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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59화 (59/146)

# 59

회귀빨로 지존 헌터

- 3권 11화

"휴우, 그래 잊자, 잊어."

어젯밤의 달콤한 꿈이었다고 지금의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한 지원이었다.

좋은 조언을 들었으니, 다시 처음부터 개발을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미 지나가고 벌어진 일이었다.

그 일을 수습하지 못한다면 깔끔하게 포기하거나 인정하고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는 것을 알고 있는 지원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아래로 내려오자, 향긋한 스프 내음이 그녀의 입맛을 강하게 당겼다.

"혹시 다른 사람들은?"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 말고는 드워프들뿐인 식탁에서 지원은 조심히 물었다.

"어젯밤 각자 흩어져서 잠을 잤을 거예요. 물론 걱정하지 말아요. 마을 공방에 들어가면 어디서 다들 잠을 잤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드워프들에게 있어서 마을 공방은 인간들에게 서로의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소식통과 다를 바 없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막히는 고민거리가 생겨도 지혜롭게 해답을 얻어 낼 수 있는 공간이며 이웃 간의 정을 챙길 수 있는 곳이었다.

"그렇다면, 일단 잘 먹겠습니다."

테이블에 앉아 스프를 양껏 펐다.

구수한 냄새가 말라비틀어져 있던 위장을 자극했고, 지금까지는 모르고 있었던 두통이 살며시 전해지고 있었다.

"으으윽."

"이제 숙취를 느끼기 시작한 건가? 하하하하."

지금까지는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다가 갑자기 통증을 표현하는 지원이 우스웠는지 박장대소를 하는 집주인이었다.

"크윽, 진짜 그런 것 같네요."

어색한 웃음을 하며 그의 말에 맞장구치니 드워프에게로부터 이런 말이 돌아왔다.

"원래 드워프들의 술은 꽤나 숙취가 강한 편이지. 처음에는 너무 아파서 그 고통을 몰랐을 수도 있어."

"정말인가요?"

놀란 토끼 눈을 하고 묻는 지원이었다.

"아니, 거짓말."

아무렇지도 않게 장난이었다고 말을 하는 드워프 때문에 식탁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나저나, 어제 이야기했던 거 말이야."

"어떤 말씀을 하시는지, 호, 혹시 도면 말씀하시나요?"

"응, 우리가 그거 말고는 뭐 깊은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나?"

너무나 당연하게 이야기하는 드워프를 보고 지원은 깜짝 놀랐다.

"그 도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응? 그거 공방에서 이미 제작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공방이요?"

자신이 설계했던 도면이 이미 제작되고 있다는 말에 지원은 깜짝 놀랐다.

물론 이번에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 드워프 마을을 찾아왔다.

태욱이 하라는 대로 움직이고 절대 드워프들에게 욕심을 드러내지 않으니, 절로 따라오는 것이었다.

"그걸 왜? 여기에서."

드워프들이 만들어 준다니 실감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아무리 정밀한 기계가 만들어도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내기는 무척이나 어려울 것이다.

수제로 제작을 해도 드워프들이 더 뛰어난 물건을 만들어 낸다.

지원의 입장에서는 더 고급 기술을 사용하는 드워프들이 왜 이런 사소한 것에 관심을 갖는지 의문이 든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의문은 다른 드워프에게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됐다.

"옆에서 도와주다 보니 다들 흥미가 생겨서 시작한 것 같은데, 그렇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을 필요는 없어. 완벽하게 만들어 내는 녀석들이 손수 만들고 있으니까."

혹시나 완벽한 완성체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을 한다고 받아들인 것이다.

드워프의 입장에서는 완벽하게 만들어지지 않는 게 걱정거리였다.

다른 사람에 손에 맡기지 않고 스스로가 하려는 것은 이와 같은 완벽함에 집착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처음에 지원이 보여 준 설계 도면을 보고 이것저것 조언을 하기 시작해서 수많은 드워프가 모여든 것이었다.

약간의 생각 차이가 만들어 냈지만, 그것을 바로잡는 지원이었다.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었어요. 너무 감사한데, 갑자기 이렇게 진행돼서 놀랄 뿐이었어요."

"그럼 일단 공방으로 가지."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공방으로 가자, 저 멀리에서도 번뜩이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저건가?'

지원은 마음에 준비를 하고 한 발자국씩 앞으로 다가섰다.

늠름한 형태를 지닌 인공지능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와, 엄청난데요?"

"근데,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게 하나 있어."

드워프들은 외형을 만들 줄 알았지, 그 내부에 들어가는 심장과도 같은 부위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저도 그게 걱정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물질이 없는 것 같아요."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광물을 찾아도 드워프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광물은 없었다.

결국 인공지능은 심장의 위치만 텅텅 비어 있는 채 덩그러니 서 있었다.

"혹시 미스릴로 제작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3초 정도 움직이고 모든 에너지가 소모될 거야."

"3초밖에요?"

"응."

많은 마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미스릴이 고작 3초라니, 믿어지지 않았다.

드워프들이 만들어 낸다면 고효율의 전지가 돼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다.

"미스릴은 많은 에너지를 담아 낼 수 있지만, 스스로가 끌어들이는 능력이 너무 부족해."

"그러면?"

"스스로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는 힘을 가진 광물이라면 괜찮겠지만."

주변의 힘을 모으는 광물.

그것을 찾아낼 수만 있다면, 고민이 쉽게 해결될 텐데, 결국 그 광물을 드워프들도 찾아내지 못했다.

누군가가 실마리라도 던져 준다면 그것을 찾아낼 수 있었지만, 공방 내부에는 해답을 아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결국 아무도 그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듯 보였다.

"이걸 찾는 건가?"

누군가가 터덜터덜 내려오면서 강력한 후광을 내뿜었다.

태욱이 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래, 맞아. 태욱이 있었지. 그는 분명 미래에서 인공지능이 개발됐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조금만 태욱이 소스를 던져 줘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한 지원은 다급하게 그에게 달려갔다.

"미래의 기억을 조금만 드워프들에게 이야기해 줘. 그럼 그들이 특수 광물을 찾아낼 수 있을......."

툭.

지원의 손 위에 무언가가 올려졌다.

"이게 뭐야?"

손 위에 놓인 물체를 보고 지원이 태욱에게 물었다.

* * *

아침 일찍 일어난 태욱은 드워프 스틸과 함께 공방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태욱은 눈을 뜨자마자 스틸에게 다가가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혹시 실례가 아니라면 공방을 좀 구경할 수 있을까요?"

눈을 뜨자마자 인간에게 들은 소리가, 다른 드워프들의 대화와 비슷했다.

그의 눈에는 욕망이라고 불릴 것들이 없었다.

드워프들은 상대의 눈을 보고 마음을 읽어 내곤 한다.

항상 모든 마음을 읽어 내 정직한 이야기만 하다 보니 절로 특별한 능력이 생겨 버린 것이다.

물론 인간들과 대화를 해 본 경험이 없는 드워프들은 전혀 달랐다.

"공방? 공방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아닙니다. 그저 식견을 조금이라도 넓히고 싶어서."

단순한 호기심이라고 이야기하는 태욱이었다.

공방을 보여 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무구를 만들고 고치고, 실패작들을 한 곳에 몰아넣어 뒀다.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물품들은 따로 각자 보관하기 때문에 공방을 보여 주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무슨 생각으로?'

스틸은 태욱의 생각을 읽어 낼 수 없어 걱정이 되었다.

너무나 드워프스럽게 행동하고 청렴결백한 행동만 하고 있으니 그 속을 읽어 내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던 것이다.

'만약 드워프라면 당장이라도 보여 주겠지만.'

같은 드워프 종족이라면 얼마든지 보여 줄 것이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을 텐데,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태욱에게는 자신도 모르게 거부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고민에 빠져 있는 스틸 옆으로 크리트가 다가왔다.

탁탁.

스틸의 어깨를 두드리더니,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긍정의 의미.

스틸 못지않게 크리트도 꾸준히 태욱의 모습을 지켜봐 왔을 것이다.

그가 동의를 한다는 것.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고, 껍데기가 아닌 본연의 모습을 바라만 본다면?

적어도 지금과 같은 고민은 전혀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일단 식사를 하고 공방으로 가지."

인자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그의 표정은 뭔가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과 같이 아주 편안해 보였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간단한 식사가 끝나고 스틸과 크리트 그리고 태욱 셋이서 공방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엄청난 위세를 드러내는 커다란 대장간은 입이 떡 하고 벌어질 정도였다.

"우와, 엄청나네요. 왠지 압도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처음 들어오는 녀석들은 다들 그런 이야기를 하지. 꼭 이럴 때 보면 인간이라는 게 느껴지기는 하네, 훌훌."

태욱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모습을 보고는 흡족한 미소를 짓는 스틸이었다.

"그럼 이쪽부터 소개를 시작할까?"

가장 아래쪽에 있는 뜨거운 열을 다루는 곳부터 저 높이 섬세한 동작을 요구하는 가죽을 다루는 곳까지, 각자의 특성에 맞춰 잘 분배를 해 놓은 종합 공방이었다.

"여기는 조금 쑥스럽지만, 지금의 우리를 있게 만들어 준 녀석들이 모여 있는 곳이지."

실패작을 보여 준다는 것이 부끄러울 만도 했지만, 그들은 당당했다.

만약 저 실패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도 없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드워프들이었다.

"여기에는 모두 실패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녀석들이 모여 있네."

"그렇군요."

"단순한 실수에 의해 만들어진 녀석들도 있고, 계획부터 잘못해서 터무니없는 녀석이 만들어지기도 했지."

하나하나 설명하는 모습은 마치 아버지가 자식을 이야기하는 듯 보였다.

어느 손길 하나 애틋한 마음이 담기지 않은 것이 없었다.

한참을 설명을 하고 지나가는 찰나, 태욱의 눈에 보이는 것이 있었다.

"이건 무엇인가요?"

태욱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색에 스틸이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

"그건 아주 최근의 실패작이라고 할 수 있지."

"최근이요?"

태욱은 뜻하지 않은 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마을에 온 목적은 이미 달성했다.

드워프들과 인연을 맺는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개발해 낼 수 있는 인공지능 배터리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빠른 시기에 이미 만들어진 제품이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랄 정도였다.

"이, 이건 왜 실패를 한 건가요?"

"그 녀석은 마법석 대용으로 사용하려고 만든 녀석이었지."

아티팩트가 만들어진 배경을 설명하기 시작하는 스틸이었다.

오랫동안 마법진을 사용하기 위해 항상 마법석을 사용했다.

하지만, 마법석은 한계가 명확했다.

그 수량이 너무나도 부족한 것이었다.

소비를 하는 것 이상으로 공급이 돼야 되는데,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고 계속해서 소비만 증가하고 있었다.

결국 천정부지같이 가격은 상승하지만, 결국 원하는 크기의 마법석을 구하지 못할 정도가 됐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아티팩트였지만, 결과적으로 실패가 됐다.

마나를 끌어들이는 데 엄청난 힘을 발휘하지만, 뿜어내는 것 또한 똑같았다.

빠른 속도로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은은하게 조금씩 마나가 빠져나와야 운영을 하는 데 무리가 없다.

시시각각 커다란 마나를 뿜어내다가 약해지는 이 아티팩트는 실패와 다름없었다.

태욱은 그 설명을 듣자마자, 스틸의 손을 잡았다.

"혹시 이 아티팩트를 저에게 주실 수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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