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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93화 (93/146)

# 93

회귀빨로 지존 헌터

- 4권 21화

"인간들이 어디서 정박하고 있는지 파악을 해 뒀습니다."

타르가는 경계선 근처에서 계속해서 움직이는 인간들을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엘프 장로에게 망설임 없이 안내를 할 수 있었다.

"얼마나 더 가야 되는가?"

경계선이 다가오자 장로가 타르가에게 물었다.

"경계를 넘으면 금방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저 멀리 인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들인가?"

"네, 맞습니다."

장로는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섰다.

그의 접근을 눈치챈 태욱 일행은 먼저 다가서지 않고 제자리에서 엘프들을 기다렸다.

"안녕하십니까?"

두 명의 엘프가 모습이 보이자, 태욱은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우리가 오는 것을 알고 있었나 보군요."

"아닙니다. 그저 우연치 않게 알게 됐을 뿐입니다."

태욱은 그들이 이곳에 접근을 하기 전에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가요?"

경계를 서던 타르가와는 달리, 지긋하게 나이 들어 보이는 엘프는 상당히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적어도 강한 힘을 보여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것이 아닌 넓은 포용력으로 상대방을 감싸는 것이었다.

"꽤 재미있는 일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대화가 목적인데, 대화 자체가 힘드니, 제 나름대로 고심을 해 봤습니다."

태욱은 장로의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의 목적은 단 하나.

마을을 통과해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숲은 끝없이 펼쳐져 있고 우회를 한다면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이상, 관통하는 것이 가장 좋았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엘프들의 도움을 얻지 못한다면?

결국 돌아가는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태욱을 바라보는 엘프 장로도 깜짝 놀랐다.

'인간이 정령 저렇게 깨끗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가?'

장로의 눈으로 바라보기에는 태욱은 전혀 엘프 마을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

물론,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등 뒤로 풍겨져 나오는 아우라에서 호기심과 같은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지만, 태욱은 그런 기운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엘프를 이렇게 보는 것이 신기할 따름일진데, 왜 당신은 그 호기심조차 없는 것이오?'

오히려 해탈해 보이기까지 하는 태욱의 모습에 당황을 한 것은 장로였다.

"뭐, 저희가 잘못한 것이라도 있습니까?"

"아닙니다. 그저 제 개인적인 호기심 때문에 이곳을 찾아왔습니다."

"호기심이요?"

태욱은 놀랐다.

엘프가 호기심으로 자신을 찾아올 정도로 일을 벌이지 않았다.

단순하게 좋은 호감을 가질 수 있다면 대화 정도는 할 수 있겠지, 라는 것이 태욱의 생각이었다.

태욱의 바람대로 결국 대화는 했다.

원하는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대화를 했다는 것에 의미를 삼고 있었다.

다른 엘프가 찾아와 이렇게까지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뭐, 저희가 이곳에 있는 게 불편하십니까?"

엘프 장로는 어색한 웃음을 짓고 뒤에서 바라보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향해 물었다.

그들은 입으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상당히 굳어 있는 상태였다.

어디서든, 정확하게 목표를 향해 날아오는 화살이 지금 자신을 향해 겨눠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잘못하다간 화살 비의 목표가 될 거야.'

은비는 눈동자를 굴리며 아무리 기척을 감지해 봤지만, 엘프들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장로는 손을 들어 타르가를 불렀다.

그리고 귓속말을 하더니, 타르가가 큰 휘파람 소리를 냈다.

"휘리리릭."

일순간에 공기가 얼어붙을 것처럼 차가웠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따뜻한 봄이 온 것마냥 훈훈해졌다.

"경계병은 모두 물렸으나, 여기 있는 이 녀석은 제 곁에 있어야 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저희에게 이렇게 배려를 해 주셨으니 저희가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겠지요."

장로는 행동을 하면서 태욱의 모든 행동을 관찰하고 있었다.

어디 거짓은 없는지.

지금 다른 꿍꿍이를 깊은 속내에 숨기고 엉뚱한 짓을 하는 것인지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저희는 이 숲 건너편으로 이동을 하려고 합니다."

"그렇군요."

태욱은 다짜고짜 엘프 장로에게 자신의 목적을 이야기했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다른 의도를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여기계시는 이분 덕분에 며칠째 제자리에 발이 묶여 있습니다."

태욱은 뒤에 서 있는 타르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타르가는 아무 잘못이 없었다.

그의 임무는 바로 마을을 지키는 것이었다.

절로 태욱의 일행의 계획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타르가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저들의 임무가 경계를 서는 마을을 지키는 것이니."

"맞습니다. 그가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태욱은 장로의 말에 동조했다.

"저희가 다크 엘프가 아닌 엘프인 것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장로는 여기 있는 일행이 엘프를 짐작하고 있다고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 않는 이상, 자연적으로 떨어져 있는 과실들을 모아 제공을 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다크 엘프들은 육식도 하고 굳이 과일을 먹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건, 경계선에서 화살을 날리는 행동 때문에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경계선에서 날리는 화살이라."

장로의 입장에서는 태욱의 입에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왔다.

"보통의 다크 엘프들은 자신의 마을에 들어오는 것을 꺼려 합니다."

"그건 엘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네, 맞습니다. 하지만, 다크 엘프들은 경고의 화살을 날리지 않습니다."

"......."

"경고의 사격 대신 바로 공격을 자행하지요."

"사소한 차이에서 엘프인지 다크 엘프인지 알 수 있었다는 것인가요?"

"네, 맞습니다."

장로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안전장치.

엘프의 본성을 잃지 않도록 하는 최후의 보루를 보고 태욱이 알아차렸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엘프에 대해서 꽤나 많이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어쭙잖은 지식으로 조금 알고 있습니다. 많이 알고 있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태욱은 자신을 치켜세워 주는 엘프 장로를 향해 손사래를 쳤다.

"그럼 계속해서 이곳에 정박하실 계획이십니까?"

"며칠 더 있다가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면 이곳을 떠나야 하겠지요."

아쉬운 듯이 말을 하는 태욱의 행동까지 살펴본 장로는 그가 다른 목적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됐다.

"그럼, 여기 있는 타르가가 안내를 해 줄 것 같네요."

웃으며 이야기하는 장로의 말에 타르가는 뒤에서 깜짝 놀라며 큰소리를 냈다.

"장로님!"

갑작스런 장로의 결정이었다.

"그저 지나간다고 하는 것인데, 뭐가 걱정인 건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하는 장로의 모습은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하나, 마을에 들이는 것은 경계 수칙에 위배되는......."

"괜찮아 괜찮아. 아무 일 없겠죠? 그저 숲을 통과하는 것인데."

고개를 돌려 태욱에게 물었다.

"네, 네 물론입니다. 숲을 통과만 시켜 주신다면 좋습니다."

태욱은 갑자기 막혀 있던 길이 뻥 하고 뚫리는 기분을 느꼈다.

커다란 벽을 상대로 이야기하는 것 같았던 타르가와의 대화와는 달리 장로와의 대화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눈치챈 것이다.

"이분들을 안내해 주게."

잠깐의 대화로 그들이 다른 탐욕적인 욕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장로는 숲을 통과시키려고 했다.

장로의 생각은 경계병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강제로 인간들을 이동시킬 수 없다면, 그들이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장로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 중, 큰 무력 충돌을 하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타르가가 장로의 선택에 반발을 한 것이다.

"아무래도 그건."

그가 곤란하다는 의사를 계속 표했지만, 결국 장로의 말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타르가는 강한 반발을 했지만, 그의 생각은 정확한 목표에 달하지 못했다.

"장로님!"

"허허, 뭘 그렇게 걱정하는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외부인을 마을 경계선 안으로 들여보낼 수는 없습니다."

"타르가."

"네, 말씀하십시오."

"내가 직접 확인한 사람들이다. 그러니, 토를 달지 말거라."

일종의 함구령이 내려진 것이다.

엘프 마을에서 장로는 가장 커다란 힘을 지니고 있다.

그가 직접 이야기한 것이니 더 이상 캐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오직 타르가가 대답할 수 있는 말.

"알겠습니다."

타르가의 대답이 흘러나오자 장로는 태욱의 일행을 보고 이야기했다.

"이제는 어렵지 않게 이동할 수 있게 되실 겁니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감사합니다. 장로님."

예상치 못하게 일이 풀려나가자 태욱은 재빨리 짐을 챙겼다.

엘프가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꿀 리는 없지만,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지금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 때, 활용할 수 있을 때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태욱은 고개를 돌려 타르가에게 인사를 건넸다.

장로가 직접 안내는 하지 않을 터, 저기 눈앞에 있는 엘프.

그가 안내를 할 것이 분명했다.

'우리에게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최대한 조심해야겠다.'

태욱은 혹시나 그의 심기를 최대한 거스르지 않도록 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같이 이동을 할 것이라면 좋은 분위기가 좋지, 서로 경계하고 싸우는 분위기는 서로에게 손해인 것이다.

"지원아 준비됐어?"

가장 짐이 많은 사람.

그녀가 준비가 끝나면 모두가 준비가 끝이 나기 때문에, 태욱은 가장 먼저 그녀의 상태를 물었다.

"응, 다 끝났어, 이제 이동하면 돼."

지원은 마지막 짐을 가방에 넣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걸어서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하게 준비된 것은 아니지만, 급하게 이야기하는 태욱의 모습에 절로 끝났다는 말이 흘러나온 것이다.

"저희는 준비가 끝났습니다."

고개를 돌려 타르가에게 이야기할 때, 엘프 장로는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벌써 마을로 돌아간 것인가?'

전혀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다른 것에 신경을 쓰고 있을지라도 물체가 이동하는 감각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는 것에 당황스러웠다.

'엘프의 특색인가?'

숲에 들어와서 눈앞에 타르가가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태욱은 깜짝 놀랐다.

분명 타르가가 앞에서 걸어 나가고 있었다.

같은 보폭으로 나아가는 것 같았지만, 정신을 차리면 꽤나 먼 거리로 떨어져 있었다.

사뿐사뿐 걷는 그의 움직임에 태욱 일행은 점점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헉헉."

"분명, 천천히 가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빨라."

가장 체력적으로 뒤처지던 영리가 깊은 숨을 내뱉었다.

그녀의 곁에서 부축을 하던 은비가 투정을 내뱉었다.

"저기, 조금만 천천히 이동을 하면 안 될까요?"

지원이 앞서 걸어가는 타르가에게 요청하듯 말했다.

"크음, 내가 실수를 한 것 같군. 그럼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동을 하겠소."

아무런 생각 없이 걸어 나간 타르가의 잘못이기는 했다.

엘프들은 숲에서 뛰어나게 전투 능력이 상승한다.

육체적인 강함이 상승하는 것이 아니다.

재빠른 몸놀림과 더불어 기척을 최대한 숨길 수 있었다.

인간들이 지금까지 따라온 것이 더욱 신기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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