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8
* * *
2년.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특히 청소년기에선 많은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신재욱은 성장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피지컬적인 성장과 능력치적인 성장에 최선을 다했다.
다행히 환경이 좋았다.
‘만나는 감독님마다 좋게 봐줬으니까.’
U16에서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던 신재욱은 U17로 월장해서도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
거의 모든 경기에 선발로 출전하며 꾸준히 기회를 얻었다.
U17에 월장했을 때, 신재욱의 나이는 고작 만 14세였다.
더구나 월장은 끝이 아니었다.
신재욱은 U17에 월장한 지 겨우 8달 만에 또다시 U18로 월장했다.
만 15세의 나이에 U18로 월장한 바이에른 뮌헨의 천재.
독일 현지에서 신재욱이 받는 평이었다.
그리고 만 16세가 된 지금은.
“신재욱, U19로의 월장을 축하한다.”
대부분 만 19세 선수들로 구성된 바이에른 뮌헨 U19로 월장하게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놀라운 건 이택현 역시 실력을 인정받아 신재욱과 함께 U19에서 뛰게 됐다는 것이다.
“진짜 미친 재능이라니까?”
공을 가지고 묘기를 펼치고 있는 이택현을 바라보며, 신재욱은 헛웃음을 흘렸다.
환생 전의 삶까지 포함하면 아주 오랜 시간 축구를 해온 그였지만, 이택현만큼의 재능을 지닌 선수는 다섯 손가락을 넘기지 않을 정도로 적었다.
신재욱이 세계 최고의 재능을 지닌 선수들과 함께 해왔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경악스러운 재능이었다.
그만큼 뛰어난 재능을 지녔기에 신재욱과 이택현은 바이에른 뮌헨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었고.
이들의 소식은 한국 축구팬들에게도 빠르게 퍼져나갔다.
└U19? 거기 사실상 성인들이 뛰는 곳 아님? 한국 나이로 20살, 21살들이 뛰는 데잖아ㅋㅋㅋㅋㅋㅋ
└만 16세에 U19에서 뛰네ㄷㄷㄷㄷㄷ 신재욱이랑 이택현 둘 다 미쳤는데?
└난 예전에 축구천재 FC 봤을 때부터 얘네 둘 다 잘될 거라고 예상했었어. 유럽에서 충분히 통할 재능들이었거든.
└재능도 재능이지만, 얘넨 되게 열심히 하더라. 잘되는 게 당연해.
└ㅋㅋㅋㅋㅋㅋㅋㅋ이러다가 진짜로 바이에른 뮌헨 1군 들어가겠는데? 내가 지금 독일에서 살고 있는 유학생인데, 독일 내에서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국뽕 다 빼고 봐도 신재욱이랑 이택현에 대한 평이 너무 좋아ㅋㅋㅋㅋ
└신재욱이랑 이택현에 대한 평이 그렇게 좋다고?ㄷㄷㄷ 자세히 좀 얘기해줘.
└현지에선 신재욱이랑 이택현이 바이에른 뮌헨 1군에 갈 거라고 확신하고 있어. 얘네가 1군 못 가면 누가 가냐는 분위기랄까? 근데 사실 당연한 반응이야. 얘들은 지금 동 나이대 최고의 선수들이거든.
└그렇게 잘해? 완전 압도적임?
└난 가끔 U18 리그 경기도 보러 가곤 했는데, 얘네 U18에서도 엄청 잘했어. 뻥 살짝 섞어서 말하면 경기장에서 얘네밖에 안 보이더라. 한국인들이어서가 아니고 그냥 너무 잘해서ㅋㅋ
└워…… 그 정도로 잘하니까 U19로 갔구나.
이처럼 고작 만 16세의 나이에 바이에른 뮌헨 U19에서 뛰고 있는 신재욱과 이택현을 향한 관심은 대단했다.
이 어린 선수들을 주제로 한 기사의 숫자도 점점 더 늘어났다.
「축구천재 FC에서 활약하던 신재욱과 이택현, 머지않아 바이에른 뮌헨 1군 들어가나? 팀에서 뛰어난 기량 인정받으며 U19로 월장!」
「한국의 천재 소년들, 한국 최초로 바이에른 뮌헨에서 데뷔할 수 있을까?」
그리고 지금.
신재욱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는 것을 멈추곤 허공에 뜬 상태창을 바라봤다.
* * *
[이름] 신재욱
[나이] 17(만 16세)
[키] 179cm
[체력] 73 [슈팅] 78 [패스] 78 [속도] 71
[민첩] 77 [대인방어] 76 [태클] 76 [몸싸움] 74
[탈압박] 74 [드리블] 78 [개인기] 78 [헤딩] 74
[특성] 전문 골잡이의 본능(B), 경이로운 집중력(B), 그라운드의 프로파이터(C), 중급 볼 컨트롤(C), 중급 패스 컨트롤(C), 놀라운 정신력(C), 안정적인 무게중심(C)
많은 게 바뀌었다.
177cm였던 키는 이제 179cm가 됐고.
60대로 이뤄졌던 능력치들은 이제는 전부 70대가 됐다.
변화는 특성에도 있었다.
그라운드의 파이터(D)는 그라운드의 프로파이터(C)로 성장했고, 놀라운 집중력(C)은 경이로운 집중력(B)으로 성장했다.
또 강한 정신력(D) 특성도 놀라운 정신력(C)으로 성장했다.
성장한 특성들은 전부 효과가 상승했고, 이 역시 신재욱에겐 큰 도움이 됐다.
“열심히도 살았지.”
상태창을 바라보던 신재욱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동안 해왔던 노력이 머릿속을 스쳤다.
“발롱도르를 받은 시즌도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많이 노력했다.
팀 감독과 코치, 동료들이 전부 혀를 내두를 정도로.
그 결과 능력치를 많이 올릴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축구 실력도 많이 상승했다.
머릿속에 있는 움직임을 꽤 잘 구사할 수 있게 됐고.
신체 능력과 축구 능력이 개선된 신재욱은 매번 뛰어난 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
그랬기에 U19로 월장할 수 있었던 것이고.
“재욱아! 공 날아간다!”
멀리서 들리는 이택현의 목소리에 신재욱이 고개를 돌렸다.
공이 날아오고 있었다.
그것도 꽤 빠르게.
“…뭐야?”
작게 중얼거린 신재욱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그저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날아오는 공의 궤적을 확인하며 위치를 조정했다. 이어서 발을 적당한 높이로 뻗어 공을 끌어왔다.
말 그대로 끌어왔다.
좋은 볼 터치 실력을 지녀야만 가능한 부드러운 트래핑.
그걸 신재욱은 당연하게 해냈다.
이 또한 2년 전과는 달라진 점이었다.
퍼엉!
신재욱은 멀리 떨어진 이택현을 향해 롱패스를 뿌렸다.
꽤 먼 거리였기에, 2년 전이었다면 비교적 정확도가 높은 낮은 패스를 선택했겠지만.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압박이 없는 상황에서는 제법 정확한 롱패스를 구사할 수 있게 됐으니까.
“나이스 패스!”
저 멀리서 공을 받는 이택현을 확인한 뒤, 신재욱은 시선을 돌렸다.
그때였다.
“어?”
신재욱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반가운 얼굴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진! 언제 왔어요?”
진 바그너.
신재욱의 에이전트인 그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방금 왔어요. 잘 지내셨죠?”
“전 잘 지냈죠. 진은요? 괜찮은 거예요? 다크서클이 내려온 것 보니, 엄청 바빴던 것 같은데요?”
“흐흐! 사실 일이 너무 많아서 거의 죽다가 살아났어요. 담당 선수의 이적 건이 꼬여서 그걸 좀 해결하느라…… 다행히 체력이 좋아서인지 죽지는 않고 살아왔네요.”
진 바그너의 일정은 2년 전보다 더 바빠진 상태였다.
업계에서 일을 잘한다는 소문이 돌며 담당하는 선수들의 숫자가 늘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오랜만에 본 그의 얼굴엔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와 있었고 거대했던 근육도 조금이지만 줄어든 것처럼 보였다.
“바쁠 땐 굳이 여기까지 찾아오지 않으셔도 되는데…… 이렇게 직접 오신 거면 되게 중요한 소식이 있나 보네요?”
“하하! 역시 신재욱 선수의 눈치는 대단하다니까요? 사실 얼마 전부터 한국의 축구협회 측과 연락을 해왔어요. 더 빨리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신재욱 선수의 편의를 생각하다 보니 협회 측과 마찰이 조금 있었습니다.”
“마찰이요? 아니, 우선 어떤 소식인지 먼저 들어보는 게 좋겠네요.”
“바로 말씀드리죠. 축구협회 측에선 곧 펼쳐지는 FIFA U―20 월드컵에 신재욱 선수를 데려가길 원합니다.”
* * *
FIFA U―20 월드컵.
쉽게 말하면 청소년 월드컵이었다.
만 20세 이하의 선수들만 출전할 수 있는.
“정말이에요? 협회 측에서 저를 국가대표로 소집하길 원한다고요?”
“예. 사실이에요.”
“…….”
신재욱은 조금 놀라고 있었다.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계속해서 월장을 하고 있긴 하지만, 청소년 월드컵에 자신을 부를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 했다.
U20 국가대표를 대단하게 생각해서는 아니었다.
자신의 나이가 고작 만 16세에 불과하다는 게 이유였다.
‘아직 한국에서는 나를 어리게 볼 줄 알았는데, 뭐지? 월장한 걸 높이 산 걸까?’
만 20세 이하 선수들만 출전할 수 있는 U―20 월드컵.
한 살이라도 더 많은, 만 19세나 만 20세 선수들이 주를 이루는 대회다.
더 어린 선수들이 출전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보통은 나이가 꽉 찬 선수들이 출전한다.
청소년기엔 나이가 많을수록 피지컬과 실력이 더 뛰어나기 마련이었으니까.
그런데 만 16세인 신재욱을 소집하길 원한다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를 뽑는 건 한국에선 꽤 파격적인 일이었을 텐데…… 신기하네요.”
“하하! 저도 처음 한국축구협회 측의 연락을 받았을 땐 많이 놀랐어요. 신재욱 선수가 바이에른 뮌헨에서 월장을 거듭할 정도로 굉장히 잘해주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U―20 국가대표에 뽑힐 줄은 몰랐거든요.”
“음…… 그럼 마찰이 있었다는 내용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일정 문제였어요. 제가 신재욱 선수는 U19에 월장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조금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니 일정 조율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전달을 했더니, 한국축구협회 측에선 다소 강압적으로 나오더라고요.”
“강압적이었다고요?”
“예. 국가대표에 오는 선수 중 개인적인 사정이 없는 사람은 없다면서, 최대한 빨리 보내라고 말하더군요. 또 정해진 시기에 맞추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말도 들었죠.”
“불이익은 뭐죠?”
“다른 선수를 뽑겠다는 거죠.”
“하하…….”
신재욱이 웃음을 터트렸다.
어이가 없어서 나온 웃음이었다.
‘한국축구협회는 되게 거만하네? 나한테만 그러는 건 아닐 텐데…… 선수들은 불만이 없는 건가? 아니면 불만을 참고 숙이고 들어갈 정도로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이 매력적인 걸까?’
환생 전, 영국에서 국가대표로 뛰었던 그였다.
그곳에선 이런 일을 당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협회가 선수를 뽑는다는 사실도 어색했다. 영국에선 협회가 아니라, 감독이 뽑는 것이었으니까.
물론 협회도 분명 입김이 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영국의 축구 국가대표는 결국 감독이 뽑았다.
때문에, 진 바그너의 말들은 신재욱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런 마찰이 있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해결됐으니 신재욱 선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고생 많으셨네요. 아, 국가대표는 저 혼자 된 건가요? 택현이는 안 뽑혔어요?”
“예, 아쉽게도…… 이택현 선수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어요.”
“그렇군요.”
“아마 실망이 크실 것 같은데, 신재욱 선수가 잘 달래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실망이요? 진도 이택현 성격 잘 아시잖아요. 쟨 이런 일로 실망할 애가 아니에요. 자존심 상한다며 더 열심히 훈련할 애죠.”
“으하하!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이택현 선수에겐 오히려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겠어요.”
그때였다.
신재욱과 진 바그너가 대화하고 있는 걸 본 이택현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지이이이인! 이게 얼마 만이에요?!”
이후 이택현은 진 바그너를 향한 반가움을 격하게 드러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진 바그너에게 신재욱만 국가대표로 소집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이택현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으어어어어어! 감히 이 이택현 님을 안 뽑아? 어디 두고 보자! 내가 빡세게 훈련해서 나중엔 제발 와달라고 빌게 만들어 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