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성 헌터-68화 (68/235)

68화

진우는 졸업장을 받던 날 조승운을 찾아가서 절을 하고 나서는 앞으로는 스승님이라고 불러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그 동안은 학교의 학생과 교관의 신분이라 따로 스승님이라고 하기가 어려웠지만, 첫 만남 이후로 진우가 조승운에게 배운 것은 단순한 교관과 학생 사이의 가르침이라고 하기에는 훨씬 깊은 것이었다.

진우는 이제 졸업하는 마당에 자신이 입은 은혜를 간단히 교관님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은 더 이상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들은 대로 구배지례를 하려고 했는데, 조승운이 질색을 하면서 말리는 바람에 한 번 절하는 것으로 그쳤다.

“지금이 무슨 조선시대인 줄 아느냐? 여기가 중국 땅도 아니고.”

조승운은 진우의 절은 사양했지만, 그가 스승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허락했다. 그러면서 각지에 퍼져 있는 자신의 제자들 연락처를 가르쳐 주며 혹시라도 마주치면 잊지 말고 인사를 하라고 당부했다. 자신의 제자들에게도 새로운 막내가 생겼다는 것을 헌터 패드를 통해 알려 두겠다고 했다.

그 가운데에는 물론 뉴 올림포스 행성에서 인사를 나눴던 곤 클랜의 김상곤과 그의 부인 박화정도 있었다.

전문 헌터 자격 시험을 마친 이틀 뒤, 다시 헌터 양성소를 찾은 진우는 그곳에서 헌터 자격증을 받을 수 있었다. 본래 마나를 각성한 하급 마나 헌터 이상에 대한 자격증은 헌터 양성소가 아닌 헌터 협회에서 발부했다.

전문 헌터가 된 이후에 수련을 통해 경지를 올린 헌터들이 헌터 협회에서 심사를 받아 기존의 자격증을 갱신하는 게 그간의 통례였던 것이다. 하지만 진우는 첫 자격 시험에서 바로 중급 헌터로 판정을 받는 바람에 처음부터 헌터 자격증에 그 사실을 기재할 수 있었다. 허진행이 사라진 헌터 협회에서는 그런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 주었다.

헌터 협회 곳곳에 퍼져 있던 조승운의 인맥이 조금씩 힘을 발휘하고 있었던 것이다.

“헌터 자격증은 외계 행성 출입을 위해 포털을 타는 경우는 물론이고,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 여권보다도 더 확실하게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이니까 절대로 잃어버리면 안 돼.”

타르코스 소장의 사무실에서 헌터 자격증을 건네받는 자리에 함께 참석했던 우지연 과장이 진우에게 잔소리 비슷한 당부를 했다. 조승운도 함께 한 자리였다. 진우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네. 이거 따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함부로 잃어버리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흠... 지금도 헌터 학교에서 열심히 훈련하는 학생들이 들으면 칼을 빼 들고 달려올 소리이긴 하다만, 어쨌든 간수 잘 해라. 그거 잃어버리면 재발급이야 되겠지만, 외계 행성에서 빠져 나올 때는 자칫 오랫동안 발이 묶일 수도 있으니까.”

우지연이 혀를 차며 한 마디를 더 했다. 진우는 다시 한 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냐? 헌팅을 갈 행성은 정해 두었냐?”

조승운이 우지연의 잔소리를 끊으며 진우에게 물었다.

“그렇잖아도 그 문제 때문에 소장님하고 스승님에게 상의를 좀 드리려고요. 헌터 패드를 통해서 이곳저곳을 검색해 보기는 했는데, 제가 아는 곳이 많지 않아서 어느 곳을 선택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경험을 쌓을 행성을 골라 달라는 말을 들은 조승운은 고민을 하는 표정을 짓더니 타르코스 소장을 바라보았다. 의견을 구하는 그의 눈빛을 본 타르코스 소장이 헌터 패드를 꺼내더니 몇 가지 검색 기준을 입력한 뒤 나온 결과를 벽에 걸린 대형 화면과 연동시켰다. 화면에 여러 개의 행성 목록이 떠올랐다.

“지구와 비교해서 중력, 자전 주기, 대기압, 평균 기온 등이 비교적 유사한 행성들만 고른 것이네. 이런 곳들에는 보통 최소한 케이튼 행성 정도의 전초 기지가 설치되어 있지. 아무래도 지구인들이 활동하기에 적당한 곳들이니까. 다만 전초 기지를 운영하는 국가들은 다 다르네. 마나의 농도라든가 성격, 서식하고 있는 생물들의 종류는 행성마다 큰 차이가 있으니 세부 사항을 잘 살펴보도록 하게. 화면을 터치하면 행성에 대한 상세 정보가 나올 걸세.”

지금 진우에게 필요한 것은 그동안 가 보았던 행성들과는 환경이 다른 곳들이었다. 타르코스 소장도 얘기한 적이 있지만 동조의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환경과 마나를 경험하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진우가 행성들의 상세 정보를 하나씩 확인하면서 항목들을 선택하거나 지우는 모습을 옆에서 유심히 보던 타르코스 소장이 갑자기 불쑥 말을 꺼냈다.

“자네, 마나 크리스털을 더 찾아 볼 생각인가?”

진우가 상세 정보에서 주로 마나 크리스털의 존재가 확인된 지역에 시선을 오래 두는 것을 본 소장이 그런 질문을 던졌다. 타르코스 소장의 말에 진우가 헌터 패드에서 고개를 들었다.

“네. 아무래도 그동안 훈련을 해 보니까 마나 크리스털에 대한 동조 반응 훈련을 하는 것이 꽤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요. 지금은 가지고 있는 것이 두 종류 밖에 없지만 좀 더 다양한 마나 크리스털을 구할 수 있다면 훈련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진우의 말을 들은 조승운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진우를 구박했다.

“예끼, 이 녀석아. 다른 헌터들은 평생 그거 하나라도 구해 팔자를 고치겠다고 눈을 벌겋게 뜨고 찾아다녀도 인연이 닿지 않는 것을, 너는 여러 개 구하겠다고? 지금 두 개 가지고 있는 것만 해도 네 평생의 운을 다 쓴 것이라고 생각해야지.”

하지만 타르코스 소장은 그런 조승운의 말에도 불구하고 진우의 손에서 헌터 패드를 가져와 다시 몇 가지 검색 조건을 입력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오십 여개에 달하던 목록이 순식간에 열 개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마나 크리스털이 존재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지역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까지 아직 아무도 그것을 발견하지 못한 행성들일세. 중력이나 자전주기 등 다른 환경 조건들의 폭을 조금 더 넓게 하면 그 밖에도 탐사할 만한 행성들이 더 늘겠지만, 자네는 아직 헌팅의 경험이 많지 않으니 일단 그 행성들을 중심으로 한 번 조사를 해 보는 것이 어떻겠나?”

진우는 타르코스 소장이 선별해 준 행성들에 대해 일일이 상세 정보를 확인하더니 만족한 듯한 표정으로 그 목록을 자신의 헌터 패드로 전송시켰다.

“감사해요. 덕분에 복잡하던 머릿속이 좀 정리가 됐네요.”

진우의 말을 들은 타르코스 소장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조승운 교관께서 하신 말씀도 맞지만 나는 좀 생각이 다르네. 마나 크리스털이 있는 곳으로 의심되는 지역들은 대개 환경이 열악하거나 강력한 마수들이 서식하는 경우가 많지. 최상급 헌터가 아니면 쉽사리 탐색을 할 엄두를 내기가 힘든 곳들이네. 지구인들 가운데 최상급 헌터가 드문 편이라 적극적인 탐색이 이루어지는 일이 드물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최상급으로 올라선 헌터들일수록 오히려 위험한 지역에서는 발을 빼는 경향이 있어서 말이야. 자네가 의지를 가지고 노력을 한다면, 내 생각에는 굳이 평생의 운을 다 쓰지 않아도 새로운 마나 크리스털을 발견할 수도 있다고 보네.”

그러자 조승운 교관이 소장의 말에 대해 변명을 했다.

“이보시오 소장. 헌터 중에서 최상급에 올라섰다면 보통 빨라도 나이가 오십이 넘는 경우가 많아. 그 나이면 헌터로서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어느 정도 부와 명예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거든. 심지어는 제법 높은 지위나 권력을 가진 경우도 있지. 그런 처지에 누가 일부러 결과가 확실치도 않는 위험한 지역에 발을 들이밀겠나? 나만 해도 이제는 삭신이 쑤셔서 웬만해서는 그런 곳은 피하고 싶어.”

지금도 잘 나가는 젊은 헌터 몇 명은 간단하게 해치울 수 있는 기력을 가진 양반이 할 소리는 아니었지만, 조승운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가진 자일수록 자신의 안전을 우선시하게 마련이다.

최상급 헌터가 될 때까지 현장 경험을 거치고도 살아남았다면, 이미 개인적인 부와 지위는 어느 정도 이상 올라 있기 마련이었다. 한 방에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모험을 하기에는 그들이 가진 것이 너무 많았다.

헌터가 도를 닦는 사람도 아니고, 나이가 든다고 해서 욕심이 쉽게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최상급 헌터 정도 되면 대개는 그 욕심을 자신이 직접 뛰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힘을 이용해 채우려고 하였다. 그래서 비록 마나 크리스털의 존재 가능성이 많다고 의심되는 지역이라고 해도,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다면 섣불리 뛰어들려고 하지 않았다. 가끔 중급에서 상급 정도의 헌터들이 몇 명 섞여 탐사에 나서는 일이 있었지만 대개는 뾰족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심지어는 무모한 도전으로 인해 대규모 참사가 빚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  * * * *

탐험에 나설 행성의 목록이 대충 정해지자, 진우는 여름이 다 지나기 전에 지구를 떠나기 위한 최종 준비를 마무리 하느라고 또 한 동안 바빴다. 가장 골치 아픈 것 가운데 하나가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것이었다.

무중력 자동차를 운전하려면 반드시 운전 면허가 있어야 했는데, 아직 만 17세밖에 되지 않은 진우는 운전 면허를 얻을 수 있는 나이가 되지 않았다.

다행히 중급 헌터임을 입증하는 헌터 자격증이 있어서 외계 행성에서만 무중력 자동차를 운행하는 조건으로 임시 면허증을 얻을 수 있었다. 다른 행성에 나가 있는 동안은 그것을 사용해서 전초 기지에서 자동차를 임대할 수 있었지만, 지구에 있는 동안은 운전이 금지되는 조건이었다.

쓸만한 총기를 장만하는 것도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운전 면허와 마찬가지로 진우의 나이가 아직 만 18세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 걸림돌로 작용하였다.

이번에는 헌터 협회가 나서서 지구에 있는 동안은 협회에서 총기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조건으로 보증을 서 준 덕분에 간신히 총기 구입 및 소지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어린 나이에도 중급 마나 헌터에 도달했다는 점이 이런 곳에서도 위력을 발휘하였다.

아직은 몇 명밖에 알지 못하는 일이었지만 진우는 사수형과 치료형을 겸한 트리플 헌터였다. 다만 그는 헌터 자격증을 받을 때에는 아직 이목을 끌기 싫어서 그냥 신체형 마나 헌터로만 등록을 했었다. 헌터 학교에서 사격술을 배울 때에도 총알에 마나를 실어서 사격하는 연습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비록 단발이기는 해도 실력 있는 사수형 마나 헌터들 중에는 화살뿐만이 아니라 총알에도 마나를 담아 사격을 하는 것이 가능한 이들이 있었다.

진우도 다른 행성에 가면 그곳에서 총알에 마나를 담아 사격하는 연습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반드시 총기를 구입해 가지고 나가기를 원했던 것이다.

총알에 마나를 담아 사격을 할 때에는 활을 사용할 때처럼 곡사를 하거나 유도 화살을 날릴 수는 없었다. 총알의 속도가 아무래도 화살보다는 빨라서 그런 식의 조작을 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진우도 화살대에 마나를 실어서 마찰을 없앤 무찰시를 쏠 때에는 곡사나 유도 화살을 쏘지 못했다. 그러나 발사된 총알이 명중과 동시에 폭발을 일으키게 하거나 관통력을 증가시키는 등의 조작은 가능할 것 같았다. 더구나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서 장거리 사격을 할 때에는 아무래도 크기가 큰 화살보다는 총알이 바람의 영향을 조금이라도 덜 받았다. 진우는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활과 총을 적절하게 바꿔 가며 사용할 생각이었다.

총기 구입 허가를 받자 조승운 교관이 진우에게 멋진 총을 선물했다. 졸업 선물을 주지 못했으니 그 대신이라고 하며 건네 준 총은 최신형임에도 불구하고 제법 길고 묵직한 것이었다.

2043년에 개발된 이 총은 개발자가 자기 아내의 이름을 따서 ‘Beautiful Jennifer’의 약자인 BJ를 시리즈의 약어로 삼았다. 조승운이 건네 준 것은 그 시리즈 중에서도 BJ-308이라는 것으로서, 명중률, 내구성, 유효사거리, 관통력 등이 모두 뛰어나 헌터들 사이에서 흔히 ‘Killer J’라고 불렸다.

개머리판에서 총구까지의 길이가 1m 20cm에 유효 사거리가 1,600m에 달하는 이 총은 본래 저격용 소총으로 개발된 것이라서 자동이 아니라 반자동이었다. 7.62mm의 실탄을 20발 들이 탄창에 넣어 사용하였고, 분해와 조립이 간편했다.

진우는 조승운이 준 ‘킬러 제이’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비록 널리 사용되는 규격의 총알을 장전하는 총이었지만 마나를 불어넣어 사격하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는 재질과 규격을 최대한 고르게 맞추어 제작된 총알이 필요했다.

그는 조승운의 소개를 받아 고른 공방에 주문을 넣어 엄밀한 수작업을 거쳐 만든 총알을 구입했다. 출발하기 전까지 최대한 물량을 확보하고, 나머지는 선주문을 넣어 다음에 지구로 귀환했을 때 찾기로 하였다.

이로써 지구를 떠날 준비가 거의 완료되었다.

진우가 헌터 자격증 시험을 보고, 여러 가지 준비를 하는 동안 소현은 1학년 학생들과 함께 케이튼 행성으로 여름 훈련을 떠났다. 소현은 이번에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날지 알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최대한 감정을 숨기고 웃는 얼굴로 진우와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다만 떠나기 전에 아직 확실한 행선지를 정하지 못한 진우의 손을 꼭 쥐고 목적지가 정해지면 반드시 연락을 하라는 말을 했다.

아쉬움을 애써 참는 듯한 그녀에게 진우는 별다른 대꾸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지구를 떠나기 전에 진우는 서울에 올라가 장박사를 만나 인사를 드렸다. 내친 김에 역시 방학 훈련을 떠난 정태네 집에 가서 정태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했다.

격투기 도장의 남상호 관장에게도 희정이가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 나름 유명 인사가 된 진우의 말을 들은 남관장은 흐뭇한 얼굴로 연신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인연이 있는 사람들에게 두루 인사를 하고 나자 드디어 떠날 때가 되었다.

헌터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그랬던 것처럼 제주도에 콘도를 빌려 며칠 여행을 하면서 마지막으로 마음을 다스린 진우는 여름이 한창 기승을 부리던 7월 하순에 드디어 스승이나 인솔자를 대동하지 않은 채 헌터로서의 자신을 시험하는 첫 탐험을 나섰다. 본인은 잘 알지 못했지만 적지 않은 지구인은 물론 외계인들의 관심마저 쏠린 그의 첫 단독 헌터행이었다.

============================ 작품 후기 ============================

처음 다른 분들이 쓰신 작품들을 계속 읽기만 하고 지내다가 나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글을 쓰기 시작한 게 10월초였습니다. 작품 구상하고 한글 파일로 약 200 페이지 정도 쓰고 나니 한 번 올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남들이 읽어줄지도 분명하지도 않은 글을 계속 혼자만 써내려가는 일이 조금 불안해 질 무렵이었습니다.

글을 연재하기 시작하면서도 계속 써 온 게 지금은 어느새 500페이지가 훌쩍 넘었습니다. 오늘 올린 글까지 포함하면 실재 연재가 된 분량은 대략 450 페이지 정도입니다. 12월 들어 여러 가지 바쁜 일들이 계속 생겨 글을 쓰지 못한 채 지나가는 날들이 많다 보니 비축 분량이 슬금슬금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8일에 첫 연재를 시작했으니까 오늘로 딱 한 달이 지났습니다. 제 생애 쓴 모든 글 중에서 가장 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감사와 역시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조아라 댓글이 무섭게 거칠다는 경고를 미리 받기는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제 글에 댓글을 다시는 분들 중에는 칭찬이든 비판이든, 혹은 심지어 비난이든, 너무 예의를 벗어나는 어투를 쓰는 분들이 거의 없는 편이었습니다.

제가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간혹 심한 댓글도 있었지만 아직 의욕이 떨어지진 않았습니다. 저는 아직도 들어주는 사람만 있다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조금 뻔뻔한 셈이지요. 다만 연재를 시작하고 독자들의 코멘트를 읽으면서 글을 쓰는 데에 더 신중해지고 있기는 합니다. 아, 이거 나 혼자만 쉽게 생각하고 함부로 쓰면 민폐로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지요. 제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쓰기 전에 앞뒤를 조금 더 살피게 되고, 그러다보니 앞에 쓴 글을 수정할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히로인 문제도 마찬가지고요.

오늘은 연재 한 달을 자축하기 위해 아주 조그만 와인을 한 병 준비했습니다. 여기까지 온 저를 대견해 하며 한 잔, 그리고 저를 여기까지 오게 격려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또 한잔을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모두에게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저도 몰랐는데 이니스프리라는 브랜드의 화장품이 있더군요. 한참 웃었습니다. 아직 그곳에 가려면 조금 더 있어야 하지만 여러분에게 미리 행성 이니스프리를 소개합니다.

http://youtu.be/MJyKHFvD2vU

예이츠의 시에 Bill Douglas가 곡을 붙이고 Ars Nova 합창단이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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