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 성공 신화-319화 (319/328)

[319화] 아리송한 범인의 정체

다음 날 오전.

우간다에서의 모든 일정을 성공리에 끝마친 겨울 일행은 마사카 부통령 등의 환송을 받으며 다음 목적지인 콩고민주공화국을 향해 출발했다.

어젯밤 과음으로 인해서 일행들 모두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전용기에 탑승하자마자 곧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제법 시간이 흘렀을 무렵.

겨울은 주위의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서서히 잠에서 깨어났다.

팔을 위로 뻗어 기지개를 켠 후 좌우를 살펴보니, 어느새 호영이 일어나 있었다.

“언제 일어났어?”

“방금 전에. 한 부사장, 내가 자다가 문득 생각 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되냐?”

“얘기해 봐.”

“콩고민주공화국의 수도인 킨샤사와 콩고공화국의 수도인 브라자빌을 연결하는 다리가 없는 이유가 뭐야?”

겨울도 작년에 콩고 지점에 발령받았을 당시, 가쿠타 부장에게 똑같이 물어본 적이 있었고 다소 황당한 대답을 들었다.

물론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지만.

“콩고 강에서 유람선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이 결사반대하는 바람에 다리를 공사하지 못했다더라.”

“엥? 그게 말이야, 막걸리야?”

“나도 가쿠타 부장한테 들은 얘기를 너한테 전달했을 뿐이야.”

그때, 뒷좌석에서 앉아 있던 하도진 실장이 할 말이 있다는 듯 대화에 끼어들었다.

“정 이사님, 그 얘기는 다리 건설이 워낙 지지부진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지어낸 블랙유머일 뿐입니다.”

“그럼 실제 이유는 뭡니까?”

“가장 큰 이유는 두 나라의 수도를 연결해도 경제성이 없기 때문에 다리 건설이 지지부진한 겁니다.”

호영은 하도진 실장의 말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킨샤사와 200만 명이 넘는 브라자빌을 연결하는 데 경제성이 없다면, 도대체 어떤 것이 경제성이 있다는 말인가.

자신의 의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콩고 강은 큰 화물선이 운항할 수 있을 정도로 수량이 많고 깊은 편입니다.”

“화물은 화물선보다는 트럭으로 운송하는 편이 훨씬 빠르잖아요?”

“그렇기는 합니다만, 아프리카 나라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시간에 대한 관념이 매우 부족한 편입니다. 얼마 전에 아프리카 개발은행(AFDB)에서 다리 건설을 위한 자금을 지원해 주기로 확정했다고 하니까, 몇 년 안에 다리가 건설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 그렇군요.”

잠시 대화가 중단된 틈을 이용해서 겨울이 호영에게 말을 걸었다.

“정 이사, 오늘밤에 쏘지 않으면, 바이어 맨데이트 자격은 물 건너간다고 생각해라.”

어젯밤에 있었던 일만 생각하면 호영은 아직도 아리송한 상태였다.

자신들은 바이어 맨데이트 선정기념으로 어젯밤에 술을 거하게 사기로 약속하고 호텔 바로 이동해서 흥겹게 술자리를 가졌다.

약속한 대로 술값을 결제하려고 했는데, 믿지 못할 사건이 발생했다.

누군가 자신들보다 먼저 술값을 계산해 버린 것이다.

즉시 범인 색출에 돌입했지만, 모두들 아니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람에 아직도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너는 술값을 결제해 준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해?”

호영의 물음에 겨울도 아리송하긴 마찬가지.

SH무역 대신에 술값을 결제해 줄 만한 유력한 용의자는 모두 세 명이었다.

뿌요네 회장, 루퍼트 장관, 송훈석 회장.

정황상 뿌요네 회장이 부담했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그는 자리를 비운 적이 없었다.

루퍼트 회장과 송훈석 회장도 마찬가지.

그들은 술값을 결제해 줄 명분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결정적으로 두 사람 모두 범인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나도 잘 모르겠다.”

“지금에 와서 하는 말이지만, 송 회장님이 범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 같아.”

“송 회장님이 왜?”

“사위가 곤란을 겪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인 게 아닐까?”

“에휴, 내가 너하고 무슨 말을 하겠냐?”

기도 차지 않는다는 듯 겨울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작은 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편, 전용기 뒤편에 마련된 회의실에서도 송훈석 회장이 두 명의 실장, 추성민 법인장, 김종학 지점장과 같은 내용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서 실장, 범인이 누구인지 파악해 봤나?”

“이리저리 알아봤는데, 정확하게 모르겠습니다.”

“자네들은 누구라고 생각하나?”

김종학 지점장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회장님, 저는 우간다 정부가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저희가 3일 전에 바에서 간단하게 술을 마신 적이 있습니다. 술자리를 끝마치고 술값을 계산하려고 했는데, 어젯밤과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우간다 정부 측이 호텔을 임대할 당시에 저희가 먹고 마시는 모든 비용에 대해서 결제해 주기로 계약했답니다.”

“음… 무슨 말인지 알겠네. 확실하게 이유가 밝혀질 때까지는 모른척하고 있으라고.”

“네, 회장님.”

“이제 다른 얘기를 잠깐 해 보자고. 조 실장, 대한건설 컨소시엄이 철도 건설 공사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문제가 없겠지?”

“아직까지는 그렇습니다만,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때, 추성민 법인장이 발언권을 요청하고 대화에 끼어들었다.

“회장님, 제가 그 문제와 관련해서 어제 오후에 정 사장, 한 부사장과 대화를 나눠 봤습니다.”

“그래? 두 사람이 뭐라고 하던가?”

“정 사장은 저희가 철도 건설 공사 프로젝트를 수주하도록 대책을 강구해 놓고 있다고 했습니다.”

“어떤 대책인지 얘기해 주던가?”

“대한건설과 VINCH가 지금까지…….”

김종학 지점장의 설명을 끝까지 들은 송훈석 회장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전율을 느꼈다.

H&J 컨설팅 측에서 수립해 놓은 대책을 입찰에 적용하면, 완커건설 컨소시엄은 하늘이 두 쪽으로 갈라져도 철도 건설 공사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없을 것이니까.

그렇게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대충 감이 잡혔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추 법인장, 아이디어 제공자가 누구인가?”

“한 부사장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하하, 역시 내 사위는 뭔가 달라도 다르구먼.”

“네?!”

김종학 지점장과 추성민 법인장이 놀라 소리쳤다.

돌발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서 서동호 실장이 급하게 대화에 끼어들었다.

“두 사람은 방금 전에 회장님께서 하신 말씀을 기억에서 지워 버리라고.”

“네! 알겠습니다.”

얼떨떨한 모습으로 대답하는 두 사람을 뒤로하고 서동호 실장은 송훈석 회장에게 원망이 담긴 말을 건넸다.

“회장님께서 이렇게 서두르시면,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질 수 있습니다.”

“서 실장, 두 사람은 내 식구와 다름없는 사람들이잖아.”

“회장님. 두 사람은 곧 한 부사장의 부하 직원이 될 예정입니다.”

“아차, 내가 그 점을 깜빡했군. 두 사람은 비밀로 해 줄 거지?”

“네, 물론입니다.”

“조 실장, H&J 컨설팅이 공고할 입찰조건에 대해서 완커건설 컨소시엄이 클레임을 제기하지 못하겠지?”

“그 조건은 다른 입찰에서도 공공연히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클레임을 제기하지 못할 겁니다.”

“으하하하!”

진심으로 기쁘다는 듯 송훈석 회장의 화통한 웃음소리가 회의실에 가득 들어찼다.

* * *

“송 회장님, 저희 콩고민주공화국을 방문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전용기에서 내린 송훈석 회장 일행 앞에 기다리고 있던 부투야 실장이 다가와 반갑게 인사말을 건네 왔다.

“어서 오십시오.”

“부투야 실장님, 바쁘실 텐데, 저희를 맞이하러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송 회장님 일행은 영접하러 나와야지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먼저 도착하신 분이 VIP 라운지에서 송 회장님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네? 루퍼트 장관님이 벌써 도착하셨다는 말씀입니까?”

“아닙니다. VINCH의 페키르 회장님께서 조금 전에 도착하셨습니다.”

“아, 그렇군요.”

VIP 라운지.

송훈석 회장 일행은 부투야 실장의 소개로 페키르 회장 일행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눴다.

바쁘게 움직이는 부투야 실장의 얼굴은 몹시 지쳐 보였다.

“부투야 실장님, 매우 피곤해 보이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바통고 대통령님의 생신파티에 참석하겠다는 VIP들이 갑자기 늘어나는 바람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그럽니다.”

송훈석 회장은 어떤 상황인지 대충 감이 잡혔다.

VIP들이 외국을 방문하면, 해당 국가는 의전, 경호, 숙소 등등 신경 쓸 일이 상당히 많다.

그런 이유로 사전에 초대장을 보내서 참석 여부를 물어보는 것이고.

느낌상 콩고민주공화국 측에서는 바통고 대통령의 생일파티에 참석하는 VIP들이 예년과 비슷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는데, 예상보다 더 많은 VIP들이 그의 생일파티에 참석하기로 결정된 모양이었다.

“부투야 실장님, VIP들이 갑자기 늘어난 이유를 알고 계십니까?”

“루퍼트 장관이 바통고 대통령님의 생신파티에 참석한다는 소문이 돌아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VIP들이 너무 많아서 저희의 대접이 소홀하더라도 양해해 주십시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바쁘신 것 같은데, 저희는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송훈석 회장과 페키르 회장은 콩고민주공화국 측에서 마련해 준 차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페키르 회장님, 철도 건설 공사 프로젝트에 대한 스케줄을 알고 계십니까?”

“다음 달에 타당성 검토가 끝날 예정이라는 얘기밖에 들은 게 없습니다.”

“어제 점심때 정명훈 사장이…….”

송훈석 회장은 향후 스케줄과 입찰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자세하게 입에 올렸다.

“송 회장님, 그렇게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안한 사람이 누구입니까?”

“한 부사장입니다.”

“역시 한 부사장이군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완커건설 컨소시엄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움직여 주십시오.”

“그 점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한편, 뒤따라오는 승합차 안에서 정명훈 사장은 일행들과 함께 착공식과 관련한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우리가 준비한 기념 선물보다 축하객들이 많이 몰려오면 어떻게 하지?”

재빨리 호영이 발언권을 요청하고 입을 열었다.

“사장님, 혹시 몰라서 선물을 최대한 많이 챙겨서 보내 달라고 했습니다.”

“물량이 얼마나 될까?”

“VIP용 기념 선물을 1,000개, 일반 하객용 선물은 2만 개를 준비한 상태입니다.”

“음… 그 정도면 충분하겠군. 그나저나 은센기 사장이 보이지 않던데, 무슨 일이 있나?”

“우리나라에서 출발한 화물기가 저희보다 한 시간 먼저 도착했답니다. 지금 통관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은센기 사장한테 내가 얼굴 한번 보자는 말은 전해 줬지?”

“통관작업 끝내자마자 호텔로 오겠다고 했습니다.”

윙윙―

그때, 정명훈 사장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모르는 번호였지만, 누가 전화를 걸어왔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국가번호가 앙골라였으니까.

그는 헛기침을 통해서 목소리를 가다듬은 후, 천천히 통화 버튼을 눌렀다.

“정명훈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앙골라에서 부통령직을 맡고 있는 조나스 산투스라고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산투스 부통령님. 전화로 인사드려서 정말 죄송할 따름입니다.”

[아닙니다. 지금 정 사장님을 만나기 위해서 콩고민주공화국으로 출발할 예정인데, 저녁 무렵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저녁 시간을 비워 놓고 있으면 되겠습니까?”

[그래 주시겠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저희가 킨샤사에 도착하는 즉시 다시 한번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딸깍.

정명훈 사장이 전화를 끊자, 하도진 실장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질문을 던져 왔다.

“사장님, 누가 걸어온 전화입니까?”

“앙골라의 산투스 부통령.”

“일대일로 프로젝트 탈퇴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서 이곳으로 오겠다는 겁니까?”

“그 문제를 포함해서 여러 가지 상의할 게 있어서 오시는 거겠지.”

“혹시 모르니까, 회의실을 예약해 놓을까요?”

“그렇게 하라고. 그리고 루퍼트 장관께도 산투스 부통령의 일정을 알려 주고.”

“네, 사장님.”

잠시 대화가 중단된 틈을 타서 정상호 사장이 입을 열었다.

“정 사장님, 저희는 언제 술을 사야 합니까?”

“네? 어젯밤에 술을 사신 게 아니었습니까?”

“어젯밤에 정 사장님도 보셨잖습니까. 저희는 절대로 술을 사지 않았습니다.”

“모두들 술값을 결제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러면 도대체 범인이 누구일까요?”

흙수저 성공 신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