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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106화 (106/146)

# 106

회귀빨로 지존 헌터

- 5권 10화

다음으로는 영리였다.

그녀는 자신의 소환수를 통해 주변에 강한 열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주작!"

불의 근원이라고 불릴 수 있는 주작이 나타나 그녀의 주위를 감싸 안았다.

크기는 사람의 머리 크기 정도로 아직 모든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

본래는 커다란 크기를 자랑해야 되지만, 아직 영리의 힘이 강하지 못한 탓이었다.

"주작 부탁해, 이곳을 최대한 뜨겁게 해 줘."

영리의 주문에 주작이 물었다.

-내가 최대의 힘을 내면 이곳에 있는 모두가 불타 버리겠지.

주작의 이야기를 들은 영리가 대답했다.

"괜찮아."

-그럼 알았다.

주작은 영리의 마나를 한 움큼 가져간 이후 강한 열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태욱은 그 모습을 보고 놀랐다.

'언제 주작과 계약을 한 거지?'

그가 보는 동안 계약한 적이 없었다.

상당히 빠른 시간에 주작을 불러낸 영리의 모습이 믿기지 않았다.

'빠른 성장 속도 덕분인가?'

태욱과 팀을 이뤄 전투를 하고 다닌 탓에 영리의 성장은 눈부시게 빨랐다.

그렇기에 지금 이렇게 주작을 소환해 그 힘을 사용할 수 있었다.

팀원들이 열기를 뿜어내기 위해 노력을 하는 순간 엄청난 냉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쩌저저저저적.

어떤 물질이든 순식간에 열기를 뺏기기 시작했다.

지원이 만들어 낸 마찰에 의한 열기는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붉게 물들었던 총열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차갑게 식어 버렸다.

유일하게 버텨 내는 것이 주작의 열기였다.

"주작!"

차가운 기운이 솟구쳐 오르자 영리는 주작의 이름을 다시 불렀다.

급속도로 차가워지는 가운데 오로지 하나의 불길만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뭐지?

주작도 처음 느껴 보는 차가운 기운에 깜짝 놀랐다.

-계약자, 마나를 더 사용해도 괜찮겠어?

주작은 영리를 걱정해서 물었다.

단번에 많은 마나를 뽑아 쓰면 소환자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주작은 영리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에 그녀의 의사를 물었고 영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해, 주작."

어질.

단번에 많은 양의 마나가 빠져나간 영리에게 어지러움이 당도했다.

"괜찮아?"

곁에 있던 은비가 그녀의 몸을 지탱했다.

"괜찮아요."

오들오들.

영리를 품에 안은 은비는 그녀가 미세하게 떨고 있음을 눈치챘다.

'추위 때문인 건가, 아니면 마나가 급격하게 빠져나가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 이상이 생긴 것에 틀림없었다.

"태욱."

"왜?"

"영리가 많이 떨고 있어."

은비가 태욱에게 영리의 상태를 알렸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

냉기는 계속해서 침투하고 있었고 발열을 할 수 있는 한계가 분명했다.

영리의 마나가 떨어지는 순간, 그 순간이 최후의 시간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와닿았다.

"다른 방법이 없나?"

계속해서 방법을 모색해 내고 있었지만, 별다르게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유일하게 동료들을 지켜 내고 있는 영리의 표정은 점점 창백하게 굳어 가고 있었다.

-더 이상 마나를 끌어다 쓰면 소환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결국 손을 든 것은 주작이었다.

영리의 안전이 최우선인 주작에게 더 이상 마나를 끌어다 쓸 수 없는 상태가 돼 버린 것이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지?"

-약 5분?

5분 내에 해결책을 생각해 내야 된다는 것이 태욱에게는 너무나 큰 압박감이 돼 돌아왔다.

두근.

'뭐지?'

태욱은 자신의 심장박동 수가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두근두근.

오른쪽 심장이 저려 오기 시작했다.

"크으윽."

갑자기 찾아온 고통에 태욱은 참을 수 없는 신음을 터뜨렸다.

"왜? 무슨 일이야?"

태욱이 터뜨린 신음에 지원이 물었다.

"아....... 아니...... 야."

가까스로 말을 내뱉었지만, 이미 태욱의 표정은 한참 찡그러져 있었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이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크아아아아악!"

결국 참고 있던 고통을 입 밖으로 내뱉으며 태욱이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엘리자베스는 인간이 터뜨린 신음 소리를 듣고 광소를 터뜨렸다.

"하하하하하하하하. 녀석들 꼴 좀 보게, 차가운 곳에서 영원히 고통받아라!"

"이런 젠장!"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은비가 억울한 듯 욕지거리를 내뱉으려고 했다.

스스로가 너무나 무능력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다른 방도가 없나?'

정신적 지주이던 태욱이 무너지는 순간을 바라보자 뭔가 둑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젠장!"

그녀의 외침은 너무나 절망적이었다.

* * *

두근.

마치 심장이 귀에서 뛰고 있는 것 같았다.

'이게 뭐지?'

태욱은 주위를 살폈다.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심해의 바닷속에 갇힌 기분이 든 태욱이었다.

'저건 뭐야?'

몸은 차분하게 가라앉고 있었지만, 바닥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방금 전까지 그는 엘리자베스와 싸우고 있었다.

아니,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다는 것이 맞았다.

그녀의 블리자드.

강한 냉기를 동반한 돌풍이 그들에게 몰아쳤을 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저 그녀의 공격을 최선을 다해 막아 내는 게 최선이었다.

회귀 전 태욱이었다면 이렇게 허망하게 공격만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빠르게 성장을 하고 마왕과 싸울 준비를 착실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허망한 결과였다.

두근.

또다시 심장소리가 커다랗게 들렸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지?'

자신의 가슴속에서 불끈하고 뭔가의 기운이 흘러 들어왔다.

울컥.

입안에서 강렬한 피 맛이 흘러 들어왔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자신이 뭘 하는지, 그리고 이렇게 깊은 곳에 왜 있는지 아무것도 알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때였다.

버텨 낼 수 없는 고통이 휘몰아쳤다.

"크아아아악!"

마치 뼈를 깎아 내고 모든 근육을 뜯어내는 기분이었다.

뚝.

뚜뚜뚝.

비틀리듯 온몸을 틀어 버린 태욱의 몸속에 있는 뼈들이 소리를 내질렀다.

"크아아아악!"

신체가 조금씩 변화되고 있었다.

마나의 활용도를 위해 얻어 낸 용체린의 진정한 의미를 태욱은 모르고 있었다.

용체린은 일종의 씨앗이었다.

씨앗은 적당한 성장 환경이 돼야 자라난다.

물론 성장을 하지 않아도 그 효과는 엄청났다.

가지고만 있어도 많은 양의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기본이고 그 활용도 또한 높아진다.

하지만, 성장을 한 용체린은 차원이 달라진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움직이는 것이 용체린의 씨앗이라면, 성장한 용체린은 주변의 마나를 관망한다.

일시적으로 사라지게 만들 수도 있고, 부풀릴 수도 있었다.

마나의 가감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지금까지 용체린의 성장을 보지 못한 이유는 너무나 간단했다.

사용자가 견뎌 낼 수 없는 냉기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굳이 자신을 냉기에 내던지는 사람이 없었기에 이 비밀은 끝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번에 태욱이 그 기회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던 태욱은 너무나 곤욕스러운 고통 때문에 비명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으아아악!"

멈추지 않을 것 같던 고통들이 조금씩 사그라지기 시작하자, 태욱은 자신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뭐지? 몸이 가벼워.'

환골탈태(換骨奪胎).

신체가 마나를 활용하기 가장 좋은 몸으로 뒤바뀌고 있었다.

'갑자기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

태욱에게는 너무나 갑작스러운 변화였다.

그러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왜 이곳으로 자신이 이동했는지, 그것 또한 의문이었다.

'설마? 여긴?'

-그렇다. 여긴 네 자아(自我) 속이다.

갑자기 머리를 강렬하게 울리는 울림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봐도 아무도 없었다.

그저 태욱 혼자만이 이 깊은 바닷속에 있었다.

-이제 돌아갈 것이다.

잠깐의 울림이 끝나고 태욱은 눈으로 빛이 쏘아져 들어왔다.

* * *

"으윽."

어지러움을 느낀 태욱이 머리를 흔들었다.

"괜찮아?"

"어떻게 된 거지?"

그의 상태를 묻는 지원에게 도리어 태욱이 물었다.

"갑자기 소리를 내지르더니 쓰러졌어."

'뭐지?'

태욱은 정신이 돌아오자 자신의 몸이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추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눈에는 푸른 물방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뭐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지독한 냉기가 몸을 파고 들어오자 춥다는 감정이 피어올랐다.

그때였다.

갑자기 푸른 물방울들이 일제히 태욱의 곁에서 떨어져 나갔다.

푸른 물방울의 정체는 마나였다.

기감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이제 실제 형상화돼 태욱의 눈으로 정보를 전달했다.

'이게 마나인가?'

손끝을 따라 일렁이는 모습이 마치 물(水)을 보는 것 같았다.

그의 손길 한 번에 일순간에 푸른 물방울들이 이동했다.

유일하게 열기를 내뿜고 있던 주작이 사라지고 고요함이 태욱의 주변을 감싸 안았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영리야!"

갑자기 사라진 주작 덕분인지 모두가 영리를 걱정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영리는 갑자기 역소환당한 소환수들 덕분에 당황했다.

"주작? 현무? 다들 어디 간 거야?"

항상 그녀의 곁을 지켰던 소환수였기 때문에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영리였다.

태욱은 자신의 생각이 들어맞자 냉기를 내뿜는 차가운 마나들을 모두 동료들로부터 떨어뜨렸다.

"어? 갑자기 따뜻해지기 시작했어."

방금 전까지 뼈마디가 시린 차가움이 온몸을 파고들었는데, 순식간에 사라지자 동료들은 당황했다.

"이제야 마법이 끝난 건가?"

"아니, 내가 멈췄어."

태욱은 자신이 마법을 중단시켰다고 말했다.

"이제 싸워 볼 수 있겠는데?"

엘리자베스의 공격이 오히려 태욱을 성장시키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됐다.

"도대체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 거야?"

의문을 가지는 동료들이었다.

"그건 내가 나중에 설명해 줄 테니까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태욱은 그런 동료들을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이제부터 2차전을 시작해 볼까?"

당당한 발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태욱이었다.

* * *

엘리자베스는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된 거지?'

방금 전까지 블리자드의 마법 권역 내에 있던 녀석들이 열기를 잃어 가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그 불씨가 꺼질 것 같았지만, 일순간에 한 부분의 마법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 가운데 한 명이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었다.

"이제부터 2차전 시작해야지."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녀석이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은 엘리자베스였다.

"네놈이 이렇게 만든 거였구나?"

분노는 고스란히 목소리의 주인공에게 꽂혔다.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이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거의 존재감이 없는 녀석이었다.

그런 녀석이 자신의 라이프 베슬의 위치도 알아내고 소중한 본 드래곤까지 부숴 버렸다.

마왕의 명을 받고 새로운 군대를 육성하기 위해 가장 좋은 곳을 골랐고, 마음에 드는 실험체도 많았다.

이제 고지를 바로 눈앞에 두고 있었기에 엘리자베스는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그 기분을 단번에 망쳐 버린 녀석이 그것도 너무나 당당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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