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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136화 (136/146)

# 136

회귀빨로 지존 헌터

- 6권 15화

태욱은 손목에 있는 시계를 바라본 채로 이야기를 했다.

5분이라는 시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그사이에 CIA 요원은 태욱에게 위성 전화기를 가져다줬다.

"네, 여보세요?"

드디어 드워프들과 연락이 닿은 것이었다.

[누구십니까?]

"저 태욱입니다."

[태욱 군 당신이었군요.]

"어떻게 몸은 건강하십니까?"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음성이었다.

마치 거친 듯 뾰족했던 태욱의 음성은 단순하게 드워프들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부드럽게 변했다.

"어째서 아무런 말도 없이 떠나신 겁니까?"

[그게 무슨 말입니까?]

텅스텐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들은 태욱이 장소를 옮겨야 된다고 전달을 받았다며 어떻게 된 영문인지 오히려 되물었다.

"아, 그렇게 된 거군요. 알겠습니다. 금방 연락드리겠습니다."

위성 전화를 끊자마자, 태욱의 눈빛이 변했다.

"이게 어떻게 된 것인지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태욱의 모습은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의 모습과 같았다.

단순하게 드워프들이 미국으로 이동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으면 그대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적어도 그들의 선택이니 존중을 해 줄 참이었다.

하지만, 태욱은 텅스텐과의 통화를 통해 미국의 뒷공작으로 인한 실종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그게......."

할 말을 잃은 CIA 요원이었다.

바로 앞에서 급변하듯 변화한 태욱의 모습을 봤다.

지금 말을 잘못하면 국가적인 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다분했다.

"진정하시고 이야기로 풀어 나가심이 어떻겠습니까?"

"이야기요? 좋죠."

태욱의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 * *

드워프 송환.

미국 헌터의 일시적 사용권.

국가적 배상.

자신의 대한 정보 삭제.

재발 방지에 관한 서류.

태욱이 이번 사태를 통해 얻은 다섯 가지였다.

이 이야기를 함구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얻어 낸 것은 약간의 부수적인 산물이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미국은 괜한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것이었다.

태욱에게 요청을 하고 드워프들을 설득할 수 있는 것들을 가져왔다면 충분히 동의를 했을 것이다.

미국을 동조하는 것이 아닌 드워프들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

태욱은 그럴 마음이 있었지만, 지금의 사태는 다른 것이었다.

갑자기 자신의 이름을 팔아 그들을 납치해 나가고, 그것도 모자라 한국에 있던 드워프들의 흔적을 지웠다.

자신이 아니라면 쉽게 되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국가적인 압박을 하더라도 시치미를 떼면 그만인 것이다.

한국은 조금의 시간이 흐르면 데몬과의 대규모 전투를 준비해야 됐다.

시간은 한국이라는 국가의 편이 아니었다.

태욱은 이번 기회를 통해 미국 헌터의 일시적 사용권을 넘겨받았다.

강한 헌터가 몇 백 명의 약한 헌터의 능력을 상회할지라도 물량으로 밀고 들어오는 몬스터 웨이브를 언제까지 막아 낼 수 없었다.

숫자에는 숫자.

그것이 가장 정확한 해결책이었다.

"그럼 얼마 후에 요청을 정확하게 받아 주십시오."

"얼마 후에요?"

CIA 측은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대답했지만, 태욱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이 이상의 정보는 필요가 없었다.

자신이 요청을 했을 때, 군말 없이 미국 헌터들을 지원해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정보 방지 요청을 한 이유는 그것 때문이었다.

미국은 국가적으로 자신들의 이익이 눈앞에 보였을 때, 행동을 다르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유리한 강대국은 약소국을 핍박하고 이익을 최대한으로 끌어낸다.

현재는 가장 앞서 나가는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는 미국보다 뒤지고 있었다.

만약 중국이 무너진다면 그를 견제할 나라가 오직 한국밖에 남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이 위기를 맞았다?

그렇다면 미국이 할 만한 행동은 정해져 있었다.

한국이 무너져 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

여력이 부족해 지원을 하지 못한다는 공식 발표를 하겠지만, 그것은 진실이 아니었다.

최강자로 우뚝 설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

미국의 가장 큰 방향성인 것이다.

드워프들은 다시 배편을 돌려 한국으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더 이상 미국에 있을 이유도 없었고 재빨리 한국으로 돌아가 데몬의 공격에 대비해야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저는 그럼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미국에서 사용하는 전용기를 준비했습니다."

"그럼 거절하지 않고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한시가 바쁜 와중 전용기는 무척이나 달가웠다.

잠깐의 미국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태욱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 * *

태욱이 미국을 다녀오는 동안 지원과 영리는 성장에 매진하고 있었다.

지원의 단점은 폭발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다른 헌터들과는 달리 그녀의 특징은 바로 마도 공학이었다.

개인의 힘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공학적인 행동과 더불어 물체를 만들어 내는 데 효과적인 것이었다.

힘이 부족하다면 새로운 무구를 만들어 내야 했지만, 그녀의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하아. 뭘 해야 될지."

일시적인 뇌 속의 코마 상태가 돼 버린 것이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고 떠오르지 않는다.

드워프들에 대한 것은 태욱에게 넘겼지만, 때때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것이 그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다른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른 지원은 머리를 강하게 흔들었다.

"정신 차려 지원아!"

스스로에게 외치는 음성이었다.

본인이 만족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었다.

계량을 거듭해 나가던 게틀링 머신도 더 이상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

"하아, 어떻게 해야 되지?"

"무슨 걱정 있으십니까?"

그때였다.

지원의 곁으로 다가온 인공지능이 그녀에게 말을 걸어왔다.

계속해서 인간들과 대화를 나누며 지능이는 딥 러닝되고 있었다.

슬픔과 기쁨.

인간의 말 속에 담겨 있는 진정한 의미.

행동 패턴.

모든 것이 조금씩 변화되더니, 지금은 인간과 별 다를 바가 없었다.

"뭔가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아서."

"무슨 고민인지 말씀해 주시면 같이 생각하겠습니다."

지능이는 그녀의 곁에서 기다렸다.

명령을 기다리는 기계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사람과는 달리 지능이는 언제까지라도 기다릴 것이다.

"전투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어."

"일시적으로 전투력을 강화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건 나도 알고 있는데, 일전에 데몬과의 전투를 통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음을 깨달았어."

"그렇다면 데몬과 전투를 하지 않으면 됩니다."

기계적인 사고에서 나올 수 있는 대답이었다.

딥 러닝을 통해 인간과 대화를 하는 방법이 나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기계의 한계는 여실히 들어나고 있었다.

감정적 공유에서 만들어내는 창의성은 기계가 지니지 못한 유일한 단점이었다.

객관적인 판단이 언제나 들어가 있었다.

적군과 상대를 할 때, 인간은 팔을 잘리지 않고 적군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 반면, 기계로써는 팔을 하나 내어주더라도 빨리 목표지점에 닿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는 다는 것이다.

인간과 인공지능은 한없이 가까워지기위해 노력하더라도 그 근본은 변하지 않는다.

지원은 지능이와의 대화에서 깨달았다.

데몬과에서 전투력이 나오지 않는다면 데몬과 전투를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었다.

지원은 새로운 생각이 번뜩하고 떠올랐다.

"그래, 맞아. 데몬과 전투를 벌이지 않으면 되는 거였어."

지원은 다른 방법을 떠올렸다.

자신이 데몬과 상대를 하며 아무런 힘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이 힘을 쓰면 되는 것이었다.

데몬이 아닌 몬스터를 상대하고 있는다면?

그럼 비교적 손속에 여유가 있는 다른 헌터들이 데몬과의 전투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지원은 곧바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게틀링을 대량생산하기 시작했다.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고 온전하게 모든 힘을 저축하고 있는 상태에서 데몬을 상대하는 것.

지원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다.

영리는 지원과는 달랐다.

"얘들아~"

그녀의 능력은 소환수를 다루는 일.

압도적인 재능과 능력을 가지고 그녀는 지금까지 성장을 해 오고 있었다.

정작, 태욱과 은비가 데몬과 전투를 벌이고 있을 때, 그녀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

정확하게는 어떻게 움직여야 될지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었다.

방어벽을 대신 펼쳐 줄 수도 있었고, 소환수를 이용해 공격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영리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자신의 나약함이 동료의 희생을 만들어 냈다고 그녀는 계속해서 되뇌고 있었다.

'금강철인 아저씨가 나 때문에.'

마음속에서 슬픈 감정이 울컥하고 튀어 올랐다.

눈에서 그렁그렁한 눈물은 맺히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를 생각하면 눈물이 왈칵하고 쏟아지곤 했는데, 이제는 아니었다.

그녀의 내면이 조금씩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슬픔을 계속해서 가지고 있다고 해서 미래가 밝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고 있는 것이었다.

"현무. 이제 뭘 해야 될까?"

그녀의 주변에는 벌써 6마리의 소환수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머리가 팽팽 돌 듯이 어지러움증을 느끼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없었다.

영리는 자신의 힘을 늘리기 위해 최대한 소환수들과 같이 생활을 했다.

소환수들이 크기를 줄여 힘을 최대한 적게 사용하는 것은 자제했다.

"얘들아 내가 힘이 부족해서 앞으로 더욱 힘을 키워야 돼, 그러니 너희가 도와줘야 될 것 같아."

그 이후 영리는 온전한 힘을 뿜어내는 소환수들에게 자신의 정령력을 계속 쏟아 냈다.

처음 하루간은 거의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정령력 소모로 인한 탈진 상태에서 깨어나면 쉼 없이 소환수들을 불러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것뿐이었다.

너무나 부족한 정령력에 다른 행동을 할 수 있을 만한 여유가 없던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환수들을 오래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생겨났다.

본래 소환수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걸맞을 정도로 영리의 분위기는 뒤바뀌었다.

어린아이와 같은 뉘앙스가 풍기던 그녀는 어느새 매력이 물신 풍기는 성년의 여성으로 탈바꿈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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