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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2화 (43/146)

# 2

회귀빨로 지존 헌터

- 1권 2화

왠지 기쁜 마음이 들었던 아침과는 달리, 순식간에 상황은 급변했다.

점심이 지나 저녁이 되어 가자 두려운 마음이 점점 마음을 잠식해 나가고 있었다.

평소 안정적인 사냥을 중시하던 파티가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사냥에 욕심을 내는 정도가 약간은 높아졌다.

이미 사냥을 마치고, 안전지대를 선정하여 다음 날을 도모하는 시간을 넘어섰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

사냥을 지속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눈에 훤히 보였다.

"너무 많이 들어가는 거 아닌가?"

"글쎄, 그건 헌터들이 알겠지. 우리가 할 일은 그저 몬스터 시체를 옮기거나 잡일을 할 뿐이지."

그렇다.

헌터들은 보통 직접 몬스터의 시체를 옮기거나, 다른 것들을 하지 않는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우리 같은 짐꾼들은 전투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며 뒤에서 헌터들이 하지 않는 잡일이나 할 뿐이었다.

하지만 상당히 무거운 몬스터들의 사체나 아니면 숙영 도구, 식료품들 등을 들고 다니기 때문에 여간 몸이 무거운 게 아니었다.

오늘처럼 헌터들이 적극적으로 앞으로 나서며 사냥을 하게 될 때는 짐꾼들이 가장 긴장을 해야 되는 셈이었다.

헌터들과의 간격이 벌어지고, 혹시나 뒤에서 습격을 하는 몬스터가 출현을 할 때면, 필시 많은 짐꾼들의 희생이 잇달게 되는 것이다.

다들 입 밖으로 말을 내뱉고 있지는 않았지만, 어깨를 넘어오는 끈을 강하게 움켜쥘 뿐이었다.

언제나 불안감이 가져다주는 직감은 정확하다랄까?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던 상황이 그대로 이어졌다.

앞서 나가는 헌터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는 순간을 노려 뒤쪽에서 몬스터들이 습격을 한 탓이다.

웨어울프.

몬스터의 등장에 놀란 짐꾼들은 혼비백산하며 뿔뿔이 흩어졌다.

더구나, 헌터들도 자신의 실력에 비해 강한 몬스터들을 만났는지 돌아올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짐꾼인 자신은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등에 메어진 짐을 던져 버리고 싶었지만 쉽게 그럴 수는 없었다.

무거웠던 짐이 어느새 웨어울프의 공격을 막아 줄 확실한 방패가 되어 주었고, 벌써 두 번의 공격을 막아 준 후에야 찢겨져 나갔다.

이미 벼랑 끝으로 몰린 상황에서 더 이상 도망을 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의 손에 쥐어진 장창.

허겁지겁 도망가다 보니, 허리춤에 차 두었던 엽총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바닥에 떨어져 있던 무기를 아무거나 들었다.

당장 죽을 마당에 어떤 무기든 어떠랴?

저항을 하지 않은 채 죽음을 맞이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나았다.

그리고 그의 선택은 운이 따라 주었다.

모든 것을 계산한 행동은 아니었으나, 정확하게 웨어울프의 입 안으로 틀어박힌 장창이 그놈의 뇌를 관통한 채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 * *

과거를 떠올린 태욱은 비릿한 미소를 지어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은 하나도 없었다.

조금 전 과거와 똑같은 상황에서 그때와 똑같이 태욱은 각성을 했다.

그리고 과거의 자신은 도망쳤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자신이 남들을 도와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레벨도 낮은 터에, 아무런 힘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높은 레벨을 가지고 이곳으로 왔다면 가능이야 하겠지만, 태욱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과거의 역사대로.

이곳에서도 재빠르게 도망을 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저기 가방.'

그사이에 태욱은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자신이 가지고 도망을 갔을 때 가장 효과적인 효율을 발휘할 수 있는 것.

기억을 아무리 되짚어도 가방 속에 어떤 것이 있었는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었지만, 대략적으로 예상이 가는 품목들이 몇몇 있었다.

눈으로 가방의 외형을 살펴보는 찰나.

정확하게 자신이 노리는 것이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태욱은 재빠르게 뛰어 가방을 손에 넣었다.

촤악.

급하게 집어 든 가방이 바닥에 긁히며 소리를 냈다.

하지만 이미 몬스터들의 울음소리와 사람들의 비명이 뒤섞이는 바람에 큰 이목을 끌지 못했다.

'일단 자리를 잡아야 돼.'

태욱은 손에 쥔 가방을 둘러메고 전장 밖으로 순식간에 이탈했다.

"헉헉."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뒤를 살피는 것을 잊지는 않았다.

태욱은 무작정 달려온 것이 아니라 동굴의 안쪽으로 뛰어들었던 것이다.

물론 위험성은 존재한다.

깊숙한 곳일수록 더욱 강력한 몬스터가 있을 확률이 있었다.

태욱의 판단은 정확했다.

헌터들에게 몰려든 몬스터는 동굴의 깊이로 보기에는 너무 많은 숫자들이 달려들었다.

'아마 뒤쪽으로 꽤나 먼 곳까지 그들의 구역이겠지.'

무리 생활을 하는 몬스터가 달려든 것은 바로 자신의 구역을 침범당했기 때문이었다.

상당히 많은 몬스터들이 한 번에 출현을 했기 때문에, 안쪽으로 뛰어 들어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름에도 불구하고 태욱은 이를 악물고 뛰었다.

그때였다.

[달리기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금방이라도 숨이 꼴딱, 하고 넘어가려던 몸이 일순간적으로 편해졌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또다시 금세 호흡은 가빠지고 시야가 흐릿하게 변해 가고 있었다.

뒤를 살펴보니 몬스터가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었기에 천천히, 조금씩 속도를 늦춰 가며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단번에 제자리에 서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속도를 낮추고 있는데, 또 한 번의 알람 소리가 울렸다.

[달리기 스킬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본래 달리기라는 것은 빨리 뛰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지막에서의 마무리 역시 중요하다.

빠르게 회전하던 톱니를 순간적으로 멈추는 것보다는 천천히 속도를 낮춰 가며 멈추는 것이 더 높은 내구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태욱이 지식적으로 알고 있던 것은 아니었으나, 오랜 헌터의 경험으로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생존법이었다.

스킬의 레벨이 올랐지만, 단숨에 호흡이 조절되는 것은 아니었다.

어깨를 들썩이며 들숨을 깊게 들이마신 태욱은 날숨을 두 번에 나누어 조금씩 내뱉었다.

호흡이 차분하게 돌아오자 태욱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스테이터스 창.'

[강태욱]

레벨 : 2

직업 : 절대신을 모방하는 자

태욱은 스테이터스 창을 따라 시선이 내려가다 금세 멈춰 버렸다.

'뭐지? 절대신을 모방하는 자?'

분명 자신은 '흉내쟁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절대신을 모방하는 자]

겁도 없이 절대신의 능력을 모방하려고 시도한 자

SSS급 이하 스킬은 모두 흉내 내기가 가능하다.

다만 스킬의 난이도에 따라 그 효과가 각각 다르다.

-SSS급 스킬 능력 15%

-SS급 스킬 능력 50%

-S급 스킬 능력 70%

-A급 스킬 능력 100%

태욱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을 믿을 수 없어서 두 눈을 세차게 비볐다.

벅벅벅.

큰 소리까지 내며 강하게 눈을 비빈 후 다시 확인을 해 봐도, 수치는 여전히 변한 것이 없었다.

'SS급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고?'

그가 지금까지 흉내 내기로 사용한 스킬의 최대는 S급 스킬.

그마저도 50%의 효과밖에 적용되지 않아 위력은 너무나 큰 차이가 있었다.

SS급은 전혀 흉내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거들떠보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SSS급이라니?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고, 어디에서도 저런 스킬이 있다는 사실을 말을 한 종이, 문서, 책자는 어느 곳에서도 없었다.

번듯한 능력이 있으면 무얼 하나?

지금 자신은 고작 레벨 2의 초보자와 다름없었고, 능력도 보잘것없었다.

'스킬 창.'

[스킬 창]

초월적인 흉내 내기 MAX

시간 회귀 MAX

창술 숙련 Lv 1

달리기 Lv 2

태욱의 눈에 네 개의 스킬이 들어왔다.

두 개는 자신이 회귀를 하고 익힌 스킬.

창으로 몬스터를 찔러 죽이니 저절로 습득했던 창술 숙련, 그리고 안전한 공간을 찾아 쉼 없이 뛰면서 익혔던 달리기.

이것만 해도 이곳에서 살아남기만 목적으로 둔다면 어려울 것은 없었다.

"내가 가장 먼저 할 일은...... 탈출이 아니야."

번득이던 눈빛을 차갑게 가라앉히며 태욱은 눈을 감았다.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강해져야 돼.

뇌리에 대고 끝없이 외쳤다.

그 끝에 눈을 뜬 태욱이 어금니를 깨물며 파르르 외쳤다.

"이번에는 세계의 파멸을 막을 테다."

분노에 가득 찬 태욱의 음성은 주변을 시퍼렇게 만들 정도로 한에 서려 있었다.

* * *

태욱은 다시 전투가 벌어지는 현장으로 돌아왔다.

코끝을 찌르는 텁텁한 몬스터의 체취와 더불어 특유의 향기(?)로 아직도 전투가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킁킁, 이 매캐한 냄새."

너무나도 익숙한 향기였다.

쉼 없이 몬스터를 상대해 왔던 그에게 이것만큼 반가운 건 없었다.

'충분한 시간이 있어.'

시간.

태욱에게 있어서 '시간'이라고 하면 성장에 가장 큰 발판이 될 수 있는 거름이었다.

모든 헌터들이 시간을 들이면 성장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경험치를 얻어 더욱 높은 레벨을 달성하면서 자라나는 것이다.

하지만 태욱은 그저 높은 레벨을 달성한다고 해서 강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헌터가 되는 것이 아니다.

많은 경험을 통한 플레이어들의 정수를 빨아들이는 행동이 없다면 그는 속 빈 강정일 뿐이었다.

지금이라도 많은 전투를 해야 되고, 스킬도 얻어 내야 한다.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금 눈앞에 살아남아 있는 헌터들의 숫자일 뿐이었다.

분명 여섯 명이 한 조를 이루어 사냥에 나선 팀으로 알고 있었다.

지금 남아 있는 숫자는 그의 절반.

딱 세 명밖에 남지 않았다.

아직 헬퍼들은 도착하지 않았다.

즉, 이곳은 버려졌다는 의미다.

국가 차원에서 운영하는 헬퍼는 판단을 하기 나름이었다.

동시에 두 군데 이상에서 도움을 요청한다면 더 많은 생존자를 살릴 수 있는 곳으로 보낸다.

아마 이곳과 동시에 어디선가 헬프를 요청했을 것이다.

국가에서 운영을 하기 때문에 지원자도 많지 않을뿐더러 숫자도 적으니, 상황적 판단이라는 명목 하 선택받지 못한 헌터들의 목숨은 버려지는 것이다.

현실의 어두운 이면을 생각한 태욱은 전투를 벌이고 있는 이들을 확인한다.

헌터들의 움직임을 보며 혀끝을 차는 태욱.

'회귀 전과 별다를 게 없군.'

그의 기억이 맞는다면 이곳에서 살아남아 돌아간 이는 바로 태욱 자신뿐이었다.

정신없이 도주하는 와중에 다른 곳에 지원을 나갔던 헬퍼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헬프 요청지에 도착을 했을 때, 태욱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태욱이 눈앞의 헌터들이 전투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그들의 미래가 뻔히 보였다.

어쩌면, 금방이라도 생명의 불씨가 사그라질 것이라는 느낌이 가슴 깊숙한 곳에서 뭉클거리며 올라왔다.

어깨를 들썩이며 내쉬는 거친 호흡.

찢어진 상의의 틈새를 비집고 흘러나오는 붉은 선혈.

미세하게 떨리는 손끝.

칼의 모퉁이가 통째로 날아가 버린 롱소드.

긴 지팡이의 끝으로 흘러내리는 붉은색 액체.

시위 끝에 맺힌 붉은 핏방울.

그 모든 것들이 그들의 미래를 알려 주고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울컥, 하고 솟아났다.

하지만 겨우 달걀인 상태로 바위와 부딪히는 것은 멍청한 일이다.

아직 완연하게 자신의 재능을 이용할 수 없었고, 벗어날 수 있는 힘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은 오직 하나다.

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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