬들을 긴장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코스타리카는 이번 U―20 월드컵에서 강력한 화력을 보여준 팀이니까.

다만, 그래도 한국의 축구팬들은 열광적인 응원을 펼쳤다.

신재욱이라는 존재가 있기에, 8강에 올라갈 수도 있다는 희망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프랑스랑 콜롬비아도 잡았는데, 코스타리카 못 잡을 거 있냐? 그리고 우린 신재욱이 있다구ㅋㅋㅋㅋ

└8강 가자!!!!!!! 진짜 딱 8강까지만 찍어보자!

└100% 확신할 수 있는 건 신재욱은 무조건 골 넣음ㅋㅋㅋㅋ 코스타리카 수비수들은 신재욱 절대 못 막아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그건 맞지. 신재욱 컨디션만 좋으면 8강 쌉가능이야ㅋㅋㅋㅋ

└이찬호도 있잖아. 얜 신재욱이 좋은 패스 주면 잘 안 놓치더라. 꽤 잘해.

└근데 신기하다. 신재욱 하나 왔다고 이렇게까지 팀의 전력이 달라지네? 도대체 얼마나 수준이 높은 거야?

└놀랍긴 해ㅋㅋ 신재욱 오기 전만 해도 그냥 답답했는데, 경기력이 완전히 달라졌어.

└그렇게 보면 콜롬비아나 프랑스 이기고 16강 올라온 거 자체가 다 말이 안 되긴 해. 신재욱이 진짜 엄청 잘해주고 있다는 거지.

└이대로 8강만 갔으면 좋겠다. 한국이 제발 코스타리카전에서 잘했으면 좋겠어.

이처럼 한국 축구팬들이 8강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던 상황에서.

이들을 경악하게 만들만한 일이 일어났다.

― 들어갔습니다! 골입니다! 신재욱 선수가 선제골을 터트렸습니다!

전반 11분, 신재욱이 코스타리카 수비수 2명의 앞에서 때린 슈팅이 골로 연결됐고.

― 또 들어갔습니드아아아아! 이번에도 신재욱 선수입니다! 신재욱 선수! 엄청나게 빠른 슈팅 타이밍으로 코스타리카의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축구천재 신재욱이 오늘 다른 날보다 더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반 35분엔 수비수의 앞에서 헛다리를 짚은 뒤에 기습적으로 때려낸 슈팅이 코스타리카의 골대 구석에 꽂히며 추가 골을 기록했다.

그리고.

― 우오오오오오! 고오오오오오올! 골입니다! 신재욱의 헤딩골입니다!

전반 44분엔 코너킥 상황에서 머리로 골을 넣으며,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삐이이이익!

전반전이 3 대 0으로 종료됐다.

신재욱이 U―20 월드컵 16강에서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전반전에만 해트트릭을 기록했다는 것.

그 사실에 한국 축구팬들은 놀라움을 넘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 어우…… 뭐냐……?

└당황스럽다…… ㅋㅋㅋ;;;;; 신재욱 얘 뭐야……ㅋㅋㅋㅋㅋ

└아니…… 너무 잘하잖아……? 이제 전반전 끝났는데 해트트릭ㅋㅋㅋㅋㅋㅋ 그리고 3골 넣은 거 말고도 전반전 내내 코스타리카 수비수들을 가지고 놀던데?

└코스타리카 수비수들이 수준이 낮은 거냐? 아니면 신재욱이 너무 압도적인 거냐? 왜 다들 신재욱 공은 아예 못 뺏냐……ㅋㅋㅋㅋ

└대단하다…… 와…… 축구 보면서 오랜만에 넋 놓고 봤네…… 신재욱은 그냥 당장 빅클럽 가야겠는데? 청소년 월드컵에 나오는 선수들이랑은 아예 게임이 안 되네.

└신재욱은 대체 몇 단계나 위에 있길래 코스타리카 애들을 이렇게 발라버리지? 코스타리카 꽤 잘하는 팀이잖아……?

└무섭다 무서워ㅋㅋㅋㅋ 내가 코스타리카 응원하는 입장이었으면 신재욱이 공포 그 자체였을 듯ㅋㅋㅋㅋㅋㅋ

└더 무서운 건 아직 후반전이 통으로 남아있다는 거야ㄷㄷㄷㄷ 코스타리카 애들은 그냥 빨리 경기 끝내고 싶을 거 같은데ㅋㅋㅋㅋ

그리고 전반전이 끝난 지금.

신재욱은 라커룸으로 걸어 들어가며 허공을 주시했다.

정확히는 허공에 떠오른 메시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태클이 1 올랐습니다!]

[몸싸움이 1 올랐습니다!]

[탈압박이 1 올랐습니다!]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내용의 메시지들이었다.

제법 높은 능력치를 갖게 되며, 성장이 더뎌진 상황에서의 능력치 성장이었으니까.

게다가 오늘 치러지고 있는 경기의 내용도 마음에 들었다.

‘수비수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더 잘해주고 있고, 공격진도 훈련 때만큼이나 잘해주고 있어.’

동료들 모두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는 것.

그 사실은 신재욱을 기쁘게 했다.

하지만 기분을 가장 좋게 만들어준 이유는 따로 있었다.

‘컨디션이 너무 좋은데?’

U―20 월드컵에 참여한 이후, 컨디션이 가장 좋게 느껴지는 날이라는 것이 바로 그 이유였다.

‘이런 날엔 뭘 해도 되던데, 그러면…….’

지금 이 순간 신재욱은 진한 미소를 지으며 다짐했다.

‘최대한 꿀 빨아야지.’

전반전에 몸 상태가 좋다는 걸 확인했으니, 이어지는 후반전엔 더 많은 능력치 성장을 끌어내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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