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 성공 신화-59화 (59/328)

[59화] 우연히 찾아온 기회

겨울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VIP들은 운전기사를 데리고 다닌다는 얘기를 램버트 교수에게 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브라이언 박사는 자신들의 차로 VIP를 킨샤사까지 태우고 가 달라는 부탁을 하고 있었다.

겨울은 호기심 반, 궁금함 반을 섞인 심정으로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VIP의 운전기사는 어젯밤에 반군들의 총에 맞아서 사망했고, 관용차는 반군들이 탈취해 갔습니다.”

“아이고, 저런… 안타까운 일이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브라이언 박사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도 겨울은 오늘 오전에 마을을 산책할 때 그 점이 이상하기는 했다.

마을 여기저기를 둘러보아도 쓸 만한 자동차가 거의 보이지 않던 것이다.

브라이언 박사의 말대로 VIP들의 관용차는 반군들에 의해 탈취당했다고 하더라도, 국경 없는 의사회가 타고 온 자동차는 어딘가에 주차되어 있어야 마땅했다.

아마도 느낌상 반군들이 국경 없는 의사회가 보유한 의약품만 털어간 것이 아니라 자동차들도 강탈해 간 것 같았다.

겨울은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브라이언 박사에게 물었다.

“네, 맞아요. 우리들이 업무용으로 타고 다니던 차도 빼앗겼습니다.”

“아주 악독한 놈들이네요.”

“반군들은 우리한테 강탈해 간 의약품을 파는 것보다 자동차를 팔아서 번 돈이 훨씬 많을 겁니다.”

“하긴… 그렇겠네요.”

“그건 그렇고, 제 질문에는 언제 대답해 줄 건가요?”

브라이언 교수의 재촉을 받은 겨울은 짧게 생각한 후, 말문을 열었다.

“교수님, 저희가 VIP분을 태우고 킨샤사까지 동행할 수는 있지만,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문제인지 얘기해 보세요.”

“우선 현재 산사태로 인해서 유실된 도로가 복구됐는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복구되었다고 해도 킨샤사까지 꼬박 하루 정도가 걸릴 텐데, 과연 VIP분이 비좁은 차 안에서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도로는 오늘 오전에 임시로 개통됐다니까 문제가 없을 것 같고… VIP가 그 정도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할 수 없군요. 차가 상당히 지저분한 상태니까, 정리할 시간을 30분 정도만 주십시오.”

“점심을 먹고 출발할 예정이니까, 청소할 시간은 충분할 겁니다.”

잠시 대화가 중단된 틈을 타서 은센기가 입을 열었다.

“박사님, 인명 피해는 어떻게 됩니까?”

“지금까지 마을 주민을 포함한 27명이 사망했고, 중상은 45명, 경상은 41명입니다. 중상자 45명 중에서 절반은 목숨이 위험한 수준이고요.”

“에이, 나쁜 놈들…….”

은센기가 욕설을 내뱉자, 비슷한 심정인지 브라이언 박사가 한숨을 내쉬었다.

겨울은 킨샤사로 출발하기 직전에 브라이언 박사의 집무 공간에서 왼쪽 다리에 붕대를 감은 50대의 흑인 남자를 만났다.

부상을 당했음에도 그에게서는 정체 모를 포스가 느껴졌다.

그는 성이 반투야라고 짧게만 밝혔고, 이름이나, 소속, 직위는 얘기해 주지 않았다.

본인이 자신의 신상을 밝히지 않는데, 굳이 캐물을 필요가 없다 판단한 겨울은 더 이상 그에 관해서는 묻지 않았다.

“반투야 씨, 킨샤사까지 하루 정도가 걸릴 텐데, 괜찮겠습니까?”

“차로 50시간 넘은 곳도 여러 번 다녀봤습니다. 괜찮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대화가 잠시 끊어진 틈을 타서, 브라이언 박사가 입을 열었다.

“우리들이 한겨울 씨와 은센기 씨한테 받은 도움은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저도 국경 없는 의사회가 저희에게 베풀어 준 호의를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박사님께서 오늘 오전에 저한테 해 준 약속을 꼭 지켜 주시리라 믿습니다.”

“하하하, 그럼요. 염려하지 마세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반투야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브라이언 박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박사님, 무슨 약속을 해 주셨습니까?”

“저희가 한겨울 씨에…….”

브라이언 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던 반투야는 갑자기 궁금증이 치솟았다.

그는 한국의 의료 체계 시스템이 선진국보다 잘 구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겨울은 사고가 발생하면, 국경 없는 의사회의 도움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 것처럼 재차 확인을 받고 있었다.

그는 이 점을 언급하며 브라이언 박사에게 이유를 물었다.

“흐음, 반투야 씨, 저한테 묻지 말고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는 게 어떨까요?”

브라이언 박사는 겨울에게 공을 떠넘겼다.

반면에 겨울은 반투야가 이런 질문을 한 이유를 대충 감 잡고 있었다.

브라이언 박사가 반투야에게 자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반투야 씨, 저는 대한 그룹의 직원이고, 이 나라에 발령받은 지 이제 8개월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적어도 몇 년간은 이곳에서 근무해야 하기 때문에 브라이언 박사님의 제안을 받아들인 겁니다.”

“아, 그렇군요. 제가 착각하고 있었네요.”

“괜찮습니다. 이제 킨샤사로 출발할까요?”

그렇게 겨울과 은센기는 브라이언 박사를 포함한 국경 없는 의사회 사람들의 열렬한 환송을 받으며 킨샤사로 출발했다.

출발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무렵, 반투야가 말을 걸어왔다.

“두 분의 활약상은 브라이언 박사와 램버트 교수에게 들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하하, 쑥스럽네요.”

겸연쩍은 웃음을 흘리는 겨울을 향해 반투야가 다시 물었다.

“두 분은 어쩌다가 저희를 도와주게 됐습니까?”

“저희는 카낭가에 볼일이 있어서 왔다가, 킨샤사로 돌아가는 도중에 산사태로 길이 막혀서…….”

겨울의 설명을 끝까지 들른 반투야가 또 다른 궁금증을 꺼내들었다.

“카낭가에 공항이 있는데, 굳이 차로 그곳까지 다녀온 이유가 있나요?”

“사실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이 운수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그분께서 대한자동차에서 제작한 자동차의 실물을 보고 싶다고 해서 어쩔 수없이 차로 움직인 겁니다.”

“그래서 결과는 어떻게 됐나요?”

“그분이 차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코발트를 운송할 수 있는 대형 트럭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흠, 그 사람이 대형 트럭이 몇 대나 필요하다고 하던가요?”

“글쎄요, 내년에 코발트를 상업 생산을 시작해 봐야 정확히 알 것 같다고 했습니다.”

반투야는 대형 트럭이 필요한 바이어가 누구인지 알 것도 같았다.

EPL에서 유명세를 날리고 있는 무벰베 선수의 아버지인 무케나 사장.

그가 매입한 산에서 제법 규모가 큰 코발트 광맥을 발견했다는 뉴스가 몇 달 전에 크게 보도된 적이 있었다.

“혹시 한겨울 씨가 언급한 사람이 무케나 사장인가요?”

“어? 그 사실을 반투야 씨가 어떻게 아십니까?”

“제가 이 나라의 공무원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겠죠?”

“아… 제가 깜빡했습니다.”

겨울이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수긍했다.

“한겨울 씨는 무케나 사장을 어떻게 알게 됐나요?”

“그분의 아들인 무멤베 선수와 은센기 씨가 친구 사이입니다.”

“네? 친구 사이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갈 길도 먼데, 어떻게 친구가 됐는지는 본인한테 직접 들어 보시지요.”

왠지 자기에게 공이 넘어올 거라 예상하고 있던 은센기는 무멤베 선수와 맺은 인연을 담담한 목소리로 풀어놓았다.

“…해서 지금까지 인연을 맺어오고 있습니다.”

“은센기 씨도 부상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을 뻔했는데… 아쉽게 됐네요.”

“뭐, 그것이 인생 아니겠습니까?”

“그나저나 며칠 동안 수입이 없어서 어떻게 합니까?”

“겨울 씨가 수당으로 500달러를 준다고 했는데,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받지 못할 이유가 있나요?”

“겨울 씨가 무케나 사장한테 자동차를 판매했으면 부담 없이 받을 수 있겠는데, 빈손으로 킨샤사로 돌아가는 거잖아요. 그리고 제가 겨울 씨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했더라면, 목숨을 거는 위험한 일에 뛰어들지도 않았을 테고요.”

“음…….”

반투야가 말을 흐리며 차창 밖 수풀이 우거진 정글로 시선을 옮겼다.

룸 미러로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은센기는 그의 생각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입을 닫았다.

덕분에 자동차 안에는 나지막하게 엔진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제법 긴 시간이 지난 후, 반투야가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은센기 씨, 그 돈은 내가 줄게요.”

“주시면 사양하지 않겠지만…….”

반투야는 은센기의 의도를 단박에 알아채고, 즉시 행동으로 옮겼다.

품 안에서 지갑을 꺼낸 그는 가지고 있는 돈 전부를 겨울에게 건네주었다.

“이, 이게 뭡니까?”

얼떨결에 돈을 받아든 겨울이 깜짝 놀라서 반투야에게 물었다.

“은센기 씨가 운전하고 있는 중이라서 한겨울 씨한테 드렸습니다. 달러로 환산하면, 대략 1,000달러쯤 될 겁니다. 이 돈을 은센기 씨한테 건네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겨울은 반투야가 보는 앞에서 돈을 세어 보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무릎 위에 올려놓고 있던 작은 가방에 돈을 집어넣었다.

“이 돈은 운전을 교대할 때 드릴게요.”

“겨울 씨, 거기서 절반만 주세요.”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생사를 같이 넘었는데, 저만 받을 수는 없어요.”

“이 돈은 은센기 씨한테 주는 돈입니다. 걱정하지 말고 모두 가져도 됩니다.”

“저는 절대로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두 사람의 언쟁을 뒷좌석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던 반투야가 할 말이 있다는 듯 대화에 끼어들었다.

“은센기 씨, 한겨울 씨한테는 제가 별도로 보상할 테니까, 그 돈은 모두 받도록 하세요.”

“겨울 씨한테 어떤 보상을 해 주실 겁니까?”

“글쎄요?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한겨울 씨하고 대화를 나눠 봐야겠죠.”

이내 은센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제안을 승낙했다.

은센기와 대화를 마무리한 반투야는 겨울에게 말을 건넸다.

“한겨울 씨, 제가 대한자동차에서 자동차 한 대 구입하려고 하는데, 가능합니까?”

“그럼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제가 타고 있는 이 차가 상당히 마음에 드는데, 특장점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음, 이 SUV 자동차의 모델명은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왕과 별의 합성어인 킹스타입니다. 킹스타는 도로 사정이 열악한 나라에 판매하기 위해서 야심차게 제작한 자동차입니다. 배기량은 2,500㏄이고, 엔진의 최고 출력은 380마력으로 힘이 상당히 좋고, 차체가 다른 SUV 자동차에 비해서 5㎝ 정도 높아서 비포장도로가 많은 아프리카에 특화된…….”

겨울은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해서 킹스타의의 특장점을 설명해 나갔다.

반면에 반투야는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겨울이 대한자동차의 직원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킹스타의 기능들을 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를 예의 주시하며 겨울을 잠시 살피는 사이, 길고 길던 그의 설명이 끝이 났다.

“…해서 킹스타를 구입하시면, 가격과 성능, 그리고 편안한 승차감에서 크게 만족하실 겁니다.”

“한겨울 씨는 킹스타의 특징들을 어떻게 이렇게나 잘 알고 있는 겁니까?”

“무케나 사장님이 킹스타를 구입해 줄 거라 생각해서 미리 공부 좀 했습니다.”

“그렇군요. 그건 그렇고, 가장 중요한 가격을 얘기해 주지 않았는데, 이유가 있나요?”

“자동차에 장착되는 옵션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일부러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타고 있는 이 킹스타에 장착된 옵션이 최고급 사양인가요?”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보통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최고급 사양의 킹스타를 구입하려면, 얼마 정도의 돈이 들까요?”

“으음, 관세와 운송비까지 감안하면… 5만 달러까지 생각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5만 달러라…….”

반투야가 끝말을 흐리며,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겨울은 그가 다시 말을 해 올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반투야가 시선을 옮기며 겨울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

“킹스타가 마음에 들기는 하지만, 다른 자동차들도 고려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자동차 제조 회사들의 SUV 자동차 가격 대비 킹스타의 가격 수준은 어떻습니까?”

“중국의 자동차 제조 회사들의 SUV 자동차를 제외하곤 킹스타가 제일 저렴할 겁니다.”

“음, 좋습니다. 그러면 킹스타를 구입하도록 하겠습니다. 최고급 사양으로 견적을 뽑아서 다음 주중에 저를 찾아와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연락처를 알려 주시면, 제가 찾아가겠습니다.”

“제 전화번호는…….”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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