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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43화 (42/146)

# 43

회귀빨로 지존 헌터

- 2권 18화

chapter 5

미국헌터조합에서는 자꾸만 발생하는 이상 현상에 조사를 들어갔다.

"자꾸 던전 내부에 도착을 하고, 사냥을 시작할 때 의식을 잃어버리는 헌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영문입니까?"

"글쎄요. 아직 정확하게 판명 난 것은 없지만, 일정 시간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장소만 한곳으로 한정된다는 것 말고는 없습니다."

"아니, 정령의 소굴이라는 것은 다 알고 있지 않아요?"

쾅.

결국 솟구쳐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길버트가 책상을 내리치며 일어섰다.

그의 손에 닿은 책상은 제 모양을 유지하지 못한 채, 일그러져 있었다.

위협적인 길버트의 행동에도 비서는 여전히 미소를 띨 뿐, 어디 하나 겁먹은 표정이 없었다.

'이런 젠장!'

길버트의 속은 타 들어갈 정도였다.

사냥을 갔다 오겠다고 나선 지 벌써 5일째였다.

그동안 마이크로부터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심지어 그를 봤다는 사람도 몇 없었다.

마이크를 봤다는 사람들을 찾아가 물어도 들을 수 있는 소리는 하나뿐이었다.

"던전 안으로 들어갔어요."

"마이크요? 호수 쪽으로 사냥 간다며 헤어졌는데."

"아마, 혼자 사냥을 하기 위해 조용한 곳으로 갔을 거예요."

다들 던전 입구로 들어갔다는 이야기는 했지만, 그가 사라진 마지막 흔적은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길버트는 헌터조합에서도 랭커 순위에 있었다.

가장 높은 순위는 아니었지만, 그의 이름만으로도 꽤나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적어도 '길버트'라는 이름을 듣고서는 무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이 가진 한계는 명확했다.

조합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것.

랭킹 1위라면 고려를 해 보겠지만, 그는 두 자릿수일 뿐이었다.

10위.

높다면 높고, 낮다면 낮은 순위다.

한 자릿수가 되지는 않았지만, 곧 그가 한 자릿수에 들어갈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그가 흥분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마이크는 자신의 동생이었기 때문이다.

길버트는 동생 마이크의 실종에, 한달음에 헌터클럽으로 달려왔다.

마이크는 길버트가 꽂아 준 낙하산 인사나 다름없었다.

일정 수준을 요하는 헌터클럽에서 평범한 수준의 헌터가 들어왔다.

처음에는 어느 쪽에서도 소속되지 못했다.

태생부터 엄청난 힘을 지닌 헌터들은 물론, 노력을 통해 이곳 헌터클럽으로 들어온 헌터들까지 그를 아무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길버트는 확신이 있었다.

자신과 같은 피를 나눈 형제라면 분명 그의 능력이 발화되는 시기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던 셈이었다.

'언젠가는 마이크만의 스킬이 펼쳐질 거야.'

뒤늦게 개화를 하는 헌터들도 있었고 사냥을 통해 급진적으로 성장하는 헌터들도 있었으니, 길버트의 눈에는 항상 소중하게 키워 낼 수밖에 없는 하나뿐인 동생인 것이다.

그런 마이크에 대한 주변의 시기 질투는 너무나 당연했다.

하지만, 그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이는 적어도 없었다.

괜히 눈에 띄는 행동을 하기 싫어하는 탓이었다.

물론, 뒤에서 호박씨 까듯 뒷담화를 하는 헌터들은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마이크가 연락이 되지 않을 정도로 타격을 준 적은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피해를 입었다면?

상처를 입었다면?

치료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영영 그를 찾지 못한다면?

만약 죽었다면?

암울한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냉정하고 냉철한 길버트가 이렇게까지 행동을 보이니 클럽 차원에서도 그를 회의 속에 참가시킨 것이었다.

"일단 진정을 좀 하지."

과묵하게 자리에 앉아 있던 한 사람이 입을 뗐다.

길버트는 길길이 날뛰다가도 그의 목소리에 일시적으로 잠잠해졌다.

아메리카 헌팅 클럽의 랭킹 1위.

그가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일단, 던전 내부에서 사라진 것은 확실한가?"

회의장을 울리는 낮게 깔린 목소리가 일시적으로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네, 사냥터에 들어간 흔적은 있지만, 나온 흔적은 전혀 없습니다."

금발의 여성은 중후한 목소리에 재빠르게 반응했다.

"길버트?"

"네...... 넵?"

갑자기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화들짝 놀란 길버트였다.

"직접 찾아보는 건 어떻겠소?"

직접 찾는다.

클럽 차원에서는 더 이상 도움을 줄 수 없다고 못을 박는 말이었다.

하나밖에 없는 동아줄을 놓친 듯한 느낌을 받은 길버트는 억울한 음성을 토해 냈다.

"아니, 그 넓은 곳을? 여기는 제가 몸담고 있고, 마이크가 몸담았던 곳 아닙니까?"

그렇다.

소속된 클럽에서 클럽원들을 보호해 주지 않는다면?

클럽에 왜 소속이 되고자 하겠는가?

길버트의 발언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자 길버트는 더욱 강하게 외쳤다.

"그렇다면, 소속된 인원의 안전을 책임져 줘야 되는 것 아닙니까? 길드 차원에서 뭔가 움직임이 있어야......."

대대적인 움직임을 원하는 것이다.

자신의 모든 힘을 이용해서라도 자신의 동생인 마이크를 찾기 위해 길버트는 노력을 하고 있는 셈이었다.

길버트의 발언을 들은 랭킹 1위는 손을 들어 그를 진정시켰다.

"최대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소리입니다. 어느 누가 클럽원을 버린다고 이야기했습니까? 적어도 저는 이 자리에서 그런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분명, 방금 전에 직접 찾아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억울한 감정이 담겨 있는 길버트의 독백이었다.

"네, 제 입으로 분명 그렇게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어디서도 클럽원을 버린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흥분해서 재차 목소리를 내려고 하는 길버트를 비서는 진정시키며 그의 귓속에 속삭였다.

"저희로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계속 부족하다고 하시면 직접 나서 달라는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그렇다.

길드 내부에 길버트의 위치는 낮은 편이 아니었다.

상당히 높은 곳에 소속돼 있었고, 그의 말 한마디면 움직일 수 있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

'길드 차원과 내가 직접 나서라는 이야기인가?'

길버트는 비서의 말의 의미를 되곱씹었다.

어떻게 해서든 동생을 찾고 싶은 길버트와 이번 일이 커지지 않는 선에서 빠르게 해결하고 싶은 두 사람의 목적성이 같은 도로 선상에 올라오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 서로 힘을 합치자는 말을 돌려서 이야기한 것이다.

비즈니스 관계.

상대보다 낮은 위치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동등한 위치에 서서 각자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었다.

수장은 낮은 길드원을 찾으려고 전력을 다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길드를 공격한 배후를 발견한다면?

그것은 이야기가 전혀 달라지는 것이다.

정확한 목표가 있고, 힘을 쓸 수 있다면 확실하게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저대로 움직이죠."

길버트는 그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했는지 그대로 회의장 밖으로 나섰다.

* * *

태욱은 가장 먼저 목표로 둘 사람을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큰 타격을 줘야 된다. 쉽게 머리가 움직이진 못하지만, 그렇다고 힘이 없는 녀석은 아닌.......'

무턱대고 가장 큰 녀석이 움직이는 것은 태욱이 바라는 것이 아니다.

힘 대 힘의 대결로 따지면 지금 태욱이 키워 내고 있는 동료들은 이 클럽을 막아 내지 못한다.

수적 차이도 있었고 경험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 클럽은 미국에서 가장 큰 헌터클럽으로서 회귀 전, 태욱과 대립했던 거대한 클럽이었다.

공룡과 같은 커다란 덩치를 가지고 있으며, 언제라도 자신의 꼬리를 잘라 내 머리를 살리는 행동을 스스럼없이 취해 왔다.

그렇다면?

먹잇감이라는 판단을 하기 전에 위협적인 적이라고 인식을 시켜야 한다.

'어? 저기?'

때마침 너무 먹음직스러운 목표가 저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마이크.

길버트의 친동생이다.

그는 엄청난 힘을 가진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망나니 같은 모습은 더더욱 없었다.

그저, 재능이 없는 노력형 바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최상위권에 올라가지 못하는 그런 인물이었다.

단 하나, 길버트의 동생이라는 이름으로 받는 혜택이 꽤나 있었으나, 결국은 이름값하지 못하는 헌터라고 할 수 있었다.

'저 녀석을 이용하면 충분하겠군.'

태욱은 앞에 보이는 마이크를 이용해 길버트를 끌어내릴 심산이었다.

적어도 상위에 있는 녀석에게 힘을 보여 준다면?

상처는 단단하게 자리 잡아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겨 줄 것이다.

태욱은 은밀하게 마이크의 뒤를 쫒았다.

"은신."

"동화."

"사일런스."

"기척 숨기기."

자신의 모습을 숨길 수 있는 스킬을 활용하면서 천천히 마이크의 뒤를 쫒았다.

태욱의 바람을 아는 것인지 모르지만, 마이크는 점점 던전 속 깊은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갔다.

'사냥에 방해를 받지 않으려는 타입인가?'

마이크의 공격은 광범위하게 펼쳐졌다.

세밀한 조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변 헌터들과의 분쟁을 막아 내기 위해 솔로잉을 즐겨 했다.

혼자서 사냥하는 것이 가장 마음이 편했고, 세밀한 조정이 필요 없기 때문이었다.

태욱은 그런 마이크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한 이후 조금씩 거리를 좁혀 나갔다.

'6m...... 5m...... 4m.'

이곳에서 굳이 그의 목숨을 앗아 갈 필요는 전혀 없었다.

다만 행동에 따른 결과를 확실하게 보여 주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 가장 최선의 행동이었다.

"라이트닝......."

최적의 타이밍을 고려하고 있는 도중 마이클의 주문 영창이 들렸다.

'저 스킬은?'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저 스킬을 그대로 내버려 둔다면, 분명 태욱의 조심스러운 접근은 들통이 날 것이다.

스킬이 상대방의 강함을 판별해 쫒아가거나, 그렇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저, 주위에 있는 어떠한 생명체라도 강하게 뻗어 나가는 특성을 지닌 스킬이었다.

'바로 지금.'

좋은 타이밍을 찾고 있던 태욱은 결국 스킬에 이끌려 마이클의 후두부를 강하게 내리쳤다.

퍼억.

강한 공격이 마이클로 하여금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어버리게 만들어 버렸다.

입가에 허탈한 미소를 짓는 태욱이었다.

이미 벌어진 일이다.

본래는 마이크로 길버트만 불러낼 심산이었지만, 이미 그런 계획은 모조리 틀어졌다.

이미 벌어진 일을 감추는 것은 힘들었지만, 크게 벌리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재대로 흔적을 남겨 주지.'

태욱은 어깨를 들썩이며 주위를 살폈다.

어차피 크게 벌어진 일이다.

그렇다면?

가장 그럴듯하게 만들어야 된다.

이곳에 온 모든 길드원을 내보내지 않는다.

차갑게 내려앉은 그의 안광을 뒤로한 채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냈다.

"자, 지금부터 쇼 타임."

태욱이 말을 내뱉자마자 쏜살과 같이 튀어 나갔다.

그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이곳에 온 모든 미국헌터클럽 클럽원들에게 타격을 주는 것이다.

정체가 들통나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저기 있군.'

태욱은 멀리에서 사냥을 하는 파티원에게 직선으로 움직였다.

"어? 저기 누가 오는데?"

"그래? 몬스터에게 쫒기는 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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