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 성공 신화-293화 (293/328)

[293화] 전력증강 프로젝트 (3)

만지히 국장의 설명이 끝나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정명훈 사장이 질문을 던졌다.

“만지히 국장님, 인도에도 HINDRA 조선과 MAZGAON 조선이라는 훌륭한 조선소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두 조선소에 전함과 잠수함 건조를 의뢰하지 않는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국의 조선소들보다 건조 기술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는 전함 건조를 의뢰할 예정이니까, 일감이 부족하지는 않을 겁니다.”

“두 조선소의 건조 기술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가 가지고 있는데, 원하시면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정 사장님, 어떤 아이디어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정명훈 사장이 던진 미끼를 예상과는 달리 싱 총리가 제일먼저 덥석 물었다.

“HINDRA 조선과 MAZGAON 조선이 OEM으로 전함과 잠수함을 건조하면 됩니다.”

“네? OEM이라고요?”

싱 총리와는 달리 데사이 국장은 정명훈 사장의 의도를 즉시 이해했다.

OEM은 발주자가 전함과 잠수함 건조에 사용되는 부품들을 공급해 주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부품을 공급받은 HINDRA 조선과 MAZGAON 조선은 한국의 조선소들이 가르쳐주는 공정대로 전함과 잠수함을 건조하면 된다.

그럼으로써 두 조선소는 건조 기술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정명훈 사장이 자신들에게 OEM을 제안한 이유를 모른다는 것에 있었다.

‘정 사장은 품속에 넣은 물건을 반대급부 없이 꺼내 줄 사람이 절대 아닌데 말이야. 도대체 무엇을 노리고 있는 것일까? 맞아! 그게 있었지?’

자신의 추측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정명훈 사장에게 말을 걸었다.

“정 사장님, 우리나라에 원하는 것을 말씀해 보세요.”

“하하, 눈치채셨습니까?”

역시 자신의 추측이 맞아떨어졌다.

“제가 다른 사람들보다 눈치가 조금 빠른 편이기는 합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속 시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의 조선소들이 항공모함을 건조했으면 합니다.”

그때, 수람바 해군 참모총장에게 궁금한 것이 있다는 듯 발언권을 요청했다.

“정 사장님, 저는 한국의 조선소들이 항공모함을 건조한 경험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람바 총장님의 말씀이 맞지만, 기회가 없었을 뿐이지 얼마든지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항공모함을 건조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해 줄 수 있습니까?”

“대한중공업은 언제든지 항공모함으로 전환할 수 있는 1만 3,000톤급의 대형 수송함을 10년 전에 건조해서 대한민국 해군에 인도한 적이 있습니다. 또한 1만 4,500톤급 대형 수송함도 건조 완료해서 시험 운항 중에 있고, 곧 해군에 인도해 줄 예정입니다.”

“만약에 대한 중공업에 7만 톤급 항공모함 건조를 의뢰하면, 언제까지 우리나라 해군에 인도해 줄 수 있습니까?”

“그 점에 대해서는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명훈 사장보다 한경수 사장의 입이 먼저 열렸다.

“네. 말씀해 보세요.”

“시험운항 기간 1년을 포함해서 50개월 안에 인도해 드리겠습니다.”

“항공모함 건조비용으로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습니까?”

“항공모함을 건조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건조비용을 말씀드리는 것은 의미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희는 평균적으로 1억 2,000만 달러 정도 투입되는 이지스 구축함을 약 9,000만 달러에 건조해서 대한민국 해군에 인도한 적이 있습니다.”

“비용을 3,000만 달러 가까이 절감한 이유를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대한민국의 방산 회사들이 개발한 미사일과 레이더 시스템을 채용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건조한 이지스 구축함에 비해서 성능이 떨어지지는 않습니까?”

“3년 전에 시행한 림팩(Rim of The Pacific Exercise, RIMPAC)훈련에서 우리나라와 미국 해군이 모의 해전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우리나라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이 미국 해군의 항공모함 1척과 이지스 구축함 2척을 격침시킨 전과를 기록했습니다.”

그때, 또다시 싱 총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데사이 국장, 사실 여부를 확인해 보세요.”

“네, 총리님.”

짧게 대답한 데사이 국장은 누군가에게 전화 걸어서 5분 정도 대화를 주고받은 후, 통화를 종료했다.

“총리님, 한 사장님의 말씀이 모두 맞았습니다. 추가로 말씀드리면, 미국 해군의 핵잠수함 두 척도 한국 해군의 잠수함의 어뢰공격을 받아서 침몰했답니다.”

“허허허, 한국 해군이 미국 해군에 매운 맛을 제대로 보여 줬네요.”

“저도 총리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수람바 총장, 항공모함 두 척을 어느 조선소에 건조해 달라고 의뢰할 생각이었습니까?”

수람바 총장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다름 아니라, 항공모함 건조 프로젝트에 라스푸인 상원의원이 깊숙이 개입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금방 들통 날 것을 빤히 알면서 거짓말할 수도 없는 상황.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사실대로 보고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한 척은 러시아, 다른 한 척은 L&T 조선에 건조를 맡길 예정이었습니다.”

“수람바 총장,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습니까!”

안정빈 사장은 싱 총리가 어떤 이유로 성질을 버럭 냈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인도 해군은 20년 전에 러시아 해군이 운영하고 있던 항공모함을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지루한 협상 끝에 8억 달러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인도 해군의 악몽은 시작되었다.

항공모함 개조에 착수한 러시아의 세브마쉬 조선소는 8억 달러로는 개조가 불가능하다고 인도 해군에 통보했고,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무려 23억 3,000만 달러를 부담하는 것으로 최종 합의했다.

이로 인해서 인도 정부는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비난을 받았고, 외국으로부터 바보 멍청이라는 조롱과 멸시를 받은 것은 덤이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수람바 총장은 러시아에서 항공모함을 도입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안정빈 사장이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에도 두 사람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수람바 총장, 내가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 보세요.”

“사실은 라스푸인 상원의원이 러시아의 세브마쉬 조선소를 강력하게 추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조선소라면… 우리나라의 뒤통수를 크게 쳤던 조선소 아닙니까?”

“네, 그렇습니다.”

“L&T 조선이 어떤 방법으로 항공모함을 건조할 수 있답니까?”

“세브마쉬 조선소에서 기술지원을 받기로 했답니다.”

싱 총리는 그나마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에 시간이 조금 더 지난 후에 이런 사실을 인지했으면, 수습하느라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뻔했으니까.

“러시아에서 항공모함을 도입하는 계획은 백지화시키고, 한국에서 도입하는 것으로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H&J 컨설팅 측의 제안을 수용하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수람바 총장과 대화를 마무리한 싱 총리는 랑가탄 비서실장에게 지시 내렸다.

“사법기관과 협의해서 라스푸인 상원의원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세요.”

“네, 총리님.”

“만지히 국장, 계속 브리핑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공군력 강화 프로젝트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 공군은 작전 반경 1,000㎞ 내외의 순항미사일 제조 기술을 한국에서 도입하고 싶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정명훈 사장이 질문을 던졌다.

“만지히 국장님, 저희는 인도의 미사일 기술이 수준급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미사일은 비행 방식에 따라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탄도미사일의 경우에는 정 사장님의 말씀이 맞지만, 순항미사일의 경우에는 아닙니다.”

“제가 미사일에 대한 지식이 일천하기 때문에 전문가와 대화를 나누는 게 어떻겠습니까?”

“상관없습니다.”

정명훈 사장이 이선으로 물러났고, 그 자리를 안정빈 사장이 차고 들어왔다.

“만지히 국장님, 인도 공군도 순항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도 2007년부터 순항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기술력이 부족해서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는 실정입니다.”

“대한민국은 사거리가 500∼1,500㎞에 달하는 현무Ⅲ 순항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인도 공군에 충분히 제조 기술을 전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미사일 기술 통제체제(MTCR, Missile Technology Control Regime)에 저촉되는 되는 게 우려스럽습니다.”

“그 문제에 대해서 미국과 러시아에 이미 동의를 받아 놓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

“중국이 반대하지 않을까요?”

“중국은 MTCR에 가입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파키스탄 등에 공공연히 미사일 기술을 전수해 주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반대할 수 없을 겁니다.”

“인도 공군에 순항미사일 제조 기술을 이전하는 문제는 우리나라 정부와 상의해 보고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부디 긍정적인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것으로 우리나라 육해공군의 전력증강 프로젝트에 대해 브리핑을 마치겠습니다.”

만지히 국장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자, 메흐타 국방장관이 발언권을 요청했다.

“우리나라는 한국으로부터 최대한 빨리 무기들을 도입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가급적이면 계약을 서둘렀으면 좋겠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저희가 협의한 후에 오늘 중으로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그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제 점심 식사 하러 가실까요?”

점심 식사를 끝내고 호텔로 돌아온 정명훈 사장은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김재국 사장님, 6년 안에 K2 흑표 전차 2,400대를 인도 육군에 인도해 줄 수 있습니까?”

“최대한 서두르면 매년 500대씩 공급할 수 있을 겁니다.”

“만약에 코리아 로템 측에서 약속을 지켜 준다면, 저희가 받을 예정인 인센티브의 50%를 나눠 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정명훈 사장은 호탕하게 웃는 김재국 사장의 웃음을 뒤로하고 안정빈 사장에게 말을 건넸다.

“K―9 자주포 300문은 내년 말까지 차질 없이 인도 육군에 공급할 수 있겠죠?”

“우리나라에서 제작하는 300문은 문제가 없지만, HINDRA가 조립 생산하는 200문은 틀림없이 문제가 될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그들은 L&T가 발주 받은 K―9 자주포 90문 중에서 45문을 분해한 후, 다시 조립해야 하고, 추가로 45문도 조생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안 사장님은 HINDRA가 내년 말까지 조립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이 어느 정도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까?”

“HINDRA 측과 상의해 봐야겠지만, 많아야 200문 내외일 겁니다.”

“90문은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저희가 책임져야 할 것 같습니다.”

“납기를 맞출 수 있습니까?”

“인도 측에 납기를 조정해달라고 요청해 보고 수용하지 않으면, 별 수 있습니까? 야간 작업을 강행해야지요.”

“하하, 알겠습니다.”

김재국 사장과 대화를 마무리한 정명훈 사장은 대한중공업의 한경수 사장과 대화를 시작했다.

“인도 해군이 발주한 전함과 잠수함은 어떻게 건조하실 생각입니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우리나라의 조선소들을 참여시키는 방법이 최선입니다.”

“저희는 한 사장님만 믿고 있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이제 협상 일정에 대해서 대화를 나눠 봤으면 합니다.”

“저는 내일 당장이라도 협상을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들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다른 일정이 계획되어 있는 정명훈 사장은 그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었다.

“저희는 월요일 아침에 러시아로 출장 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 말이 나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정상호 사장이 발언권을 요청했다.

“정 사장님, 인도 측과의 협상은 저희가 진행하는 게 어떨까요?”

“그래 주실 수 있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협상 대표가 바뀌었다고 인도 측이 클레임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으니까, 위임장을 작성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해 드리겠습니다.”

“협상 경과는 수시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저희는 여러분만 믿고 러시아로 떠나겠습니다.”

원하는 대로 성과를 거두고 인도 출장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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