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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12화 (11/146)

# 12

회귀빨로 지존 헌터

- 1권 12화

파르르르르르.

등 뒤로 달린 거대한 날개가 거친 바람 소리를 내며 날아올랐다.

툭. 투투툭.

잠시 후, 그 날개들은 온전히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태욱이 주위를 돌면서 맨티스를 요리한 것이다.

가장자리를 돌면서 가장 먼저 만들어 냈던 것이 바로 얇은 은사(隱絲)를 펼쳐 놓는 일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실을 펼쳐 놓자니 패시브 스킬이 적용되었다.

샤프니스.

강한 절삭력을 갖게 만들어 주는 스킬이 큰 효과를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팽팽하게 감겨 있지 않았던 실이, 강한 움직임을 통해 스스로를 옥죄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 일격은 태욱의 손끝에서 이루어졌다.

[섬광 찌르기]

빛의 속도와 같은 찌르기를 통해 상대방의 급소를 노리는 스킬.

"섬광 찌르기!"

번쩍, 하고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빛이 검신에 반사가 되어 일시적인 현상을 느꼈지만, 정말 스킬의 외침과 같은 모습을 보였다.

태욱의 손의 연장선인 검은 정확하게 맨티스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갔다.

맨티스의 약점은 익히 알려져 있다.

바로 머리.

머리 부분에는 중추 신경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신체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감당할 수 없는 움직임을 제약하는 것이다.

태욱은 그 부분을 노리고 정확하게 절단했다.

그때였다.

지금까지 경계의 눈빛을 보내고 있던 목덜미가 떨어지자 맨티스의 몸이 기괴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한 은사의 힘을 뛰어넘을 정도로 강력한 힘이 뿜어져 나오고, 각기 관절은 기이하게 꺾였다.

지금의 모습은 도저히 맨티스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머리 하나 떨어졌을 뿐인데 만약 주변에 있었으면 피해를 볼 정도였다.

급하게 백스텝을 밟으며 빠져나온 것이 정확한 판단이었다.

'만약 주의를 하지 않았으면?'

태욱은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억제 중추 신경을 끊어 버린 것이다.

은사를 직접 끊어 내지는 못했지만 그에 달하는 힘을 가진다는 것을 알게 되자, 태욱의 머릿속에는 하나의 계획이 자리 잡았다.

"일단 광속 렙업을 시작해 볼까?"

태욱은 질주 스킬을 이용해 다음 타깃을 찾았다.

"쒜애애액."

호기롭게 정면으로 달려오는 태욱을 향해 맨티스가 날개를 펼치며 온몸으로 위협을 가했다.

정면으로 달려들지 않고, 천천히 맨티스가 따라올 수 있을 정도로 태욱은 움직였다.

금방이라도 몸을 두 동강 낼 것 같은 맨티스의 앞발에도 두려움 따위는 없었다.

마치 신나는 장난감이라도 발견한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를 비쳤다.

하나둘 쌓여 가는 맨티스들의 숫자에 태욱은 더욱 밝아졌다.

몰이사냥을 할 계획인 셈이었다.

그는 머릿속으로 은사가 사방으로 펼쳐져 있는 지역을 정확하게 그려 냈다.

그 안으로 맨티스를 집어넣을 수만 있다면?

아주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던전 초입부를 한 바퀴 돌아, 몰이사냥을 할 수 없다고 알려진 맨티스를 열 마리 가까이 모아 온 태욱은, 마침내 은사가 펼쳐져 있는 넓은 공터로 그들을 유인했다.

맨티스들이 원하는 위치에 달하자 태욱은 허리춤에 있는 작은 단검을 집어던졌다.

휙.

휙휙.

손끝에서 날아간 단검이 정확하게 맨티스의 입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그때부터였다.

광란의 파티가 시작되었다.

억제 신경이 파괴된 맨티스들이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는 형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좋구나, 좋아."

태욱은 손바닥에 감겨 있는 은사를 더욱 강하게 당기며, 몬스터들끼리 부딪히도록 모아 주는 역할을 할 뿐이었다.

날카로운 은사에 상처를 입으며 한곳으로 모여진 맨티스의 최후는 바로 동족의 공격이었다.

서걱.

날카로운 앞발에 의해 다른 맨티스의 목이 날아가고, 그것은 또 다른 맨티스의 죽음을 부르고 있었다.

태욱은 사용한 힘에 비해서 단기간에 엄청난 효과를 거둔 것이다.

"생각보다 신체 밸런스가 뛰어나군."

갑자기 몬스터가 은사를 휘감고 튀어 나갈 때 순식간에 끌려갈 뻔 했지만, 균형을 잡으며 버텨 낼 수 있었던 자신의 모습에 놀랐던 차였다.

'아무래도 누적된 패시브 스킬 덕분이겠지.'

실제 그가 보이는 전투력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같은 레벨의 헌터라고 할지라도 누구도 태욱과 같은 전투력을 벌일 수는 없었다.

본래 그의 직업은 흉내쟁이.

다른 직업의 스킬들을 따라 하며 50%의 효율로 세상 멸망의 끝자락까지 살아남았던 인간이었다.

스킬 효율이 100%가 된 이상.

성장하는 속도와 그 전투력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단순 수치상 두 배가 아닌 2제곱에 해당한다.

기반이 되는 숫자가 커지면 커질수록 성장 폭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태욱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은사를 차분하게 감았다.

나중의 전투를 위해 필요한 것이고, 사체를 수습하려면 기초적인 정리는 필시 해야 되었다.

그렇게 태욱이 은사를 휘감고 있는 사이 은밀하게 뒤에서 접근을 하는 맨티스 한 마리가 있었다.

이동 속도가 느려서 몰이사냥에 습격당하지 않은 것이다.

"룰루랄라."

아무것도 모르는 태욱은 콧노래를 불러 가며 맨티스의 사체를 뒤적거렸다.

조용하게 다가서는 맨티스의 눈매가 예사롭지 않았다.

커다란 덩치를 가지고 있고 위협적인 모습을 지녔지만, 맨티스의 사냥 패턴을 군인으로 평가한다면 저격수다.

최전방에서 전투를 벌이는 보병이 아니라, 언덕 위에서 중요 포인트만을 노리는 저격병인 셈이다.

은밀하게 접근한 맨티스가 태욱의 숨통을 노리고 단번에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앞발이 급소를 향해 정확하게 날아왔다.

이윽고 태욱의 신형과 맞닿았을 때 커다란 타격음이 울렸다.

"퍼억!"

공교롭게도 기습을 감행한 맨티스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처음 태욱은 맨티스가 다가오고 있는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눈치를 챈 것은 다름 아닌 그림자 덕분이었다.

커다란 덩치를 가지고 있는 맨티스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은 채 접근을 한다고 할지라도, 머리 위에서 비추는 그림자를 숨길 수는 없었다.

갑자기 어둠이 드리워지자 태욱은 기습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던 것이다.

기습에 대한, 용서는 전혀 없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단 일격에 맨티스를 죽이는 모습은 상당히 단조로워 보였다.

누구나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아주 간결한 동작.

하지만 그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행동이었다.

만일 그 모습을 본 일반인이 직접 행동을 따라 한다면?

태욱과 같은 결과는 얻어 낼 수 없었다.

속도, 근력, 경험 등 모든 것이 차이가 난다.

일반인은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몸이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기는커녕 맨티스에게 역공을 당하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다.

고수(高手)의 움직임.

태욱은 이제 사냥을 시작했을 뿐이었다.

그의 발걸음은 거침이 없었다.

"역시......."

20레벨 수준의 전투력이 아니었다.

보통이라면 맨티스의 기습에 커다란 상처를 입거나 가까스로 공격을 피해 낼 뿐, 일격에 녀석을 죽일 수는 없었다.

하지만 태욱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어려운 일을 해냈다.

마치 매일 아침 일어나 아침밥을 먹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나머지 의식조차 하지 못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스스로를 보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흘러나오는 태욱이었다.

입가에 맺힌 미소는 사그라질 줄 몰랐다.

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맨티스의 시체.

"이 정도 속도라면?"

지금껏 사냥을 한 것 중에 가장 빠른 속도로 많은 몬스터를 처리 했다.

한성 주식을 사기 위한 밑거름.

투자 금액 50억.

"금방 완료할 수 있겠군."

그의 미소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 * *

며칠 후.

태욱은 결국 한성 주식에 50억의 투자금을 집어넣는 데 성공을 했다.

그러나 이에 따른 부작용이 존재했다.

"머리가 좋은 사람이 있는 것 같군."

당장 오르지 않을 가치의 주식을 매수하는 사람이 급격하게 늘어난다면?

욕심이 있는 사람은 조금 더 높은 가격에 판매를 하게 된다.

공급과 소비는 서로 반비례 그래프를 그리니까.

처음 태욱이 주식을 구입할 때와는 다르게 벌써 한 주에 80%가량 높은 주가를 달성했다.

1주당 2,160원을 호가하는 금액.

단돈 1,200원이라는 금액에서 상당히 많은 금액이 올랐지만, 태욱은 높은 비율의 주식을 모을 수 있었다.

금액이 오르지 않도록 주의를 하면서 조금씩 구매를 했다면 이렇게까지 주가가 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태욱은 전혀 그럴 마음이 없었다.

'어차피 눈치를 보면 늦는다.'

남들보다 한 발자국 뒤에서 쫓아간다면 빠르게 반응하기 힘들었다.

앞서 나가기를 희망하는데, 속도를 늦춘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태욱은 최대한 빠르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움직였고, 그 결과 총 주식의 약 35%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주식을 매수할 수 있었다.

양으로만 따지면 충분히 대주주에 속하는 셈이었다.

예상보다는 부족했지만, 충분히 만족을 할 수 있는 결과를 얻었다.

'좋아, 이걸로 충분해.'

더 이상 욕심을 내지 않은 채 태욱은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로 던전 정보가 가득 채워져 있는 사이트, 헌터넷이다.

스크롤을 내려가며 적당한 던전을 찾고 있던 그의 눈에 들어오는 곳이 있었다.

"여기 있었군."

과거 태욱이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던전.

빠르게 내려가던 스크롤 사이에서 정확하게 태욱의 눈에 들어온 것이다.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눈앞에 두고 찾고 있었군."

일순간 태욱의 머릿속에 계획했던 기획들은 모두 사라지고 새로 구성되고 있었다.

파충류의 동굴.

레벨 25 이상의 5인 파티를 권장하는 던전으로 보통의 파충류종의 몬스터들이 출현한다.

던전에서 나오는 몬스터 중에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4족 보행이 아닌 2족 보행에 무기를 들고 다니는 리자드맨.

한 번 몬스터 무리와 마주친다면 쉴 새 없이 전투를 벌여야 된다는 점이 일반 헌터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쉴 틈이 없는 전투?

그럼 사냥을 통한 노획물을 획득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전투력을 유지하더라도 그들은 사람이었다.

전투를 지속적으로 벌인다면 조금씩 지치게 된다.

전투 능력은 조금씩 떨어질 것이고, 이후에는 쌓여 가는 몬스터에 비해 늦어진 속도가 자신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그에 반해 태욱은 오랜 전투를 이끌 수 있었으며, 빠른 속도의 레벨업이 가능한 던전이었다.

끝없는 전투를 벌이는 것만 아니면 자신 있었다.

압도적인 속도로 빠르게 몬스터를 처치해 나간다면?

그럼 쌓이는 몬스터가 없을 것이고, 노획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레벨 25 이상의 다섯 명으로 구성된 파티를 권장하는 이유가 이곳에서 드러난다.

상황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되려면 저 정도 수준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태욱은 단지 레벨업만 노리고 이 던전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레벨 25의 수준이니 위협적인 상대는 손에 꼽았다.

혼자서 모든 역할을 할 수 있으니 부족한 부분은 전혀 없었다.

다른 파티에 비해 혼자 경험치를 얻을 수 있으니 빠른 속도로 성장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성장을 하려면 다른 곳도 충분히 빠른 사냥을 할 수 있었다.

다만 이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었다.

바로 태욱이 원하는 것은 용체린(龍體鱗)이다.

직역을 하면, 용의 몸과 비늘이라는 뜻으로 한 미치광이가 발견을 한 것이다.

정확하게 표현해 낼 수 있지는 않아 사람들이 임시적으로 붙인 명칭이었다.

어떻게 구성되는지, 효용성은 어떤지 정확하게 알아내기 위해 연구해 왔지만 큰 결과는 얻어 낼 수 없었다.

결국 입에서 입으로 전달된 하나의 물체.

바로 용체린인 것이다.

이름에 의미를 모두 담아내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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