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성 헌터-43화 (43/235)

43화

교감과 허진행, 그리고 일행들은 기지장 조세연의 사무실로 향했다. 하지만 허진행의 요구에 따라 최명도 교감과 조세연 박사는 곧 자리를 비워줘야 했다. 두 사람이 사무실을 나가자 허진행이 다짜고짜 용건을 꺼냈다.

“사람을 좀 구조해 주셨으면 합니다.”

조승운이 얼굴을 찌푸렸다.

“구조라고 하셨소?”

조승운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되물었다. 협회장의 얼굴이 침중해졌다.

“네. 그렇습니다.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허진행이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지금으로부터 오십일 전, 스카디안이라는 행성에 탐사대가 들어갔다. 아직 전초기지도 세워지지 않은 미개척 행성이었는데, 직전에 그곳에 시험 삼아 들어갔던 헌터들에 의해 굉장히 유용한 광물이 발견되었다. 그래서 지질학자를 비롯해 광업 전문가들이 중심이 되어 광물의 매장량이나 경제성 등을 확인하기 위한 탐사대가 조직되었다.

예정된 탐사 기간은 이십일이었다. 그런데 이미 한 달 전에 활동을 마치고 귀환했어야 할 탐사대가 아직도 귀환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식량 등을 여유있게 가지고 가기는 했지만 귀환 예정일이 훨씬 지난 지금은 그간 아껴 먹었다고 가정해도 이미 거의 다 떨어졌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래서 기다리다 못해 구조대를 다시 보내기로 했다는 것이다.

“포털을 설치하기 위한 장비를 가지고 가지 않았습니까?”

조승운이 눈썹을 찌푸리며 협회장에게 물었다. 협회장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가지고 들어갔습니다. 그것도 헌터들이 임시로 사용하기 위한 간이 포털 장비가 아니라 정식 규격의 포털 장비를 가지고 들어갔습니다.

행성에 도착하자마자 광물이 발견되었던 지역 근처로 이동해서 그곳에 먼저 베이스 캠프를 만들고 나서, 포털은 그 안에 설치할 계획이었습니다. 만약을 대비해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을 먼저 마련하는 것이 모든 탐사대의 가장 우선 순위니까요. 하지만 아직까지 저쪽 포털을 통해 귀환한 사람이 없습니다.

“그렇다는 얘기는 포털을 설치하지 못했거나, 설치했어도 그것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뜻이군요.”

“그렇습니다. 처음 광물을 발견했던 헌터들의 보고에 의하면 그곳에는 맹수나 포식자 같이 특별히 위험한 동물은 없다고 했습니다.

유독한 물질이 있다는 얘기도 없었고요. 그렇기 때문에 애초에 탐사대 인원이 대부분 민간 학자나 전문가들도 구성되었습니다. 물론 만약을 대비해 마나 헌터 한 명과 두 명의 전문헌터가 함께 들어가기는 했습니다.

단순한 광물 탐사라 애초에 이렇게 아무도 귀환하지 않은 채 시간이 지나리라고는 예상을 못했던 일입니다.”

“그럼 뭐 뻔한 얘기군요.”

“네?”

“보고가 처음부터 잘못 되었거나 거짓이었을 가능성이 하나, 도착한 행성이 아니라 탐사대 자체에 위험 물질이나 위험 인물이 있었을 가능성이 둘, 원래는 없었지만 예상치 못한 위험이 갑작스럽게 등장했을 가능성이 셋. 뭐 대충 따지면 그 셋 중 하나겠군요.”

“아, 네. 하지만 처음 보고를 했던 헌터들은 믿을 만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보고는 아마 사실일겁니다. 그리고 탐사대가 가지고 간 장비에도 특별한 위험 물질은 없었습니다. 사람들도 당연히 모두 신원 검증이 끝난 사람들이었습니다.”

조승운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그건 그렇다 치고, 그래서 나하고 멜리사에게 구조대에 참가해 달라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두 분이야 워낙 실력과 명성이 쟁쟁한 분들 아니십니까?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조승운이 잠시 허리를 펴고 앉아 있던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잠시 눈을 감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앉은 자세 그대로 눈만 뜬 그가 협회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까? 단순한 광물탐사라고 하셨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최초에 헌터들이 보고한 내용에 의하면 특별히 위험한 포식자나 유독한 물질도 없고요?”

“물론입니다. 저는 그 보고가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자 조승운이 픽 웃더니 허리를 당겨 허진행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보며 말했다.

“그런데 왜 저희입니까?”

“네?”

“이상해서 묻는 겁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저나 여기 멜리사는 헌터 학교가 세워지기도 전에 배출된 초창기 선발 헌터들입니다.

현존하는 헌터들 가운데 경력으로 보나 능력으로 보나 말 그대로 최상급이란 말이지요. 그런 저희를 한 사람도 아니고 두 사람이나 고용하려면 돈이 제법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 정도는 각오하셨을 테니까 부탁하시는 것 아닙니까?”

“물론 보수는 섭섭지 않게 충분히 드리겠습니다.”

“그 점이 이상하다는 겁니까?”

“그게 무슨 말씀...”

조승운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더니, 할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짧게 내쉬고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이보시오 협회장. 협회장도 헌터학교 1회 졸업생이니 헌터 경력이 만만치 않을 거 아니요. 우리 서로 다 아는 얘기를 새색시 내숭 떨 듯 하지 말고 솔직히 얘기해 봅시다. 그 스카디안 행성에는 신뢰할 만한 보고에 의하면 특별히 위험한 동물이나 물질이 없다고 하셨소, 실종된 탐사대의 목적도 단순한 광물 탐사라고 했고요. 그런데 그렇게 안전한 곳에 별로 중요한 임무를 맡고 간 탐사대도 아닌 사람들을 구조하러, 우리같이 몸값이 비싼 사람들을 고용하겠다는 겁니까?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헌터 협회 협회장이 직접 포털까지 이용하며 이곳으로 뛰어왔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요?”

그러자 협회장이 무안한 기색도 없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껄껄대며 웃었다. 진우는 참 얼굴이 두꺼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 역시 조선배님은 제가 못 당하겠군요. 알겠습니다. 다 털어 놓지요.”

“나는 헌터 학교에 다닌 적이 없으니 협회장 선배는 아니지요. 아무튼 이왕 털어 놓는 거 괜히 빙빙 돌리지 말고 속을 탈탈 뒤집어 보시오.”

허진행은 턱을 한 번 쓰다듬더니 손바닥을 짝 하고 마주쳐 소리를 냈다. 속 시원히 말을 하겠다는 시늉으로 보였지만 진우는 그의 태도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뭔가 꿍꿍이가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그 광물이 다름 아닌 금입니다.”

“금?”

조승운과 멜리사가 동시에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금은 많이 채굴되어 생산이 되어서 그렇지 그 자체는 희귀 금속이다. 문명의 초창기부터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금은 긴 역사를 관통하는 변함없는 가치를 지닌 귀금속이었다.

“그렇습니다. 그것도 처음 들어갔던 헌터들이 채취해 온 것을 분석해 본 결과 순도가 99% 이상이었습니다. 노천에서 그냥 쓸어 담아 왔다고 하더군요. 경제성이 뛰어나다는 뜻입니다.”

조승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욕심이 날 만한 얘기이기는 하군. 그래서 실제로 채취가 가능한 양이라든가, 전부 다 그렇게 순도가 높은 것만 있는지를 확인하러 탐사대를 보냈다는 뜻이겠군.”

이번에는 허진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정작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탐사대가 돌아오지를 않으니 이렇게 걱정을 하는 겁니다.”

그는 잠시 말을 끊고 소리를 낮추어 속삭이듯 말했다.

“대통령께서도 이번 일에 대해 관심이 아주 많으십니다. 경제적으로 나라에 도움이 크게 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조승운이 노골적으로 가소롭다는 듯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허진행의 말을 잘랐다.

“지금 대통령이 누군지도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쓸 데 없는 얘기 하지 말고 계속 말해 보시오. 아직도 왜 내가 필요한지 얘기를 안 하지 않았잖소.”

허진행이 이맛살을 잠시 찌푸리더니 할 수 없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행성 스카디안의 환경이 많이 혹독합니다. 중력이 3.4나 되기 때문에 아무리 헌터들이라도 반중력 장비를 갖추고 들어가지 않으면 견디기가 힘듭니다.

게다가 낮이라고 해도 최고 기온이 영하 15도를 넘지 않습니다. 밤에는 영하 50도까지도 떨어지지요. 공기 중 산소 비율도 적당하고 대기압이 1기압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정도라 호흡을 하는 데에는 이상이 없지만, 대기층이 얇아 너무 높은 곳에 올라가면 공기가 금방 희박해져서 숨을 쉬기가 어렵습니다.

환경이 이러니 혹시라도 사고가 날 경우를 대비해서 되도록 실력있는 헌터를 보내려고 하는 겁니다. 수고스러우시겠지만 한 번 나서 주십시오. 멜리사 여사에게도 제가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허진행이 조승운과 멜리사를 번갈아 보며 고개를 조아리며 부탁을 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조승운은 혀를 끌끌 차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협회장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 것이 없어 보이는구려. 쓸데없는 소리 잘 들었소. 나는 그래도 이번 일에 왜 내가 가야 하는지 잘 모르겠소. 나는 생각이 없으니 필요하면 다른 헌터를 알아보시는 게 좋겠소. 헌터 협회에 좋은 헌터들이 많이 있지 않소. 그럼 이만.”

일어서서 나가는 조승운을 따라 다른 일행들도 우르르 몸을 일으켰다. 진우는 아무래도 두 사람 사이에 뭔가 해묵은 감정의 골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허진행이 일어나서 방을 나가려는 조승운의 뒤에 대고 한 마디를 했다.

“그곳에 장수덕 박사가 있습니다. 그의 딸과 함께 말입니다.”

조승운의 몸이 우뚝 멎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확 돌리더니 마치 씹어먹을 듯한 표정으로 허진행을 노려보았다.

“장박사하고 소현이라고 했냐?”

그래도 협회장이라는 지위를 생각해 말을 높여주던 조승운의 말투가 순식간에 변했다. 허진행을 쳐다보는 그의 눈이 뜨겁게 이글거렸다. 하지만 허진행은 도리어 표정이 느긋해졌다. 그는 앞에 놓인 커피잔을 빙글빙글 돌리며 여유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장수덕 박사가 이번 탐사대 부대장이었습니다.

소현 양은 이번 기회에 외계 행성을 가 보고 싶다고 해서 저희가 특별히 지원을 했습니다. 보조 대원 자격으로 함께 갔지요. 뭐, 지금 생각하면 소현 양이라도 말릴 걸 그랬다고 후회가 되는군요. 아무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절친했던 친구의 아들과 그 딸이 행방불명 됐는데, 선배님이라면 그냥 두고 보시지 않으실 것 같아서 이렇게 부탁을 드리러 왔습니다만.”

조승운이 갑자기 문앞에서 사라져 순간 이동을 한 것처럼 허진행의 앞에 나타나더니 그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진우가 보기에 허진행은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러나 그는 그대로 멱살을 잡혀 주었다.

“나 네놈 선배 아니라고 했지? 그래. 내가 가마. 내가 가서 그 아이들을 데려 오마. 하지만 만약 이 일에 네 놈이 말하지 않은 흑막이 하나라도 숨겨져 있다는 게 밝혀지면 네놈은 협회장 자리가 아니라 그 목숨부터 걱정해야 할 거다. 내 말 명심해라.”

허진행은 멱살을 잡힌 그대로 웃음을 지으며 태연하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최상급 헌터시니 보수는 분명히 그에 맞추어 드리겠습니다. 아, 물론 멜리사 여사께도 마찬가지고요.”

조승운은 허진행의 멱살을 뿌리치듯 놓고 방을 나가면서 그에게 말했다.

“일단 우리끼리 할 이야기가 있으니 30분 뒤에 계약서를 만들어서 가지고 오너라. 그때 다시 얘기하자.”

“알겠습니다.”

문을 나가는 조승운의 뒤를 따라 일행이 우르르 방을 나갔다. 일행이 모두 사라지자 혼자 남아 있던 허진행이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가다듬더니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일흔이 되어서도 참 정정한 양반이란 말이야. 죽을 때가 되셨으니 이제 죽을 곳으로 보내 드려야지. 하하하하.”

*  * * * *

협회장이 있던 기지장 사무실을 나온 사람들은 모두 의료실로 향했다. 조세연 박사가 마침 그곳에 있다가 의료실을 비워 주었다. 권일도가 조승운에게 물었다.

“협회장이 뭔가 딴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정말 가시겠습니까?”

조승운이 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분명히 뭔가 속셈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갈 수밖에 없어. 장박사는 내 절친한 친구의 하나 밖에 없는 자식이다. 가족이 없는 나에게는 아들이나 다름없는 녀석이다.

허진행 저 놈은 내가 구조대에 참가해 달라는 제안을 거절하지 못할 거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게 틀림없다. 그래서 걱정이다. 이 일이 우연히 발생한 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용의주도한 계획 아래 벌어진 일인지 알 수가 없어. 전자라면 그래도 조금 낫지만, 후자라면 이번 구조는 몹시 위험한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아무래도 불안해.”

혼잣말을 하듯 얘기를 하던 조승운은 멜리사를 보며 말했다.

“멜리사도 정말 가시겠소? 난 별로 권하고 싶지 않아요.”

멜리사가 고개를 저으며 말을 했다.

“저는 죄송하지만 가지 못할 것 같아요. 마음은 반드시 함께 가고 싶지만 지금 당장은 힘들 것 같네요. 나르샤가 마나를 발현시켰잖아요. 당분간은 발현 능력을 안정시키고, 진우에게 가르쳤던 기술을 나르샤도 익히게 도와야 할 것 같아요.”

“스승님 저는...”

“아니다. 네 스승 말이 맞다.”

조승운이 먼저 나서 나르샤의 말을 막았다.

“처음 발현 단계에 접어 들면 한 동안 반드시 그걸 안정시키고 다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금 네 스승이 필요한 곳은 이상한 외계 행성이 아니라 네 곁이 맞다. 더구나 케이튼은 능력을 가다듬는데 아주 좋은 곳이다. 너는 이곳에서 스승과 당분간 더 훈련을 하거라.”

“그래서 말인데...”

멜리사가 말을 꺼냈다.

“저는 이번에 진우를 함께 데리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진우를?”

“저를요?”

세 남자가 모두 놀라 동시에 소리쳤다. 그러다가 잠시 시간이 지나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멜리사가 다시 말했다.

“협회장이라는 사람이 저를 요청했다는 건 실력 있는 궁수형 마나헌터가 필요하다는 뜻인 거 같아요. 진우군은 나이도 어리고 실전 경험도 없어 조금 걱정이 되긴 하지만, 지금 저를 대신할 궁수로 진우 군보다 나은 사람을 구하는 건 불가능할 거예요. 솔직히 실력으로만 따지면 진우 군은 저보다 나으면 낫지 못하지는 않으니까요. 게다가 분위기로 봐서는 조교관님이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쯤은 꼭 필요할 것 같기도 하고요.”

조승운이 인상을 찌푸리고 한참을 고민했다. 실력은 믿을 만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이 직접 대련을 하며 가르친 아이다. 더구나 남들은 아직 모르지만 진우는 더블도 아니고 트리플 헌터다. 근거리 격투술, 검술, 궁술에 치료술까지 익혔다.

그것도 모두 최소한 상급 이상이다. 나이와 경험만 충분하다면 이보다 더 믿움직스러운 동료도 없다. 하지만 아직 어린 아이다.

그 점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조승운이 마침내 결심을 한 듯 진우를 쳐다 보며 물었다.

“진우야. 함께 갈 테냐?”

진우가 서슴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요. 당연하죠. 꼭 교관님과 함께 가고 싶어요.”

권일도가 다가와 진우의 어깨를 세게 쥐고는 등을 툭툭 두드렸다. 그도 느끼고 있었다. 이번 구조는 아무래도 굉장히 위험한 일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하지만 말리기도 어려웠다. 권일도 뿐만 아니라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  * * * *

삼십분 뒤 허진행으로부터 기지장 사무실에서 계약을 하자는 연락이 왔다. 일행이 기지장실에 들어가니 최명도 교감이 허진행과 함께 있었다. 멜리사 대신 진우가 함께 가기로 했다는 말을 듣자 허진행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노망이라도 드신 겁니까? 제가 환경이 좋지 않은 곳이라고 분명히 말씀드렸을 텐데요? 어린 아이를 데리고 그런 곳으로 가시겠다니, 못 보는 사이에 사람이라도 변하신 겁니까?”

“환경은 나쁘지만 장비를 충분히 지원해 준다고 하지 않았소? 내가 아끼는 제자라서 이번 기회에 경험을 쌓게 하고 싶은 것이니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시오. 소현이도 그곳에 보냈다면서 이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지 못할 게 어디 있겠소? 멜리사에게 궁술을 배웠으니 아쉬운 대로 제 몫은 할 거요. 멜리사가 못 간다고 하니 이 아이라도 데리고 가야겠소.”

최명도 교감은 당연히 펄쩍 뛰며 반대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도대체 누가 어떻게 책임을 지려고 그러나며 절대 안 된다고 난리를 쳤다. 하지만 조승운은 굳은 표정으로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진우가 발현이 가능한 마나헌터라는 것을 밝히면 쉽게 끝날 수도 있는 이야기였지만, 무슨 생각인지 그는 끝내 그 점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결론이 나지 않은 채 시간이 계속 흐르자, 허진행이 나서서 상황을 정리했다.

“뭘 걱정 하시는지는 대충 짐작이 갑니다만, 설사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교감 선생님께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조금 양보해 주시지요.”

그 말을 반박하려고 허진행에게 고개를 돌리던 최명도 교감은 흠칫하며 말을 꺼내지 못했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허진행의 눈에서 뱀같이 싸늘한 눈빛을 본 것이다.

“아, 알겠습니다. 협회장까지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할 수 없군요. 단, 정말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조승운 교관께서는 반드시 그에 대한 책임을 지셔야 할 겁니다.”

조승운이 콧방귀를 헹 하고 뀌며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걱정 마시오. 진우한테 문제가 생기면 내가 헌터 학교를 떠날 테니까.”

“그 말 꼭 기억해 두겠습니다.”

최명도의 입에 싸늘한 미소가 서렸다. 그렇게 진우의 스카디안 행이 결정되었다.

============================ 작품 후기 ============================

슬슬 일정표에 송년회 약속이 여기저기 박히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웬만하면 12시 이전에 집에 들어와서 글을 올리려고 하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아마 예약을 걸어 놓든지 하는 일도 생길 것 같습니다.

아직은 좀 여유가 있기는 하지만, 글을 전혀 쓰지 못하고 지나는 날도 생길 것 같습니다. 그래도 휴재는 없을 겁니다. 다만 3연참은 연말 연시까지는 조금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주말에 글이 조금 잘 나가면 또 모르기는 하지만요. ^^여러분의 격려는 언제나 힘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비판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도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시고, 즐거운 연말 연시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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