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성 헌터-161화 (161/235)

161화

유데르하 사냥에 대한 정식 의뢰 승인은 그 다음날 바로 나왔다. 어떻게 알았는지 그 소식을 들은 카딘이 득달같이 여관으로 달려와 헤이둑 일행에게 잔소리를 퍼부어댔다.

“진우가 중급 사냥꾼 자격증을 받았다면서요? 그럼 헤이둑님 일행에게는 상급 사냥꾼이 없다는 얘기잖아요. 그런데 왜 그런 상급 마수를 사냥하겠다고 나선 거예요? 다들 정신이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그리고 사냥꾼 협회는 또 왜 규정도 어겨가면서 사냥 의뢰를 덜컥 승인한 거래요? 다들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거죠?”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기에 헤이둑은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그 점은 진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유데르하 사냥이 협회장을 만난 뒤로 뭔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얼핏 생각하면 진우의 실력을 협회장이 인정한 것으로 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상대가 유데르하였다. 매덤 행성 최고의 마수를 처리하는 의뢰를 단순히 협회장의 마음에 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간단히 승인해준다는 것은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었다.

만약 협회장이 평소에도 그런 식으로 일을 처리했다면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일행이 자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자 매섭게 질책하던 카딘이 오히려 무안해졌다. 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불길한 가정이 떠올랐다.

“혹시 협회장이나 왕궁의 고위 인사에게 뭔가 밉보인 거라도 있어요? 유데르하에게 내몰릴 정도로 큰 죄를 지은 거예요?”

그럴 리가 없었다. 진우가 글로다이트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그런 악연을 쌓는다는 말인가? 굳이 밉보인 것으로 따지자면 그가 협회장에게 대결을 신청했다는 정도인데, 그만한 일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몬다는 것은 어지간히 뒤끝이 강하지 않고서는 힘든 일이었다.

헤이둑 일행이 계속해서 자신의 질문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카딘은 화가 나고 답답해서 속이 터질 것 같았다. 그녀는 진우를 비롯해서 일행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더니 몸을 홱 돌렸다.

“두고 봐요. 일이 잘못돼서 지누가 다치기라도 하면 당신들도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그녀의 마지막 말에 기가 막힌 미즈락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뭔가 굉장히 열 받으면서도 부럽네. 나 아무래도 억울해서라도 장가를 가야 할 거 같아.”

*  * * * *

유데르하가 출몰한다는 하예칸까지는 아틀리를 타고도 꼬박 열흘이 넘게 걸렸다. 골짜기 자체가 이웃나라인 디블렛과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하로스에서는 거리가 제법 멀었기 때문이었다.

하예칸 인근에 위치한 국경 요새에 도착한 진우 일행은 그곳의 수비대장으로부터 유데르하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이곳이 이틀 전에 유데르하가 나타났던 곳입니다. 그리고 여기는 오일 전에 놈이 발견되었던 곳이고요.”

요새의 수비대장은 군사용 지도를 펼쳐 놓고 진우 일행에게 최근에 유데르하가 출몰했던 지역을 일일이 짚어가며 상세하게 설명했다.

“필요한 장비와 정보를 모두 지원하라는 상부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부디 놈을 쓰러트려 국경의 불안 요소를 꼭 제거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하필이면 이곳이 국경지대라서 어느 나라도 섣불리 군대를 출동시키기 어렵습니다.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수비대장은 그렇게 얘기했지만, 아마 이곳이 국경지대가 아니더라도 군대를 출동시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상급 마수에게 군대를 들이밀어 보았자 성과 없이 애꿎은 희생만 늘어날 게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진우는 상부로부터 특별히 지원 명령까지 내려졌다는 점이 조금 의아하기는 했다. 사냥꾼들은 보통 의뢰를 받으면 모든 준비를 자체적으로 알아서 하는 게 관례였다. 정보 제공이라면 몰라도 국경 수비대가 장비까지 지원하는 것은 일반적인 경우라고 할 수 없었다.

*  * * * *

“수비대장이 너무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하는 거 같은데, 조금 이상하지?”

요새에 도착한 다음날 하예칸 계곡으로 들어선 일행이 몇 시간 정도 주변을 살피며 전진했을 때 미즈락이 불쑥 그런 이야기를 했다. 헤이둑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냥꾼으로서의 호기심으로 시작한 일이 뭔가 묘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는 진우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는 별 다른 표정 없이 그냥 전방을 주시하며 움직이고 있었다.

‘일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카딘에게 혼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정말 면목이 없는 일이 되겠군.’

계곡으로 들어선 첫날은 별다른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채 날이 저물었다. 일행은 첫날 계곡 바닥을 적시며 흐르는 조그만 개울가에서 야영을 했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 계곡을 따라 더 깊숙이 들어가자, 주변 풍경이 변하기 시작했다. 입구 근처에는 암석들만 뒹구는 황량한 모습이었는데, 안으로 들어감에 따라 점점 키 작은 덤불들이 눈에 뜨이더니 저 멀리 제법 울창한 숲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방 왼쪽에 유데르하가 있는 것 같아요.”

앞서 가던 진우가 갑자기 일행에게 손을 들어 보이며 그렇게 얘기를 하자, 헤이둑은 바싹 긴장을 했다.

“어느 정도 앞에 있는데? 우린 아무 기척도 못 느끼겠는데?”

“저 앞에 보이는 계곡 위에서 골짜기를 향해 접근하고 있어요. 한 두 시간 정도 더 가면 마주치겠는데요?”

헤이둑 일행은 그 말을 듣고 기가 막혔다. 진우가 말한 곳은 현재 있는 곳에서 적어도 5Km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유데르하가 아무리 크다지만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마수의 기척을 느꼈다고?

진우는 그들이 자신의 말을 완전히 믿기 어려워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왼쪽으로 보이는 제법 높은 봉우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세 분은 약속대로 사냥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고 멀리서 구경만 하셔야 해요. 저기 보이는 봉우리 있죠? 지금부터 세 분은 저곳으로 올라가세요. 저는 계속 혼자서 앞으로 직진할게요. 저 봉우리라면 제가 유데르하와 싸우는 모습이 잘 보일 거예요. 그럼 저 먼저 앞으로 갑니다.”

진우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헤이둑 일행이 뭐라고 말리기도 전에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말이 걷는 것이지 걸음이 어찌나 빠른지 헤이둑 일행이 어어 하는 사이에 그는 이미 한참 앞에 있는 커다란 바위를 넘어 사라지고 있었다.

“어떻게 해요? 정말 저 봉우리에 올라가서 그냥 구경만 할 거에요?”

카리엘이 헤이둑을 향해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헤이둑은 고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쩌겠냐. 우리가 끼어들면 오히려 진우가 유데르하를 상대하는데 방해만 될 거다. 일단 그의 말대로 우리는 저 봉우리로 올라가자. 거기서 상황을 보다가 혹시 진우가 위험하다 싶으면 그때 가서 어떻게 할지 결정해도 돼. 만약의 경우에는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최대한 도와야지. 카리엘 너는 활 잘 챙기고 있어라.

*  * * * *

진우는 한 시간 정도 계곡을 타고 왼쪽 앞으로 비스듬히 전진한 끝에 매덤 행성 최고의 마수라는 유데르하의 커다란 몸뚱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저건, 뭐 털 달린 공룡이냐?”

유데르하는 과거 지구의 백악기를 주름잡았다고 하는 티라노사우로스처럼 커다란 입을 가지고 있었다. 땅을 딛고 두발로 일어선 모습이나 허리 아래로 길게 뻗은 꼬리도 영락없이 공룡을 연상케 했다. 다만 억센 근육이 엿보이는 앞발이나 전신에 길지 않은 털이 촘촘히 나 있는 모습은 전체적으로 조류나 파충류라기보다는 포유류에 가까웠다.

키가 20m에 이를 정도로 크고, 키에 걸맞은 길이를 자랑하는 입 안쪽에는 뾰족한 이빨이 가득 돋아있었다.

“코끼리도 물리면 한 입에 씹어 삼켜지겠군.”

진우는 활을 쏘는 것을 포기하고 처음부터 검을 든 채 녀석의 앞으로 다가갔다. 주변의 먹이감을 찾으며 움직이고 있던 유데르하는 갑자기 자신의 앞에 나타난 조그만 생물을 보고 긴장한 표정으로 눈을 부라렸다.

생긴 걸로만 보아서는 한 발로 살짝 누르기만 해도 죽을 것 같았지만, 상대에게서 느껴지는 마나의 기운에 온몸에 있는 털이 곤두설 정도로 무시무시한 기세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녀석은 마수의 본능에 따라 진우의 체내에 갈무리되어 있는 마나의 기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크아앙~”

진우가 들고 있던 검에 마나를 잔뜩 집어넣고 공격태세를 취하자, 유데르하는 몸을 살짝 낮추면서 진우를 향해 고개를 들이밀고는 거칠게 포효했다. 놈의 입에서 나오는 거친 입김에 진우의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에이, 자식. 입냄새하고는.”

진우는 유데르하의 입김에 실린 악취에 이마를 살짝 찌푸리고는 마주선 자세에서 바로 도약하여 녀석의 정면으로 뛰어들었다.

“크릉.”

진우가 자신의 앞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본 유데르하는 억센 근육이 솟아있는 팔을 휘둘러 그를 내리쳤다.

유데르하의 길고 단단한 발톱과 부딪힌 진우의 검에서 날카로운 쇳소리가 들렸다. 그와 함께 앞으로 뛰어들던 진우의 몸이 직각 방향으로 튕겨나가더니 계곡 옆의 나무에 처박혔다.

그는 날아가던 자세에서 몸을 돌려 두 발로 나무를 박차고 다시 튀어나가려고 했지만, 유데르하에 의해 튕겨나간 힘이 너무 강해 발에 닿은 나무가 그만 허리부터 부러지고 말았다. 할 수 없이 바닥에 착지한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끙. 무게의 차이가 너무 심하니까 공중에서 부딪혔다가는 여지없이 튕겨나가겠군.”

그는 방법을 바꿔서 먼저 유데르하의 하체를 향해 돌진했다. 그러자 유데르하는 왼발을 살짝 들어 다가오는 진우를 밟아 죽이려는 듯 그대로 내리 눌렀다. 그 속도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빨랐다.

“차앗.”

진우는 자신의 머리위로 그림자를 드리우며 덮쳐오는 녀석의 발을 보고 그대로 땅을 찍어 몸을 살짝 돌렸다. 그러자 그의 옆을 스치면서 유데르하의 육중한 발이 꿍 소리를 내며 땅속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그 순간 마나가 잔뜩 실린 그의 검이 놈의 발목 부근을 깊이 베어 들어갔다.

“카앙~.”

유데르하는 발목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에 거친 소리를 내더니 이미 발목을 베고 자신의 뒤편으로 돌아가고 있던 진우를 향해 허리를 틀며 고개를 숙였다. 그가 이동하는 방향을 향해 녀석의 커다란 입이 내리 꽂히고 있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속도를 더 내어 앞으로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이미 전진하고 있던 방향의 앞에서 유데르하의 앞발이 거칠게 바닥을 쓸어오고 있었다.

“쳇.”

진우는 할 수 없이 전진하던 상태 그대로 방향만 살짝 왼편으로 틀면서 검을 곧게 앞으로 찔렀다. 그의 검 끝에서 마나가 뾰족하게 고개를 내밀더니 놈의 앞발을 살짝 파고드는 순간 요란한 소리를 내며 폭발했다.

“크어어엉.”

유데르하는 이 조그만 생물이 자신의 입을 피하더라도 몸을 바짝 낮춘 상태에서 함께 휘두른 앞발에는 어쩔 수 없이 당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을 향해 끌어당기듯 휘두른 앞발에 따끔한 아픔이 느껴지더니 곧이어 발 전체가 부서져나가는 듯한 끔찍한 통증이 강타했다. 진우가 찌른 검에서 뿜어져 나온 폭발형 마나가 그의 앞발을 손목부터 갈기갈기 찢으며 터져나간 것이다.

“저건 마나를 어떻게 쓰는 거예요?”

이미 계곡 옆의 산봉우리에 올라가서 둘의 싸움 장면을 보고 있던 카리엘이 유데르하의 한쪽 손이 터져나가는 것을 보고는 헤이둑에게 물었다. 하지만 헤이둑은 고개를 저었다.

“글쎄. 상급 사냥꾼만 쓸 수 있는 특별한 기술이 아닐까? 뭔가 마나를 폭발시킨 것 같은데, 검을 들고도 그런 기술을 쓸 수 있을 줄은 몰랐군.”

*  * * * *

싸움이 시작된 지 5분 가량이 지나고 있었다. 하지만 진우는 아직 한 번도 동조의 기술을 쓰고 있지 않았다. 유데르하의 싸움에 들어가기 직전에, 헤이둑 일행이 올라간 산봉우리의 반대편에서 또 다른 세 사람의 마나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누군가 자신의 싸움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걸 알아차리자 그는 이 싸움에서 동조의 기술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굳이 동조의 기술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이 마수를 쓰러뜨릴 자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 내 전투 장면을 훔쳐보고 있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왕실이나 사냥꾼 협회에서 보낸 사람들이겠지?’

그는 손목이 거의 날아간 뒤로 엄청나게 흉폭해진 유데르하의 거칠면서도 빠른 공격을 일일이 피해내면서도 중간 중간 검을 가볍게 놀리며 녀석의 몸에 작은 상처를 내고 있었다. 그는 예전에 무니악 행성에서 윌러킹을 쓰러트리기 위해 연습만 하고는 미처 쓰지 못했던 기술을 사용하고 있었다.

검을 찔러 넣는 짧은 시간 동안 검을 매개체로 해서 놈의 몸 안에 작은 마나 폭탄들을 심고 있었던 것이다.

‘검을 대는 시간이 짧아서 제대로 된 폭탄을 실을 수는 없지만, 충분히 고통스럽기는 할 거다.’

그가 이십 여발의 작은 마나 폭탄을 놈의 몸에 심은 지 십 분가량이 지나자 녀석의 몸 속에서 마나 폭탄들이 하나둘씩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크아앙~”

유데르하는 진우가 자신의 몸에 직접 공격을 한 게 아닌데도 갑자기 온몸 여기저기에서 무언가 터지며 끔찍한 고통이 느껴지자 당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대체 왜 적은 여전히 눈앞에 떨어져 있는데 자신의 몸속에서 충격과 고통이 발생하는지 알 수 없었다.

‘슬슬 끝을 낼 때가 되었군.’

이십 여발의 폭탄이 모두 터지자 유데르하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진우는 놈이 아직 두 발로 서 있기는 하지만, 다리 근육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끝이다.”

진우는 다리에 마나를 실어 녀석의 얼굴을 향해 힘껏 도약했다. 유데르하는 공중으로 뛰어오른 진우를 물어 죽이려는 듯 입을 크게 벌리며 그를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하지만 진우가 달려들던 자세를 살짝 바꾸어 공중에서 몸을 돌리며 놈의 목 언저리로 바짝 다가서자, 유데르하의 입은 헛되이 허공을 물고 말았따.

“하압~”

진우의 칼끝에서 마나가 형상화되어 본래의 길이보다 세 배가량 늘어나며 길게 뻗었다. 엄청난 길이로 형상화된 마나였다. 그렇게 길어진 검이 그의 머리위로 지나간 유데르하의 얼굴 아래로 훤히 드러난 녀석의 목을 향했다. 진우의 검이 놈의 목을 깊숙하게 가르며 지나갔다.

“컥...”

유데르하의 입에서 미처 다 뱉어지지도 못한 짧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처음에는 마치 면도날에 베인 것처럼 가느다란 실금으로만 보이던 상처는 진우가 유데르하의 몸에 한 손을 대고 그의 등 뒤편으로 돌아 떨어질 때쯤 해서 길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목 전체에서 순식간에 엄청난 피가 폭포수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놈은 고개를 돌려 진우를 보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깊게 베고 지나간 진우의 검에 거의 잘려지다시피 한 녀석의 목은 움직이지 않았다. 목이 잘려 더 이상 신음 소리도 내지 못하던 녀석은 차츰 눈빛이 흐려지더니 잠시 후 그대로 앞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쿠웅

거대한 몸집을 지닌 유데르하가 선 자세 그대로 앞으로 쓰러지자 계곡 전체가 진동을 하며 흔들렸다.

“이얏호~”

그 모양을 똑똑히 지켜보고 있던 카레일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헤이둑과 미즈락은 서로를 쳐다보며 입만 벌리고 있었다.

“상급 사냥꾼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상처나 위기 하나 없이 유데르하를 단독으로 쓰러트릴 줄은 몰랐는데요?”

미즈락이 한참 만에 간신히 입을 열어 그렇게 말하자 헤이둑 역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휴, 이것으로 매덤 행성 최고의 마수를 사냥한 건가?”

쓰러진 유데르하의 거대한 몸집을 보던 진우는 그 말과 함께 계곡 오른쪽의 산봉우리 기슭을 흘깃 쳐다보았다. 그곳에 있던 세 사람의 마나가 계곡으로부터 빠르게 멀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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