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타인에 의해 결정되는 운명 (2)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겨울은 고개를 숙여 차병훈 과장에게 감사를 전했다.
차병훈 과장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고작 토익 점수 하나 알려 준 걸로 이런 인사를 받는 건 좀 부담스럽네요. 하하. 한겨울 씨, 제가 입사 선배로서 조언 하나 해 드려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겨울이 자세를 바로 하며 귀를 쫑긋 세웠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한겨울 씨는 매사에 너무 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어요. 적극적으로 보여서 좋은 점도 있지만, 그걸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좋겠어요.”
겨울은 차병훈 과장의 진심 어린 조언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음, 그리고 이건 다른 얘기인데, 모든 언어가 마찬가지지만 꾸준히 사용하지 않으면 결코 실력은 늘지 않아요. 토익 점수가 잘 나왔다 해서 방심하지 말고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꾸준히 영어 실력을 갈고 닦으면 좋겠어요.”
“과장님의 조언을 명심하겠습니다.”
“그래요. 너무 꼰대스럽다고만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차병훈 과장이 장난스럽게 웃자, 겨울도 그를 따라 해맑게 웃었다.
그런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며 차병훈 과장이 말했다.
“한겨울 씨나 내가 대한 그룹을 퇴사하지 않는 한, 언젠가는 또 만날 겁니다. 우리 그때도 지금처럼 밝은 모습으로 다시 만납시다.”
“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겨울이 또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자 차병훈 과장이 쿡쿡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아직 얼굴 볼 일은 더 남았으니 이런 인사는 나중으로 미루죠.”
차병훈 과장과 헤어진 겨울이 다시 강의실로 돌아오자, 조강희가 그에게 다가왔다.
겨울이 들어오기 전까지 그녀의 얼굴은 조바심이 가득한 표정이었으나, 그의 얼굴을 보고는 금새 밝아졌다.
그만큼 그의 표정이 자신만만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조강희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겨울 오빠, 어떻게 됐어요?”
“당연히 통과했지.”
“와, 진짜요? 전 오빠가 통과할 줄 알고 있었어요! 축하해요!”
통과할 줄 알고 있다는 것 치고는 반응이 너무 과한 그녀의 모습에 겨울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이상하다? 알고 있었다는 사람의 반응이 아닌 거 같은데?”
“네, 네? 아니에요. 오빠가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걸 옆에서 지켜봤는데, 당연히 통과할 걸 알고 있었죠.”
“흐음…….”
겨울이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조강희는 서둘러 말을 돌렸다.
“흠흠, 아니, 그보다 오빠. 오늘 그냥 넘어가면 안 되는 거 알죠?”
“그럼, 물론이지. 오늘 저녁에 매점에서 맥주 쏜다.”
“호호, 그럼 제가 단톡방에 말해 놓을게요.”
저녁 강의가 끝나자마자 겨울은 부릉부릉 팀원들을 모두 이끌고 매점으로 갔다.
언제나 그렇듯 제9의 멤버인 장대산도 그 사이에 끼어 있었다.
겨울의 토익 합격을 안주 삼아 맥주 파티를 즐기던 도중, 이재성이 모두에게 물었다.
“여러분, 다들 배치받고 싶은 부서 생각하신 거 있습니까? 다들 한 번씩 생각은 해보셨잖아요, 그쵸?”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위 열다섯 명은 원하는 부서에 배치받을 것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신입 사원들도 희망하는 부서는 있었다.
“지유 씨, 우리 팀장님은 어느 부서에 배치받고 싶으십니까? 전 팀장님이 제일 궁금하더라고.”
회장의 무남독녀인 송지유에게는 다소 민감할 수도 있는 질문이었지만, 이재성은 거리낌이 없었다.
아니, 이재성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런 분위기였다.
그만큼 부릉부릉 팀원들끼리 사이는 매우 가까워져 있었다.
“음, 전 전략기획실을 생각하고 있어요.”
“오… 전략기획실!”
“재성 씨는 어디 생각하고 계시는데요?”
“저는 인사팀을 마음에 두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인사 쪽이 힘이 세고 진급에도 좋지 않겠습니까? 하하.”
이재성이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내보였다.
그의 솔직한 모습에 부릉부릉 팀원들은 너도나도 희망하는 부서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저는 마케팅 연구소 쪽으로 가고 싶어요. 아무래도 제 적성이랑 맞을 거 같아서요.”
조강희가 손을 번쩍 들고 이야기하자, 장근호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대꾸했다.
“적성 중요하죠. 그래서 저도 디자인 연구소를 염두에 두고 있어요.”
장근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간 팀 활동에 있어 필요한 디자인 작업을 그가 모두 도맡아 해 왔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상당한 퀄리티를 가지고 있었기에 모두들 그가 좋은 선택을 했다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장대산은 컴퓨터 보안을 담당하는 부서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서 다른 팀원들도 하나씩 자기가 희망하는 부서와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겨울의 차례까지 왔다.
늘 이런 식으로 자기 의견을 말하는 자리의 마지막은 겨울이었다.
행동에는 거침이 없지만, 생각은 나름대로 신중히 하려는 그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였다.
겨울은 이 화제가 나오기 전에 어떤 부서로 배치받을지 기대한 적은 있어도 가고 싶은 부서를 콕 집어 바란 적이 없었다.
최종 합격하는 것 하나만을 바라보고 전력 질주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도 지금은 은근히 욕심이 생겨났다.
이미 합격도 결정된 상태였기에 그 정도는 생각해도 된다고 조심스럽게 자신을 다독였다.
“전… 스포츠와 관련된 부서면 좋겠네요. 아니면 여기 연수원에 배치받아도 좋을 거 같아요.”
“이야, 확실히 둘 다 겨울 씨랑 잘 어울리는 거 같습니다.”
“하하, 그렇긴 합니다만, 다 그냥 기대일 뿐이죠. 부디 제 적성이랑 잘 맞는 곳이어야 할 텐데 말이죠.”
머쓱하게 웃는 겨울의 모습에 그제야 팀원들이 하나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다들 상위 열다섯 명에 들었지만, 겨울 혼자만이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서도 송지유의 표정이 제일 좋지 못했다.
그녀는 겨울이 결코 원하는 부서에 배치받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연수원에서 쫓겨난 최준하 때문에라도.
그간 겪어 본 최준하의 성격상 그동안 있던 일을 최성진 부회장에게 미주알고주알 다 일러바쳤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가만히 있을 최성진 부회장이 아니었다.
분명 겨울에게 극히 불리한 방향으로 무슨 짓을 할 것이었다.
“에이, 그 두 군데가 겨울 씨랑 잘 어울린다고 했지 다른 부서가 겨울 씨랑 안 맞는다는 소리는 아니지 않습니까? 겨울 씨 성격이면 어디든 적성에 맞을 겁니다. 하하.”
이재성이 살짝 식은 분위기를 살리고자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진짜 그 근성이랑 체력이면 못할 게 없을 거 같아요. 진짜 체육대회 때 그렇게 듬직할 수가 없더라니까요. 자자, 건배합시다. 건배!”
“건배!”
“건배!”
장근호가 잔을 들어올리자, 모두 같이 건배를 외쳤다.
겨울도 자신을 위해 좋은 말을 해 주는 팀원들을 보며 기분 좋게 건배를 외쳤다.
* * *
다음 날 오전.
신입 사원 연수 수료식까지 3일이 남았다.
이제 남은 일정은 부서 배치를 위한 대한 그룹 인사팀 담당자들과의 면담만 남겨 두었을 뿐이었다.
면담은 연수 성적순으로 진행되었다.
252등을 차지한 겨울의 순서는 목요일 오전이었다.
“안녕하십니까. 한겨울입니다.”
겨울은 40대로 보이는 남자에게 허리를 숙여 큰 목소리로 인사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그룹 인사팀의 홍성훈 부장입니다. 자, 자리에 앉아서 얘기합시다.”
“네, 부장님.”
홍성훈 부장은 겨울의 인사 기록 서류를 천천히 검토하고는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음, 신기하네요. 한겨울 씨가 어떻게 우리 회사에 입사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홍성훈 부장은 대뜸 겨울의 아픈 부분을 찔러 왔다.
송곳으로 폐부를 찌르는 듯한 뼈아픈 말에도 겨울은 차분히 불안을 다스렸다.
인사팀 담당자의 이런 반응은 예상한 바인데다 먼저 면담을 마친 부릉부릉 팀원들에게도 여러 정보를 듣기도 했다.
그들은 면담 시작부터 일부러 자존심을 건드려 기세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려 한다고 했다.
대화의 주도권을 잡고, 신입 사원을 그들이 원하는 곳에 원활히 배치하려는 속셈임을 미리 알고 들어왔다.
때문에 겨울은 이다지도 침착한 표정을 연기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미 충분히 많이 들은 내용이었다.
어쩌면 입사하고도 계속 들어야 할 이야기일 수도 있었다.
이제 겨울에게는 더 이상 상할 기분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한 겨울은 입을 열었다.
“저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흠, 출신 대학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학점과 토익 점수는 왜 이렇게 개판입니까?”
“제가 공부를 소홀히 해서 그렇습니다.”
“회사 생활도 이렇게 소홀히 할 생각인가요?”
“아닙니다. 뼈가 가루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겨울이 진지한 태도로 대답했으나 홍성훈 부장은 그다지 관심이 없는 듯 인사 기록에만 시선을 주고 있었다.
“한겨울 씨, 배치 받고 싶은 부서가 있습니까?”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기세 싸움의 시작이었다.
어젯밤에 겨울은 생활관으로 돌아가서 장대산과 솔직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때 장대산은 대한무역의 해외영업부서를 지원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넌지시 제안했다.
술자리에서 말한 스포츠와 관련된 부서나 연수원도 좋지만, 발전 가능성을 고려해 무역 쪽도 괜찮을 거라고 말했다.
겨울은 그의 말에 눈이 뜨이는 기분이었다.
그동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에만 연연했지 스스로의 발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무언가를 결정한 적은 없었다.
늘 당장에 닥친 일만 걱정하며 살아온 우물 안 개구리나 다름없었다.
겨울은 우물 안의 개구리가 아닌, 창공을 힘차게 나는 독수리가 되겠다 다짐하며 결국 해외영업부서로 지원 부서를 변경했다.
“저는 대한 무역 해외영업부로 가고 싶습니다.”
“해외영업부라… 한겨울 씨, 대한무역 해외영업부는 토익 점수가 최소 900점은 넘어야 배치를 받을 수 있어요.”
“아… 그렇군요.”
자신을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홍성훈 부장의 눈빛에 겨울은 시선을 살짝 떨어트렸다.
한편 홍성훈 부장은 속으로 이게 웬 떡인가 싶었다.
사실 그는 지난 월요일 오전에 박철헌 사장에게 불려가 특별 지시를 하달받았다.
한겨울을 어떻게든 ‘그곳’에 배치시켜야 했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까 고민하던 찰나에 겨울 스스로가 대한무역 해외영업부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해 온 것이다.
홍성훈 부장은 씨익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겨울이 배치받을 회사는 불행히도 대한무역이 아니었다.
“하아… 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홍성훈 부장은 가지고 온 서류들을 뒤적거렸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홍성훈 부장은 무언가를 찾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무리 그래도 대한무역은 어려울 거예요. 대신 이와 비슷하면서도 커트라인이 좀 낮은 곳이 하나 있네요.”
그 말에 겨울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홍성훈 부장은 언제 비웃음을 지었냐는 듯 훈훈한 미소를 입에 머금고 있었다.
“한겨울 씨의 부족한 영어 실력에 큰 도움이 될 만한 곳이에요. 대한 그룹 아프리카 법인입니다.”
“네?! 아프리카 법인이요?”
겨울이 화들짝 놀라 되물었다.
그가 당황스러워할 것을 홍성훈 부장은 예상하고 있었다.
막 입사한 곳에서 아프리카로 보내 버리겠다는데 그 누가 당황하지 않겠는가.
홍성훈 부장은 바로 이어 말했다.
“한겨울 씨, 아프리카라고 해서 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아프리카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남아프리카공화국 같은 경우는 2010년에 월드컵을 개최한 나라입니다.”
“그것은 알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영어가 공용어입니다. 그 사실은 알고 있나요?”
홍성훈 부장이 겨울의 말을 중간에서 가차 없이 잘라 버렸다.
겨울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2010년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월드컵이 열린 탓이었다.
그는 월드컵 기간 동안 그 나라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정보를 모은 적이 있었다.
미래에 월드컵에서 주름잡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프리카의 그 어떤 나라보다 부유한 나라며 기후 또한 사람이 살기에 적당한 곳이었다.
다만 인종차별 문제로 소란스러운 곳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 어차피 현지 영어도 배워야 해. 남아프리카공화국도 나쁘지 않을 거야.’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린 겨울은 홍성훈 부장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
“부장님, 제가 언제까지 결정해야 합니까?”
“정해진 기한은 없어요. 다만 그 사이에 다른 신입 사원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테고, 남는 자리에 한겨울 씨가 배치될 뿐이죠. 결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요.”
“…알겠습니다. 대한 그룹 아프리카 법인에 지원하겠습니다.”
“잘 생각했어요. 그 나라에서 3년 정도 근무하면 영어 실력이 부쩍 늘어 있을 겁니다.”
홍성훈 부장이 그 어느 때보다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 *
[결과는 어떻게 됐나?]
“네, 사장님. 문제없이 잘 해결되었습니다. 멍청하게도 자원하더군요. 나머지 후속 조치는 어떻게 할까요?”
[내 따로 아프리카 법인장에게 얘기해 놓을 테니, 홍 부장은 신경 쓰지 마.]
“네, 알겠습니다.”
[조만간 최 부회장님과 술자리를 만들 예정이야. 자네도 참석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
“챙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장님.”
[어. 나중에 통화하자고.]
뚝.
할 말만 하고 박철헌 사장이 전화를 먼저 끊었다.
홍성훈 부장은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담배를 한 손으로 털어 냈다.
“후우, 달다 달아. 한겨울, 내가 이사로 승진하면 네 덕으로 알고 있을게. 흐흐.”
홍성훈 부장이 음흉한 목소리로 혼잣말을 내뱉었다.
* * *
금요일 오전 대강당.
약속된 시간이 되자 사회자석에 서 있던 이종수 이사가 마이크 전원을 켰다.
“이제부터 2018년 대한 그룹 신입 사원 연수 수료식을 진행하겠습니다. 먼저 정재엽 원장님의 말씀 먼저 듣도록 하겠습니다.”
단상으로 이동한 정재엽 원장은 객석을 가득 메운 신입 사원들에게 정중하게 인사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여러분이 입소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5주가 지났네요.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제와 여러분이 대한 그룹에 몸담고 있는 한 언젠가는 다시 만날 것입니다. 각자 배치 받은 회사에서 동량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겠습니다. 5주 동안 연수받느라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정재엽 원장의 뒤를 이어서 이종수 이사가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지금부터 신입 사원 연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신입 사원들에 대한 포상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호명하는 신입 사원들은 무대 위로 올라와 주십시오. 신입 사원 연수 성적 3위를 차지한 이재성 씨, 2위를…….”
겨울의 귀에 익숙한 이름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자신과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줄줄이 표창장을 받았다.
그들은 아마도 가고 싶은 부서에 발령받아서 능력을 발휘하며 잘 적응해 나갈 것이다.
겨울은 그들을 부러워하는 마음 반,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 반으로 박수를 쳐 주었다.
겨울은 부릉부릉 팀원들, 그리고 장대산과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
그중에서도 같은 생활관에서 5주 내내 같이 지내던 그와 헤어지는 것이 가장 아쉬웠다.
그런 마음은 장대산도 마찬가지인지 눈가에 눈물이 살짝 맺힌 게 보였다.
“대산 씨한테 받은 도움은 언젠가 갚을 날이 있을 겁니다.”
“무슨 말이에요. 제가 오히려 겨울 씨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는걸요.”
“에이, 제가 무슨 도움을 드렸다고요.”
“저 살이 빠진 것도 그렇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잖아요. 겨울 씨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절대로 불가능했을 거예요.”
“하하, 그런가요?”
겨울이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장대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성격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사람과 이야기하는 게 서툴러 말을 더듬던 안 좋은 습관도 겨울과의 수많은 대화를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
“앞으로 자주 못 보더라도 연락은 꾸준히 주고받으면 좋겠어요.”
“당연하죠. 대산 씨도 심심할 때 자주 연락해 주세요.”
둘은 짧게 악수한 뒤 각자 배정된 버스로 향했다.
버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출발했고, 천천히 연수원 정문을 빠져나갔다.
흙수저 성공 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