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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성공 신화-297화 (297/328)

[297화] 플랜 E (4)

영빈관에 여장을 푼 자오린 부총리 등은 곧바로 회의실로 이동해서 대책 회의를 시작했다.

한참 열띤 대화를 주고받던 도중에 자오린 부총리가 쑹쩐밍 장관에게 지시를 내렸다.

“나는 저녁 식사 약속이 있으니까, 이제부터 회의는 쑹 장관이 진행하라고.”

“부총리님, 수행원을 딸려 보낼까요?”

“쑹 장관의 성의는 정말 고마운데, 내 오랜 지인이 좋아할 것 같지는 않아.”

“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자오린 부총리가 회의실에서 떠나가자, 판젠둥 국장이 쑹쩐밍 장관에게 조심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장관님, 부총리님이 만나러 가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계십니까?”

보나마나 빤했다.

TTM과 관련한 정보를 취득하기 위해 러시아에서 암약하고 있는 자국의 스파이를 만나려는 것이리라.

“판 국장, 쓸데없는 호기심은 수명을 단축한다는 말을 모르나?”

“죄송합니다, 장관님.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 얘기는 이제 그만하고, 러시아와의 협상 전략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자고.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보복 카드가 무엇이 있을까?”

“러시아가 자국에서 제일 많이 수입하는 물품은…….”

* * *

같은 시각.

정명훈 사장도 겨울 등과 함께 TTM 전략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중국 측이 무역 보복을 하겠다고 하면, 우리는 맞대응으로 어떤 카드를 꺼내 들어야 할까?”

“무역 보복 카드는 양날의 검이기 때문에 중국 측이 함부로 사용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김 전무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반면에 겨울은 그들의 생각과 달랐다.

“사장님, 저는 중국 측이 어쩔 수없이 무역 보복 카드를 꺼내 놓을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겠지?”

“자오린 부총리는 플랜 D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무역 보복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면 될까?”

“자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도 강력하게 맞대응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구체적인 계획을 얘기해 봐.”

“저는 중국 측이…….”

드르륵―

그때, 테이블위에 놓여 있던 정명훈 사장의 핸드폰이 진동하는 바람에 겨울의 설명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발신자를 확인한 정명훈 사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자 부총리님.”

[정 사장님 일행이 묵고 있는 호텔이 포시즌즈입니까?]

“네, 그렇습니다만.”

[몇 호실에 묵고 있는지 알려 주시면, 정 사장님을 찾아가 보려고 합니다.]

자오린 부총리가 자기를 만나려고 하는 이유는 보나마나 빤했다.

플랜 D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듣고 싶어서일 것이다.

자기도 그를 만나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었지만, 한 번 정도는 튕길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민감한 시기에 부총리님을 만나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꼬리를 달고 갈까 봐 걱정하시는 것 같은데, 그 점에 대해서는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저희 회사 사람들을 모두 대기시켜 놓고 있으면 되겠습니까?”

[제가 몰디브에서 만난 사람들입니까?]

“한 사람을 빼놓고 부총리님이 모두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상관이 없겠군요.]

“제 숙소는 1001호입니다만, 언제쯤 도착하실 예정입니까?”

[20분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딸깍.

정명훈 사장이 전화를 끊자, 하도진 실장이 씨익 웃으며 너스레를 늘어놓았다.

“자 부총리가 어지간히 똥줄이 탔나 보네요.”

“하하, 나도 하 실장과 생각이 같아.”

“사장님, 메흐카 장관님과 저녁 식사 약속은 취소해야 하겠죠?”

“아무래도 그래야겠지.”

정명훈 사장은 즉시 메흐카 장관에게 전화 걸어서 사정을 얘기하고 저녁 약속을 취소했다.

[저희가 그 자리에 참석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네요.]

“자 부총리가 돌아가면, 이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별도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그때, 정명훈 사장의 눈에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몸을 들썩이는 호영이 들어왔다.

급히 핸드폰의 송화기를 손가락으로 막고 그에게 말을 건넸다.

“정 이사, 나한테 할 말이 있나?”

“사장님께는 없고, 메흐타 장관께 있습니다.”

“잠깐만 기다려.”

호영과 대화를 중단한 정명훈 사장은 메흐타 장관과 통화를 이어 나갔다.

“정 이사가 장관님께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합니다. 바꿔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정명훈 사장에게 핸드폰을 건네받은 호영은 침착한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저희가 자 부총리와 대화 나누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시청하실 수 있도록 만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

[어떻게요?]

“제가 장관님과 영상통화를 하면 됩니다.”

[아, 그 방법이 있었군요?]

“자 부총리가 도착하면 즉시 장관님께 영상전화를 걸도록 하겠습니다.”

[하하, 알았어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이제 정 사장님과 통화하십시오.”

정명훈 사장에게 핸드폰을 돌려준 호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응접실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적당한 곳을 찾아낸 그는 눈에 뜨이지 않게 핸드폰을 숨겨 놓고, 모두에게 들으라는 듯 혼잣말을 내뱉었다.

“해외에서 영상통화하면, 전화 요금이 겁나게 많이 나올 텐데.”

당연히 가만히 내버려 둘 겨울이 아니었다.

“너의 처절한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말로만?”

두 사람의 선문답을 지켜보고 있던 정명훈 사장이 호기심을 품고 겨울에게 말을 걸었다.

“한 부사장, 지금 어떤 상황이야?”

“정 이사가 사장님께 특별포상금을 받기 위해서 용쓰고 있는 중입니다.”

“나는 정상호 사장님이 지난달에 포상금을 줬다고 들었는데, 많이 주지 않았나 보군.”

“10억을 받았는데, 그 돈 가지고는 결혼하는 데 부족하답니다.”

“정 이사,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

“그 돈 가지고는 강남에 서른 평짜리 아파트도 매입할 수 없습니다.”

“하하, 알겠네. 내가 특별히 고려해 볼게.”

“감사합니다, 사장님.”

“그나저나, 정 이사의 피앙세는 누구야?”

딩동.

정말 공교로운 순간에 초인종이 울리는 바람에 호영과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중단되었다.

누가 찾아왔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를 맞이하기 위해 현관으로 이동했다.

“자 부총리님, 어서 오십시오.”

“정 사장님, 저를 반겨 줘서 고맙습니다.”

“얼른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자오린 부총리는 갈증이 심하게 났는지 신지훈 실장이 서빙한 음료수를 단숨에 마셨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정명훈 사장이 가볍게 농담을 건넸다.

“부총리님, 밖이 상당히 덥죠?”

“백야현상이 있어서 그런지 모스크바가 유난히 더 더운 것 같습니다.”

“저희는 부총리님이 찾아오실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저도 그러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워낙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염치불구하고 찾아왔습니다.”

“부총리님을 만나서 구체적인 직전을 수립할 필요가 있었는데, 정말 잘 오셨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제가 궁금한 것이 있는데, 물어봐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저는 플랜 C 또는 D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만, 고민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정명훈 사장이 자오린 부총리에게 제안한 플랜 C와 D의 주요 골자는 바이어 맨데이트를 두자는 거였다.

따라서 그는 지금 바이어 맨데이트를 누구로 선정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가 이런 질문을 해 올 것이라 예상하고, 진즉에 러시아 측과 협의해서 대책을 마련해 놓은 상태였다.

일단 자신의 추측이 맞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어떤 고민인지 말씀해 보십시오.”

“바이어 맨데이트를 선정해야 하는데, 마땅한 사람이 없습니다.”

“저희도 부총리님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고, 해법을 마련해 놓은 상태입니다.”

“오오, 그렇습니까?”

잔뜩 굳어 있던 그의 표정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에는 그다지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제가 이제부터 저희가 수립해 놓은 대책을 말씀드릴 테니까, 궁금한 게 있으면 서슴지 마시고 질문해 주십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저희는 바이어 맨데이트로 R&C 에너지라는 회사를 선정할 예정입니다.”

“R&C 에너지요?”

“네, 그렇습니다. 이 회사는 자원을 주로 중개하고 있으며, 대표이사는 드미트리 도바초프라는 사람입니다. 실제로 도바초프 사장은 요키치 장관의 매형이고, 부총리님과는 40년 지기 친구 사이입니다.”

“제가 도바초프 사장과 친구 행세를 하라는 말씀입니까?”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내일 TTM이 시작되면, 부총리님께서는…….”

자오린 부총리는 궁금한 것이 많은지 정명훈 사장이 설명을 이어 가지 못할 정도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정 사장님, 커미션은 어떻게 배분할 예정입니까?”

“일단 R&C 에너지가 지정하는 은행계좌로 커미션이 지급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자 부총리께서는 R&C 에너지에 배정된 커미션을 지급해 줘야 합니다.”

“은행 계좌는 제가 관리하라는 말씀입니까?”

“당연한 말씀입니다.”

“제가 R&C 에너지에 얼마를 나눠 줘야 합니까?”

“도바초프 사장은 0.3%를 요구하고 있고, 저희는 0.1%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부총리님께서 그를 만나서 직접 담판을 지어 주셔야 합니다.”

“정 사장님, 만약에 0.1%로 합의할 경우에 제가 R&C 에너지 측에 얼마를 지급해야 합니까?”

“연간 2억 4,000만 달러 정도입니다.”

2,400만 달러도 상당히 많은 금액인데, 무려 2억 4,000만 달러라니.

자오린 부총리는 이름만 빌려 주었지 별다른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 R&C 에너지 측에 상당히 많은 커미션을 지급하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 사장님, R&C에 반드시 커미션을 지급해야 합니까?”

정명훈 사장은 자오린 부총리가 욕심이 많다는 사실은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심할 거라고 생각조차 못했다.

그의 욕심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자 부총리님, 그렇지 않으면, 플랜 C와 D는 실현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요. 제가 도바초프 사장과 만나서 커미션 비율을 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겨울은 드디어 플랜 E를 실현할 때가 왔다 판단하고 조용히 발언권을 요청했다.

“자 부총리님, R&C 에너지 측에 지급할 커미션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말씀드려 볼까요?”

“이를 말씀입니까.”

“방법은 간단합니다. 커미션 금액을 늘리면 됩니다.”

“맞아! 그 방법이 있었지!”

자오린 부총리가 무릎을 탁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갑자기 쏠리자 무안함을 느꼈는지 슬그머니 다시 자리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한 부사장님, 구체적인 방법을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지금부터 그 방법을 플랜 E라고 표현하겠습니다. 플랜 E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수립해 놓은 계획에 하나만 더 추가하면 됩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쑹쩐밍 장관을 플랜 E에 끌어들이는 겁니다.”

“굳이 쑹 장관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을까요?”

예상한 대로 자오린 부총리가 즉각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물론 그를 끌어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그가 적극 반대하면 플랜 C와 D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사실입니다.”

“부총리님의 몫은 줄어들지 않으니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정명훈 사장이 겨울의 말을 적극 거들었다.

“정 사장님, 제가 걱정하는 것은 쑹 장관으로 인해서 비밀이 탄로날까 봐 그러는 겁니다.”

“쑹 장관은 지금까지 수많은 이권 사업에 개입해서 뒷돈을 받아 챙겼지만, 지금까지 뒤탈이 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 인간이 그 정도로 부패했다는 말씀입니까?”

‘아무리 그래도 자 부총리님보다는 심하지 않을 겁니다.’

이 말이 입안에 머물렀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다.

“저희가 조사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그 인간을 끌어들인다고 가정할 경우에 커미션을 몇 퍼센트를 배분해야 합니까?”

“커미션이 2.5%라고 가정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부총리님이 2%, R&C 에너지가 0.2%, 쑹 장관에게 0.3%를 배분해 주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호영이 발언권을 요청하고 말문을 틔웠다.

“부총리님, 쑹 장관의 몫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말씀드릴까요?”

“얘기해 보세요.”

“쑹 장관과 관련해서 저희가 조사한 자료를 활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으하하하!”

호영의 의도를 눈치챘다는 듯 자오린 부총리가 화통한 웃음을 터트렸다.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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