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
회귀빨로 지존 헌터
- 3권 13화
한성 중공업.
커다란 문패를 가지고 있는 회사의 근간이 되는 공장은 온통 보안 요원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어떻게 찾아오셨습니까?"
잔뜩 경계 어린 눈빛으로 태욱과 그 일행 바라봤다.
"저는 한성 중공업 강태욱 이사입니다."
과거 경비원에게 거부당했기에 한성 중공업에서는 태욱에게 이사의 자리를 만들어 줬다.
명함을 꺼내 보이며 확인을 하는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몬스터의 습격 이후, 사람들은 커다란 회사에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회사는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헌터 보안업체에 계약을 해 놓은 상태였다.
평소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지만, 갑작스런 몬스터 등장에는 커다란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을 대비한다고 이야기하면서 지속적인 지출이 끝내 회사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 가이드가 된 것이다.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요즘 많은 사람이 몰려들고 있어서."
피곤한 내색이 역력한 상태에서도 보안업체 요원은 최대한 친절하려고 노력했다.
"그럼 들어가 봐도 괜찮겠습니까?"
약간의 절차를 거처 들어온 한성 중공업 내부는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유섭이 있었지만, 태욱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어디 다친 데는 없으신지요?"
태욱에게 묻는 말투였지만 그의 눈동자는 자신의 딸아이를 찾고 있었다.
자신의 딸아이를 걱정하는 전형적인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그, 그런데......."
조심스럽게 운을 띄우는 유섭에 말에 태욱이 재빠르게 대답했다.
자식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은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걱정을 하는 것이 표정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
"지원 씨는 연구 때문에 늦어질 것 같습니다. 그런데 걱정하지 마세요. 누구보다 안전한 곳에 있습니다."
"휴우. 그렇군요."
안도의 한숨을 깊게 내쉰 유섭은 곧 표정을 바로잡았다.
"이런, 추한 모습을 보여 드려 죄송합니다."
바로 태욱에게 사과를 건넸다.
누구의 목숨이든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단순히 딸아이가 안전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도를 하는 자신의 모습에 기분이 상하진 않을까 걱정을 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말이었다.
항상 대기업의 갑질에 고개를 숙이던 버릇이 튀어나와 버린 것이다.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한 행동이지요. 자식의 걱정을 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다고 그러십니까?"
태욱은 걱정하는 유섭을 다독였다.
"그런데, 어디 큰 피해는 없으십니까?"
회사적으로 피해를 입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에서 물은 질문에 유섭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저, 그게......."
쉽게 말을 하기가 힘들었는지 뜸을 들이는 표정에는 어쩔 줄 몰라 하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어디부터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는데......."
유섭은 장황하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마정석 합성 장치에 관한 것이다.
거의 모든 회사와 협력을 시작한 한성 중공업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프리미엄을 붙여 이와 같은 개발을 하는 다른 대기업으로부터 수익을 얻는 형태였다.
최초의 모델은 자신들이 만들었지만, 프리미엄을 통해 수익을 얻어 내는 형태가 나쁘지 않다고 말한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그들도 독자적인 형태의 새로운 개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되자, 계약 중단을 선언하는 형태가 돼 버린 것이다.
"그렇군요. 머지않아 일어날 일이었습니다."
태욱은 당장 매출이 줄어든다는 것을 듣고서도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태욱이 예상한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었다.
'어차피 프리미엄에 대한 수익은 이제 끝이 날 것이라고 생각했어.'
본래, 기술이라는 것이 처음 개발하는 것이 어렵지, 성장해 나가는 과정은 굉장히 빠르다.
원리를 이해하고 만들어 낸다면, 다른 방법으로 얼마든지 재생산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정해진 수순이었다.
'이제 재도약을 해야 될 시기가 온 것 같군.'
전 세계적으로 한성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커다란 회사가 됐다.
다른 마정석 기계라고 할지라도 신상품일 뿐이지, 뼈대와 명목은 아직 한성 중공업이라는 이름으로 팔려 나가고 있다.
"이제는 다른 것을 준비해야 됩니다. 하지만, 그것도 금방일 겁니다."
태욱은 걱정 말라고 이야기하면서 계약을 철회해 온 기업들의 명단을 훑어 내려가고 있었다.
"이게 이번에 계약 철회를 해 온 기업들의 명단인가요?"
"네."
"아주 깔끔하게 정리돼서 보기 좋네요."
태욱은 웃으며 대답했다.
이미 계약 해지는 예상했지만, 실제로 그것을 해 온 기업들에게는 고운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어디 보자.'
명단을 읽어 내려가는 와중에 너무나 익숙한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다크 나이트.
'녀석들도 기술 계약을 한 상태였나?'
모든 기술 계약 업체를 태욱의 눈으로 확인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과 계약이 돼 있다는 것을 이제야 확인했다.
물론, 그들과의 계약을 막아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회사 운영은 자신보다, 여기 있는 다른 회사원들이 잘할 것이다.
자신은 커다란 방향을 잡을 뿐, 세세한 것은 모두 전문가의 손길에 맡기는 것이 가장 빠른 성장을 할 수 있는 지름길이었다.
단물만 쏙 빼먹고 빠진다고 이야기하는 곤충과 같은 녀석들에게는 좋은 꿀을 계속 제공해 줄 필요가 없었다.
"더 좋은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지금 한 선택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선택에 대한 후회를 확실하게 알려 줄 셈이었다.
* * *
태욱은 자신의 상황을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한 박자 빨라진 건가?"
현재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을 하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새로 짜야 했다.
'일단 정확하게 평가하자.'
대략 몬스터들의 인간을 습격하는 형태가 그려지는 것은 적어도 5년 뒤였다.
'회귀 전에는 말이지.'
태욱이 기준점으로 삼은 사건들은 회귀 전에도 커다란 사건이었다.
그 시기를 잊어버릴 리가 만무했다.
5년이라는 시간이 차이가 나는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하고 있는 것.
'설마? 기술 개방?'
회귀 전과 지금과 다른 것이 있다면 대표적으로는 기술의 개방이었다.
가장 앞서 나가겠다는 선택이 만들어 낸 비틀림이었다.
빠르게 기술을 개발하는 만큼 발전적인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란 확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태욱이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다.
한성이 가진 기술을 개방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에 관한 사실이었다.
회귀 전에는 한성만 쥐고 흔드는 마정석 정제 기술이었다.
한성 혼자서 모든 기술을 가지고 생산을 했기 때문에 생산량은 적었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독점이라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매출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많은 양의 기계가 팔려 나가는 순간, 기술이 조금씩 유출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설마?'
과거와 지금이 다른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기술의 개방.
"흐음."
신음 섞인 한숨이 흘러나왔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이것을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내가 시기를 빠르게 당겼다?'
태욱의 선택에 따른 미래의 변화였다.
과거와 같은 선택을 한다면 미래는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시 몬스터를 상대하는 헌터들의 능력은 변하지 않았다.
변화를 꾀하기 위해 택한 선택은 결국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시간이 빨라지고 있어.'
어쩌면 예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담담하게 정리를 하면서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예측을 하고 있었다는 반증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따금씩 피어오르는 걱정에 태욱은 종종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똑바로 하고 있는 것인가, 아닌가?
과거를 가지고 무한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래를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 개발에 최선을 다한 태욱이었다.
아직 인공지능 개발은 성공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지원이 있었다.
태욱은 지원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녀라면 과거보다 능히 훌륭한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 * *
몬스터의 습격으로 참담해진 서울 도심에서는 구호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사실 구호 활동이라고 할 수가 없는 것이 생존자는 거의 전무했다.
전쟁을 통해 서로가 인질을 잡고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몬스터에게 인간은 단순히 먹잇감에 불과했다.
그런 먹잇감을 두고 무슨 거래를 한다는 말인가?
더구나, 몬스터들은 본능과도 같은 이드(id)만 소지하고 있다.
생존의 본능인 에로스(Eros)와 죽음의 본능인 타나토스(Thanatos)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한다.
흡사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이었다.
어린아이는 제 몸을 가누지 못해 울음이라는 표현으로 원하는 것을 얻어 낸다.
하지만, 몬스터들은 자신의 몸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았다.
먹고 싶은 마음이 들면 언제든지 먹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자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그 자리에 누워 수면을 취하는 것이다.
본능적으로 움직이고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발전에 관한 것은 그들의 마음이나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었다.
"일단, 생존자가 있는지 확인부터 해 봐야겠어."
태욱이 한성 중공업을 확인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은 바로 의아함이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데, 이게 맞는 선택인가?'
생존이라는 큰 틀을 가지고 회귀를 했다.
태욱에게 있어서 생존이라는 말은 삶의 이유와도 같은 단어였다.
그 생존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과연 내가 최선을 다한 것인가?'
의문이 들었을 때,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봤다.
흰색의 서류 뭉치와 함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작은 펜이었다.
그의 주변에서는 종이 냄새와 잉크, 그리고 강한 방향제 냄새만 가득히 풍기고 있을 뿐, 어디에서도 혈향(血香)이 피어오르지 않았다.
"내가 맞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
지금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태욱은 사무실 밖으로 뛰어나온 것이었다.
시간이 흘러 그 서류가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수는 있었지만, 직접적인 인간의 생존에 대면하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사람들을 구하자."
당장이라도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몬스터를 한 마리씩 처리하기 시작했다.
아직 제대로 된 구호소를 구축하지 못했다.
처음 있는 일이어서 그런지, 정부도 어느 정확한 대응을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가장 빛을 발하는 것이 한성 중공업 구호소였다.
"한성 구호소입니다. 여러분 구호 물품 받아 가세요."
몬스터의 분탕질로 돌아갈 집을 잃어버린 사람이 태반이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 있던 건물들의 일부는 무너졌고, 매일 밤 추위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이 길거리로 튀어나왔다.
그러한 사람들을 위해 한성에서는 체온을 유지시켜 줄 수 있는 각종 구호 물품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여러분 많은 물량이 준비돼 있습니다. 차례대로 줄을 서세요."
대기업의 이름을 달고 밖으로 나오자, 처음에는 의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던 사람들도, 어느새 기다랗게 줄을 섰다.
"저, 정말 구호 물품을 주는 겁니까?"
"네, 물론이에요. 차례로 줄을 서서 기다리시면 나눠 드리겠습니다."
방한용품.
허기를 때울 수 있는 간단한 식사.
몬스터가 나온다면 당장이라도 도움을 청할 수 있는 헌터.
구호소에 필요한 3가지가 충족되자, 조금씩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