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회귀빨로 지존 헌터
- 1권 3화
태욱이 결정을 내렸을 때, 상황은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지금까지 몬스터에게 밀리고 있던 한 헌터가 자리를 박차고 튀어나온 것이다.
"안 돼!"
동료들의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칼을 움켜쥔 헌터는 자신의 스킬명을 외치며 몬스터에게 달려들었다.
"트리플 블레이드!"
검신의 주변에 마력으로 만들어진 두 개의 검날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태욱의 눈에도 공격을 하는 상황에서 상당히 효용성이 높아 보이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같은 스킬을 발현시켰다.
"초월적인 흉내 내기."
멀리서 지켜보며 낮게 외친 태욱의 스킬에 힘입어, 트리플 블레이드를 시전하는 이의 눈빛이 살짝 번뜩였다.
아무도 이상한 점은 찾아낼 수 없었다.
이윽고 시스템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태욱은 오른손을 강하게 당겼다.
[트리플 블레이드 스킬을 습득하셨습니다.]
'그렇지!'
함성이 없이 하는 그의 행동은 약간의 어색함이 있었지만, 어쩌겠는가?
지금 당장은 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기에 그 정도로 만족을 해야 했다.
태욱의 눈은 스킬을 익히는 와중에도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어떤 행동을 보일지, 그 행동에 맞춰 스킬을 사용해야 했으니 시선을 돌릴 수가 없는 것이었다.
'스킬 확인은 나중에 해도 돼. 지금은 익히는 것이 가장 중요해.'
튀어 나간 헌터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는지, 나무 지팡이를 들고 있는 헌터가 다급하게 지팡이를 치켜세웠다.
"번개 파동!"
짧은 시간에 가장 빠르게 시전을 할 수 있는 스킬인 번개 파동.
지팡이 끝에서 번개가 사방으로 날아가더니 꿈틀거리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일시적인 경직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스킬이었다.
번개에는 이념(理念)이 있어서 아군은 공격하지 않고, 주위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을 공격했다.
태욱은 그 역시 놓치지 않고 재빨리 스킬을 외쳤다.
"초월적인 흉내 내기."
잠시 후 또다시 시스템 알람이 울렸다.
[번개 파동 스킬을 습득하셨습니다.]
태욱이 흉내 내기로 다른 헌터의 스킬을 습득하고 있는 동안, 경직된 몬스터를 꽤나 많이 처리했는지 벌써 절반 가까이의 몬스터들이 바닥에 드러누워 있었다.
물론 아무런 손해 없이 얻은 이득은 아니었다.
달려든 검사를 살려 내기 위해 마법사는 다급하게 스킬을 사용했고, 그에 따라 붉은 선혈을 입 안 가득 물고 있었다.
이빨들 사이로 삐죽삐죽 튀어나오는 핏방울이 이제 전투의 끝을 알리는 신호탄이 된 것과 다름없었다.
더 이상 검을 쥘 수 없는 검사.
마법을 시전하지 못하는 마법사.
단 한 자루의 활을 쥐고 있는 궁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때였다.
갑자기 궁사의 뒤에서 쿵, 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몬스터가 한 마리 있었다.
웨어울프 한 마리가 높은 언덕 쪽으로 조심히 접근을 한 것이다.
은신이라는 스킬을 사용하며 자신의 기척을 가리고 소리를 내지 않고 조심스럽게 접근을 한 셈이었다.
보통이라면 쉽게 눈치를 챌 수 있었지만, 지속적인 전투와 더불어 높은 긴장감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그리고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습격.
"크아앙!"
동굴 내부를 흔드는 울음소리에 태욱은 재빨리 스킬을 외쳤다.
"초월적인 흉내 내기."
"초월적인 흉내 내기."
[은신 스킬을 습득하셨습니다.]
[습격 스킬을 습득하셨습니다.]
재빠르게 스킬을 외치자, 그의 스킬 창 안으로 두 개의 스킬이 추가적으로 습득되었다.
태욱은 은신 스킬을 습득하자마자 바로 사용을 하고는 자리를 이탈했다.
"헉헉헉."
꽤나 먼 거리를 조용히 이동을 하는 데만 큰 심력을 쏟아부었다.
은신.
집중도가 높은 스킬이었다.
물론 높은 수준의 레벨이었다면 조심히 행동하지 않았어도 웨어울프들에게 걸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인식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버리니까.
하지만 태욱은 이제 웨어울프의 스킬을 흉내 내기 시작했다.
레벨은 아직 낮았고, 스킬을 사용한 웨어울프 역시 스킬 레벨이 높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아주 먼 거리를 이동한 것이 아니라도 거친 숨을 내뱉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잠시 숨고르기를 마친 태욱은 자신이 익힌 스킬을 다시 한 번 확인 했다.
[트리플 블레이드]
손에 지니고 있는 검 좌우측으로 마나로 생성한 또 다른 칼날을 만들어 낸다.
단 일격으로 3연격의 효과를 맞이할 수 있다.
[번개 파동]
이념(理念)을 가지고 있는 번개를 방출하여 주변에 있는 적을 공격한다. 일시적인 경직 효과가 있으며, 생명체에 큰 반응을 한다.
[은신]
주변의 사물과 동화를 하여 은폐, 엄폐의 효과가 탁월하게 상승한다.
[습격]
상대방의 등 뒤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로, 은밀히 접근을 해야 성공률이 높아진다. 보통 공격에 150%의 효과를 발현할 수 있다.
스킬을 익혔다고 해서 무작정 전투에서 사용을 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다.
어떤 부수적인 효과가 있는지, 그리고 스킬을 사용하면서 잃어버리는 상황에 대해서 판단하고 결정을 해야 된다.
태욱이 처음 스킬을 익혔을 때 몬스터들에게 바로 달려들지 못한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아무도 없는 공터로 이동한 태욱은 스킬을 하나씩 사용해 보았다.
"트리플 블레이드!"
길바닥에 떨어져 있던 장검을 쥐고 펼치니, 검신의 양옆으로 푸른 마나 기운이 뭉치며 검의 형상을 드러냈다.
'이게 일격에 3연격의 효과를 보는 것인가?'
한 번의 휘두름으로 세 번의 효과를 보는 것은 쉬워 보이면서도 그렇게 쉽지 않았다.
단순히 공격으로 치자면 세 번의 효과가 일어나지만, 만약 공격 부위를 잘못 선정한다면 두 번의 효과, 최악의 경우 한 번의 효과도 얻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전 시간이 짧았다.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검을 휘두르는 것이 중요했다.
연속해서 다른 스킬들도 시전하여 살펴보았다.
"번개 파동."
손끝에서 발현된 번개가 전방으로 순식간에 뿜어져 나갔다.
번뜩.
순식간에 밝은 빛이 내비치다가 사라진 것 같았다.
번개 파동 스킬의 능력인 것이다.
생명을 가지고 있는 목표물을 찾아 발광(發光)하다 이내 사라져 버렸다.
'목표가 없는 상태에서는 힘이 드는 것인가?'
고개를 갸우뚱한 채 다음 스킬을 사용했다.
"습격."
하지만 아무런 효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스킬을 활용할 만한 목표가 없던 탓이었다.
스킬의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단 하나의 선택지가 남아 있었다.
실전.
실제로 몬스터를 상대로 전투를 벌임으로써 스킬의 활용도를 높여 나가는 것이다.
* * *
뒤적뒤적.
바스락.
태욱은 배낭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짐을 꺼내고 있었다.
'찾았다.'
손끝에 걸리는 예민한 감촉이 대상이 뭔지 알려 주고 있었다.
미끌미끌한 얇은 막으로 둘러싸여 있는 전투 식량.
태욱이 급한 와중에 챙겨 온 가방은 바로 보급 가방이었다.
깊은 동굴 속의 사냥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음식이다.
오랜 시간 먹을 수 있도록 가공 처리된 음식은 꽤 긴 시간 동안 생명을 연장해 준다.
물론 생존을 위해 여러 가지 물품이 필요하기는 하다.
보호 장구, 생존 키트, 무기 등등 여러 가지를 말할 수 있었다.
일반적인 짐꾼이라면 모든 것이 다 필요하다.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라도 필요했다.
다만, 몬스터를 만나지 않았을 경우에 한해서다.
아무런 스킬도 없는, 헌터가 아닌 일반인이 몬스터를 만나지 않는 다는 전제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음식이었다.
전투 식량 5식.
마른 육포.
수분을 보충할 수 있는 식수.
가방을 무겁게 하는 다른 물건들은 옆으로 내던졌다.
헌터들이 짐꾼을 쓰는 이유는 호화 물품 때문이었다.
일정한 숙소가 없는 사냥터에서도 곧 죽어도 야전 침대, 혹은 간이용 침대에서 자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진 헌터들이, 짐꾼을 이용하여 자신이 잠을 잘 때 필요한 짐을 구겨 넣는다.
많은 사치품들을 빼고 나니, 가방은 더욱 홀쭉해져서 메고 다니기 충분한 크기로 줄어들었다.
정리를 마친 태욱은 하나하나 가방 속으로 다시 집어넣기 시작했다.
가장 깊숙한 곳부터 무거운 순으로 차곡차곡 넣다 보니, 마지막에는 손에 전투 식량이 잡혔다.
'하나 먹을까?'
마침 허기진 기분도 들고, 언제 이렇게 여유롭게 식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겼다.
바스락.
결국은 손에 쥐고 있던 전투 식량 하나를 꺼내 들었다.
세 개로 나뉘어 있는 전투 식량은 한국에서 만들어진 전용 전투 식량이었다.
한 개의 팩에는 밥이, 또 다른 하나에는 마른 반찬이, 그리고 마지막은 메인 격인 소시지 반찬이 들어 있었다.
따뜻하게 데워 먹으면 좋은 맛이 난다고들 했다.
하지만 그것을 먹어 본 사람들은 다들 이렇게 이야기했다.
"굳이 이런 거까지 먹어야 되나?"
허기가 반찬이라고 할 정도로 배고픔은 모든 것을 무시했다.
상상 속으로 산해진미를 먹는 것보다 실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눈앞에 있는 것에 큰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었다.
우걱우걱.
억지로 한 숟가락 떠서 입 안으로 집어넣었다.
푸석거리는 식감에 절로 표정이 구겨졌다.
"그나저나, 진짜 맛없네."
절로 맛 평가가 입 밖으로 흘러나왔지만 그의 생각은 진취적으로 향해 있었다.
억지로 씹어서 넘기는 와중에도 태욱의 머릿속은 맹렬하게 회전하고 있었다.
'과연 이 스킬은 어떤 거지?'
태욱의 시선이 머무르는 스킬.
바로 '시간 회귀' 스킬이었다.
마지막으로 도박을 하면서 생성되었던 스킬이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 계속 머물고 있었다.
스킬을 사용하려면 그만한 여건을 갖춰야 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예를 들어 '습격'을 사용하려면 목표로 지정된 상대가 있어야 하고, 그 상대의 후위를 점해야 발동할 수 있는 것이다.
시간 회귀라는 스킬은 어떻게 쓸 수 있는지 전혀 예측이 불가능했다.
'아마 따로 연구를 해 봐야 되겠지.'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나중에 차차 알아봐도 그만이었다.
만약 자유자재로 시간 회귀가 가능하다면?
이내 태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용할 방법도 모르는 주제에 자유자재로 사용할 생각부터 하다니, 어리석어.'
눈앞에 닥친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을 해야 했다.
꿀꺽.
입 속에 있던 음식물을 모두 삼킨 이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먹었으면, 슬슬 운동을 해야지."
사뿐한 발걸음으로 이동하는 태욱의 어깨는 한없이 가벼워 보였다.
그의 행동에는 모든 것이 계산이 깔려 있었다.
차분하게 배를 채우면서 시간을 번 것은 바로 사냥터에 있던 웨어울프의 숫자 덕분이었다.
과거, 아니 회귀하기 전 그가 가지고 있던 레벨의 수준이었다면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사냥(Hunting).
더 강한 포식자가 피식자를 먹이로 사용하기 위해 움직이는 행위.
적어도 태욱에게 있어서는 몬스터들은 성장을 위한 먹이였다.
그도 밥을 먹는 시간이 있었으니, 자연스레 웨어울프 중 배가 부른 녀석은 자신의 소굴로 돌아갔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약한 녀석들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지금쯤 식사를 시작했겠지.'
판단은 정확하게 맞아 들어갔다.
열 마리가 넘게 있었던 전장에는 고작 세 마리의 웨어울프만이 남아 있었다.
'역시 예상대로군.'
자신의 생각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자 태욱은 은밀하게 접근을 하기 시작했다.
"은신."
한창 먹이에 정신이 팔려 있는 몬스터들은 은신을 한 채 조금씩 접근을 하는 태욱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