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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145화 (145/146)

# 145

회귀빨로 지존 헌터

- 6권 24화

자신이 힘에 도취돼 깊숙한 곳까지 들어온 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흥분감에 주변의 시야가 좁아져 몬스터들을 찢고 들어오면서 스스로를 고립시켜 버린 것이었다.

살육을 자행하다 보니 인지적 요소가 감소하고 본능에 의한 움직임만 남았을 때, 후방에서 들어오는 공격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 것이었다.

태욱이 펼쳐 준 실드로 인해 목숨은 건졌지만, 자신이 어떤 상황에 떨어진지 짧은 시간 내에 정확하게 판단한 것이었다.

스스로가 잘못된 것을 인지해 낸 헌터는 재빨리 탈출을 해 목숨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모든 헌터들이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우쭐한 자신감에 취해 결국 몬스터의 공격 대상이 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아무리 태욱과 영리가 노력을 하더라도 모든 것을 막아 낼 수 없었다.

"아무래도 1개의 규칙을 세워야겠어."

태욱이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바로 3인 1개 조로 헌터들의 편성을 나누는 일이었다.

보통의 헌터들은 팀으로 구성돼 있는 것이 당연했다.

모든 일을 혼자서 할 수 없었고 각자의 역할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여러 헌터들이 뒤섞여 있었다.

미국을 위해 움직이는 헌터.

한국에서 지원을 나온 헌터.

금전적인 대가에 의해 움직이는 헌터.

즉, 용병이라고 불리는 헌터들.

하나로 합쳐지지 않고 여러 종류로 분류돼 있는 헌터들이 많다 보니 혼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었다.

"지금부터 3인 1조로 활동을 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팀원이 정해지지 않으면 전투에 참가할 수 없습니다."

국가에 소속돼 있는 헌터들에게는 이 조항이 불편할 일이 없었다.

이미 조를 이루고 있는 헌터들이 대다수였고 개인이서 활동하는 헌터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용병으로써 활동을 하는 헌터들은 대다수의 인원들이 혼자 활동을 한다.

솔로잉.

모든 위협을 스스로 인지하고 그것에 따른 수익도 혼자서 모두 취득을 하는 것이었다.

팀을 이룬다는 것은 수익 배분을 인원에 맞춰 한다는 것인데 용병들에게는 내키지 않는 선택이었다.

"팀에 소속되지 않으면 전투를 할 수 없습니까?"

"네, 많은 헌터의 위험을 줄이기 위함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안전하게 전투를 치러 왔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 그 증거가 됩니다."

우루루 몰러온 헌터들의 함성에 태욱은 뒤에 있는 한 사람을 지적했다.

"저분이 이곳에 온 것도 같은 이유가 됩니까?"

"당연합니다. 여기에 있다는 것은 안전하게 전투를 치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말은 틀렸습니다. 저분은 일전에 저의 도움으로 이곳에 서 계실 수 있는 것입니다."

태욱의 정곡을 찌르는 말에 지목을 당한 사람은 고개를 숙였다.

"물론 모든 분들이 안전을 등한시하고 전투를 치른다고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분명 안전을 확보하신 후 전투를 치르는 분들이 대다수겠죠."

"그래요, 우리도 다 먹고살자고 하는 것이지, 죽으려고 몬스터들에게 달려드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깁니다."

"하지만, 이미 문제는 발생하고 있습니다. 벌써 제가 구한 인원만 해도 30명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대표로 이야기하던 용병 헌터의 입이 다물어졌다.

"여러분들을 싸우지 않게 하기 위해 이 제도를 투입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의 생존을 보존하기 위해 투입하는 것임을 알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태욱은 그들을 설득하기 시작했고 하나하나 그들의 말을 들어 주고 반박했다.

물론 수용하지 않아야 될 이야기는 거르기도 했으며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은 끝까지 듣고 수긍했다.

용병 헌터들의 불합리함.

그들이 우선적으로 투입되는 지역.

모든 것을 종합해서 듣고서는 반영하겠다는 말까지 남겼다.

태욱의 본 목적은 많은 헌터가 살아남아 제대로 몬스터와 전투를 치르는 것이었다.

숫자가 줄어들어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었다.

그의 발언대로 움직이다 보니 절로 웨이브를 떨쳐 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반복된 전투로 숙련이 돼 가는 헌터들이 있는데도 2일이 넘어서던 시간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헌터들의 숫자들은 늘어가니 저절로 시간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었다.

이미 많은 숫자의 희생이 생겨났지만,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대륙의 모든 몬스터들을 몰아내는 데 성공을 했다.

이제 남겨진 것은 아시아와 유럽이었다.

태욱은 지체하지 않고 유럽행에 몸을 실었다.

'이번에는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회귀 전 마지막 전투를 치른 곳이 바로 유럽이었다.

현재 마왕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마지막 전투 장소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태욱의 어깨는 잔뜩 무거워졌다.

그의 기억 속에 남겨진 가장 무서운 전투.

아니, 승리할 수 없었던 죽음의 앞에서 아무런 대항조차 하지 못했던 곳으로 직접 제 발로 찾아가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잔뜩 힘이 들어간 것이었다.

태욱이 가장 먼저 목표로 삼은 곳은 유럽에 있는 섬나라 영국이었다.

지속적인 도움 요청이 있었기에 그곳을 가장 1순위로 선정한 것이었다.

태욱이 도착을 하자 스산한 기운이 그의 피부를 타고 올라왔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 * *

"까악, 까악."

기분 나쁜 까마귀 소리가 귓가를 울리고 있었다.

바닥은 온통 검은색으로 땅이 죽어 가고 있었고, 생기가 넘치던 커다란 거목들은 모두 나뭇잎을 바닥에 떨어뜨린 채 앙상한 가지만 남겨 두고 있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태욱이 처음 도착하자마자 느낀 기운은 음산하고 스산함이었다.

'뭔가 익숙한데.'

마치 여러 번 겪어본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지만, 정확하게 구분이 가지 않았다.

'리치인가?'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으나, 확신은 들지 않았다.

어디서도 그녀의 흔적을 찾아보기란 힘들었다.

'분명 그녀라면 자신의 흔적을 남겼을 것이다.'

태욱의 머릿속에 있는 인물은 엘리자베스였다.

그녀는 냉기 마법에 능통하고 몬스터 키메라 연구가 주특기였다.

항상 그녀의 손끝이 닿는 곳에 자신임을 표현하는 문양이 있었다.

지금 발을 내딛고 있는 곳 어디에서도 엘리자베스의 흔적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내가 모르는 인물이 있을 수도 있어.'

지금까지 모든 것이 태욱의 회귀 전 기억처럼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적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진짜? 여기서 도움 요청이 온 것이 확실해?"

아무리 살펴도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을 찾기 힘들었다.

몬스터들과 대적을 하고 있으니 도움을 요청하는 국가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최초 그들이 상태는 현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소식뿐이었다.

"분명 요청이 있어."

태욱은 확신을 하고 있었다.

'만약 갑자기 누군가가 전투에 참여를 했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있을 수 없는, 아니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을 상상해 버린 것이었다.

'이대로 그들을 버릴 수 없어.'

태욱의 목적은 인간 구출이었다.

생명은 소중한 것이고 한 명이라도 생존자가 있다면 구출을 하러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일단 생존자를 탐색한다."

"모두 흩어져! 생존자 탐색해!"

일사분란하게 흩어지는 헌터들은 이제 태욱의 수족이 됐다.

그들은 불합리한 것을 바꿔 주고 모두가 하나로 묶일 수 있는 것을 만들었다.

헌터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데 시간이 꽤나 걸렸으나, 이젠 복지가 더 좋아졌다며 태욱의 말을 신뢰하는 편이었다.

태욱이 부대의 장이 돼 전체적인 방향을 설정하는 데 토를 다는 인물은 없었다.

수색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누군가 흔적을 발견했다.

"여기 이상한 흔적이 있습니다."

"한데, 윽......."

흔적으로 가까이 가는 순간 헌터는 자신의 코를 막았다.

갑자기 훅하고 파고든 냄새가 정신을 어지럽게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한 달은 넘었다.'

사람의 생존을 위한 발자국.

가쁘게 도망을 쳤는지, 족적이 상당히 깊었다.

그 끝에 있는 해괴한 시체.

무언가에 물어뜯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신이 찢어져 버리지도 않았다.

잔뜩 난도질당한 시체에 태욱은 상대방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커다란 대형 몬스터도 아니고 그렇다고 동물형 몬스터도 아니다. 인간을 음식으로 사용하는 몬스터는 더더욱 아니다.'

시체가 온전하게 남았다는 것.

그들은 그저 살육을 즐기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모두 적군에 대비한다."

지금 걸어 들어온 이곳이 적진의 한가운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태욱은 경계령을 내렸다.

그의 예측은 정확하게 들어맞았고 스멀스멀 괴생명체가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키메라.

각종 몬스터들의 부위들로 조합된 녀석들은 기괴한 모습을 자행하고 있었다.

모두가 각각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고 그중에는 태욱이 알고 있는 녀석도 눈에 띄었다.

정체는 바로 엘리자베스의 수하였다.

윌리엄.

그는 강하다고 말하는 모든 몬스터의 집약체였다.

오우거의 힘줄.

트롤의 재생력.

엘프의 뛰어난 청력.

오크의 번식력.

드래곤의 뼈.

모든 신체 부위가 각 몬스터의 강점만 모아 둔 녀석이었다.

"모두 물러서!"

태욱은 재빨리 공격해 들어가려고 하는 헌터들을 제지시켰다.

그들이 직접 부딪히는 것은 죽음의 길로 걸어 들어가는 것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직접 상대한다."

가장 앞으로 튀어 나가 녀석에게 먼저 검을 뻗었다.

채채채채챙.

강한 피부가 태욱의 공격을 그대로 튕겨 냈다.

"크워어어어어!"

괴성을 내질렀다.

'분명 어딘가 그녀가 있다.'

조용한 곳에서 힘을 기르고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지만, 이렇게 계획적으로 움직이고 있을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적어도 이곳에 직접 다른 헌터들이 올 때까지 사람들이 모두 몰살당했다는 것을 알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의도적으로 아직까지 생존자가 있다며 속이고 있던 것이었다.

"어디 있나, 엘리자베스!"

태욱이 엘리자베스의 이름을 거론하자마자 윌리엄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쾅!

재빠르게 기습해 들어오는 윌리엄의 공격을 태욱은 피해 냈다.

'내가 알던 녀석이 아니야.'

분명 과거 윌리엄과의 전투를 치러 봤던 태욱이었다.

하지만, 분명 그의 신체 능력은 이 정도가 아니었다.

'엘리자베스가 더욱 능력이 뛰어난 것이었나?'

본래 엘리자베스는 본 드래곤을 바탕으로 전투를 치렀다.

일전에 태욱이 부숴 버린 본 드래곤 덕분에 더욱 키메라 연구에 매진을 했고 더욱 높은 등급의 윌리엄이 탄생을 한 것이었다.

엘리자베스의 위기는 기회가 됐고 더욱 강한 키메라를 탄생시킨 것이었다.

* * *

스산한 기운을 뿜어내는 연구실 내부.

플라스크는 열을 받아 안에 들어 있는 액체가 끓고 있었다.

보글보글.

"이제 이것만 섞으면."

엘리자베스는 지금 일생일대의 걸작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시체를 수하로 만드는 것이 가장 강력하다고 자신하던 그녀였다.

키메라 연구는 개인적인 욕구일 뿐이었다.

하지만, 웬 인간과 엘프의 합작으로 자신의 본드래곤이 그대로 파괴돼 버렸다.

항상 자신의 안전을 위해 존재하던 녀석이 없어져 버렸으니 더욱 강력한 존재를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에 모든 연구를 매진했다.

연구실 내부는 각종 몬스터들의 신체 부위로 가득 차 있었다.

투명한 병 안에 들어 있는 것은 각 장기였다.

팔도 있었고 심장도 있었으며 심지어 생식기관도 있었다.

각자의 특색 중의 가장 뛰어난 녀석들로 조합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생각을 할 수 있는 녀석이어야 해. 그저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 녀석은 더 이상 필요가 없어."

만약 본 드래곤이 생각이 있었다면 스스로를 커다란 폭발 속에 뛰어들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인간의 뇌까지 준비했다.

모든 부위를 조합하고 난 이후, 엘리자베스는 그 육체가 움직일 수 있는 피를 조금씩 주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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