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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성공 신화-138화 (138/328)

[138화] 생각지 못한 변화

일요일 오전.

장대산 부사장과 통화하고 있던 겨울은 두 귀를 의심했다.

아무리 자기가 촌놈이라고 하더라도, 강남 지역의 사무실 임차 비용이 어느 정도 하는지 알고 있었다.

게다가 최소 300명이 넘는 직원들이 근무해야 하기 때문에 사무실 면적 또한 상당히 커야 할 것이다.

그런데 장대산 부사장은 별것 아니라는 투로 얘기하고 있었다.

“장 부사장님, 강남이면 사무실 임차 비용이 엄청나게 비싸지 않습니까?”

[지인이 보유하고 있는 빌딩을 임차했기 때문에 그다지 많은 돈이 들지 않았습니다.]

겨울은 장대산 부사장이 거짓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박에 눈치챘다.

그가 우리나라에 알고 있는 지인들 중에 재력이 빵빵한 사람은 송훈석 회장밖에 없으니까.

그의 말대로라면, 송훈석 회장이 보유한 빌딩을 저렴하게 임차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의 대쪽같은 성격상 송훈석 회장에게 손을 벌렸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모든 정황으로 비추어 볼 때, 그가 사무실 임차하는 비용을 모두 들인 것이 분명했다.

사무실 임차 비용과 기타 부대 비용은 H&J 컨설팅이 수익을 창출하는 대로 상환하면 되니, 더 이상 꼬치꼬치 묻지 않기로 결정했다.

“무슨 말인지 알았습니다.”

[한 부사장님, 저희 아버지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전해 줘서 고맙다고 합니다.]

“네? 어떤 아이디어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한 부사장님이 오코사 실장한테 전해 준 아이디어를 얘기하는 겁니다.]

지난 목요일, 오코사 실장과 통화할 당시에 조언한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때 겨울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인해서 발생한 부채만이 아니라, 중국에서 빌린 모든 돈을 탕감받는 것으로 목표를 변경하라고 조언했다.

아마도 자신의 아이디어가 해리슨 상원의원의 귀까지 들어간 듯했다.

“장 부사장님, 아직 중국 측에서 수용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천유런 외교부장이 본국에서 훈령 받은 것을 저희가 입수했는데, 오케이 사인을 받았습니다.]

“아직 메인 게임이 남아 있는데, 중국이 어떻게 버틸지 모르겠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천 외교부장이 본국에서 훈령 받은 내용을 제가 받아 볼 수 있을까요?”

[이메일은 해킹의 위험이 있으니까, 내일 출근하시면 건네 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겨울이 통화를 끝내고 밖으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가을이 질문을 해 왔다.

“오빠, 우리 회사의 위치가 어디야?”

“우리 회사?”

“오, 오빠가 H&J 컨설팅 최대 주주라며? 그, 그러니까 우리 회사나 마찬가지지.”

가을이 심하게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겨울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음을 알아챘다.

자기는 호영이에게 H&J 컨설팅의 비즈니스 영역 등의 가벼운 내용만 언급했지, 지분 등 중요한 얘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가을은 아주 민감한 내용인 H&J 컨설팅의 최대 주주가 누구라는 사실까지 알고 있었다.

‘가을이가 정보를 누구한테 취득했을까? 장 부사장처럼 입이 무거운 사람이 이재성한테 얘기했을 가능성은 제로일 거고. 혹시… 가을이 스카우트된 투자회사가?’

도저히 궁금함을 참을 수 없던 겨울은 가을에게 돌직구를 던졌다.

“너 혹시 H&J Investment라는 투자회사를 알고 있니?”

“모, 몰라.”

말을 더듬으며 눈을 또르르 굴리는 모습으로 보아 하건데, 가을이 스카우트된 회사는 H&J Investment임이 분명했다.

“한가을, 솔직하게 불어라.”

“뭐, 뭐를?”

“알면서 왜 그래?”

후다닥.

불리함을 느낀 것인지, 가을이 방으로 도망쳐 버렸다.

쾅, 쾅!

“야, 한가을! 빨리 나와서 이실직고해!”

겨울이 방문을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으나, 가을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고, 저녁 무렵에 가을이 백기를 들고 방문을 열고 나왔다.

“한가을, 이제 털어놓을 용기가 생겼냐?”

“어차피 오늘 저녁때 오빠한테 얘기해 주려고 했어.”

“얘기가 길어질 거 같으니까, 앉아서 얘기하는 게 낫겠지?”

겨울과 가을은 한쪽 구석에 있는 식탁에 앉아 대화를 시작했다.

“이제 얘기해 봐.”

가을은 지난 2월 말에 있던 기억을 소환했다.

졸업하자마자 입사한 회계 법인에서 열심히 업무를 익히고 있는 도중, 장대산이라는 사람에게 문자를 받았다.

겨울과 이재성의 입사 동기라고 하면서, 한번 만나 봤으면 좋겠다는 내용으로.

가을은 즉시 이재성에게 전화 걸어서 장대산한테 문자 받은 사실을 알려 주고, 그를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재성은 장대산과는 아주 친한 사이라고 하면서 만나 보기를 권했다.

그렇게 퇴근길에 만난 자리에서 장대산은 충격적인 얘기를 들려 주었다.

바로 오빠인 겨울에 대해서.

그리고 겨울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어떤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또한 겨울과 공동으로 H&J 컨설팅과 H&J Investment라는 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면서, 두 회사의 설립 배경과 어떤 비즈니스를 전개할 예정인지도 간략하게 알려 주었다.

겨울에 대한 놀라운 소식을 접하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그는 다시 한번 강펀치를 선사했다.

자기를 H&J Investment에 스카우트하고 싶다는 제안을 해 왔다.

마침 회계 법인에서 일하는 것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숨도 쉬지 않고 동의했다.

그렇게 긴 회상을 끝낸 가을은 당시의 일들을 차분한 목소리로 털어놓았다.

“…본의 아니게 오빠를 속여서 미안해.”

“호영에게 들었다는 얘기는 모두 거짓말이겠네?”

“호영 오빠는 H&J 컨설팅에 관련한 얘기를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어.”

“도대체 나를 속인 이유가 뭐냐?”

“장대산 부사장님이 오늘 저녁때까지 비밀로 하라고 했거든.”

“왜?”

“오빠한테 서프라이즈를 해 주라고 하더라.”

“그놈의 서프라이즈는… 그렇다면 회사 주소도 알고 있었겠네?”

“아니. 모르고 있었어.”

“그나저나 네가 실력자들이 쟁쟁한 H&J Investment에서 제대로 버틸 수 있나 모르겠다.”

“오빠는 나를 못 믿어?”

“내가 동생을 믿지 못하면 누구를 믿겠냐?”

가을이 화가 났다는 듯 두 눈을 치켜뜨며 덤벼들자, 겨울이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오빠, 우리 회사가 어디야?”

“강남역 1번 출구 근처에 있는 DH 빌딩의 31층부터 35층까지가 우리 회사란다.”

“그럼 우리 강남으로 이사 가야 하는 건가?”

“아무래도 그래야겠지.”

“강남 지역 아파트는 겁나게 비쌀 텐데… 돈은 있어?”

겨울은 다음 주에 은센기 사장으로부터 3,500만 달러를 분배받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돈 걱정은 하지 않았다.

“왜? 보태 주려고?”

“말이 그렇다는 말이지. 내가 돈이 어디 있어.”

“아파트를 매입하는 건 당장 급한 일이 아니니까, 천천히 알아보자.”

“알았어.”

* * *

다음 날, 아침.

가을과 함께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서 현관문을 열고 나간 겨울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정장을 입은 40대 남자가 현관문 앞에 떡하니 버티고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를 보자마자, 정중한 자세로 인사하고 말을 붙여 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늘부터 부사장님을 모실 홍석훈 기사라고 합니다.”

“네? 운전기사라고요?”

겨울이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여기서는 그렇고, 차로 이동하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겨울은 공터에 주차된 승용차를 보는 순간, 또다시 눈을 휘둥그레 떴다.

소위 회장님 차로 소문난 벤츠 마이바흐가 떡하니 눈앞에 있었다.

“홍 기사님, 이 차는 또 뭡니까?”

“부사장님한테 배정된 업무용 자동차입니다.”

“그것은 알겠지만, 너무 비싸지 않습니까?”

“부사장님, 저는 단지 운전기사일 뿐입니다.”

즉, 의견을 표현할 권리가 없다는 뜻이었다.

“알았습니다. 일단 회사로 출발합시다.”

“네, 부사장님.”

승용차가 출발하자 운전석에 앉아 있는 홍석훈 기사가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제 소개를 간단하게 설명해 드리면, 정명훈 사장님이 제 사촌 매형입니다.”

“네? 홍지연 여사님의 사촌 동생이라는 말씀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럼 사장님께 말씀드려서 H&J 컨설팅에 번듯한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하시지 그러셨습니까?”

“사장님께서 특별히 자리를 마련해 준 게 부사장님의 운전기사입니다.”

“아, 그렇군요.”

“계속 말씀드리면, 저는 지난달까지 누구라고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그분의 운전기사를 15년 가까이 했습니다.”

겨울은 정명훈 사장이 홍석훈 기사를 자기의 운전기사로 배치한 이유를 뒤늦게 알아차렸다.

운전기사는 운전도 능수능란하게 잘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입이 무거워야 한다.

때로는 수행비서 역할도 주어지고.

한마디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

자기의 업무 특성상 외국의 VIP들과 통화를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위치였다.

만약에 자기가 VIP들과 통화한 내용이 운전기사를 통해서 외부로 유출되면, 곤란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정명훈 법인장은 이 점을 고려해서 입이 무거운 사촌 처남을 자신의 운전기사로 배치한 것이리라.

겨울이 짧은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에도 홍석훈 기사의 자기소개는 계속됐다.

“…부사장님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모시겠습니다.”

“홍 기사님, 번호 좀 알려 주실 수 있나요?”

“조금 있다가 명함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그때, 가을이 걱정 가득한 눈으로 겨울에게 물었다.

“오빠, 이렇게 팍팍 쓰다가 자본금 다 까먹고 망하는 거 아니야?”

“어떻게 해서든지 네 월급은 챙겨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

“내가 지금 월급 때문에 이러는 거 같아?”

“이봐요, 한가을 씨. 직장 상사한테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덤비라고, 누가 가르쳤나요?”

“흥, 아직 회사 출근 전이잖아.”

“출근하기 위해서 업무용 차에 타는 순간부터 업무 시작이라는 거 모르나?”

“에휴, 내가 말을 말아야지.”

예전과는 달리 당당한 겨울의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가을은 유유히 흐르는 한강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는 조용히 피식 웃었다.

* * *

DH 빌딩 35층에 마련된 자신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간 겨울은 또다시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무실은 거짓말 조금 보태서 운동장보다 커 보였고, 인테리어 또한 더 이상 고급스러울 수 없을 정도로 정성을 쏟은 티가 역력했다.

책상을 비롯한 집기 또한 더할 나위 없이 겨울의 마음에 쏙 들었다.

사무실 내부를 이리저리 둘러본 겨울은 흡족한 마음으로 의자에 앉아서 노트북을 켰다.

그 순간, 노크 소리와 함께 조금 전에 인사를 나눈 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부사장님, 사장님께서 모닝커피 한잔하시자고 합니다.”

사장실.

정명훈 사장이 먼저 도착한 장대산 부사장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장 부사장, 회사를 셋업하느라 정말 고생 많이 했어.”

“저보다는 대한 그룹의 서동호 실장님께서 수고를 더 많이 해 주셨습니다.”

“내가 나중에 서 실장님께 별도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할게.”

“네, 사장님.”

똑똑.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와서, 겨울이 도착했음을 보고했다.

“들어오시라고 하고, 커피를 세 잔 내오세요.”

“네, 사장님.”

사장실에 입장한 겨울은 정명훈 사장에게 가볍게 목례한 후, 입을 열었다.

“찾으셨습니까, 사장님.”

“그냥 커피나 한잔하자고 불렀어. 일단 앉아서 얘기하자고.”

비어 있는 자리에 앉은 겨울은 맞은편에 앉아 있는 장대산 부사장과 가볍게 눈인사를 주고받은 후, 정명훈 사장과 대화를 시작했다.

“사장님, 하도진 이사한테 연합군과 중국의 협상과 관련한 보고를 받으셨습니까?”

“지난주 수요일 밤에 오코사 실장이 중국 측에 아무 통보 없이 콩고민주공화국으로 출국했다는 보고가 마지막이야.”

“수요일 오후에 천유런 외교부장이 오코사 실장한테 협상안을 제안했는데, 상당히 파격적입니다.”

“그 얘기는 커피를 마시면서 하자고.”

잠시 후, 비서가 커피 세 잔을 내왔다.

정명훈 사장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입을 열었다.

“이제 얘기해 봐.”

“천 외교부장은 일대일로와 관련한 모든 부채와…….”

겨울은 오코사 실장과 통화한 내용을 가감 없이 보고했다.

다만, H&E 트레이딩에서 추진 중인 정수기 50만 대 발주 받은 건은 이 자리에서 입에 올리지 않았다.

겨울의 보고가 끝나자, 장대산 부사장이 말을 이어 나갔다.

“오코사 실장의 요구를 중국 측이 조건 없이 수용하기로 결론 내린 상태입니다.”

“그게 정말이야?”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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