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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성공 신화-212화 (212/328)

[212화] 이중 스파이 (1)

부투야 실장과 미팅을 끝내고 호텔로 복귀하는 차 안.

창밖을 내다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천쥐펑 부회장에게 리스롱 사장이 조심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부회장님, 부투야 실장이 기부 금액을 절반으로 줄여 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천쥐펑 부회장도 그 이유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도로 확포장 공사를 수주하기 위한 목적으로 콩고민주공화국에 20억 달러의 기부가 결정되었다.

기부 증서에는 그런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H&J 컨설팅이 자신들이 아닌 다른 건설사와 계약해도 콩고민주공화국에 20억 달러를 되돌려 달라고 클레임을 제기할 수 없는 상황.

따라서 부투야 실장은 자신이 제안한 40억 달러를 모두 기부 받아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그는 20억 달러만 기부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기부 금액을 줄여 주겠다고 하는데 싫다고 할 수는 없어서 순순히 받아들였으나 그 이유가 몹시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차분하게 생각을 끝낸 그는 리스롱 사장의 질문에 대답했다.

“나도 잘 모르겠어. 리 사장은 생각나는 것이 있어?”

“잉가 3댐 건설공사와 연관 지어 보면, 어느 정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나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으니까, 자세하게 얘기해 봐.”

“잉가 3댐 건설공사와 관련해서 콩고민주공화국은 IBRD로부터 140억 달러를 지원받기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공사비기 빡빡해서 바통고 대통령의 뒷주머니로 들어갈 비자금이 부족한 상태라는 점입니다.”

“계속 얘기해 봐.”

천쥐펑 부회장은 깊은 호기심을 느끼고 귀를 쫑긋 세웠다.

“때문에 부투야 실장은 저희가 기부한 25억 달러의 일부를 잉가 3댐 건설공사에 전용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요.”

천쥐펑 부회장은 리스롱 사장의 생각을 이제야 완벽하게 이해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도로 확포장 공사와 관련한 공사비를 IBRD로부터 넉넉하게 지원받을 예정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기부한 20억 달러를 공사비로 전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리라.

그런 이유로 기부 금액을 40억 달러에서 20억 달러로 줄인 것이고.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물었다.

“저는 다른 이유가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렇군. 이제 큰 고비 하나는 넘긴 것 같고… H&J 컨설팅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그들의 이익을 최대한 늘려 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즉, 공사비를 낮게 제시하자는 의견이었다.

천쥐펑 부회장도 같은 생각이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 더 이상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었다.

“그나저나 H&J 컨설팅이 내일 당장 계약하자고 하면 어떻게 하지?”

“저는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타당성 검토도 없었는데?”

“타당성 검토는 이미 CTG가 끝내 놓은 상황입니다.”

“맞아. 내가 그 생각을 하지 못했네. CTG에서 타당성 검토 자료를 받아 볼 수 있을까?”

“내일 오전까지 받아 놓도록 하겠습니다.”

* * *

송훈석 회장과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서 이동하는 승합차 안에서도 도로 확포장 공사와 관련한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왈라카 장관이 잔뜩 궁금함을 담아서 부투야 실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실장님, 기부금을 20억 달러로 줄여 준 이유가 뭡니까?”

애초에 부투야 실장은 40억 달러 모두를 기부 받을 생각이었다.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기부금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정명훈 사장이 보내온 문자를 확인하고 전격적으로 생각을 바꿔 먹었다.

자기가 얘기해 주는 것보다 그에게 직접 설명 듣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정 사장님, 왈라카 장관님께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사실 정명훈 사장은 도로 확포장 공사와 관련해서 천쥐펑 부회장이 기부금으로 10억 달러 정도를 제안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의 예상을 비웃듯 천쥐펑 부회장은 무려 네 배가 넘는 금액을 제안했다.

완커건설이 콩고민주공화국에 어마어마한 돈을 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도로 확포장 공사를 수주하지 못하면 누군가에게 화풀이 할 것은 빤한 사실.

만약을 대비해서 콩고민주공화국은 기부 증서라는 보험을 들어 놓았기 때문에 그 문제를 피해 가겠지만, H&J 컨설팅은 그렇지 않다는 데에 문제가 있었다.

따라서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화를 조금이라도 줄여 볼 목적으로 부투야 실장에게 기부 금액을 절반으로 깎아 주라고 제안한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밝히면 모든 사람들이 걱정할 수 있기 때문에 숨기기로 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완커건설에 매운맛을 보여 주는 대가로 40억 달러는 너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왈라카 장관은 수긍하고 넘어갔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지금까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던 마히무 장관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던져 왔다.

“정 사장님, YCM건설과 완커건설이 잉가 3댐 건설공사와 도로 확포장 공사를 수주하지 못할 경우에 우리나라, 또는 H&J 컨설팅에 화풀이하지 않을까요?”

이제는 어쩔 수 없었다.

정명훈 사장은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대책을 찾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저는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죠?”

겨울도 정명훈 사장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YCM건설과 완커건설은 잉가 3댐 공사와 도로 확포장 공사를 수주하는 목적으로 콩고민주공화국에 무려 45억 달러를 기부했다.

문제는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자신들은 그들의 손을 들어 주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 있었다.

그들이 반발하지 못할 만큼 완벽한 근거 자료가 필요한 상황.

장대산 부사장이 확보한 음성 파일을 근거 자료로 사용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정상적인 방법으로 확보하지 않았다는 데에 문제가 있었다.

겨울은 무겁게 가라앉은 승합차 안의 분위기를 되살리기 위해서 재빨리 생각을 끝내고 입을 열었다.

“마히무 장관님, 콩고민주공화국은 두 회사로부터 기부 증서를 받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

“우리나라는 그렇다하더라도… H&J 컨설팅은요?”

“YCM건설 컨소시엄과 대한 건설 컨소시엄을 경쟁시키면 됩니다.”

“만약에 YCM건설 컨소시엄이 대한건설 컨소시엄보다 낮은 가격으로 견적을 제시하면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그때는 장 부사장이 확보하고 있는 음성 파일을 사용할 예정입니다.”

“음성 파일이라면… 자재를 누락하거나 불량 자재를 사용한다는 파일이요?”

“네, 그렇습니다.”

그때, 부투야 실장이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한 부사장님, 음성 파일은 정상적인 경로로 취득하지 않았잖아요.”

“법정에 제출할 용도가 아니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겁니다.”

겨울의 얘기와는 달리 부투야 실장은 나중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 예상했다.

때문에 음성 파일은 최악의 경우에만 사용할 필요가 있었다.

부투야 실장은 자신의 생각을 밝히며 겨울에게 다른 방법이 있는지 물었다.

“아직은 없지만, 여러 사람이 모여서 토론하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까요?”

* * *

같은 시각.

송훈석 회장은 숙소에서 서동호 실장, 조병석 실장, 문세형 사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서 실장, 부투야 실장이 약속 시간을 한 시간이나 늦춘 이유를 알아봤나요?”

“천쥐펑 부회장과 별도로 대화를 나눈 것밖에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어떤 내용으로 대화를 나눴는지 예상해 봤나요?”

“전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그때, 송훈석 회장의 눈에 문세형 사장이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문 사장, 뭔가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내 말이 맞나요?”

“정확하지 않지만, 하나 있기는 합니다.”

“빨리 얘기해 보세요.”

“원래 콩고민주공화국 정부는 중국의 투자를 받아서 킨샤사와 2대 도시인 루붐바시를 연결하는 도로를 확포장 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중국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쫓겨났는데, 다시 투자를 감행할까요?”

“당연히 하지 않겠지요. 그 공사는 H&J Investment가 투자할 예정으로 알고 있습니다.”

H&J 컨설팅이 완커건설에 도로 확포장 공사를 넘겨줄 가능성은 제로였다.

따라서 부투야 실장과 천쥐펑 부회장은 다른 목적으로 미팅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송훈석 회장은 그 목적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지시를 내렸다.

“서 실장, 정 사장한테 전화해서 나를 연결시켜 주세요.”

서동호 실장은 정명훈 사장에게 전화 걸어서 짧게 대화를 주고받은 후, 핸드폰을 송훈석 회장에게 건네주었다.

“정 사장, 지금 오고 있습니까?”

[네. 20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내가 궁금한 것이 하나 있는데, 물어봐도 될까요?”

[네. 말씀하십시오.]

“천쥐펑 부회장이 부투야 실장님을 별도로 만난 이유를 알고 있습니까?”

[킨샤사와 루붐바시를 연결하는 도로 확포장 공사를 수주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설마… 도로 확포장 공사를 완커건설에 넘겨줄 생각은 아니겠죠?”

[당연한 말씀입니다.]

“하하, 알았어요.”

그때, 조병석 실장이 급하게 메모지를 송훈석 회장에게 건네주었다.

메모지를 읽어 본 후, 정명훈 사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정 사장, 공사비는 얼마 정도 됩니까?”

[200억 달러입니다.]

“우와! 엄청난 액수군요?”

[회장님, 도로 확포장 공사와 잉가 3댐 건설공사와 관련해서 긴급히 상의드릴 것이 있습니다.]

송훈석 회장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정명훈 사장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추측이 맞는지 살짝 건드려 보았다.

“정 사장, 심각한 내용입니까?”

[그런 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저녁은 나중에 먹는 것으로 하고, 대책회의부터 먼저 하는 게 어떨까요?”

[저도 그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회의실을 얻어 놓도록 할게요.”

[네, 알겠습니다.]

딸깍.

송훈석 회장은 전화를 끊고 즉시 조병석 실장에게 지시 내렸다.

“회의실을 빨리 얻고, 문두야 부통령님과 마사카 부통령님도 부르도록 하세요.”

“네, 회장님.”

회의실.

송훈석 회장 일행이 먼저 도착해 자리에 앉아 있자, 겨울 일행, 문두야 부통령, 마사카 부통령이 차례로 들어왔다.

문두야 부통령은 자리에 앉자마자, 송훈석 회장에게 궁금함을 담아서 물었다.

“송 회장님, 지금 어떤 상황입니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정 사장한테 얘기를 들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정명훈 사장은 송훈석 회장에게 고맙다는 의미로 가볍게 목례하고 침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늘 오후에 부투야 실장님은 YCM건설, 완커건설 측과 미팅을 가졌습니다.”

정명훈 사장은 당시의 일들을 자세하게 설명해 나갔다.

“…두 회사는 무려 51억 달러를 세 나라에 기부했습니다. 하지만 송유관 건설공사, 잉가 3댐 건설공사, 도로 확포장 공사는 절대로 그들이 수주할 수 없다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송훈석 회장은 이제야 어떤 상황인지 정확하게 파악했다.

세 건의 건설공사를 수주하는 데 실패한 YCM건설과 완커건설이 가만히 있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세 나라에 기부금을 돌려 달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만만한 H&J 컨설팅에 해코지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그 점을 인지하고 정명훈 사장이 이렇게 걱정하고 있는 것이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그에게 물었다.

“회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그놈들의 해코지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까?”

“완벽하지는 않지만, 가지고 있습니다.”

“얼른 얘기해 보세요.”

“그들이 저희 회사에 해코지를 가하지 못하게 하려면…….”

정명훈 사장은 이곳으로 오는 도중에 급하게 상의한 방법을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정 사장, 장 부사장이 확보하고 있는 음성 파일을 활용하는 방안이 훨씬 효과적일 텐데요.”

“입수 과정이 적법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을 가급적 자제할 생각입니다.”

“그러면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아직은 없습니다.”

잠시 토론이 중단된 틈을 타서 조병석 실장이 손을 들어 발언권을 요청했다.

“정 사장님, 음성 파일을 적법한 절차로 확보하는 것은 어떨까요?”

“좋은 아이디어가 있습니까?”

“이중 스파이를 활용하면 어떨까요?”

“이중 스파이라면… 설영석 이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를 이중 스파이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설 이사가 기회주의자라는 점을 이용하는 겁니다.”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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