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성 헌터-162화 (162/235)

162화

진우와 헤이둑 일행은 원하던 대로 매덤 행성 최고의 마수인 유데르하를 사냥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전혀 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다이트 최고의 사냥꾼 팀으로 유명세를 타게 됐다.

헤이둑 일행은 유데르하 사냥을 마치고 다시 수도 제하이어로 돌아와 원래 묵고 있던 여관에 짐을 풀었다. 그리고는 바로 다음날 오후, 헤이둑은 황당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사냥꾼 협회를 찾아가 바로 협회장의 방으로 올라갔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뭐가 말인가?”

헤이둑이 방에 들어서자마자 따지듯이 내뱉은 말에도 불구하고, 협회장은 자신의 책상 뒤편에 앉아 태연한 목소리로 그렇게 반문했다.

“우리가 유데르하를 사냥했다는 소문이 어째서 이렇게 빨리 퍼진 겁니까? 저희는 아직 의뢰에 성공했다는 보고를 하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수도에 돌아와 보니 이미 글로다이트 뿐만이 아니라 매덤 행성 사람들이 죄다 알고 있는 것 같더군요. 협회장님이 일부러 소문을 내신 겁니까?”

그러자 협회장인 제파레스는 유들유들한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맞네. 국경의 수비대장에게서 직접 통신이 날아왔지. 자네들이 유데르하를 잡는데 성공했다고 말이야. 그렇잖아도 자네들이 돌아오면 고맙다고 인사도 하고 축하도 하려던 참이네. 얼마나 경사스러운 일인가? 이번 의뢰는 양국의 왕실에서 직접 낸 것이네. 그런 중요한 의뢰가 성공했으니 사방에 그 사실을 알려야지. 자네들한테도 그게 좋은 일 아닌가?”

“아니, 그러니까 제 말은 왜 정식 보고가 올라오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성급하게...”

“성급한 게 아니야. 정식 보고를 기다릴 필요가 뭐가 있는가? 자네들이 잡은 유데르하의 사체가 분명히 존재하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국경 수비대장이 직접 확인했는데. 대견하네, 정말. 어려운 의뢰를 성공시켰어.”

헤이둑은 일순 말문이 막혔다. 그는 잠시 협회장을 쳐다보다가 상대의 눈빛이 매서워지는 것을 보고는 흠칫했다. 처음에는 흥분해서 미처 생각을 못했는데, 마음을 조금 진정시키면서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했다.

“아니, 그게 아니고..., 그래도 보통은 사냥이 끝나고 사체 부산물과 마나 스톤과 함께 정식 보고서가 제출이 되어야 의뢰 완료 승인이 나는 것 아닙니까? 보상이라든가 공지도 그때 가서 이루어지는 걸로...”

“말했지 않은가? 이번 의뢰는 양국의 왕실이 관심을 가지고 있던 중요한 사안이었다고. 전하께서도 이번 사냥의 성공을 널리 알리라고 하셨네. 그런데, 그 점에 대해 혹시 뭔가 불만이라도 있는 건가?”

헤이둑은 여기서 물러서는 게 좋다는 걸 직감했다. 협회장의 말은 얼핏 보아서는 그럴 듯하지만 상례에 벗어난 것이었다.

왕실과 관련된 일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물론 협회장의 입장에서는 사냥의 성공을 확인한 뒤에는 반드시 의뢰 당사자인 왕실에 그 사실을 보고해야 했다. 하지만 상대가 왕실이었기 때문에 보통은 이런 일일수록 더욱 신중해지는 것이 상식이었다.

사냥이 성공했음을 철저하게 검증한 뒤에도, 두 번 세 번 이상이 없음을 직접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보고를 하는 게 맞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신들이 제하이어로 돌아오고 있는 사이에 이미 유데르하에 대한 사냥 의뢰가 성공적으로 완수되었다는 사실이 전국에 알려진 것이다.

“지금 저희 일행이 묵고 있는 여관으로 사방에서 의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사냥꾼 협회를 정식으로 거치지 않은 의뢰도 많고요. 날마다 여관으로 찾아와서 방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닙니다.

그 때문에 일행들은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있지요. 준비도 없이 예상치 못한 상황을 당하고 보니 저희가 좀 당황스럽습니다.”

그는 그 정도에서 불만을 접고 물러서기로 했다. 뭔가 있기는 한 것 같은데 더 이상 따져봤자 얻을 수 있는 게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협회장은 피식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쉬지도 못한다니, 그 점은 미안하구만. 하지만 사냥꾼이 유명해져서 의뢰가 쏟아진다는 게 나쁜 일은 아니지 않은가? 정 번거로운 게 귀찮다면 내가 어디 조용한 숙소라도 따로 알아봐줌세. 천천히 쉬면서 마음에 드는 의뢰를 골라보게나.”

헤이둑은 뭔가를 따지려고 했던 처음 생각과는 달리 협회장에게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하고는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  * * * *

협회에서 나온 보상은 매우 컸다. 무려 천만 알틴의 보상금과 함께 일행 각자에게 왕실에서 최고급의 무기가 하사되었다.

글로다이트에서 준 보상이 그 정도였다. 거리가 있어 며칠 늦어지기는 했지만 공동 의뢰를 했던 디블렛에서도 따로 엄청난 보상이 주어졌다.

게다가 유데르하의 사체 부산물을 처분하자 일행 모두는 갑자기 벼락부자가 되었다.

헤이둑은 각자에게 맞추어 하사된 무기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보상을 진우에게 주려고 했다. 사실상 자신들은 유데르하의 사냥에 참여하지 않고 구경만 했으니,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사된 무기는 각자에게 맞추어진 것이었으므로 진우가 쓸 수 없었다. 왕실 하사품이니 섣불리 팔아치웠다가는 불경죄에 걸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밖의 보상금은 모두 진우에게 넘겨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나머지 일행도 그 말에 모두 동의했다. 하지만 진우가 고개를 저었다.

“저는 이 정도면 충분해요. 더 이상 필요 없어요.”

진우는 전체 보상 중에서 삼분의 일 정도만을 자기 몫으로 챙겼다. 그는 나중에 지구로 가져가기 쉽게 모든 보상을 금괴로 받았는데, 어차피 간이 포털 장치가 가지고 있는 무게의 한계로 인해서 그 이상은 포털을 통과시킬 수 없었다.

보상을 모두 마나스톤이나 보석으로 받으면 그 이상도 옮길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마나스톤으로 보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들었다. 매덤 행성 전체에서 마나 스톤은 술사들의 전용 물품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사냥꾼이 적으니 술사들이 마나를 이용한 물품을 제작하는데 쓸 마나 스톤조차 부족했던 것이다.

다만 마음에 쏙 드는 보석을 몇 개 받기는 했다. 헤이둑 일행이 자신들의 몫을 떼어 귀한 보석으로 바꾸어 선물했던 것이다. 진우는 지구에 있는 소현을 생각하고는 기쁜 마음으로 그것을 받아들였다.

*  * * * *

헤이둑 일행은 당분간 글로다이트를 떠나기로 했다. 갑자기 너무 유명세를 타다보니까 오히려 성가신 일이 많아져서 잠시 자리를 피하기로 한 것이었다.

마침 이웃 나라인 디블렛에서 좋은 조건으로 중급 마수에 대한 사냥 의뢰가 들어와서 겸사겸사해서 다녀오기로 했다. 그들은 진우를 일행에 참여시키고 싶었지만, 함께 가겠느냐는 헤이둑의 말에 진우가 고개를 저었다.

남아서 할 일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네는 당분간 수련을 할 거라고?”

“네. 술사 선발 시험 두 달 정도 남았어요. 술사 기술을 더 연습해요. 카딘이 도와주기로 했어요.”

그 말에 헤이둑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급 마수인 유데르하마저 단독으로 사냥할 정도로 뛰어난 솜씨를 지닌 진우였다.

그런 그가 어째서 술사 선발 대회에 그렇게 매달리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것도 역시 진우의 선택이었다. 그간 경험한 것으로 보아 자신이 하기로 결정한 일에 대해서는 워낙 고집이 센 친구였다.

헤이둑은 아쉬움을 달래며 자신의 일행과 함께 디블렛으로 떠났다.

“술사 선발 시험 날짜가 되기 전까지는 돌아올 수 있을 거야. 그때 다시 보자.”

카리엘과 미즈락도 그렇게 말을 하며 진우에게 작별을 고했다.

*  * * * *

진우가 술사 선발 대회에 참여하겠다고 하자 카딘은 마땅치 않아 했다.

“그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뛰어난 술사들인 줄 알아? 술사 자격증 받은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네가 참가해봤자 망신만 당하기 쉬울 텐데?”

그러나 헤이둑도 꺾지 못한 고집을 카딘이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나는 연습할 거야. 도와줄 수 있어?”

카딘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그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마침 술사 학교도 곧 방학이었다.

연구원인 그녀에게 따로 방학이 있을 리는 없었지만, 카딘은 방학 동안 휴가를 가지겠다고 신청했다. 집이 멀리 있는 이들 중에는 가끔 그렇게 방학을 이용해서 장기 휴가를 가는 경우가 있기는 했다. 그러나 카딘의 집은 수도인 제하이어 외곽에 있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장기 휴가를 신청한 적이 없던 그녀가 휴가원을 제출하자, 담당 교수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허락했다.

카딘의 안내를 받아 그녀의 집에 도착한 진우는 생각보다 큰 규모의 저택을 보고 조금 놀랐다.

“카딘의 집, 부자네?”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할아버지가 선대 국왕의 동생이셨어. 지금 국왕은 아버지의 사촌 형이고. 나름 왕가의 일원이니까 이런데서 사는 거지. 할아버지가 왕궁을 떠나실 때 받은 집이야.”

그녀는 그 말을 하더니 조금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덧붙였다.

“오빠와 내가 술사로서 성공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이 집에서 살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어. 유지하는데 꽤 큰돈이 들거든.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까지는 왕실에서 보조금이 나오지만, 그 뒤로는 우리 힘으로 유지해야 해. 오빠가 실력 있는 술사가 되지 않으면 이 집을 팔고 떠나야 할지도 몰라.”

“오빠가 좋은 술사 아니야?”

진우가 그렇게 묻자 카딘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오빠도 무척 노력하고 있기는 한데, 아무래도 상급 술사가 되기는 힘들 것 같아. 그건 노력만으로 오를 수 있는 경지는 아니니까. 그래도 중급 술사까지는 가능할 거야. 그럼 이보다는 못해도 그래도 괜찮은 집을 구해서 유지할 수는 있겠지. 언니도 그다지 사치스러운 편은 아니니까 큰 문제는 없을 거야.”

카딘에게는 태어나서 자란 집이었다. 그녀가 결혼을 하면 어차피 다른 곳으로 떠나겠지만, 결혼 후에도 가끔씩 들러 어릴 때의 추억을 돌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오빠가 집을 유지하지 못하면 가끔씩 친정에 들러도 이곳에 머물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점을 생각하자 그녀는 마음이 조금 침울해졌다.

“카딘이 나 도와주면, 나도 카딘 오빠 도와준다.”

진우가 그렇게 얘기하자 카딘은 피식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아끌고 집안으로 들어섰다. 그의 말이 고맙기는 했지만 마나를 운용하는 능력은 어느 정도 타고나는 것이었다. 진우가 도와준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  * * * *

카딘의 집은 축구장만한 넓은 정원이 딸린 삼층의 저택이었다. 손님을 접대하거나 연회 등에 사용되는 홀과 식당, 주방 등이 딸린 일층을 제외하면 이층과 삼층은 가족들의 방과 손님용 객실로 이루어져 있었다. 카딘의 아버지가 사용하는 집무실은 삼층에 있었다.

“반갑네. 지누 군이라고 했던가? 나는 바바라고 하네. 자네 소문이 요즘 나라 전체에 떠들썩하더군. 십년 만에 나온 상급 사냥꾼인데다가, 유데르하를 잡은 헤이둑 사냥꾼 팀의 일원이었다면서? 어린 나이에 대단하고 대견하네. 장래가 기대되는 젊은이로군.”

카딘의 소개로 만난 그녀의 아버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진우를 환영해 주었다. 키가 훤칠한 반백의 신사는 세상의 풍파로부터 한 걸음 물러선 인생을 살아왔다는 게 확연히 느껴질 정도로 여유와 기품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권력의 눈치를 보며 외곽으로 밀려난 삶을 살아야 했던 데서 나오는 무기력한 기운이 약간 느껴졌다.

그는 모처럼 딸이 데리고 와서 소개한 젊은이가 최근 글로다이트는 물론 다른 나라에까지 널리 소문이 퍼진 유명인사라는 점을 알고는 진우에게 호기심을 드러내었다. 그 점은 카딘의 오빠인 세자베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세자베라고 하네. 자네 이야기는 카딘에게 들었네. 사냥꾼이면서도 술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 때문에 요즘 거의 모든 술사들이 자네에 대해 관심이 많아. 나중에 시간이 되면 나하고도 조금 얘기를 나눠줄 수 있겠나?”

전문 술사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카딘의 오빠가 진우에게 보인 관심은 두 사람의 아버지인 바바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아버지인 바바를 닮아 역시 훤칠한 키를 가진 그는 인상이 깨끗하고 잘 생긴 젊은이였다. 진우는 고개를 정중히 숙이면서 그에게 대답했다.

“제가 수련 때문에 많은 시간을 내기는 어렵겠지만, 가끔 불러서 차라도 한 잔 주시면 감사하게 마시겠습니다.”

진우의 대답을 들은 그는 이를 드러내며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세자베의 아내인 아비아도 네 살짜리 아들의 손을 잡고 나와 진우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진우는 그들과의 첫 대면에서 이들이 화기애애한 가족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앞날이 불투명하다는 점만 제외하면 더 바랄 것이 없는 좋은 분위기를 가진 집이었다.

가족들과의 대면이 끝난 뒤에 카딘은 진우가 묵을 방을 안내해 주고는 곧바로 저택의 지하에 마련된 수련실로 그를 데려갔다. 지하에는 모두 두 개의 수련실이 있었는데, 카딘은 그 중의 하나를 진우에게 사용하도록 했다.

“본래 가족들의 수련을 위해서 두 개를 만든 것인데, 하나는 오빠가 쓰고 있고, 다른 하나는 술사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내가 가끔 사용했었어. 전에는 아버지가 이곳을 사용하셨는데, 십년 전부터는 수련을 전혀 안 하셔. 너를 가르치는 것은 이층에 있는 서재에서 할 테니까, 서재에서의 수업이 끝나면 이곳으로 내려와서 자기 전까지 수련하면 될 거야.”

진우는 그녀의 배려에 고개를 깊이 숙여 감사를 표시했다. 그러자 카딘은 얼굴을 붉히며 손을 내저었다.

“그런 인사는 하지 말고 어쨌든 열심히 수련해. 그래도 내 제자나 마찬가지인데 술사 선발 시험에 나가서 망신은 당하지 말아야지.”

젊은 아가씨가 제자 운운하며 위엄 있게 행세하려는 모습이 제법 그럴듯하다는 생각에 진우는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그는 나름 거드름을 피우는 카딘을 바라보다 문득 생각난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카딘은 술사 선발 대회에 나가지 않을 거야? 술사들에게는 만물의 벽을 봉쇄할 대표로 선발되는 게 영광이라고 하던데?”

그러자 카딘이 얼굴이 다시 어두워졌다.

“나하고 오빠는 안 돼. 그래도 왕족의 일원이라서 공연히 튀는 행동을 하면 곤란하거든.”

카딘은 거기까지 얘기하고는 흠칫 하더니 화제를 바꾸었다.

“방에 올라가서 짐을 마저 정리하고 두 시간쯤 있다가 식당으로 내려와. 거기서 저녁 식사를 하게 될 거야.”

진우는 그녀가 집에 돌아온 뒤로 계속해서 표정이 좋지 않자 조금 의아했지만, 일단 수련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구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무슨 사정이 있는 것 같기는 했지만, 당분간은 그저 모른 체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플레비크 인들의 성격에 대해 그들이 머리를 쓰기보다는 힘으로 상대를 눌러 이기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는 종족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그게 맞기는 합니다. 정정당당하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어도 적어도 목숨을 구걸하는 것은 플레비크 인들의 본성에 부합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기기 힘든 상대에게는 쉽게 포기하고 물러서는 종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물론 정 상대가 안 된다 싶으면 먼저 싸움을 걸지는 않겠지요. 자신들의 힘이 충분해 질 때까지 타협을 시도하기도 할 겁니다.

저는 이들을 정복을 통해 노예를 만드는 방법으로 강해지는 종족, 그래서 대단히 호전적일 수밖에 없는 종족으로 설정했습니다. 호전적이라는 말은 싸움을 좋아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저로서는 승리를 얻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풀었습니다.

목숨을 구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보는 거지요.

전쟁은 무술 대련하고는 다릅니다. 자신이 승리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놓고 싸움에 임하는 게 전투 종족에 더 가깝지 않을까하는 생각입니다.

프레일의 신중함이나, 투르가의 책략같은 것이 그렇지요. 제가 스스로 제 글을 스포일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이들의 책략에는 차도살인 같은 것은 없습니다. 자신이 싸워 이길 조건을 만드는 거지요. 지금 투르가가 하는 일은 그렇게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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