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 성공 신화-251화 (251/328)

[251화] 예상치 못한 사람의 방문

“데사이 국장님,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작전을 훌륭하게 끝마치고 안가로 복귀한 데사이 국장은 루퍼트 장관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축하 인사를 한 몸에 받았다.

“고맙습니다, 루퍼트 장관님.”

“작전 과정에서 불상사는 없었겠지요?”

“공포탄을 사용했기 때문에 사상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애초부터 제로였습니다.”

“이제부터 뒤처리는 우리 미국에 맡겨 놓고 편안하게 휴가를 즐기도록 하십시오.”

“하하하,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잠시 대화가 끊어진 틈을 타서 정명훈 사장이 할 말이 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저희는 지금 샤르마 상공부 장관님을 마중하러 공항에 나갈 예정입니다. 데사이 국장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습니까? 저도 공항에 나가 볼 예정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저희와 함께 같이 가시죠.”

“네, 알겠습니다.”

정명훈 사장 등이 샤르마 장관을 마중하러 안가에서 떠나갔다.

한 무리의 사람이 빠져나가 조용해진 틈을 타서 타일러 인도 주재 대사가 루퍼트 장관에게 말을 건넸다.

“장관님, 저희도 공항에 나가 봐야 하는 게 아닐까요.”

“굳이 우리까지 공항에 나갈 필요가 있을까요?”

“사실은 조금 전에 인도 대사관에서 전화가 왔는데…….”

타일러 대사의 입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하마드 부통령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만약에 그가 자국을 방문한다면, 이곳에서 한가하게 보낼 시간이 없었으니까

그는 실례를 무릅쓰고 타일러 대사의 말을 중간에서 잘랐다.

“타일러 대사님, 그게 사실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아이고… 큰일 났네요.”

“그분이 몰디브에 도착하시려면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니까, 지금 공항으로 출발해도 늦지 않을 겁니다.”

“그게 아니라, 우리나라는 그분을 맞이할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몰디브를 비밀리에 방문하는 것이니까, 거창하게 환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여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이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이, 루퍼트 장관도 덩달아 일어나며 말을 걸어왔다.

“하마드 부통령님, 저희와 같이 가시죠?”

말레 국제공항 입국장.

먼저 도착한 호영이 저 멀리에서 다가오고 있는 정명훈 사장의 일행을 발견하고, 정상호 사장에게 말을 걸었다.

“사장님, 정명훈 사장님이 이곳으로 오시고 계십니다.”

“어디?”

“1번 출구 쪽을 보시면…….”

호영이 갑자기 하던 말을 중단했다.

정상호 사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정 이사, 무슨 일이야?”

“정 사장님과 대화를 나누며 이곳으로 오시는 분이 인도 정보국을 책임지고 있는 데사이 국장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정보국장이 샤르마 장관님을 마중 나오는 것이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사장님은 국정원장이 장관들을 마중하러 공항에 나갔다는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까?”

“생각해 보니 그러네?”

그들이 의문을 품는 사이, 정명훈 사장 일행이 다가왔다.

정명훈 사장이 정상호 사장을 데사이 국장에게 소개시켜 주는 중에 호영은 겨울의 귓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작전은 잘 끝났어?”

“어. 깔끔하게 마무리됐어.”

“그나저나 데사이 국장님은 이곳에 웬일로 오셨어?”

“뭐가 이상해? 오실 수도 있는 거 아니야?”

“너는 우리나라 국정원장이 함부로 움직이는 것 봤어?”

순간, 겨울의 머릿속에 무언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장대산 부사장한테 급히 말을 걸었다.

“장 부사장님, 인도에서 오시는 손님들의 명단을 확보할 수 있습니까?”

“가능하기는 합니다만,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데사이 국장님이 샤르마 장관님을 마중 나온 게 뭔가 어색해서 그럽니다.”

“잠깐만 기다려 보십시오.”

그때, 호영이 대화에 갑자기 끼어들었다.

“장 부사장님, 알아볼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갑자기 왜요?”

“1번 출구 쪽에 보시면, 루퍼트 장관님과 하마드 부통령님이 같이 오고 계십니다. 그분들이 샤르마 장관님을 마중하러 직접 오시는 게 뭔가 이치상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정확히 알아봐야겠지만, 비제이 싱 총리께서 몰디브로 오고 계시는 것이라 추측됩니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라고 판단한 겨울은 데사이 국장에게 다가가서 급히 물었다.

“인도에서 싱 총리님께서 오시고 있습니까?”

데사이 국장은 진심으로 깜짝 놀랐다.

싱 총리가 몰디브를 방문한다는 사실은 자기밖에 모르는 초특급 기밀이었기 때문에.

“한 부사장님은 어떻게 알고 있었습니까?”

“사실은 정 이사가 이것저것 추리를 통해서 때려 맞춘 겁니다.”

겨울의 얘기를 들은 데사이 국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호영에게 말을 건넸다.

“정 이사님, 어떻게 추리해 냈는지 저한테 얘기해 줄 수 있습니까?”

“저보다는 이곳으로 오고 계시는 루퍼트 장관님께 듣는 편이 빠를 듯합니다.”

“루퍼트 장관님이 오신다고요?”

“네. 저쪽에 오고 계십니다.”

호영이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루퍼트 장관이 하마드 부통령 일행과 함께 다가오고 있었다.

데사이 국장이 루퍼트 장관에게 말을 걸려는 순간, 하마드 부통령의 입에서는 원망의 소리가 먼저 나왔다.

“데사이 국장님, 너무하신 것 아닙니까?”

“싱 총리님께서 비밀로 해 달라고 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저한테는 언질해 주셨어야죠.”

“하하, 미안합니다.”

“보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VIP 라운지로 자리를 옮기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무래도 그래야 하겠네요.”

* * *

그 시각.

몰디브로 향하고 있는 전용기 안에서는 비제이 싱 총리가 샤르마 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중국 정부가 천 외교부장의 몸값으로 그렇게 많은 돈을 지급했다는 말을 믿을 수 있습니까?”

“총리님, 중국 정부는 천 외교부장의 몸값으로 1달러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15억 달러라는 엄청난 돈을 누가 지급했답니까?”

“천 외교부장의 개인 주머니에서 나왔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이것 참… 놀라운 일이네요. 그런데 몸값으로 15억 달러를 받아 내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반드시 사용할 곳이 있어서 부득불 받아 냈다고 합니다.”

“그렇게 많은 돈을 어디에 사용하겠답니까?”

“총리님께 직접 보고하겠다고 하니까 궁금해도 조금만 참으십시오.”

“알았어요. 이제 TTM에 대해서 대화를 나눠 봅시다. 내가 굳이 TTM에 참석할 필요가 있을까요?”

사실 샤르마 장관도 싱 총리가 TTM에 참석하는 것은 오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오늘 오후에 데사이 국장의 전화를 받은 후, 절대 오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즉시 싱 총리를 찾아가서 TTM에 참석해 달라고 설득했고, 결국 설득이 먹혀들어서 이렇게 급하게 몰디브를 향해 날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총리님, 아프리카 7개국과의 TTM은 미국도 엄청나게 신경 쓰고 있고, TTM을 측면 지원하기 위해서 루퍼트 국무장관이 비밀리에 몰디브에 입국해 있습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 때문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내일 오후에는 중국에서 자오린 부총리가 몰디브를 방문할 예정입니다.”

“케냐와 모잠비크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탈퇴하는 것을 천 외교부장이 막기 어려워서 랍니까?”

“그게 아니라 루퍼트 장관이 자오린 부총리를 몰디브로 불렀답니다.”

자존심 강하기로 소문난 자오린 부총리가 루퍼트 장관의 호출을 받아서 몰디브로 쪼르르 날아오고 있다니.

싱 총리는 어떻게 돌아가는 영문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자가 몰디브로 오고 있는 이유를 알고 있습니까?”

“저도 그게 궁금해서 데사이 국장에게 물어봤는데, 루퍼트 장관님께 직접 들어 보랍니다.”

“하여간 알았어요.”

두 사람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여객기는 말레 국제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전용기의 출입문이 열리고 브리지에 첫발을 내디딘 싱 총리는 두 눈을 의심했다.

그곳에는 루퍼트 국무장관을 비롯한 십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기를 맞이하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몰디브를 대표해서 나온 하마드 부통령이 싱 총리에게 반갑게 웃으며 인사말을 건넸다.

“비제이 싱 총리님, 몰디브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렇게 늦은 시간인데도 저희를 맞이해 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루퍼트 장관님도 오랜만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VIP 라운지에 자리를 마련해 놨으니까, 나머지 대화는 그곳에서 나눴으면 합니다.”

“그럽시다.”

VIP 라운지.

하마드 부통령이 나서서 정명훈 사장을 비롯한 한국 사람들을 싱 총리에게 차례로 소개시켜 주었다.

“저희 몰디브, 인도, 미국이 중국을 물 먹이는 데 크게 기여한 한겨울 부사장입니다.”

“오오, 그렇습니까? 한 부사장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 말과 함께 악수하자는 의미로 겨울에게 두툼한 오른손을 내밀었다.

겨울은 오른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맞잡으며 정중하게 말을 건넸다.

“총리님, 저는 아이디어만 제공했을 뿐이고, 궂은일은 데사이 국장님 등이 도맡아 처리했습니다.”

“한 부사장님,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겸손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저희 일행들을 마저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 이분은 정명훈 사장님의 비서실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상견례가 끝나자, 하마드 부통령이 입을 열었다.

“싱 총리님, 시간이 많이 늦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아프리카 7개국에서 오신 손님들과 함께 내일 오전에 듣는 게 어떻겠습니까?”

“하마드 부통령님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싱 총리님의 숙소는 영빈관으로 결정했습니다. 누추하시더라도 양해해 주십시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저희가 내일 오전에 영빈관으로 찾아가겠습니다.”

“자원 거래는 셀러가 갑이라면서요? 아프리카 7개국 손님들이 묵고 있는 호텔로 저희가 찾아가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 * *

영빈관.

소파에 몸을 묻고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싱 총리는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데사이 국장,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 줄 수 있나요?”

“총리님,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우리나라와 관련된 내용밖에 없다는 점을 양해해 주십시오.”

“그렇게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일요일 오전에 타일러 대사한테 긴급 전화를 받았습니다. 중국의 천유런 외교부장을 응징하는 작전을 진행할 예정인데, 자국도 동참해 달라고 했습니다.”

데사이 국장은 그때 당시부터 오늘 밤에 있던 사건까지 자세하게 보고했다.

단, 루퍼트 장관의 납치미수 사건은 보고하지 않았다.

“…저희는 자폭해서 형체도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처리된 상태입니다.”

“중국 정부가 천 외교부장 납치 사건을 조사하려 들지 않을까요?”

“저도 그 점이 우려돼서 한 부사장한테 물었는데, 절대로 조사하지 않을 거라고 단정 지었습니다.”

“이유를 물어봤나요?”

“중국 정부 쪽에는 피해가 전혀 없었다는 점과 당사자인 천 외교부장이 극구 반대할 거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전자는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 후자는 왜 그렇답니까?”

“만약에 중국 정부가 그 사건을 파고들면, 천 외교부장이 뇌물을 받아서 부정 축재한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음… 충분히 그럴 수 있겠군요.”

싱 총리가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샤르마 장관이 입을 열었다.

“데사이 국장님, 총리님께서는 천 외교부장에게 몸값으로 15억 달러를 받은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계십니다.”

“한 부사장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서는 15억 달러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한 부사장이 어떤 부탁을 했기에 그러십니까?”

“대한민국의 명품 무기 중에 하나인 K―9 자주포 200문을 도입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K―9 자주포 100문을 도입하고 있는 중이잖아요.”

“기존에 도입한 K―9 자주포는 파키스탄과의 국경선에 배치하고, 추가로 도입하는 K―9 자주포 200문은 중국과의 국경선에 배치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중국에서 받은 돈으로 중국군을 박살내 버리면 얼마나 기분이 좋겠습니까?”

“으하하하!”

싱 총리는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은지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흙수저 성공 신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