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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성공 신화-231화 (231/328)

[231화] 학생들은 나라의 보배

깊은 잠에서 깨어난 겨울은 굳은 몸을 풀어주기 위해서 기지개를 크게 켰다.

그러고는 작은 창을 통해서 밖을 내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는 호영에게 말을 건넸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거야?”

호영은 프랑스를 떠나기 직전에 H&E 트레이딩의 은센기 사장에게 전화를 받았다.

그는 한껏 들뜬 목소리로 콩고민주공화국, 우간다, 탄자니아로부터 선풍기, 의류, 운동화를 대량으로 발주 받았다는 소식을 알려 주었다.

선풍기 등의 수량은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많았지만, 자신들의 능력이라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자신만의 착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불과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Made in China’는 절대로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공급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 세 나라에서 발주 받은 물량은 절대로 공급할 수 없다.

그런 이유로 고민에 빠져 있는 것이다.

“사실은 우리나라로 출발하기 직전에…….”

호영의 얘기를 듣고 있던 겨울 또한 잠이 싹 달아나기는 마찬가지.

세 나라에서 발주 받은 선풍기, 의류, 운동화는 SH무역이 아닌 자신들을 통해서 H&E 트레이딩에 수출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해결할 방법은 찾았니?”

“아직 없어.”

“잠깐만 기다려 봐.”

자리에서 일어난 겨울은 뒷좌석으로 이동해서 잠에 빠져 있는 하도진 실장을 흔들어 깨웠다.

“부사장님,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겁니까?”

“H&E 트레이딩이 탄자니아를 비롯한 세 나라로부터 발주 받은 품목들이 있는데, 물량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네? 지금 당장 회의를 소집하는 게 맞겠죠?”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전용기 회의실.

호영은 은센기 사장과 통화한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선풍기는 콩고민주공화국이 150만 대, 탄자니아가 120만 대, 우간다가 80만 대입니다. 운동화는 콩고민주공화국이…….”

하도진 실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집안이 부유한 사람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맨발로 다니거나 값이 저렴한 슬리퍼를 신고 다닌다.

그런데 세 나라는 자신의 예상과는 다르게 운동화를 발주한 상황.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서 조용히 발언권을 요청했다.

“호영 씨, 은센기 사장한테 운동화를 대량으로 발주한 이유를 들어 봤나요?”

“듣지 못했습니다.”

겨울은 세 나라가 운동화를 대량으로 발주한 이유를 알고 있었다.

며칠 전에 부투야 실장과 대화를 나누던 도중에 우연찮게 신발 얘기가 나왔으니까.

당시에 자기는 국민들, 특히 학생들이라도 제대로 된 신발을 신기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부투야 실장은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물었고, 자기는 학생들이 콩고민주공화국의 보배라는 내용을 이유로 들었다.

학생들에게 어떤 신발을 선물하는 것이 좋겠냐는 물음에 실용적인 운동화가 좋을 것 같다고 대답해 주었다.

그는 자신의 제안을 머릿속에 기억해 놓고 있다가, 아프리카로 돌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문두야 부통령, 마사카 부통령에게 운동화 얘기를 꺼낸 것이리라.

기억을 끝낸 겨울은 부투야 실장과 나눈 대화 내용과 추측까지 모두에게 꺼내 놓았다.

“이런 이유로 세 나라가 운동화를 발주한 것 같습니다.”

“아, 그래서 운동화 사이즈가 작은 것들이 많았군요?”

겨울의 추측을 호영이 확인시켜 주었다.

그의 뒤를 이어서 정명훈 사장이 궁금한 것이 있다는 듯 입을 열었다.

“호영 씨, 세 나라에서 발주 받은 사실을 정상호 사장님께 알려 드렸나?”

“H&J 컨설팅 측에 알리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서 아직 소식을 전하지 않았습니다.”

“은센기 사장이 연락했을 가능성은 없을까?”

“제가 연락드리지 말라고 했습니다.”

“왜?”

“H&E 트레이딩을 통해서 선풍기 등을 발주한 회사는 SH무역이 아니라, H&J 컨설팅이기 때문입니다.”

정명훈 사장은 원칙을 고수하는 호영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사실 세 건의 발주 건과 관련해서 자신들은 서류 작업 등 지극히 단순한 업무를 수행할 뿐이다.

이에 반해서 SH무역은 공급처 발굴, 공급일정 협의, 가격 결정 등의 온갖 궂은 업무를 수행해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영은 계약의 주체는 SH무역이 아니라며 스스로 몸을 낮추고 있었다.

정명훈 사장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신지훈 실장에게 말을 걸었다.

“신 실장, 위성 전화기를 가져다줘.”

“네, 사장님.”

정명훈 사장은 핸드폰을 꺼내서 전화번호를 확인한 후, 전화 걸었다.

[정상호입니다.]

“정 사장님, 저는 H&J 컨설팅의 정명훈입니다. 통화 괜찮습니까?”

[물론입니다만, 핸드폰을 바꾸셨습니까?]

“아닙니다. 송훈석 회장님의 전용기에 설치되어 있는 위성전화기로 연락드린 겁니다.”

[아, 그렇군요. 그나저나 무슨 일 때문에 연락하셨습니까?]

“저희가 콩고민주공화국, 탄자니아, 우간다에서 선풍기 등을 포함해서 세 가지 품목을 발주 받은 상태입니다.”

[설마 정수기처럼 무지막지한 물량을 발주 받은 것은 아니겠지요?]

“그런 측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아이고.]

정상호 사장이 탄식을 내뱉는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서 생생하게 들려왔다.

“사장님, 매번 힘든 부탁을 드려서 정말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저희가 발주 받은 건과 관련해서 월요일 오전에 긴급회의를 진행했으면 합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은센기 사장에게 전화해서 발주 내역을 파악해 주십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제 조카 녀석이 버릇없이 행동하지는 않았습니까?]

“전혀 그러지 않았으니까, 안심하십시오.”

[하하, 알겠습니다. 월요일 오전 10시에 H&J 컨설팅으로 찾아가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딸깍.

전화를 끊은 정명훈 사장은 위성전화기를 신지훈 실장에게 돌려주고 말을 이어 나갔다.

“월요일 오전에 회의할 때까지 모두 신박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오도록 하라고.”

“네, 사장님,”

“신 실장은 프랑스 출장에 동행한 직원들에게 특별 성과급을 지급하라고 남우영 인사팀장에게 지시하고.”

“네, 알겠습니다.”

“이제 자리로 돌아가서 피곤을 달래도록 하십시다.”

그때, 장대산 부사장이 할 말이 있다는 듯 발언권을 요청했다.

“사장님, 최성진 부회장이 철도 건설 프로젝트에서 발을 빼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유가 뭘까?”

“천쥐펑 부회장의 협박이 먹혀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정명훈 사장은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단숨에 알아챘다.

천쥐펑 부회장이 철도 건설 프로젝트에서 발을 빼려면 40억 달러를 토해 내라고 최성진 부회장에게 강하게 요구했을 것이다.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볼 요량으로 최성진 부회장은 철도 건설 프로젝트에서 발을 빼지 않겠다고 대답했을 것이고.

자신의 추측이 맞는지 물었다.

“그게 불가능해졌습니다.”

“왜?”

“천 부회장도 최 부회장의 속셈을 알고 있다는 듯 차용증을 요구했고, 결국 받아 냈습니다.”

“차용증 내용을 알고 있고 있나?”

“상반기 안에 40억 달러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에 매달 10%의 이자를 지급해야 합니다.”

“40억 달러가 아까워서라도 철도 건설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서 전념한다는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최 부회장은 사장님께 뇌물을 제공해서 매수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구야, 피곤해지게 생겼네.”

정명훈 사장의 넋두리를 들은 하도진 실장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사장님, 최 부회장한테 뇌물을 받을 생각이십니까?”

“주면 받을 생각이야.”

“최 부회장이 그 문제를 가지고 나중에 귀찮게 하지 않을까요?”

“하 실장, 나한테 주려는 뇌물을 사회복지단체에 대신 기부하도록 만들어 버리면 되잖아.”

“아, 그렇게 하면 되겠군요.”

“자, 이제 돌아가자고.”

정명훈 사장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자, 앞자리에 앉아 있던 서동호 실장이 질문을 던져 왔다.

“정 사장님, 어떤 내용으로 회의했는지 알려줄 수 있습니까?”

대한 그룹 쪽에 얘기해 줄 의무는 없었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하지만 보고 듣는 사람들이 많은 이곳에서는 적절치 않았다.

“여기서 말씀드리기는 조금 곤란하고, 회의실에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결국 겨울을 비롯한 H&J 컨설팅의 주요 경연진과 호영은 회의실에 다시 불려 들어갔다.

정명훈 사장은 호영에게 들은 얘기와 정상호 사장과 통화한 내용을 비교적 상세하게 알려 주었다.

“…월요일 오전 10시에 긴급회의가 예정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정명훈 사장의 설명을 끝까지 들은 서동호 실장은 궁금한 얼굴로 질문을 던졌다.

“정 사장님, 세 나라의 국민들이 주로 입는 옷의 소재를 알고 계십니까?”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이라서 면으로 된 옷을 많이 입는 편입니다.”

“목화 생산량 1위 국가가 어느 나라인지 알고 계시죠?”

정명훈 사장은 서동호 실장의 의도가 무엇인지 단박에 알아챘다.

세 나라에서 발주 받은 의류 중에서 면이 주요 소재인 옷들을 인도에서 공급받으라는 의미였다.

세 나라에서 발주 받은 의류를 인도와의 자원 중개 협상 시에 활용하면, 서로에게 도움 될 것이 분명했다.

“서 실장님, 기발한 아이디어를 알려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인도에서 제일 큰 의류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을 알고 있으니까, 정 사장님께 소개시켜 줄게요.”

“고맙습니다, 실장님.”

“저희가 H&J 컨설팅에 도움 받은 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도 안 될 겁니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정명훈 사장이 겸연쩍은 웃음을 흘렸다.

“정 사장님, 저희가 알고 있어야 할 것이 또 있습니까?”

“최성진 부회장이 철도 건설 프로젝트에서 발을 빼지 못할 것 같습니다.”

송훈석 회장은 언뜻 그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자기는 겨울에게 대한 그룹의 경영권을 노리고 있는 최성진 부회장의 힘을 약화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그들 부자에게 안 좋은 기억이 있기 때문인지 겨울은 흔쾌히 승낙했고, 주저하지 않고 행동으로 밀어 붙였다.

그 결과물이 최성진 부회장이 탄자니아를 비롯한 세 나라에 거액을 기부하도록 유도한 것이었다.

최성진 부회장은 세 나라에 18억 달러를 기부했고, 천쥐펑 부회장에게 40억 달러를 빌리는 형식을 취해 케냐에도 기부했다.

최종적으로 YCM건설은 성사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철도 건설 프로젝트 수주전에서 발을 빼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은 보기보다 간단한 것이 아니다.

천쥐펑 부회장에게 빌린 40억 달러를 상환하지 않겠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었으니까.

그런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그가 결정을 번복했다고 한다.

“정 사장, 최 부회장이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를 얘기해 줄 수 있나요?”

“부투야 실장 등을 배웅해 주고, 호텔로 돌아오던 도중에 장대산 부사장에게 최 부회장과 관련한 보고를 들었습니다.”

정명훈 사장은 그때부터 조금 전에 장대산 부사장에게 들었던 얘기까지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천 부회장은 최 부회장이 꼼수를 부릴 수 없도록 차용증을 받아 놓은 상태입니다.”

“최 부회장이 40억 달러를 상환하지 못하겠다며 배 째라며 땅바닥에 드러누울 가능성이 없지 않을까요?”

“그 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대신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명훈 사장보다 장대산 부사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얘기해 보세요.”

“천 부회장은 최 부회장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YCM 그룹의 중국 내 자산을 압류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게 가능할까요?”

“천쥐한 완커건설 회장의 사촌 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의 천쥐린 위원입니다.”

송훈석 회장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판단했다.

공산당이 보유하고 있는 힘은 하늘을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로 막강하니까.

결국 최성진 부회장은 YCM 그룹에 피해를 입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40억 달러를 상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 부회장이 코너에 몰린 것은 확실한 것 같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잠시 대화가 중단된 틈을 타서 호영이 발언권을 요청했다.

“회장님, 최 부회장의 아킬레스건인 최준하를 이용하는 방법은 어떨까요?”

송훈석 회장은 호영의 의도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최준하가 프랑스 출장 기간 동안에 숙소를 따로 얻은 것과 무단이탈한 것을 이용하자는 의미였다.

“호영 씨, 최준하의 일탈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만들어 줄게요.”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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